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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제국 프로방스

『최고의 휴식, 프로방스: 황금빛 태양, 쪽빛 바다와 함께한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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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쪽에 있을 때보다 여기에서 더욱 몸이 좋아졌네. 한낮에도 햇빛을 가득 받으면서 그림자 하나 없는 밀밭에서 일을 하며, 그래, 매미처럼 그것을 즐기고 있지. 아, 서른다섯이 아니라 스물다섯에 이 땅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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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쪽에 있을 때보다 여기에서 더욱 몸이 좋아졌네. 한낮에도 햇빛을 가득 받으면서 그림자 하나 없는 밀밭에서 일을 하며, 그래, 매미처럼 그것을 즐기고 있지. 아, 서른다섯이 아니라 스물다섯에 이 땅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_1888년 6월 18일경 반 고흐가 에밀 베르나르에게

 

아를을 에두르는 보랏빛 건물들 너머로 오렌지 색 태양이 질 때면 반 고흐의 명작 「석양의 밀밭」이 펼쳐지고 바람결에 조르주 비제의 「아를의 여인이 들려온다. 모나코의 장미 정원에서는 그레이스 켈리의 향기에 취하고, 니스 해변에선 이브 클랭의 푸른색에 마음이 일렁이며 아비뇽 다리 위에서는 마티스의 「댄스」처럼 파랑돌 춤이 펼쳐진다. 칸 해변에선 파도에 밀려드는 콕토의 시를 읊고, 앙티브에선 스콧 피츠제럴드 『밤은 부드러워』의 첫 페이지를 탐닉한다. 또 뤼미에르 형제와 「라 시오타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타면 브리지트 바르도의 요염한 손짓에 이끌려 생트로페에 닿기도 하고 에즈의 작은 골목에서 니체의 고독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라벤더가 흐드러지게 핀 디뉴에선 굶주린 장 발장을, 에스트렐에서는 ‘슬픔이여 안녕’을 외치는 열일곱 살 세실을, 루베롱 산 중턱에선 별을 보는 알퐁스 도데의 순박한 양치기 소년을 볼 수 있는 곳.


이렇게 수많은 예술가들의 체취가 묻어 있기에 작은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그리움과 마주하게 되는 곳. 예술사에서 큰 역사를 품은 이 작은 지역을 우리는 프로방스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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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 살면 오히려 도처에 널린 아름다움들을 온전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갈증에 시달리곤 한다. 그리고 매일 생각한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혹은 춤이 되었든 인간은 누구나 언어 이외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더운 바람에 일렁이는 양귀비꽃들의 사랑스러움을 조그만 냅킨에 그려 간직할 수 있다면, 농도 짙은 정오의 태양을 한 줄의 시로 표현할 수 있다면, 커다란 잎사귀 가득 햇살을 받아 모으는 포도나무 사이를 걸으며 설렘을 노래할 수 있다면 프로방스에서의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프로방스는 나에게 시를 읊어주고 음악을 가르친다. 눈부시게 빛나는 한 폭의 풍경을 보여주며 예술을 꿈꾸게 한다. 예술가들은 마치 철새처럼 이곳으로 왔고 나는 그들의 흔적을 따라 오늘도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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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휴식, 프로방스 : 황금빛 태양, 쪽빛 바다와 함께한 20일장다혜 저 | 앨리스
『최고의 휴식, 프로방스』는 여행에서 놓치기 쉬운 여유와 느긋함, 작은 것들에의 행복을 엮어서 보여준다. 지중해에서 알프스 산맥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프로방스 지방을 20일간 차근차근 돌아보는 이번 에세이는 느림이 주는 행복과 대자연의 축복, 한 조각의 여유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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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다혜

최고의 휴식, 프로방스

<장다혜> 저12,420원(10% + 5%)

내 삶에 부족한 쉼표를 찾아서 분주한 삶에 지쳐 문명의 이기와 화려한 삶을 버리고, 10여 년 동안 프로방스의 작고 인간적인 규모의 마을에 살며 속도에 얽매이지 않은 삶을 누리고 있는 저자의 에세이다. 전작 『프로방스에서, 느릿느릿』을 통해 이미 프로방스의 매력을 소개한 바 있는 저자는 보기만 해도 시야가 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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