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홀로 떠난 페루 여행기
신이 숨겨둔 마지막 여행지, 페루 여행 훔쳐보기
1월 22일 목요일 오후 7시, 논현동에 위치한 시크릿가든 레스토랑에서 책 『언젠가는, 페루』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이 책을 쓴 이승호는 영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라틴 아메리카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 중남미학을 전공하면서 이곳에 대해 학문적으로도 더욱 자세히 파고들었다. 이번에 출간한 책 『언젠가는, 페루』 에는 저자가 직접 페루를 여행하면서 보고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라틴 아메리카는 아직 우리에게 멀고도 낯선 땅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얼마 전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페루편>을 통해 이전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남미는 멀고도 멀다. 홀로 떠났던 페루 여행기를 담은 『언젠가는, 페루』의 저자 이승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전문 여행작가는 아니고, 단지 페루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학부 때 경제학을 전공했는데요. 페루에 처음 갔던 때는 대학교 1학년을 막 마친 2010년 여름이었습니다. 여행 목적으로 간 것은 아니었고 우연치 않게 인턴 기회가 생겨서 페루로 파견을 갔어요. 그 당시에는 일터, 직장, 호텔 이렇게 딱 세 군데만 왔다 갔다 했는데도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어요. 주변을 보면 판자촌에 사는 사람들도 많았고, 마약에 찌든 것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고, 간혹 총소리도 들렸어요. 그런데 또 구시가지 쪽으로 가면 높은 빌딩도 많고, 굉장히 현대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잘 사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못살지? 흰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원주민들은 못살지?’ 이러한 부의 불평등, 소득의 불평등이 제가 페루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어요.”
이전까지 페루, 아니 라틴 아메리카라는 곳 자체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그는 페루에서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다시 영국에 돌아와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생각이 멈춘 곳은 우연한 기회로 마주했던 바로 그곳, 라틴아메리카였다.
“중남미는 여행지로서도 물론 좋지만 학문적으로도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이곳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산재해있습니다. 가난부터 시작해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지역이 중남미예요. 예전에는 독재정권 아래에 있었고, 민주화도 80년도쯤 되어서야 완료된 곳이 많아요. 이 과정 속에서 포퓰리스트(populist)들이 출연하기도 했고, 이후에 신자유주의 노선을 탄 나라들도 있습니다. 좌파 정권이 자리 잡은 나라들도 있고요. 이처럼 중남미는 정치적, 경제적 실험이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학문적으로 의미 있고, 재미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해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리마에서 푸노까지, 페루를 다시 만나다
그렇게 그는 시야를 넓혀, 옥스퍼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중남미학을 전공하면서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더 깊숙이 탐구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페루로 향했다. 미국을 거쳐 리마에 도착한 그는 이카, 쿠스코, 마추픽추를 거쳐 마지막으로 푸노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페루 곳곳을 돌아다녔다.
“제가 페루에 다시 가게 된 때는 작년 8월쯤이었어요. 페루는 원주민들의 비율이 다른 중남미 나라들보다 상당히 높아요. 그리고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볼리비아 등 여러 나라들과 접하고 있어서 각각 도시들의 모습이 천차만별로 다릅니다. 작년에는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러 갔는데, 시간 상 페루 전역을 가지는 못했고 주요 도시만 방문했습니다. 저는 미국을 거쳐서 페루의 수도 리마에 도착했어요. 화면에 떠 있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페루의 모습이 아니죠. 왠지 페루 하면 강렬한 햇빛이 비치고 정열적인 분위기일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사실 리마에 처음 가는 분들은 이렇게 안개가 껴있는 것 같은 칙칙한 모습 때문에 많이 실망하기도 합니다. 리마 앞에 ‘제왕의 도읍’이라는 표현이 붙는데요. 이 말은 옛날에 리마가 가졌던 위상을 나타냅니다. 과거에 스페인 사람들이 남미를 침략하면서 남미의 상당 부분이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되었는데, 그 당시 식민 지배를 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던 도시가 바로 리마였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칭호가 붙게 된 것입니다.”
다음으로 그가 방문한 도시는 이카. 이카는 <꽃보다 청춘-페루편>에 출연한 세 남자가 스릴 있게 샌드보딩을 했던 곳이다. 그 역시 이카에서의 샌드보딩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리마에서 버스를 타고 서너 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이카’라는 도시에 갔습니다. 이카는 사막지대예요.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한가운데를 ‘던 버기’라는 차를 타고 달리는데, 모래 언덕을 정신 없이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하는 것이 놀이기구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사막에서 샌드보딩도 하는데요. 보드에 엎드린 상태에서 타는 것인데, 엎드려서 바라보면 경사가 더 크게 느껴져서 조금 무섭지만 한번 타보면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어요. 그리고 나서 저는 쿠스코로 갔습니다. 과거 잉카 제국의 중심이 바로 쿠스코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죠. 페루 사람들은 쿠스코를 세계의 배꼽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부심이 강합니다. 쿠스코는 앞서 봤던 리마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날씨도 정말 좋고, 고도가 상당히 높아서 태양과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하늘 색깔도 예쁩니다.”
이카, 쿠스코를 거친 그는 다음으로 산 끝에 세운 태양의 도시, 마추픽추로 향했다.
“마추픽추는 발견된 지 100년 정도 밖에 안됐습니다. 이곳이 언제, 왜 지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왕이 피신해있던 곳, 귀족들이 살던 곳, 군사기지라는 이야기들도 많은데 주목해야 할 것은 도시가 아주 정교하게 돌들로만 쌓여있다는 것입니다. 마추픽추는 다른 잉카 유적들에 비해 훼손이 적은 편이에요. 스페인 사람들이 이곳의 존재를 몰랐으니까요.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에게 마추픽추의 의미는 상당합니다. 그들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죠.”
그리고 마지막 여정지는 하늘의 물을 담은 티티카카의 도시, 푸노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푸노에 갈까 말까 많이 고민하곤 합니다. 저는 꼭 가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푸노는 티티카카 호수를 품고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티티카카는 큰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처럼 페루는 티티카카에서 건국신화가 탄생했습니다. 푸노는 다른 도시에 비해 상당히 작고 아기자기해요. 그리고 넓은 중절모를 쓰고 주름치마를 입은 원주민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페루 여행 이야기가 끝나고, 이날 참석한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페루 여행을 앞두고 있다는 한 질문자가 페루에 꼭 가져가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그에게 물었다. 카메라, 지도, 핸드폰과 같은 답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의 입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 나왔다. 웃음. 그가 페루에 꼭 가져가야 할 것으로 꼽은 것은 다름 아닌 웃음이었다. 그는 처음 가보는 낯설고 먼 타지라고 해서 주눅들어 있다면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기본적으로 웃음과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낯선 땅이더라도 나에게 마음을 열어줄 것이라는 말. 신이 숨겨둔 마지막 여행지, 페루. 그의 말처럼, 페루를 만나고 온 뒤에는 당신의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페루이승호 저 | 리스컴
페루는 오랜 시간 식민지배를 받아 화려한 스페인 문화와 웅장하면서도 섬세함이 살아 있는 잉카 문명이 교차하는 곳이다.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지만,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웅장함이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여행자를 매혹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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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책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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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는 여전히 낯선 땅이다. 최근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면서 이전보다는 익숙해졌지만, 선뜻 여행을 떠날 마음을 먹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페루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잉카 문명과 마추픽추만을 떠올린다. 세계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나스카 라인과 티티카카 호수까지 알고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게 페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