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수의사 박정윤 “평생 끝까지 함께 하기를”
수의사 박정윤『바보 똥개 뽀삐』
동물 '어르신'이 모여 사는 곳. 박정윤 원장의 동물병원에는 '요양원'이라고 부를 정도로 늙은 동물들이 많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동물 키우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끝까지', '함께' 동물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눈빛에 간절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언젠가 TV 토크쇼에 유명 연예인이 출연해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이 사람이 살기에도 좋은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와 같은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동물이 사는 세상을 생각하는 감수성이라면 빛에 가려 필연적으로 생기게 마련인 세상의 그림자를 보듬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탓이다. 살펴보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동물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개를 좋아한다면서 품종을 줄줄 읊지만 한 마리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 시장 골목에서 상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잘 지내던 유명 길고양이를 '냥줍'하는 사람, 돈벌이를 위해 품종견 새끼를 분양하는 사람... 저 활동적인 강아지를 좁은 방 안에 가둬두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학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기 위해 개에게 짖지 못하게 하는 훈련을 시킨다는 말도 공포스럽게만 들렸다. 동물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저들이 살기에 좋은 세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수의사 박정윤은 동물을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동물을 키웠고 자연스레 수의사가 되어 동물병원을 차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만큼 동물 권리에 대한 투철한 의식 같은 것이 특별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만난 '행복하지 않은' 동물들을 보며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무책임한 사람들이 싫어질 정도였다. 이제 그녀는 사람과 동물을 모두 좋아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사람마다 동물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었음을, 주기적으로 미용을 해주고 돈을 들여 대단한 것을 해주지 않아도 나름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동물과 함께 하는 방식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티로폼 박스에 이불 하나 깔고 바보 똥개 '뽀삐'를 키우던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그녀의 진단 앞에서 '얼굴 벌개진 채 눈물을 흘리'(15쪽) 던 할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강아지를 사랑했다. 그 사랑에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얼마나 잘 해주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행복하게 지내느냐가 핵심이라는 수의사 박정윤. 그녀가 동물과 함께하며 겪었던 일들, 생각했던 것들을 책에 담았다. 그녀가 들려주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는 사람들부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까지. 어쩌면 동물은 우리의 거울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이 사람이 살기에도 좋은 세상'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평생 끝까지 함께 하기를
무엇보다 당부의 말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동물들의 삶이 고되다는 뜻이겠지요.
책을 내면서 제일 우려했던 건, '잔소리가 많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어요. 원래 책의 시작이 한겨레 토요판에 칼럼 쓰던 내용들을 발췌한 거였어요. 칼럼이 3년 정도 되다 보니까 꽤 양이 많았는데요. 의료적인 내용은 빼고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내용들을 추렸고, 제가 겪었던 일들을 같이 엮어서 쓰게 됐어요. 칼럼 형식 바탕이라 계속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지 마라'하는 식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출판사에도 너무 잔소리 한다고 느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었어요. 조금 무거워 보이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요. 그만큼 중요한 말이기도 했어요. 두 가지였어요. 첫째, 동물을 키운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 그렇지만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 것과 두 번째, 대단한 걸 해주는 게 아니라 오직 하나 '평생 끝까지' 하라는 것이요. 그걸 계속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당부하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아요.
동물들이 살아가는 이런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동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엄청 투철한 동물 애호가는 아니었어요. 그저 동물을 좋아해서 강아지, 병아리 키우고 해왔죠. 동물에 대해 대단히 지식이 있거나 하지도 않았고요. 임상하기 전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어요. 진짜로 동물 좋아하니까 동물병원을 차려야지, 정도의 생각을 했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로 평생 돈을 벌 수 있다면 좋겠다, 정도로요. 막상 일하면서 보니까 아닌 거예요. 너무 힘들어요. 화나고, 속상하고요. 특히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 병원에 오는 별별 사람들을 만나면서 처음에는 너무 충격이었어요. 사람들 다 이상하다, 이랬는데요(웃음). 입장이 달랐던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저도 한 때는 보호자였으니까요. 돌아보니 내가 좋은 보호자는 아니었구나, 라고도 생각했고요. 그런 부분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오히려 처음부터 동물을 끔찍하게 생각했더라면 약간 한쪽으로만 봤을 거예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굉장히 엄격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런 면이 수의사들 사이에도 꽤 있거든요. 저희에게는 일이고 늘 동물 편에 서있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저희 원칙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면 보호자를 쉽게 평가하게 돼요. 그런 부분이 큰 문제이겠다고 생각했어요. 소통에 큰 단절을 가져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던 거죠. 보호자로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절대 이해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각자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죠.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방식에 있어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발견을 담은 부분도 있었는데요.
