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양양 “멈추지 않으면, 계속 하게 됩니다”

노래로 다 풀지 못한 양양의 이야기,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렇고 그렇게 지나쳐온 일상은 뒤돌아보면 인생이 된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은 노래하고 글 쓰는 양양이 바라본 따뜻하고 쓸쓸한 일상의 이야기이다.

 

“그렇고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잘 쓰는 재주가 최곱니다.”

 

노래하고 글 쓰는 양양의 에세이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에 대해 이병률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그렇고 그런 시시한 이야기. 그건 다시 말하면 당신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은 그렇고 그렇게 지나쳐왔지만 뒤돌아보니 인생이 된 일상을 그리고 있다.

 

어디 허름한 식당 없어?
허름한 데로 가자.

허름한 것이 좋다.
허름하다는 것은 반짝반짝 새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헌것, 낡은 것, 오래되고 가난한 것은 그 시절에 더 뜨겁고 정답고 치열했을 것이다.
악착같이 서로를 나누어가며, 아껴가며, 서러움과 연민, 욕지거리와 난장과 뜨거운 눈물범벅을 꼭꼭 씹어 삼켜가며 그럼에도 내팽개치지 않은 생의 육자배기가 그곳에 있을 것이다.
겹겹이 쌓인 먼지의 시간만큼 사랑하였을 것이다. -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p.37

 

IMG_0764.jpg

 

노래로 풀지 못한 이야기

 

지난 12월 3일, 하림,이병률과 함께 독자를 만난 양양은 우선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이병률의 시 「스미다」를 소개했다.

 

책을 다시 읽어보니 식당에서 혼자 술 마시는 장면을 참 많이도 썼더라고요(웃음). 저는 이병률 시인의 「스미다」를 읽고 혼자 식당에서 술을 먹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아침에 울진에 도착해서 소주 한 병을 시키는 사람. 정말 눈물이 났을 것 같아요, 당연히. 이 시를 읽고, ‘나도 시인처럼 식당에서 술 한잔 해야지, 눈물이 나면 울기도 해야지’ 생각했고 아직까지 그렇게 당당히 살고 있습니다. 전 이게 정말 좋아요.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병을 함께 하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이병률: 혼자 있기 좋아하고 혼자서 그 많은 시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은 결국은 굉장히 강한 사람입니다. 양양 작가님은 강해지는 연습을 계속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자신을 계속 굳혀가는 과정인 거죠.


양양은 하림이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을 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양양은 지금껏 노래로 풀어내지 못했던 것을 이번 책을 통해 꺼내놓았다.

 

하림 선배는 제가 책을 쓰는데 정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 때도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제가 ‘음악으로 내 마음을 다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하림 선배가 갑자기 쓰다만 노트를 꺼내더니 앞의 것은 찢어버리고, 거기에 ‘노래로 풀 수 없는 이야기’라고 썼습니다. 그 노트를 제게 주면서, “노래로 풀 수 없으면 글로 써봐라”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림: 양양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세상에 아름다운 단어가 정말 많은데, 노래로 풀어내기가 어렵다는 거였죠.

 

짧은 3분 안에 제 것을 꺼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간이 있었어요. 이번에 글로 풀어보니까, 다른 것이 있긴 있더라고요. ‘어디에서 술 먹으면서 울었다’, ‘어디 가서 생면부지의 남자와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이런 이야기를 아직은 노래로 풀기 어려운데, 글로는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책을 내서 즐겁고 시원한 마음이에요.

 

양양은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의 출간과 함께 같은 제목의 앨범을 발매했다. 책과 음악을 함께 놓아두고 싶었다는 양양은 이번 행사에서 그 앨범에 수록된 ‘노래는’, ‘우린 참 비슷한 사람’등을 불렀다.

 

양양, 하림, 이병률은 모두 여행을 좋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행사 바로 다음날 사이판을 간다는 하림은 이번 여행이 삶의 균형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마음과 몸의 온도, 심각하지 않은 것과 심각한 것의 온도를 맞추고 싶었다.

