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멋진 직업일 거라는 막연한 예상으로 ‘PD 되기’를 꿈꾸었던 열다섯 살의 소녀, 그녀가 이제는 인생의 맛을 알아가는 나이에 접어들었고 꿈꾸었던 대로 드라마 PD가 되었습니다. 글쓰기, 드라마 만들기, 드라마 보기, 닥치는 대로 책읽기, 걷기 등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선호리스트를 보니 슬쩍 그녀가 보이는 듯합니다. 드라마 PD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오늘 만나봅니다. 이전에 내가 지나왔고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인생의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 『저지르고 후회해도 결국엔 다 괜찮은 일들』 이 책의 저자인 이소연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후회할 줄 알면서 저지르는 일들』 『지금 저지르지 않으면 후회할 일들』 그리고 오늘 만나고 있는 새 책 『저지르고 후회해도 결국엔 다 괜찮은 일들』 시리즈인가요? 저지름과 후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계획을 하고 실천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예전에 어떤 선배가 저에게 “너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이 후회한다는 거지.”라고 했어요. 그 말이 굉장히 오래 기억에 남아서 그것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많이 단순해져서 사는 거 뭐 별게 있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래서 큰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저지르면서 살자 라고 생각을 바꾸고 있어요.
대체로 나는 혼자 있고 싶어서 떠났다. 의외로 일상 속에서 온전히 혼자이기는 쉽지 않다. 평정심을 유지하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과 거리감을 유지하며 객관적 시선을 갖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나는 작은 바람에도 온 바다가 출렁거리는, 아주 얄팍한 멘탈의 소유자니까...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밑줄을 그은 부분이었는데요, 특히 작은 바람에도 온 바다가 출렁거리는 멘탈... 이라는 표현에서 키득키득 웃음이 새어 나오더라구요.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하는 안심도 들었구요, 혼자 떠나기 좋은 곳, 몇 곳만 소개해 주시겠어요?
개인적으로 혼자 떠나는 걸 좋아하긴 해요. 그런데 혼자 떠나기 좋은 곳이 따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곳을 자주 가고요, 해외로 치면 유럽을 자주 가긴 했어요. 그런데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소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내게 편지는 ‘끝’과 함께 왔다. 이렇게 시작되는 부분, 바로 손으로 쓴 연애편지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손으로 쓴 연애편지라니 대강의 연식, 혹은 연륜이 드러나는 부분이에요. 요즘 토토가나 응답하라 류의 아날로그 감성, 혹은 복고, 혹은 추억에 대한 되새김이 젊은 사람은 물론 어린 친구들의 마음까지 흔들고 있죠. 연애편지... 왠지 지금도 쓰고 싶고 받고 싶어지는데... 누군가에게 연애편지를 쓰거나 받은 마지막이 언제인지 기억하세요?
작년에 연애편지는 아니고, 예뻐하던 동생이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어요. 그 친구가 외출을 나왔는지 전화가 왔는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읽을 만한 책과 손 편지 세 장 정도를 써서 보냈어요. 사실 별 내용은 없었는데도 잘 받았다고 해주더라고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편지 라는게 한 마디 한 마디를 꼭꼭 씹어서 애정과 정성을 담아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일이잖아요. 그 일 자체가 연애와 비슷한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의 중간 중간 “드라마와 현실”이라는 코너가 등장을 합니다. 어쩌면 오히려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드라마에 더욱 열광하는 부분도 있지만요, 때로는 현실에서 일어날 만하다는 기대감으로 드라마에 열중하기도 하죠. 드라마 PD인 작가님에게 드라마와 현실이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드라마는 주인공이 무엇인가를 하는 이야기에요. 주인공이 무기력하게 있는 드라마는 재미가 없죠. 그래서 저도 제 삶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하려고 해요. 그래야 더 재밌어지니까요.
아직은 새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런 질문 드려도 되겠죠. 독자들과 빨간 책방 청취자들에게, 또 작가님의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새해 덕담, 부탁드려요.
이 책을 쓸 때 고민스러운 부분 중에 하나가 너무 사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었어요. 저만의 감성과 생각이 담긴 책인거죠. 그래서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타인의 사적인 부분을 보고 자신의 삶에 녹여낼 수 있으면 조금 더 단단한 개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독자 여러분들도 그런 관점에서 읽어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저지르고 후회해도 결국엔 다 괜찮은 일들 이소연 저 | 예담
성숙해 나가는 인생의 깊숙하고도 사소한 장면들을 담은 에세이 [저지르고 후회해도 결국엔 다 괜찮은 일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후회하는 일을 반복한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도 있듯이, 어떤 일을 하든 항상 후회는 남게 마련인 듯하다. 그래도 이왕이면 하고 후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확실한 것은, 결국에는 다 ‘괜찮다’는 사실 그리고 ‘추억할 힘이 생긴다’는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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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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