직업이다 보니까 저희도 사람을 상대할 때 판단해야 하는 거예요. 치료에는 돈이 들잖아요. 검사를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얼마나 잘 따라올 수 있는 보호자인지 판단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사람을 자꾸 판단하고 나름대로는 잘 판단한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그런 선입견이 깨진 경험이 있었죠. 책 제목을 '바보 똥깨 뽀삐'라고 지었던 그 일화도 저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할아버지가 정말 강아지를 사랑하셨거든요.
동물을 좋아하는 거라 일을 시작했는데 중간에는 사람이 싫어졌어요. 그런데 이 일을 계속 하려면 사람이 싫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싫잖아요. 귀찮으니까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사람을 상대하는 데 지쳐서요. 사람을 좋아하면 좀 낫지 않을까, 제 나름으로는 해결책을 찾아 본 거죠.(웃음) 실제로 '동물농장' 할 때,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알아보고 몰려오는데 워낙 다양한 분들이 오니까 지치는 거예요. 일이 하기 싫었었어요. 좀 쉬고 그러다가 나름으로 찾은 해결책은 사람을 좋아해야 수의사를 하는 거다, 라는 거였어요.
동물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앞장서 얘기하고, 개나 고양이 품종이나 습성에 대해서는 박식하며 훈련이나 육아법도 꿰고 있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무심코 생각해보면 정 많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런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뻔뻔하고 잔혹한 사람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240쪽)
끝까지 함께할 수 없으면 차라리 반려 동물과의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동물과 끝까지 함께 한다는 인식도 낮고, 동물을 소비재나 상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히 너무 많은데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237쪽) 부분에서 말한 내용이 그거였어요. 너무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에요. 진짜 그런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고, 푸들도 알고, 말티즈도 알고, 다 키워봤다면서요. 개의 평균 수명이 15년이라고 했을 때, 열 가지 종류 이상을 키워봤다고 한다면 걔네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는 거죠. 거꾸로 말하면 모두 버렸다는 얘기예요. 흔히 선물로 동물을 주는 경우도 많은데요. 어느 누구도 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 20년 뒤를 생각하지 않아요. 털이 빠지고, 하얗게 되고, 잘 걷지도 못하고, 귀도 먹게 됐을 때를 짐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것까지 예상을 해야 해요. 동물은 나보다 먼저 떠날 거기 때문에 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책을 읽고 그런 말씀 많이 하세요. '동물은 절대 쉽게 키우면 안 되는 거군요'라고요. 개인적으로 동물을 많이 키우시길 바라진 않아요. 수의사면 동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가장 가슴이 아프고 무력하게 느낄 때가 버려진 동물들을 볼 때예요. 저희 병원에도 열 마리 이상 있는데요. 불쌍하니까 거두지만 불안한 마음이 있어요. '병원을 그만두면 얘네는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이죠. 저는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식이 없으면 안 키우셨으면 좋겠어요.
호주에서 연수를 했는데 하숙집 주인 분이 동물을 무척 좋아하셨어요. 제가 수의학과 다닌다고 하니까 나도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나는 키울 엄두가 안 난다고 하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정말 현명한 거란 생각을 해요. 그들은 책임과 관심을 동시에 인식하고 있는 거예요. 사는 건 참 쉽지만 키우는 데 돈이 안 들 수가 없어요.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포기하는 거거든요. 저는 그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쉽게 돈을 주고 동물을 살 수 있는 시장 자체도 문제인 것 같아요.