 

하림: 계속 열심히 음악하고, 늘 여러 복잡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는데요. 문득, ‘이 모든 걸 다 빼고 나면 나는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침에 어떤 컨디션으로 일어나는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지금 내 발에서 냄새가 나는지, 내 옷은 내 몸에 얼마나 편한지.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게 멋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휴양지로 놀러가자” 제안 하면 “몽골 사막의 별을 본 적 있어? 그런 데를 가야지” 말하곤 했는데, 갑자기 ‘아, 뭔가 균형을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의 온도와 몸의 온도, 심각하지 않은 것과 심각한 것의 온도가 맞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이판에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어요. 그게 내일이고… 친구들한테 자랑했어요. 나도 누워서 주스 마실거야, 별 모양 선글라스 끼고.

 

IMG_0794.jpg

 

독자와의 질의응답

 

책에 나오는 ‘두점박이 사슴벌레’는 어디에 있나요?

 

신촌에 있습니다. 찾아가는 방법은 책에 잘 써두었으니, 그렇게 가시면 돼요.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두점박이 사슴벌레의 위치를 물으시는데, 처음엔 신나서 ‘여기에요!’ 알려드리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자리가 없을까 봐… 슬슬 걱정이 되네요(웃음).

 

당신도 나처럼 어느 날에 갑자기 세상만사 지긋지긋하여 멀미가 나거나 지하철이 운명처럼 거기에 멈추어 선다면 두점박이 사슴벌레를 찾아가기 바란다. 거기에 가면 취한 사람들이 있다. 절망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고, 행복에 취하고, 고독에 취하고, 우정에 취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가 있다. 평생에 언제 만날까 싶은 사람들이 머리를 모으고 앉아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런데, 다 그렇지 뭐, 하고 있다. 그날에는 내가 김씨 아저씨고, 당신이 박군이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p. 158

 

책 제목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제목은 직접 지으신 것인가요?

 

제목은 출판사에서 정했는데, 저는 처음에 이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나 별로 쓸쓸하지 않은데, 이거 제목이 너무 쓸쓸한데… 마지막까지 이런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겨울이 오면서 ‘아, 맞구나. 나 쓸쓸한 거 맞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모두 쓸쓸한 것…맞아요, 다들 조금씩 쓸쓸하죠. 쓸쓸해서 못 견디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모두 쓸쓸하고, 고독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즐겁기도 한 존재죠. 그런데 제 글이… 쓸쓸했나요?

 

이병률: 쓸쓸하죠. 참고로 제목은 제가 지었습니다.

 

하림: 쓸쓸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홍대에 있을 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작업실을 집 주변으로 옮기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나중에는 혼자 있는 게 습관이 되어서 감정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러던 중 친구가 찾아와서 잘 놀다가 돌아갔어요. 근데 친구가 돌아간 그 때, 정말 쓸쓸해지더군요. 마찬가지로 책에 소소한 행복과 좋은 감정들이 나오는데, 이런 걸 느낄 때 역설적으로 쓸쓸해지는 것 같습니다.

 

책에 수록된 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내 마음이 가장 잘 전달되었다 싶은 글을 뽑는다면?

 

