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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과 이야기가 살아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고전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역자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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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할까? 몇 년 전 가까운 친구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할까? 몇 년 전 가까운 친구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우리가 처음 찾은 곳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눈에 확 들어오는 조각상이 있었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사나이가 한 손으로 커다란 뱀을 내리누르며 몽둥이로 막 내려치려고 하는 조각상이었다. 그 조각상을 보자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반갑게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정작 함께 간 어른들은 아이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조각상의 인물은 바로 헤라클레스였고, 헤라클레스가 몽둥이로 내려치려는 뱀은 휘드라였다. 아이들은 그 조각상의 인물이 누구인지, 그 조각상에 얽힌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각상이 친근했고 반가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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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아이들은 작품들을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조각이나 그림을 발견하고는 숨은 그림을 찾은 양 기뻐하기까지 했다. 반면에 어른들은 작품들을 보며 난감해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아이들은 만화로나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 내용을 알고 있었고, 어른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에 친숙하면 유럽 박물관의 그림과 조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으면 이렇게 서양의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헤브라이즘과 더불어 서양 문화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인 동시에 예술적 상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영화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보면, 주인공이 학교 지하로 들어갈 때 입구를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가 나온다. 머리 셋 달린 개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학교 지하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계를 지키는 케르베로스다. 그렇다면 케르베로스가 지키는 학교 지하는 바로 하계와 같은 곳일 것이다. 이렇게 신화를 알면 원작자 조앤 K. 롤링이 해리 포터가 들어가려는 지하를 하계와 같이 으스스하고 무서운 곳으로 설정해두었다는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면 서양의 예술과 문화뿐만 아니라 사상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헤겔의 유명한 『법철학강의』는 안티고네 이야기를 모티브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 문제인 양심과 실정법의 충돌을 다뤘다. 니체도 그리스 신화를 이용해 자신의 사상을 펼쳤다. 니체는 아폴론을 부정하고 디오뉘소스를 긍정한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아폴론은 이성을 상징하고 디오뉘소스는 감성과 욕구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아야 그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카뮈도 시쉬포스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알리고자 했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을 쓸 때 『오뒷세이아』를 실마리 삼아 현대 산업문명 속 인간 이성과 자연의 문제를 다뤘다. 지금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수많은 서양 사상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해 없이 서양의 문화와 사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철학을 전공한 옮긴이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계기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할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수많은 신과 영웅, 생소한 지명이 나와 신화를 읽고자 하는 사람을 괴롭힌다. 또, 시중에 출간된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은 대부분 산발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 위주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영향 탓인지 흔히 『그리스 로마 신화』로 통칭하는 토마스 불핀치(Thomas Bullfinch, 1796~1867)의 『신화의 시대(The Age of Fable)』(1855)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에 기초해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토마스 불핀치의 작품은 단편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그대로 소개하고 있어, 이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토마스 불핀치의 책을 읽은 독자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사건과 인물이 너무 많고,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지 않아 헷갈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옛날이야기를 읽듯이 재미있게 읽어야 한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수많은 신과 인물과 사건 들이 얽히며 계속해서 전개되는 극적인 이야기 구조에 그 묘미가 있다. 트로이아 전쟁이 왜 일어났는가? 아무리 절세의 미인이라고 하더라도 헬레네 한 명을 되찾기 위해 그리스의 모든 영웅이 가족과 고국을 뒤로하고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는가? 트로이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가멤논은 왜 귀국하자마자 아내에게 살해되었는가? 그리고 트로이아가 멸망한 뒤 살아남은 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이런 물음들에 대해 그리스 로마 신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우리가 이 맛과 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 나온 책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서사시적 구조를 토막 내 이야기를 훼손해버린 탓이 크다.

 

나는 토막 난 그리스 로마 신화들이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신화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책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번역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 책은 독일어권에서는 청소년의 필독서이자 고전이 되었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애독되는 책이다. 지은이 구스타프 슈바브(Gustav Schwab, 1792~1850)는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흥미진진한 대하소설처럼 풀어냈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직접 읽기 어려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전을 충실하게 읽은 듯한 효과뿐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체 구조를 쉽게 파악하는 이점을 동시에 얻게 될 것이다.

 

이번에 『구스타브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새롭게 출간하면서 잘못되거나 누락된 부분들을 모두 바로잡았다. 처음 이 책을 번역하는 데만 꼬박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책이 워낙 방대했기 때문이다. 번역하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시인이기도 한 구스타프 슈바브가 쓴 옛 독일어 단어와 기교적 문체의 느낌을 살리면서 오늘날 우리말에 맞게 다듬는 데 애를 먹었다. 이번에도 본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가독성을 높여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고 신화적 상상을 마음껏 펼 수 있도록 애를 썼다.

 

신화는 상상력의 원천이다. 상상력은 일상적인 생각을 뛰어넘어 기발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갖게 해준다. 그래서 상상력은 옛날에도, 오늘날에도 문화와 예술의 원천이 되고 있다. 신화는 무한한 상상력을 일깨운다. 이 책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출렁이는 신화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될 것이다. 독자들은 이 배에 올라타 배가 인도하는 대로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구스타브 슈바브가 항해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여러분의 귓가에 고대의 신들과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자, 그러면 흥미진진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바다로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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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구스타프 슈바브 저/이동희 역 | 휴머니스트
인간을 만들고 각 지역의 시조가 된 신들, 아르고 호 원정대,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오이디푸스, 초기 그리스의 지배자와 영웅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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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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