요즘은 동물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EBS같은 곳에서 프로그램도 많이 나오고, 동물단체에서도 많은 캠페인을 하는데요. 사람들이 어렵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채식은 못해, 이렇게 생각하니까요.(웃음) 동물 보호하는 사람 다 채식하고, 구조해야 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진짜 동물 보호의 시작은 나의 개를 끝까지 잘 키워주는 거예요. 그것만 해주면 유기견, 유기묘도 없어질 거예요. 동물 보호라는 것을 쉽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구나, 나도 참여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다음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훨씬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을 거니까요. 책 내용이 에피소드잖아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좀 더 이해하시기 쉬운 것 같아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32쪽) 고 하셨어요.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의식, 동정심, 배려 같은 것들을 말씀하시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일 많이 배우는 것 중 하나가 동물을 예전부터 키우시던 분들보다 처음 키우시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예요. 어떤 분이 동물을 키우는데 그 전에는 동물에 관심이 없으셨대요. 키우는 고양이가 정말 예쁘지만 더 입양할 자신은 없다고요. 그렇지만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나면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간식을 주문하면서 받은 사은품들을 모아 단체에 보냈대요. 또 동물뿐 아니라 불쌍한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해서 아프리카 아이들 후원도 하게 되고요. 회사 사람들과 연말에 고아원이나 요양원에 봉사활동도 가게 된다는 거예요. 전에는 내 몸 치장하는 데에만 관심 있었는데 반려 동물을 통해 내 삶이 변화 되더라, 하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얘기를 하셔요. 그런 분들에게 많이 배웠죠.
동물들은 말을 못하고 계속 챙겨줘야 하니까 보호자분들이 다른 것에 대해서도 이해를 많이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참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터득 되는 거예요. 그게 심지어 아이를 키울 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책에서 하시는 이야기들이 동물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에게도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종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물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런 분들대로 이웃집 분들과 많이 싸워요. 길고양이 문제로도 많이 싸우고요. 산책 갔다가 개 때문에 싸움이 나서 소송을 하기도 하는데요. 동물을 키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봤을 때 동물 키우는 사람들이 배려 없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그것도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동물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동물 들이대면서 '얼마나 예뻐' 하는 건 아니거든요. 저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종(種)이 다르고 말도 안 통하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사람도 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먼저 배려하자는 거죠.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직업
동물을 통해 선입견이 깨지는 경험도 많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저는 동물병원이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아픈 환자는 동물이지만 돈을 내는 건 사람이거든요. 보호자의 가치관이나 사고가 느껴지는 경험도 많아요. 가족 심리 상담소처럼 반려 동물을 둘러싸고 부부 문제, 부모 자식 간의 문제가 많이 엉켜있어요. 저희는 그런 얘기까지도 들어줘야 하는 거죠. 책에는 쓰지 않았지만 요크셔테리어를 키우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보호자가 강아지에게 너무 집착을 하셨어요. 그분과 강아지 모두 비만이었거든요. 강아지의 심장병이 심한데도 간식을 못 끊는 보호자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식이조절을 해야 하는데 밥을 여덟 가지 종류를 먹였어요. 미국에 갈 일이 있어 개를 위한 퍼스트 클래스를 끊어서 데리고 갈 정도로 과도한 태도가 있었는데요. 우연히 그분의 신분증을 보게 됐는데 엄청난 미인이셨더라고요. 자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아는 게 이 강아지뿐이었던 거예요. 그러니 그런 태도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사람은 동물을 대하는 데 일관적이지 않아요. 자신의 과거, 현재, 트라우마 등이 모두 동물을 대하는 데 투영되거든요. 부부 관계가 너무 안 좋은데 그나마 키우는 동물 핑계로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그렇게 동물로 마음을 치유하는 건데요. 동물을 대하는 보호자의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분들의 가정사까지 다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사람을 참 많이 이해하게 되는, 또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구나 생각해요.
동물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투영이 된다니 생각지 못한 부분이에요.
재미있어요. 제가 가끔 이야기하는데 성형외과랑 비슷한 것 같다고 해요. 자신의 사적인 고민과 욕망이 성형외과에 나타난다면 이곳은 그런 부분이 있는 거죠. 결혼했는데 배우자가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 동물을 밖에서 키워야 한다, 시어머니가 동물을 좋아하지 않고 동물은 시어머니만 보면 문다, 그 관계를 자신이 해결할 수 없으니까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그 상황을 이해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나면 저희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돼요. 보호자와 병원이 소통 안 되는 이유를 살펴보면 그런 부분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죠.
'사랑은 감염력이 강하다'(120쪽) 고 하셨어요.