「두점박이 사슴벌레」는 제가 그 곳을 정말 좋아하고, 생각만으로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 곳이기 때문에 쓰면서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또 조카 이야기를 담은 「나의 꼬마에게」는 파주 어느 카페에서 쓴 글인데 쓰면서 펑펑 울어서 기억에 나요. 조카에게 너무 미안해서, 저를 업어 키운 이모들의 사랑이 새삼 느껴져서 울었어요. 글을 쓰고 조카를 만나서 정말 온 마음으로 잘해주었던 것 같아요. 「상담원과의 통화」는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지만, 쓰면서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걱정했어요. 혹시 독자들이 ‘전화를 그냥 끊으면 되지, 뭘 다 받아주나’ 생각하시지는 않을까. 그런데 독자 분들이 이 글을 가장 많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양양 작가님은 20대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책을 보고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제게 스물 다섯 살은 내일 눈뜨기가 무섭게 느껴지는 시기였습니다. 음악을 하려고 계속 기타를 치고, 노래를 만들면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노래해야 하지? 어떻게 이걸 보여줘야 하지? 스물 다섯이라 하면 가장 힘이 넘치고 열정적인 나이일 수 있겠지만, 제게는 그 때가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기였습니다. 그저 계속 기타치고, 노래 부르고, 데모 만들고 했어요. ‘마음에 들 때까지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테이프에 녹음하고, 들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녹음하고 또 들어보고. 그렇게 1년을 보냈습니다.

 

이병률: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제일 간절했던 시기이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 때가 양양 작가님이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음악으로 전향하면서 독학하시던 때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내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낼 수 있을까? 불확실한 시기를 체한 기분으로 보내시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서울 정도의 심정을 정말 처음으로 느껴봤죠. 별다른 건 없었고 그저 계속 노래하고, 노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늦었지만 정말 계속 노래하게 되었고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멈추지만 않으면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 되건 안되건 상관없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계속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img_book_bot.jpg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양양 저 | 달
오늘도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출근길 지하철, 퇴근길 버스 안,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그러다 어깨를 스치면 마주치는 날선 시선들도 이내 다른 곳을 향해 재빨리 흩어진다. 지금 우리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호기심을 넘어서 용기를 조금 낸다면, 당신과 서로 마주할 수 방법을 것을 저자 양양은 알고 있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은 사람들의 주변을 서성이며 닫힌 그들의 창문이 언젠가를 열리기를 기다렸던 당신이 이야기이며 우리와 비슷해서 손내밀고 싶은 또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추천 기사]


- 유홍준 “도래인은 우리나라 사람 아닌 이민 개척에 성공한 일본인”
- 김연수 작가가 말하는 『소설가의 일』
- 서수민 “예능PD가 되고 싶다면 스토리텔링을 잘해라”
- 김봉현 김경주 북콘서트, 학원 폭력을 말하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노지은

사람을 지향하는 사람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양양> 저13,320원(10% + 5%)

기적 같은 하루하루, 당신과 내가 시의 배경이 되고 노래의 주인공이 된다 오늘도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출근길 지하철, 퇴근길 버스 안,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그러다 어깨를 스치면 마주치는 날선 시선들도 이내 다른 곳을 향해 재빨리 흩어진다. 지금 우리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이 세계가 멸망할지라도, 우리는 함께 할 테니

사랑은 우리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든다. 그래서일까. 최진영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사랑과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전쟁, 빈부격차 등 직면해야 할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속에 남아 있는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2024년 올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집 중 하나.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 켄 리우의 단편집

『종이 동물원』 작가 켄 로우가 다시 한번 독보적인 13편의 단편소설로 돌아왔다. 다양한 주제와 강렬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중국의 당나라 시대부터 근미래의 우주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기상천외하고 대담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강렬한 표제작 「은랑전」은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

고객의 행동을 읽어라!

침대 회사 시몬스를 ‘침대를 빼고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로 이끈 김성준 부사장의 전략을 담았다.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심리를 유추해 트렌드를 만든 12가지 비밀 코드를 공개한다. 알리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게 만드는 열광하는 브랜드의 비밀을 만나보자.

우리의 세계를 만든 유목민들의 역사

세계사에서 유목민은 야만인 혹은 미개한 종족으로 그려져 왔으며 역사 속에서 배제되어 왔다. 이 책은 정착민 중심의 세계사에 가려져왔던 절반의 인류사를 들여다본다. 대륙을 방랑하며,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며, 문명과 문명 사이 연결고리가 된 유목민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울림을 준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