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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위해 몸과 마음의 공간을 늘리며

마음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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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나 생각뿐 아니라 몸도 아기를 위한 공간을 넓히기 위해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이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집에 돌아와 튼살 크림을 바르면서 아가, 하고 불러봤다. 나는 더 뚱뚱해져도 좋으니 마음껏 자라렴. 말라깽이의 시절은 추억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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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믿어지지 않지만,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말라깽이였다. 키는 지금과 비슷한데 몸무게가 40킬로그램 중반 대여서 그때의 사진을 보면 어딘가 뾰족한(턱도 뾰족, 어깨도 뾰족) 아이가 서 있다. 살이 붙기 시작한 건 고3 때, 처음으로 50킬로그램을 넘었다. 그 뒤로는 나날이 창대해져 남부럽지 않은 모습이 되었지만, 내게도 25사이즈의 청바지를 입던 시절이 있었다(결국 이런 말을 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임신 뒤 병원에 갈 때마다 혈압과 몸무게를 쟀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의사는 처음부터 애기 낳고 살 빼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젊은 산모들과 다를 수밖에 없으니 관리하면서 가자고 당부했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다짐과 달리 배는 훅훅 나오고 몸은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졌다. 늘어난 몸무게를 확인하는 게 두려워서 병원에 가는 날은 식사를 거르고 갔는데도(병원에서 나온 뒤에 포식을 했으니 사실은 거른 게 아니라 뒤로 미룬 게 맞다) 몸무게 증가 그래프의 변화를 완화시킬 수는 없었다. 먹는 입덧이 시작되면서 공복을 참지 못해 과일은 물론 빵까지 챙겨 다녔다.


차트를 받으면 의사는 아직 이렇게 늘어날 때 아니에요, 이러다 몸무게 앞의 숫자 두 번 바뀌어요, 하면서 막 웃었다. 그 이야기를 옆 사람에게 전했더니, 웃으면서 할 이야기가 아니라며 정색했다.
 
14주가 되면서 아랫배의 통증이 심해졌다. 배 전체를 콕콕 찌르는데 심할 때는 칼로 베면 이런 느낌이 나려나 싶을 정도로 아팠다. 아직 안정기에 접어든 게 아니라서 걱정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자궁이 커지느라 생기는 통증이라고 했다. 초음파 사진 속의 아기는 눈사람처럼 둥근 모양새였고 팔을 마구 휘저었다.

 

마음이나 생각뿐 아니라 몸도 아기를 위한 공간을 넓히기 위해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이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집에 돌아와 튼살 크림을 바르면서 아가, 하고 불러봤다. 나는 더 뚱뚱해져도 좋으니 마음껏 자라렴. 말라깽이의 시절은 추억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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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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