사랑을 하는 건 즐거운 일이잖아요. 지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힘든 일이고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지만요. 사랑이라는 건 감염력도 있고 그만큼 내가 행복한 게 겉으로 드러나고 많이 전달되는데요. 좀 즐겼으면 좋겠어요. 특히 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면 벅차고 버거워져서 사람과의 관계는 단절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오시는 분들 중에도 스무 마리 정도 키우시는데 오히려 사람들과는 교류가 없어요. 관심은 있지만 키울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조금만 가르쳐주면 더 잘 키울 수 있는 사람들한테 그걸 전파했으면 하는 거죠. 그런 분들은 간혹 무슨 일이 나면 아예 손을 놓거나 자기 자신까지 놓는 경우가 있어요. 동물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거나 말이죠. 때문에 이런 부분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물을 키우는 건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행복한 일인데 그걸 좀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 말이에요.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 완벽하게 책임지겠다는 태도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아이를 키우는 것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가령 하루 네 번 안약을 넣어주라고 하면 어떤 분은 정확하게 네 시간을 맞춰서 넣으시는 분들이 있어요. 전에 한 번은 3년 동안 암치료를 받고 약도 하루 몇 번을 열 가지 넘게 먹여야 하는데 그에 관련한 두꺼운 파일을 만들어 오신 분이 있었어요. 3년을 표로 매일 기록하신 거예요. 잠도 못 주무세요. 두 시간에 한 번 씩 새벽에도 깨서 약을 넣어주어야 하니까요. 정성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분에게 이건 병원에 맡기시고 이제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어차피 평생 관리해야 하는 거면 조금 여유를 가지셨으면 좋겠다고요. 그건 동물들도 바라지 않을 거예요. 동물이 점점 나이가 들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시는데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얼마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잘 지낼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그 동물을 보낸 후에 다시는 못 키우겠어, 가 아니고 다시 한 번 키울 수 있게 될 거예요. 진짜 불쌍한 동물들이 많거든요. 잘 키우신 분들이 하나를 더 키워주셔야 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분들이 너무 많이 지쳤기 때문에, 그리고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다시는 못 키우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저는 그게 가장 슬퍼요.
동물자유연대와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건가요? 지금도 함께 하고 계시죠?
지금도 일 년에 한 번 씩 병원 문 닫고 '입양동물의 날'에 참여해요. 동물자유연대에서 입양한 동물들이 보호자들과 모여 운동회를 하는데 거기에 항상 같이 가요. 저희와 같이 사는 동물들에게도 연중행사가 되고 있어요. 올해 10년 되었어요. 책에 소개한 80마리 시츄,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동물을 좋아하지만 어떤 단체가 있는지도 모르고, 수의사지만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봉사활동을 다니긴 했는데요. 우연히 뉴스를 보게 됐어요. 한겨레신문에 났던 사진은 진짜 슬펐어요. 불쌍한 강아지들 사진이 있고 한 마리가 비둘기가 밥을 먹고 있는데 뒤돌아 사진기자를 쳐다보는 그런 모습이었거든요. 제가 워낙 시츄를 좋아해서 별 뜻 없이 시작한 거예요. 수의사인데 도와드릴 게 없느냐고 대뜸 연락을 걸었는데 그쪽에서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갔는데 시츄 모두가 전염성기관지염에 걸린 거예요. 밀집 사육을 하는 곳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독감인데 한 곳에 모여 있다 보니까 죄다 걸려 버린 거죠. 그것 때문에 계속 치료를 하고 도우면서 인연이 되었어요.
'나나'가 동물자유연대에서 식용농장에서 구조한 개였어요. 뱃속에 여덟 마리 새끼가 있었는데 수술해 달라고 왔었고, 그래서 저희 병원 개원할 때부터 함께 있었어요. 동물자유연대를 통해 만난 동물들은 정말 많아요. 지금 병원에 있는 동물들도 전부 그렇게 만났고요. 임시보호를 가장해 여기 눌러 앉아 있지만요(웃음). 지금도 쟤네는 입양 갈 곳을 찾고 있어요. 사람들이 가끔 말해요. 병원에 있는 게 행복하지 않겠느냐고요. 안 그래요. 선생님들이 휴가나 이럴 때 데리고 가시기도 하거든요? 거기서 3, 4일 있다가 오면 눈빛이 달라요. 굉장히 가고 싶어하고요. 아무리 저희가 병원 바닥을 일부러 나무처럼 하고, 지하에 방을 만들어서 바닥을 따뜻하게 해놓아도 집은 다른 거예요. 병원을 거쳐 간 동물들도 꽤 있는데요. 걔네들이 여기서 몇 년을 살았어도 오면 하나같이 아는 척을 안 해요. 한 달 정도 입양을 전제로 임시보호를 보내기도 하는데 정말 잘 지냈던 동물들은 절대 옆에서 안 떨어져요. 저희와 3년을 살았어도 그 집에 2주 있었던 시간이 정말 행복해서 불러도 눈을 안 마주치고 눈을 피하는 거예요. 당황스럽긴 하지만요(웃음).
