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노브레이크>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가치 있다
김제동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 6 기자간담회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가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다음 달 4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일찌감치 전회 전석이 매진된 상태. 이후 이어지는 공연은 전국 12개 도시를 무대로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
김제동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공연 200회 돌파
2009년 12월 대학로의 소극장을 시작으로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관객들과 소통해 온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가 새로운 시즌으로 찾아왔다. 197회 공연, 누적 관객 21만 여명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지난 5년간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는 벅찬 사랑을 받아왔다. 12월 4일부터 21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서울 공연은 전회 전석이 매진되었을 정도다.
좀처럼 ‘제동’걸리지 않는 재치 있는 입담, 허를 찌르는 예리한 시각과 순발력,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소탈함은 김제동만이, 그리고 그의 토크콘서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긴 시간 <노브레이크>가 변함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든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든 모든 이야기를 끌어안으면서 그 안의 사람을 다독여주는, 사람의 온도와 냄새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김제동은 평범한 서민들을 위해 기꺼이 광대가 되었고 그들의 입을 대신해 세상을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브레이크>의 여섯 번째 시즌을 진행하며 공연 200회를 맞는 김제동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동안 저에게 200번이나 좋은 풍경을 보여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는데 정말 장관이이에요. <노브레이크>를 완성시킬 수 있었던 건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는 말하는 사람이고, 말한다는 것의 전제는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요. 마이크를 들고 말하는 사회자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것이 <노브레이크>가 시작된 이유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공연이 사랑받아온 이유에 대해 ‘불가사의하다’는 말로 겸허하게 답했다. 자신의 역량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시대’가 낳은 결과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은 본래 우리 안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는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사회자는 무당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변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편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쪽이 됐든 억울한 이야기가 있다면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도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잖아요. 자기만 알고 있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죠. 마이크를 들고 있을 때 제 목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슬픈 이야기도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기쁜 이야기는 더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슬픔과 기쁨으로 나눌 수 없는 이야기는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새롭고 가치 있다
김제동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에서는 공연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 무대 위의 김제동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의 이야기를 무대 가운데로 끌어올린다. 그 순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제동은 관객이 있기에 <노브레이크> 공연이 늘 새로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죠. 새로운 이야기와 유머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저에게 있었던 일들을 재구성하기도 하고, 주변의 많은 분들과 대화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개발해 내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그래도 새로운 무언가가 없다면, 저는 그냥 그 날의 관객들을 믿습니다. 공연 초반에 30분이 넘도록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그 분들이 늘 새롭기 때문에 <노브레이크>의 이야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이야기가 새로워지기도 하고요.”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일들에 대한 것이다. 크고 작은 감정과 사건들이 한 데 뒤섞여 보여주는 것은 오늘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얼굴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가 조명되길 바라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힘 있는 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힘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노브레이크>에서 했던 이야기들은 모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셜테이너를 대표하는 방송인으로 평가받는 만큼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에는 사회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사건에 대한 신랄한 비평이 빠지지 않는다. 관객의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지점이지만 그는 “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의 이야기를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정치 풍자를 할 때는 조마조마한 마음도 드는데요. 좌나 우, 진보나 보수에 편향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기계적 중립에 서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면 제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그건 그냥 토크 콘서트이지 김제동 토크 콘서트는 아니잖아요. 다만 제 논리나 제 말 앞에 누군가를 굴복시키려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가 깊은 상처를 남긴 만큼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노브레이크>의 무대에 오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질문들과 답변이 이어졌다.
“세월호가 사라졌고 배에 타고 있던 아이들과 선생님과 노부부가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분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 이야기를 기억해 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렇게 한다고 그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냐는 얘기죠.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기억하고, 되새기고, 그 사람들을 아직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의 슬픔에 동참해야 될 의무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것에 동참해야 된다고 이야기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것은 각자의 판단이기 때문이죠. 단지 저는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그렇게 하는 것이 제가 편할 것 같아서 그런 거고요.”
<노브레이크> 시즌 6가 이전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 김제동은 “핵심에 더 치중하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밝히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세운 원칙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브레이크>의 핵심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 그 핵심에 조금 더 치중하자고 생각했고요. 무엇을 더하기보다는 걷어내자는 것이 시즌 6의 목표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미건조하고 밋밋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투박한 원형성에 더 집중해야 될 것 같았어요. 최대한 많은 것을 정해놓지 않고 진행한다는 게 이번 시즌의 원칙이라면 원칙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웃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떤 권력도 비판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초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에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토크쇼, 김제동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 6는 다음 달 4일 백암아트홀에서 시작된다. 21일까지 예정된 서울 공연은 이미 전회 매진되었지만 내년 3월까지 전주, 대구, 창원, 광주, 청주, 울산, 성남, 부산, 대전, 인천, 제주 등 12개 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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