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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을 수놓은 우리 야생화의 빛과 향

『문학이 사랑한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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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에는 수많은 꽃들이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꽃도 있지만 나라의 국화(國花)나 학교의 교화(校花)처럼 그 작품을 대표하는 꽃도 많다. 이 책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런 꽃들에 주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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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을 수놓은 우리 야생화의 빛과 향

 

문학 속에는 수많은 꽃들이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꽃도 있지만 나라의 국화(國花)나 학교의 교화(校花)처럼 그 작품을 대표하는 꽃도 많다. 이 책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런 꽃들에 주목한 책이다.

 

예를 들어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남들보다 빨리 늙는 조로증(早老症)에 걸려 투병하는 열일곱 살 아름이 이야기다. 아름이가 역시 불치병에 걸린 동갑내기 여자친구 서하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름이가 서하를 그리워할 때 도라지꽃이 상징으로 나오고 있다. 도라지꽃이 아름이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을 상징하기 때문에 『두근두근 내 인생』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다.

 

이처럼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문학이 사랑한 꽃들’ 이야기다. 주인공이나 줄거리 대신 주요 소재나 상징으로 쓰인 야생화를 중심으로 문학에 접근한 책이다. 소설의 어떤 대목에서 야생화가 나오는지, 그 야생화가 어떤 맥락으로 쓰였는지, 그 야생화는 어떤 꽃인지 등을 소개했다.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제목부터 싱아가 나오지만, 싱아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설의 어떤 대목에 싱아가 나오는지, 소설에서 싱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하면서, 내가 겪은 싱아에 관한 에피소드와 추억의 먹거리 식물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담아보았다.


여기에다 윤후명의 『둔황의 사랑』에서 소녀의 얼굴에 피었다는 ‘자귀나무 꽃빛의 홍조’는 어떤 빛깔인지, 권지예의 『꽃게 무덤』에 나오는 함초는 어떻게 생겼는지, 은희경의 『새의 선물』에 나오는 사과꽃 향기는 어떤 향기인지 등과 같이 소설을 읽다가 마주치는 궁금증들을 풀어보았다. 이 책을 쓰면서 새삼 꽃은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문학은 꽃의 ‘빛깔과 향기’를 더욱 진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문학 속에 핀 꽃들』두 번째 이야기


이런 식으로 다시 33편의 국내 소설과 100여 개의 야생화를 모았다. 비슷한 형식으로, 2013년 봄 『문학 속에 핀 꽃들』을 낸 지 2년 만이다. 『문학 속에 핀 꽃들』은 기대 이상의 성원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야생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분들, ‘어떤 소설이기에 이렇게 썼나’ 궁금해 해당 소설을 사 보았다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내주어서 고맙다”는 얘기도 들었다. 또 많은 매체들이 이 책을 소개하면서 “꽃을 통해 소설에 접근한 책은 처음”이라며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꽃과 소설을 결합시켰다”고 칭찬해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음 책은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격려성 질문인 줄 알면서도, 이 같은 질문에 힘입어 이 책을 쓰는 용기를 내보았다. 전작을 능가하는 후속작은 드물다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보낸다.

 

『문학 속에 핀 꽃들』에 나오는 소설은 국내 고전 또는 명작 위주였다. 그러다 보니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 소설을 많이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김애란, 성석제, 김연수, 박민규, 정이현, 윤성희, 전경린 등 젊은 작가, 중견작가들의 소설 위주로 골랐다. 소설을 고를 때 기왕이면 작가의 대표작을 고르려고 했다. 대표작이 아니면 문학상 등을 받아 검증받은 작품을 우선적으로 골랐다. 어떤 경우든 내가 읽고 좋은 느낌을 받은 소설을, 그리고 무엇보다 꽃이 주요 소재나 상징으로 나오는 소설을 고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흔해서 더 반가운 꽃과 나무


이렇게 꽃과 소설을 고르다 보니 주변에 흔한 꽃과 식물이 많았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는 만큼 주변에 많은 꽃과 식물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작인 『문학 속에 핀 꽃들』에 나오는 꽃들도 ‘특별하지 않은 꽃들이라 더 좋았다’는 분들이 있었다.


7대 잡초, 5대 길거리 꽃, 7대 가로수에 대해 정리해놓은 것은 이 책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야생화 공부의 시작은 무엇보다 주변에 있는 식물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이들 잡초와 길거리 꽃, 가로수들이다. 이 주변 식물들을 그것들이 나오는 소설을 매개로 소개하고자 했다. 이름과 식물을 잘 매치시키지 못해서 그렇지, 이름도 식물도 각각 낯익은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전작과 이 책을 합치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식물은 거의 망라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주변에 흔한 꽃이 많다 보니 환상적인 우리 야생화를 많이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점에서 현기영의 『순이삼촌>에서 청미래덩굴, 이혜경의 『피아간』에서 조팝나무, 김향이의 『달님은 알지요』에서 배초향 등을 발견하고 정말 기뻤다. 이런 야생화를 기본으로,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야생화를 소개해 이 책이 야생화 입문서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이 이 책에 나오는 꽃들을 시작으로 야생화에 관심을 가져 변산바람꽃, 처녀치마, 털중나리, 금강초롱꽃, 자주쓴풀과 같이 예쁜 우리 꽃의 세계로 입문하면 좋겠다.

 

읽고 싶은 책도 보고 싶은 책도 많아지기를


이 책을 쓰려고 참고할 만한 책을 뒤졌지만 어느 것도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은 『문학 속에 핀 꽃들』과 함께 한국 소설을 야생화 관점에서 접근한 유일한 책이다. 이처럼 야생화와 문학의 접점을 찾아내는 일이 세상에 새로운 것을 내놓는 작업이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꽃 사진을 최대한 키워 편집했다. 전작을 읽은 독자들이 꽃 사진이 좀 작은 것이 흠이라고 지적한 것을 개선한 것이다. 여기에다 QR코드를 이용해 바로 원본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내가 미처 담지 못하거나 제대로 담지 못한 사진을 제공한 야사모 알리움 님께 감사드린다. 예술작품 같은 사진이 들어가니 책 품질이 확 높아진 느낌이다.

 

나에게 자꾸 “아빠, 이게 무슨 꽃이야”라고 묻고, 자라면서 다양한 꽃에 얽힌 얘깃거리를 만들어준 두 딸은 이제 여고생이다. 이 책 곳곳에도 두 딸과 함께해온 꽃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도 두 딸에게 이야기해주는 기분으로 쉽게 쓰려고 했다. 누구보다도 두 딸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


『문학 속에 핀 꽃들』에 대한 반응 중 “책을 읽고 나니 읽고 싶은 책도, 보고 싶은 꽃도 많아져 행복하다”는 말이 참 듣기 좋았다. 이 책도 국내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이 땅의 야생화를 사랑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다면 정말 기쁘겠다.


2015년 3월
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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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사랑한 꽃들김민철 저 | 샘터
김연수 『벚꽃 새해』, 정은궐 『해를 품은 달』,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의 최근 소설에서부터 1980년대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가(양귀자, 조정래, 박완서, 성석제 등)의 소설까지 33편의 한국소설을 150여 점의 사진과 함께 야생화를 중심으로 들여다보았다. 소설의 어떤 대목에서 야생화가 나오는지, 그 야생화가 어떤 맥락으로 쓰였는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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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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