입양과 파양의 반복, 핑퐁개 문제
동물에게도 감정이 다 있는 것 같아요.
네. 동물을 이해하면 사람도 이해하기가 쉽고 사람을 잘 이해하시는 분들은 동물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동물과 사람이 다르지 않거든요. 계속 하고 싶었던 얘기가 이런 건데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과 똑같아요. 문제견이 있으면 반드시 문제 보호자가 있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잖아요.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는 부모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요. 똑같아요. 학대견, 유기견 문제도 그렇고요. 집을 잃었거나 파양이 여러 번 됐던 동물들은 모든 행동이 굉장히 과잉되어 있어요. 잘 보이고 싶고, 이곳에 행복한 만큼 불안해해요. 시선을 끌기 위해 막 긁는다든가, 전에 있던 동물을 제치고 자기만 봐달라고 한다든가, 물어버린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그런 동물들에게 인내를 바로 요구할 수는 없거든요. 그걸 이해해주셔야 하는데, '왜 이래?' 하고 다른 곳으로 또 입양 보내고 그런 것이 반복되면 안 좋죠. 그런 개들을 '핑퐁개'라고 해요.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는 개들을 뜻해요.
입양을 할 때는 불쌍하다는 마음으로 하시면 절대 안 돼요. 완전히 책 한 권 정도는 읽고, 단체든 병원이든 상담을 충분히 하고,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을 인식하고 준비를 한 후 입양하시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불쌍한 동물 거뒀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무척 많고요. 입양을 해서 키우는 순간부터는 입양한 개가 아니에요. 고아원에서 데려온 아이를 '우리 아이는 고아원에서 데려온 아이예요' 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그것과 같은 건데 7, 8년 키우셨는데도 유기견이었다고 말씀을 하세요. 안쓰러울 때가 있죠.
분양업소나 수의테크니션, 동물명예보호감시원 등 구조적인 문제를 언급하셨어요. 아직도 너무 초보적인 단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대만에 가서 가장 놀랐던 건, 공사장에 개가 있어도 눈치를 보거나 하지 않고 덩치 큰 황구들이 그냥 누워있는 거였어요. 그렇게 있으면 아저씨들이 밥을 주시고요. 길에서 고양이가 다녀도 누구 하나 거슬려하지 않고, 심지어 고양이가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밥을 달라고 요구를 해요(웃음). 만화처럼 말이에요. 그러면 '들어와서 먹을래?' 이런 게 자연스러운 거죠. 그곳은 경마, 쇼동물이 없어요. 그것들의 기본이 된 것은 식용금지고요. 저는 개 식용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가 문제가 아니고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제도가 되든지 분명히 한동안은 굉장히 시끄럽겠죠. 그렇지만 제도가 정착되고 나면 의식이 바뀔 거거든요. 우리나라는 특히 개의 위치가 애매해요. 수의법규나 이런 것들을 보면 가축도 아니거든요. 가축은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개가 그 안에 속해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다른 데 속해있지도 않으니까 붕 떠있는 거예요. 개들을 보호해줄만한 동물 보호법도 아직은 잘 되어 있지 않고요. 애매한 개의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식용 금지가 되는 게 맞는 거죠. 어느 섬에서 할아버지가 드시는 걸 말릴 수는 없지만요. 요즘은 네 가구에 한 가구가 개를 키우는데, 꿋꿋하게 개를 먹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닭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부자연스럽지 않은데 개에 대해서는 그런 의식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사실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잠깐 분노하고 관심을 갖지만 이후에 근본적인 대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잖아요. 단발적이고, 분절되어 있어요. 제도적인 방법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일차적으로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러면 첫째가 식용 금지가 맞다고 생각해요. 내 마음대로 때리거나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야죠. 애매하잖아요. 동물 보호법에 동물을 못 때리게 되어 있는데 내가 잡아먹으려고 때리는 건 상관이 없는 상태예요. 이상해요. 때문에 반발이 있더라도 식용 금지가 되어야 하고 그런 후에는 자연스럽게 나머지 부분이 정리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는 정치인들이 별로 없어요. 유기견 불쌍한 건 알지만 식용견 문제는 또 다르게 보고요. 개가 가축이 되어야 하냐, 가축에서 제외되어야 하냐 이런 논의가 88년도 즈음부터 아직까지 제자리예요. 이것이 확실히 정립이 되면 좋겠죠.
