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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 요괴소설 이야기
다양한 요괴의 종류
분명한 것은, 요괴와 마물 혹은 신의 세계가 인간의 세계보다 무한하고 그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것. 쿄고쿠 나츠히코의 소설이 늘 말하듯, 결국은 사람이 제일 이상한 존재다.
요괴(妖怪)라 하면 전설과 민담 등에 등장하는 가공의 생물을 말한다. 일본의 갓파와 텐구, 중국의 강시와 온, 한국의 구미호 등을 들 수 있다. 서양으로 본다면 트롤, 고블린, 레프리콘, 반시 등 요정과 괴물을 넘나든다고 할 수 있고. 요괴를 일컫는 말은 중국과 일본 모두 다양하게 있다. 중국의 『산해경』과 『요재지이』 등에 나오는 진기한 생물들은 요괴, 정괴(精怪), 요얼(妖孼) 등 다양하게 불리고 일본에는 요마(妖魔)라는 말도 있다.
요괴라는 말처럼, 요괴의 종류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뻗어간다. 중국에서는 요괴를 변해선 안 될 것으로 변하는 사람이라고 보기도 한다. 노나라의 우애(牛哀)라는 사람이 병에 걸렸는데, 7일 후 호랑이로 변하여 자신의 형을 잡아먹어버렸다는 말이 있다. 이것 역시 요괴라 할 수 있다.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음양사』에는 질투의 마음이 극에 달하자 스스로 오니(鬼)가 되어버린 여인이 나온다. 극한의 마음 때문에, 아름답던 그녀는 눈과 입이 찢어지고 머리에 뿔이 난 오니가 되어버린 것이다.
<천녀유혼>에 나오는 나무 요괴는 동식물이나 사물이 오래 되면 변하는 경우다. 태어날 때부터 아홉 개의 꼬리를 달고 태어난 구미호는 태생적인 요괴라고 할 수 있지만, 뱀과 너구리 등이 수 백 년의 세월을 거치면 요물, 요괴가 된다는 말도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요괴 만화가인 미즈키 시게루의 원작을 각색한 영화 <요괴대전쟁>에서는 사람들이 쓰다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사물들이 요괴로 변한다. 장난감을 비롯하여 우산이나 필기구나 의상 등이 사람의 애정을 한껏 받다가 버려지면 그 마음이 전이되어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요괴의 종류는 다양하다. 태어날 때부터 요괴인 경우도 있고, 사람이 요괴가 되기도 하고, 동물과 식물, 사물이 요괴로 변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그런 존재를 모노노케(物の怪)라고 불렀고 바케모노(化け物)라고도 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는 신으로 격상되기도 했다. 이와모토 나오의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에 나오는 텐구는 마을의 산 속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텐구는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깊은 산에 살며 신통력이 있다는, 얼굴이 붉고 코가 큰 상상의 괴물이다. 텐구는 원래 요괴인 경우도 있지만, 수행을 통해서 텐구로 변하기도 한다. 특별한 수행을 쌓는 수행자들을 텐구라고 부르다가 요괴로 굳어졌다는 말도 있다.
요괴의 종류가 궁금하다면 중국의 『산해경』과 『요재지이』 등에 다양하게 나온다. 한국의 요괴는 성현의 『용재총화』와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많이 나온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에도 등장한다. 일본의 요괴를 알고 싶다면 『일본의 요괴문화』와 『현대일본의 요괴문화론』이라는 책이 있다. 하지만 일본 요괴에 대해서라면 수많은 만화와 소설에 등장하니까, 그것들을 찾아 읽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후지타 카즈히로의 『요괴소년 호야』는 번개 요괴인 토라를 만나 파트너가 되고 짐승의 창으로 수많은 요괴들과 싸우게 되는 소년 호야의 모험담이다. 정통 소년만화이면서 중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수많은 요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즈키 시게루의 『게게게의 기타로』는 일본의 국민 요괴만화라고 할 수 있다. 요괴들과 함께 살면서 인간을 괴롭히는 요괴들을 물리치는 기타로의 이야기다. 다카하시 루미코의 『이누야샤』는 반인반요인 이누야샤가 주인공이다. 요괴와 귀신의 경계도 애매하긴 하다.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과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인 『밤의 물고기』 『한 밤의 무서운 이야기』 등에서도 ‘요괴’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백귀야행』이라는 제목의 소설도 있다. ‘괴’라는 잡지를 발행하는 일본 최고의 요괴 전문가이자 요괴소설 작가인 쿄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인데, 2000년에 나왔지만 지금은 구하기가 힘들다. 대신 『항설백물어』 시리즈와 『우부메의 여름』으로 시작되는 쿄고쿠도 시리즈를 권한다. ‘항설백물어’는 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이야기라는 뜻인데, 팥 씻는 요괴와 시바에몬 너구리 등 유명한 설화에 얽힌 수수께끼를 다양한 능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들이 등장하여 풀어가는 구성이다. 교고쿠도 시리즈는 신사의 신주이며 기도사, 음양사이기도 하고 고서점까지 운영하는 교고쿠도와 사람을 보기만 하는 것으로 과거를 읽을 수 있는 탐정 에노키즈 그리고 교고구토와 에노키즈 사이에서 방황하며 기이한 사건에 말려들어 진술하는 역할을 맡은 소설가 세키구치가 괴이한 사건들을 해결한다.
이매망량이라고도 하는 요괴가 왜 우리들의 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면, 쿠마무라 타카토시의 만화 『샤먼 시스터즈』를 보면 좋다. 『샤먼 시스터즈』는 특이한 능력을 지닌 자매의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사람의 뒤를 쫓아다니는 오쿠리이누라는 요괴에는 두 종류가 있다. 들개 등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집까지 데려다 주는 착한 놈과 쓰러지면 잡아먹으려고 생각하고 붙어 다니는 나쁜 놈.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노뎃포라는 마물이 있는가 하면 기묘한 예언을 퍼트리는 쿠단이라는 것도 있고, 요괴는 물론 인간의 껍질도 벗기는 자인 모쿠리코쿠리도 있다. 자신을 숭배하면 힘을 주겠다는 이즈나, 영기를 가진 족제비도 나온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있고 해를 끼치는 것도 있다.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의 세계에서 살아가기도 하도 굳이 인간과 결부되어 뭔가를 하려는 것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요괴와 마물 혹은 신의 세계가 인간의 세계보다 무한하고 그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것. 쿄고쿠 나츠히코의 소설이 늘 말하듯, 결국은 사람이 제일 이상한 존재다.
* 지금까지 김봉석의 장르 키워드 사전을 사랑해주신 독자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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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현 <에이코믹스> 편집장. <씨네21> <한겨레>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고 영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전방위 글쓰기』 『영화리뷰쓰기』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을 썼고, 공저로는 <좀비사전』 『시네마 수학』 등이 있다. 『자퇴 매뉴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등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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