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나에게 서재란, 일하는 방”
책을 들고 다니며 시시로 읽는 편이에요
올해 여름에 단편을 쓸지, 산문집을 쓸지 고민 중이에요. 이야기와 기억에 관한 책들을 두서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읽으려고 합니다.
시간을 정해두고 읽기보다는, 책을 들고 다니며 시시로 읽는 편이에요. 바쁠 때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면서, 잠들기 전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읽고, 시간이 길게 나는 날에는 차분히 오래 읽곤 합니다.
1년 반 정도 써온 작업실이 있는데, 아주 작고 조용한 공간이에요. 이 공간이 있어서 최근작인 『소년이 온다』를 쓸 수 있었어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거나 의식해야 했다면 1년 동안 그렇게 몰두해서 완성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저에게 서재란, ‘일하는 방’이라고 소박하게 이름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년이 온다』는 오월 광주를 다룬 소설이기 때문에, 그 안에 담겨 있는 잔혹과 폭력을 맞대면하고 응시해야 했어요. 하지만 그 잔혹과 폭력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어요. 그것을 어떻게든 꿰뚫고 가 마침내 어떤 간절함과 진심에 이르려고 마음을 다해 손을 뻗는 소설이라는 고백을 드리고 싶어요.
올해 여름에 단편을 쓸지, 산문집을 쓸지 고민 중이에요. 이야기와 기억에 관한 책들을 두서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읽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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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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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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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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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저/이현경 역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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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산드라 블록/George Clooney | 워너브러더스
춤추는 여자들의 몸, 그리고 우주에서 보는 푸른 지구. 비슷한 시기에 본 영화들이 아닌데도, 마치 형제처럼 연결된 슬픔으로 기억된다.
Pina(피나)
Pina Bausch
춤추는 여자들의 몸, 그리고 우주에서 보는 푸른 지구. 비슷한 시기에 본 영화들이 아닌데도, 마치 형제처럼 연결된 슬픔으로 기억된다.
관련태그: 한강, 소년이 온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희랍어 시간, 고도를 기다리며, 그래비티,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금오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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