분양업소의 불법진료도 잠깐 언급하셨는데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지금도 흔하긴 한데요. 접종을 당연하게 하죠. 물백신이라고 하는데요. 백신이 보기엔 작은 약병에 들어있긴 하지만 균을 넣어둔 거잖아요. 보관하는 방법이나 유통과정에서 철저하게 온도를 맞춰 두어야 해요. 동물 병원 같은 곳은 온도가 딱 정해져 있고요. 그런데 업주 분들은 자기네들이 약품 가게에서 백신을 싸게 사서 그냥 놓는 거죠. 그건 거의 말릴 수 없는 수준이에요. 이렇게 많은 동물을 키우는데 어떻게 일일이 병원을 가느냐, 말도 안 된다고요. 그건 둘째치고라도, 이건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요. 종견을 키우는 곳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까만 개였는데 가슴팍에 살짝 흰 털이 있었대요. 그 흰 털 때문에 개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직접 개의 생살을 안으로 넣어서 꿰맨 거예요. 흰 털만 보이지 않게요. 경악했죠.
더 심한 경우도 있어요. 아직도 단이(斷耳), 단미(斷尾)가 있어요. 꼬리를 자르거나 귀를 자르는 품종들이 있는데요. 병원에 오는 개 중에 어렸을 때 너무 불쌍하게 온 개가 있어요. 도베르만인데 인터넷으로 사서 고속버스 택배로 받았대요. 강아지가 밥도 잘 안 먹고 이상하더래요. 봤더니 단이를 했더라고요. 흰 옷걸이를 삼각형으로 만들고 청테이프로 옷걸이를 감아서 판처럼 만든 거예요. 거기에 맞춰서 귀를 자르고 본드로 붙였더라고요. 잘라낸 나머지 귀를 붙였어요. 귀를 세워야 하잖아요. 도베르만이나 미니핀 같은 경우는 좀 더 용맹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단이를 한 적이 있어요. 요즘은 동물 학대라고 많이 안하는데요. 귀를 잘라서 바짝 서게 하는 거예요. 사실 귀가 접혀 있거든요. 어릴 때 연골 부분만 남기고 자르는 거예요. 잘라낸 부분은 하얀 색 이불실로 꼬매두고요. 염증이 심해서 밥을 못 먹었던 거죠. 그래서 한 2주 심하게 치료했었어요.
단순히 돈벌이로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아무나 동물을 키워서 분양하는 것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방법이 없어요. 식용 문제도 있지만 분양 문제를 가장 먼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만들고, 적절한 규모를 맞추고, 교육을 받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짜 경악할 만한 일은 엄청나게 많이 일어나요.
유행이 끝난 후가 걱정
디자이너도 그 말씀도 하셨고요.
미국에서 실제로 엄청 유행하고 있어요. 인터넷으로 '코카두들' 이런 식으로 검색하면 진짜 많이 나와요. 문제는 그 유행이 끝나고 난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에요. 과시하기 위해서 동물을 키우다 보면 반드시 문제가 생겨요.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허스키, 말라뮤트 진짜 유행했었어요. 그 개들 모두 중국에 있는 식용 농장으로 팔려 가요. 둘 곳이 없잖아요. 유행했을 때 태어난 개들이 컸다면 지금 열 살 안팎이 됐을 텐데, 없어요. 7, 8년은 잘 키워요. 그런데 10년 넘도록 잘 키우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지금은 동물도 수명이 늘어나서 최소 20년은 생각하고 키우셔야 해요. 저는 동물 처음 키우는 보호자분들에게 꼭 적금 들으시라고 얘기해요. 돈이 많이 들거든요. 열 살까지는 아플 일이 거의 없죠. 그러다 열 살 되면 사람 나이로 62살 정도인데 그때부터 관리를 해주셔야 해요. 만 원 씩 10년짜리 적금 하나, 1년짜리 적금 하나 이렇게 드시라고 권해요. 평균적으로 동물을 키우는 데 한 달에 최소 20만 원에서 30만 원이 드니까요. 그런 부분을 예상하고 준비하셔야 해요.
