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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가정부, 하면 승정연의 『당신의 하우스헬퍼』

『당신의 하우스헬퍼』 승정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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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대한민국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꿨을 사람, 바로 가사 도우미.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을 때 집을 치워줄 사람이 있다면 참 좋을 테다. 집뿐만 아니라 지친 마음도 달래준다면 금상첨화.

『당신의 하우스헬퍼』 주인공 김지운은 남자 가사 도우미다. 여전히 가사 도우미 하면 여성이 생각나는 세상에서 설정 자체가 독특하다. 게다가 김지운이 치우는 건 비단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니다. 그는 여성 고객의 엉클어진 마음까지 정리해준다. 또 중요한 설정, 김지운은 꽃미남이다.

 

다소 여성 독자를 염두에 둔 작품 같지만, 성별에 상관 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당신의 하우스헬퍼』다. 단편, 단편으로 이루어지되 주인공의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나는 구성 덕분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작품이 인물과 이야기의 힘이 큰 작품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시즌 2가 연재 중이고, 시즌 1이 책으로 나왔다. 작품을 쓴 승정연 작가에게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특별하다. 승정연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언론사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대상을 안겨 준 작품이고, 책으로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책 출간을 맞아 한창 연재로 바쁜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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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전에 다시 찾은 꿈, 만화

 

2013년 ‘당신의 하우스헬퍼’로 웹툰 작가로 본격 데뷔하셨는데요. 그 뒤로 1년 정도 지났습니다.어떻게 지내셨나요.

 

올레마켓웹툰에서 계속 연재하고 있습니다. 연재 중이라 주로 집 안에서 지내요.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려서 1주일 내내 작업하는데요. 시나리오 콘티 작업을 2~3일 하면 그림은 4일 정도 걸리거든요. 중간에 아프거나 다른 일이 생기면 더 집중해서 작업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냥 달리는 느낌이에요. 시즌 1을 6개월 연재했고, 시즌 2도 7개월째이니 이제 1년이 됐네요.

 

원래 만화를 전공하지는 않았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만화가가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애니메이션, 만화였어요.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했죠. 서울에 있는 친구들처럼 코믹 행사장에 적극적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만화를 그리곤 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꿈을 접었어요.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만화를 어떻게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서울 사립대에 가기에는 학비 부담이 커서 집 근처 국립대의 사회계열로 진학했지만 그곳에서 꿈을 못 찾았어요.

 

막연하게 생각한 게, 언론정보를 전공하면 이후에라도 만화 방송 쪽으로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었어요. 기자 준비도 좀 하다가, 만화를 더 늦기 전에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작정 서울에 있는 한겨레문화센터에 갔어요. 그곳에서 출판만화 창작 과정을 6개월 들었죠. 기차로 왕복하면서요. 그때 기회가 생겨서 만화 쪽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배우면서 일을 동시에 했죠. 그때는 주로 스토리 일을 했는데, 글과 그림을 혼자 하고 싶었어요. 혼자 공모전도 내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당신의 하우스헬퍼』가 운 좋게 대상을 받았어요.

 

그렇게 웹툰이 책으로 나오게 됐는데요. 보통 웹툰이 책으로 나올 때는 레이아웃을 다르게 한다든지 하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책으로 내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는 시작이 어린이만화, 학습만화 등 출판만화였고, ‘당신의 하우스헬퍼’도 책으로 나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면서 썼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페이지 형식으로 작업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책 편집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물론 더 깔끔하고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판형 맞춰 칸의 외곽을 정돈하고 말풍선을 키우는 등 자잘한 수정을 해야 했지만요.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남자 가정부가 여성들의 집을 정리하는 이야기인데요. 이런 설정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어느 날 언니가 일하고 들어왔을 때 남편보다는 집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여성이 많은 것 같아요. 대한민국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남녀 가릴 것 없이 바쁘잖아요. 야근 많고 주말에도 일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자기 집, 공간 챙기기가 쉽지 않아요. 집으로 와서 집안일을 해 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남자 가정부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죠. 거기에 꽃미남 컨셉을 곁들이면 여성 독자가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겠는데요. 혹시 주인공인 김지운 역할을 누가 맡으면 좋을지 상상한 적이 있나요.
 
김우빈? 까칠하면서도 따뜻한 말을 해주는 역할에 어울려서 김지운이 김우빈을 닮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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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가정부, 하면 ‘당신의 하우스헬퍼’를 떠올릴 때까지

 

단편 단편이 이어지면서도 주인공 김지운의 뒷이야기가 서서히 공개되는 구성인데요. 유머, 그림체보다는 작품의 중심이 이야기인 작품 같아요.
 
주인공은 김지운이지만 여성들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었어요. 지운의 뒷이야기는 천천히 보여주려고 해요. 굵고 짧게 가기는 힘들 것 같고 가늘고 길게 가려고 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남자 가정부’ 하면 많은 사람이 이 만화를 떠올릴 정도로 오래 연재하고 싶어요.

