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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걸작품

세익스피어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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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참으로 걸작품이 아닌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하며, 생김새와 움직임은 얼마나 깔끔하고 놀라우며, 행동은 얼마나 천사 같고, 이해력은 얼마나 신 같은가! 이 지상의 아름다움이요 동물들의 귀감이지 -헌데, 내겐 이 무슨 흙 중의 흙이란 말인가? 난 인간이 즐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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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형 인간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그들은 세계의 대문호답게 새로운 인간형을 만들었다.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는 돈키호테형 인간과 햄릿형 인간으로 나눴다. 돈키호테형 인간은 현실감각이 없이 밀어붙인다. 이런 저돌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위대하신 여러분. 장차 이룩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내가 미친 거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미친 거요”라는 돈키호테의 외침은 거대한 현실 앞에서도 여전히 도전할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반면에 햄릿형 인간은 생각이 많아 우유부단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고민만 하는 결정 장애를 햄릿증후군이라고 할 정도다.


세익스피어의『햄릿』을 보면 그 결정이라는 게 복수심에 있다. 어떤 사람이든지 깊은 상처를 받게 되면 그 반발력으로 인해 복수를 하고자 한다. 삼촌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도 모자라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지 않았는가? 살인의 원수를 갚아달라는 아버지 유령의 말을 들은 그는 복수하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복수는 가볍다 가벼운 한 마디로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젊은 피를 얼게 하며, 두 눈을 궤도 이탈한 별처럼 만들고, 땋아서 묶어놓은 머리채를 풀어놓고,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을 성난 고슴도치 깃털처럼 세우게 하니까.  

 

죽느냐 사느냐


그래서 그는 유령과 복수를 약속하며 악당이 되기로 했다. 지옥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왕비는 그의 어머니가 아니라 최고로 악독한 여자에 불과했다. 자신의 남편이 죽은 지 한 달도 못 되어 최악의 속도로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복수의 칼날을 접었다. 복수할 명분과 의지, 힘과 수단이 있음에도 말이다. 대신에 연극을 통해 아버지를 살해한 숙부의 양심을 심판하고자 했다. 죄지은 인간들이 연극을 보고 있을 때 그 극적인 표현이 너무나 교묘하여 영혼을 때림에 그들이 즉각 죄상을 공표하기 때문이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이 세상을 사는 데 있어 우리에게 이보다 더 신중한 일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삶과 죽음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 삶이 전부라고 믿을 때 죽음에 배우는 인생은 외롭고 쓸쓸하기 마련이다. 삶을 떠받치는 죽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동물과 다를 바 없다면, 먹고 자는 것으로 시간을 전부라고 보낸다고 한다면, 죽는다고 했을 때 잠 한번으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모든 것은 그렇게 잊혀 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동물들의 걱정 없이 사는 팔자다.

 

있음이냐 없음이냐


하지만 우리는 자면서도 꿈꾸는 존재가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결코 죽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꿈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꿈꾸는 동안에도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들이 펼쳐진다. 그중에 삶의 고민에 대해 묻고 답을 찾으려고 한다. 어쩌면 불행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은 상처의 후유증보다는 고민 그 자체에 있는지 모른다. 사랑도 야망도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그저 더럽고 병균이 우글거리는 증기의 집합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악몽 때문에. 그가 난폭한 운명 앞에서 다음과 같이 고민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며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그는 어떻게 해서 가슴 속에 큰 상처를 갖고도 복수를 단념할 수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그의 생각은 반에 반만 지혜일뿐 나머지는 비겁하게 여겨진다. 그는 불행을 견디지 못한다면 양심 때문에 비겁자가 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결심의 붉은빛은 창백한 생각으로 병들어 버리고, 천하의 웅대한 계획도 흐름이 끊기면서 행동이란 이름을 잃어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복수한다고 했을 때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고독한 산책자


그러면 온갖 운명과 위험에 놓였을 때 진정으로 위대함은 무엇일까? 루소는『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이 처한 어떤 상황 속에서 그토록 불행한 것은 오직 그들 자신 때문이다. 우리가 침묵을 지키고 이성이 말하도록 내버려 두면 이성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모든 불행을 위로해준다. 그 불행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이성은 그것들을 없애 주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불행의 가장 비통한 상처는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명분이 있고서야 행동하는 게 아니라, 명예가 걸렸을 땐 지푸라기 하나에도 큰 싸움을 하게 된다. 불행 속으로 뛰어드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을 좀 더 치유하기 위해서는 지푸라기 하나에도 큰 믿음을 가져야 한다. 또한 그것을 견디기 위해서는 매번 심사숙고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이 세상에서 위대한 걸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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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최종철 역 | 민음사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 예민한 감수성과 지성, 섬세하고 결백한 성격의 소유자 햄릿은 어느 날 존경하던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까지 숙부와 재혼함으로써 큰 충격을 받고 인생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 자신이 동생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밝히자 햄릿은 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여러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햄릿은 복수를 결행하지 못하는데...사랑과 원망 살인과 원한으로 찌든 비극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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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재청(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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