관심 있는 독자들은 하이디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방송도 많이 타고 일본에서 워낙 유명하시긴 하지만 무척 순박하세요. 그분이 동물과 진짜 대화가 가능하냐, 아니냐는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동물에 귀를 기울인다는 건 정말 맞는 것 같고요. 이분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동물을 그저 아기처럼 대했던 것 같아요. 어른이라는 생각을 '꽃님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게 저와 병원 식구들에게는 가장 큰 변화였어요.
제가 세인트버나드를 키운 적이 있어요. 여덟 살쯤 됐을 때 다른 곳에 위탁을 맡겼어요. 병원에 두려니 샘이 많아서 곁에 있는 동물들을 물어서 함께 둘 수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왔다 갔다 했는데요. 대형견들은 위 역전이라는 게 간혹 일어나요. 위가 갑자기 한 바퀴 꼬여서 응급상황이 되는 거예요. 위탁 맡긴 집에서 개가 이상하다고 연락이 왔는데 병원까지는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였어요. 근처에는 갈 수 있는 병원도 없었고요.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와서 수술을 했는데 결국 떠나게 됐어요. 불과 얼마 전에 가죽 목걸이를 바꿔줬는데 그렇게 된 거거든요. 제가 그때 너무 힘들었어요. 일이 있고 2주 정도 지나서 하이디를 만났는데 하이디가 제 주변에 동물이 많이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얘기는 할 수 있는 거니까 고맙다고 답하고 넘어갔는데요. 큰 세인트버나드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미안하고 보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답한다는 거예요. 그리고는 하는 말이 다크 브라운 목걸이가 있는데 그걸 간직해줘서 고맙다고 했다는 거예요. 웃으면서 이야기 나누다가 그 말을 듣고 눈물을 엄청 쏟았어요. 저한테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좀 조심스러워요. 동물을 제일 잘 아는 건 함께 사는 가족이거든요. 하이디 역시 동물과 소통하는 건 피아노와 같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누구나 할 수 있고 열심히 연습하고 관심을 두면 하게 된다고요. 그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정답은 없다'고 고민하는 대목이 많아요. 아직도 그러실 것 같은데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저희 동물들이 이제 아파요. 나이가 들어가니까요. 다 13살 이상이에요. 다들 심장약 먹고, 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지금 제일 고민되는 건 선생님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병원에서 잘 지내느냐예요. 책 마지막에도 썼지만 어쨌든 병원을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전에는 그냥 내가 마음 가는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병원비도 많이 깎아주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결국 병원이 잘 돼야 동물 진짜 좋아하는 좋은 후배들이 더 많아질 수 있잖아요. 저희 병원에 수의사가 여덟 명이거든요. 그 친구들 보면 정말 대단해요. 퇴근하고 나서도 동물들을 계속 붙들고 있고요. 그런 친구들이 이곳에서 월급도 잘 받고 그러려면 저는 수의사보다 원장으로 역할을 더 해야 하는구나 하고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진짜 양심껏 동물을 돌봐주면서도 잘 되는 모범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식구를 더는 늘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요(웃음). 저희 병원에 고양이가 열 마리, 강아지가 여섯 마리예요. 혹시 병원 문을 닫게 되면 얘네들이 갈 곳을 다 정해두었어요. 그런데 둘이 또 들어왔어요(웃음). 지금 최대 고민은 쟤네를 빨리 입양시키는 것이겠네요. 오시는 분들에게 잘 보여서 빨리 입양을 가야겠죠.
바보 똥개 뽀삐 박정윤 저 | 엔트리
차가운 바닥에 피투성이로 누워 있던 황구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온 박정윤 수의사. 당시 그녀의 눈물과 떨리던 손은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바보 똥개 뽀삐』는 수의사 박정윤으로서 만났던 동물과 사람, 그리고 그들의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담은 첫 에세이로, 그녀가 우리에게 덤덤하게 건네는 이야기는 언제나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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