 

많은 여성의 사연을 담으려면 글감 모으기가 관건일 텐데요.

 

최대 고민이긴 해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작업으로 바쁘다 보니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아요. 이런 상황이 아쉽긴 하죠. 그나마 시즌 2로 들어가기 전에 두 달 정도 시나리오 작업할 시간이 있었어요. 이때 대충 써놓긴 했죠. 사실은 이야기의 모델이 된 실제 사례가 작품의 에피소드보다 더 강한 경우가 많았어요. 작품에 나오는 나쁜 남자보다 현실 속 남자가 더 나빴던 거죠. 만화로 그리면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죠. 어쨌든, 이야기 소재는 주변에서 수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중에는 재벌가 가정부로 들어갈 생각도 해요. (웃음)

 

김지운이 주인공인 만큼 캐릭터 잡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누구나 고민 없는 사람은 없죠. 그런 고민은 포장된 얼굴에서보다는 집 안에 있는 옷장을 열었을 때라든지 서랍을 열었을 때, 화장실을 열었을 때 보이는 것 같아요. 이런 내밀한 부분을 남자 가정부가 꼬집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김지운이 따끔한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다독이면서 힐링만 해 주면 매력이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개입해도 안 좋을 듯했어요. 그래서 고민을 들어주고 지켜봐 주고, 가끔 한두 마디 해 주는 인물로 설정했죠.
 
김지운의 능력 중 하나가 집안일인데요. 실제 작가님은 어떤가요.

 

저는 못해요. (웃음) 그래서 김지운에 제 로망을 담았죠. 제 생활에도 필요하기에 정보를 많이 찾아봐요.

 

TV를 보셔도 왠지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을 많이 볼 것 같아요.

 

네, 자주 봐요. 어제도 자기 전에 잠시 봤는데 김치 냉장고 청소하는 법이 나오더라고요. 열심히 보긴 하는데, 시즌1에서는 정보가 많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넣었지만 시즌 2로 갈수록 살림 노하우를 꼭 넣어야겠다는 압박감은 던 편이에요.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정보는 검색하면 나오잖아요.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책에서 담은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적인 편은?

 

강혜주 편이요.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애자로 나와요. 예민한 주제라 불편해하는 독자도 있었지만, 유난히 관심 보인 독자도 있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인물도 말씀해주세요.

 

구경표요. 겉모습은 날라리지만 속은 순박한 청소년이에요. 사랑스러운 구경표와 함께 김지운의 과거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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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삭막하니 만화 속이라도 훈훈했으면

 

단편마다 대개 결말이 훈훈해요.

 

따뜻한 결말만 하면 재미없을 수도 있으니 벗어날까 고민도 해 봤어요. 제 성격상 새드앤딩을 못 봐요. 그리고 현실이 가장 힘들잖아요. 현실이 삭막하니까 만화 속이라도 훈훈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계속 그리고 있습니다.

 

롤모델이라고 할 만한 만화가가 있다면.

 

좋아하는 만화가는 정말 많아요. 그 중에서 제가 만화를 시작할 때는 강풀 작가님을 보며 동경했습니다. 강풀 작가님도 만화를 전공하지 않았고, 스토리 있는 만화를 그렸고, 그림체 자체는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잘 전달하시잖아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보면서 울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강풀 작가님을 동경해서 대학 때 진로 고민을 하다가도 용기를 가질 수 있었어요.

 

머리 식힐 때는 주로 뭘 하시나요.

 

요리해요. 만화는 레시피가 없는데 요리는 레시피대로 하면 하나가 완성되잖아요. 요리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만화가 막힐 때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먹으면 머리 비우는 데 도움이 돼요.

 

그림체가 독특해요.

 

만화를 시작할 때 잘 그리려고 생각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만화를 전공하지 않은 제가 이제 와서 잘 그리려고 해 봤자 못 그리는 게 더 티가 날 뿐이잖아요. 다르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제 색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죠. 덕분에 ‘당신의 하우스헬퍼’로 데뷔했을 때 그림이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시즌 2는 드라마가 더 깊어졌어요. 그만큼 그림이 현실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으면 충분할 정도로 간단하게 그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2014년을 정리하자면? 내년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올해는 정신 없이 작업만 했어요. 저는 운이 되게 좋은 편이에요. 올해도 운이 잘 따랐던 한해 같아요. 공모전도 그렇고 책 출간도 그렇고요. 내년은, 모르겠네요. 당장 이번 주 넘기는 게 과제입니다. (웃음) 내년엔 시즌2를 잘 마무리한 뒤, 뿌듯한 마음으로 잠시 푹 쉬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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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우스헬퍼 시즌1승정연 글,그림 | 북스토리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다양한 고민거리로 머리를 싸매고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의 삶의 단면을 진솔하고 섬세하게 담아낸 만화이다. 따뜻한 감성을 지닌 승정연 작가만의 세련된 파스텔 톤의 그림과 섬세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는 단번에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며, 나와 똑같은 생각과 고민으로 점철된 캐릭터들에 저절로 몰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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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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