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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자기 마음을 죽이지 마세요

『폭풍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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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는 많은 방법 중에 영혼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 『폭풍의 언덕』

 

달빛과 번개


사랑을 하는 많은 방법 중에 영혼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사랑하더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울 때 이러한 갈망을 나타내는 것이 영혼입니다. 달빛이 더 밝게 보인다거나 불이  더 아름답게 타오르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사랑한다는 것을 풍부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영혼이 달빛이거나 불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한번쯤 고민하게 됩니다. 에밀리 브론테의『폭풍의 언덕』에서 캐서린은 서로가 사랑한다면 서로의 영혼이 같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에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영혼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한다면 사랑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사랑했던 히스클리프는 버려진 아이였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여행 중에 데려왔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만은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오빠 힌들리는 그를 학대했습니다. 학대란 성인(聖人)도 악마로 만들 수 있는 것. 그는 그녀를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악마 같은 두 눈을 천사 같은 눈으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힘든 일과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멸시를 받으면서 점차로 사람들에게 미움을 품게 하는 이상한 쾌감을 느끼며 오만해졌습니다. 그녀는 이런 현재만을 생각해서 에드거 린튼과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그를 천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면 에드거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기 마음을 죽인 거야


그런데 이런 결혼 즉, 어떤 의무감이나 인정에 끌려 하는 결혼은 몸과 마음이 따로 일수밖에 없습니다. 결혼한 사람은 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라거나 영혼이라는 것은 감히 만지지 못합니다. 그녀는 결혼 후에도 예전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그가 소중했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에드거를 한 번 생각하는 동안에 그를 천 번이나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의 감정 또한 폭풍 같았습니다. 그는 그녀를 잃어버린 뒤의 삶은 지옥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에드거가 팔십 년 동안 그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자신의 하루 동안 사랑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왜 당신 마음을 배반했는지  물으며 다음과 같이 격정적으로 말했습니다.

 

당신은 자기 마음을 죽인 거야.

 

사랑할 줄 아는 건 자신의 권리와는 다릅니다. 사랑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라면 권리는 자기 마음을 죽여야 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이것이 자기희생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마음을 죽이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도 죽고 맙니다. 흔히 불행도, 타락도, 죽음도, 그리고 신이나 악마가 할 수 있는 어떠한 것도 연인 사이를 떼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연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찢어놓은 것은 사랑을 권리처럼 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이며 영혼


자기 마음을 죽인 상처로 인해 그녀의 건강은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주 이상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녀가 편안하게 천국으로 갔다고 하자 그는 절대 그럴 리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격정적인 상황에서 그는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이고, 중요하지 않은 게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마음 속 애인을 무덤 속에 묻었던 지난 18년 동안 밤낮으로 그녀가 자신을 괴롭혀 왔기 때문입니다. 이유인즉 그녀는 그의 생명이며 영혼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녀 없이 산다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죽음과 지옥 밖에 없었습니다. 뭔가 다른 게 있다면 유령과 사랑에 빠지는 절박함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죽은 뒤 그는 미치광이처럼 밤낮으로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빌었습니다. 적어도 영혼이라도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에 유령이라는 게 있을 있다면 그런 것이라는 의심이 아니라, 유령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정도로 유령의 존재를 믿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땅 속이 아니라 땅 위에 있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가하면 그는 교회 묘지의 머슴에게 부탁하여 그녀의 관 뚜껑을 열고는 조금 느슨하게 하고는 흙을 덮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녀에 옆에 묻힐 때 자신의 관도 한쪽을 조금 느슨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서로의 영혼이 넘나들기 위해서입니다. 


사랑의 궤도


히스클리프의 삶과 사랑은 성경에 나오는 천국에는 갈 자격이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남들이 원하는 천국을 전혀 바라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자신이 바라는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했습니다.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사랑의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것은 그것을 소유하려는 것이다. 소유란 우리의 궤도를 돌던 어떤 대상이 우리에게로 와서 우리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논리에 의하면 욕망은 그 대상을 얻는 순간 없어진다. 반대로 사랑은 불완전하고 영원한 어떤 것이다. 욕망은 수동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욕망하는 것이 내게로 다가오기를 원하게 된다. 이때 나는 중력의 한 가운데에 서서 그 대상들이 내게로 빨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사랑에 있어 모든 것은 움직임 자체이다. 사랑을 하면 우리는 사랑의 대상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그 대상에게 가서 그 안에 존재하려고 한다. 어쩌면 이것이 대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한 유일한 시련일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타인을 향한 여정을 떠나야 한다. 그 대상이 나를 중심으로 내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대상이 만든 궤도를 탄다.

 

히스클리프의 사랑이 괴상하다고요? 어쩌면 괴상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을 초월한 폭풍 같은 사랑은 행복인 동시에 고뇌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사랑의 궤도는 사랑의 유령을 불러낼 정도로 영혼을 넘나들었습니다. 한 번쯤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 어떤 궤도를 타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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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에밀리 브론테 저/김종길 역 | 민음사
『폭풍의 언덕』은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 에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복수를 그린 이 작품은 작가가 ‘엘리스 벨’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을 당시에는 그 음산한 힘과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야만성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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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재청(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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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저/<김종길> 역11,7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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