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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태양으로 살아야 하는 법칙

우리는 누구나 비범한 인물이 되고 싶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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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수백 가지 위대한 업적을 한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실패한다면 얼마든지 죄를 짓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자기흐름을 살펴보세요. 진정한 자존심은 올가미가 아니라 월계관이지 않을까요?

마음을 크게 갖고 무서움을 좀 버리십시오. 위대한 실행이 임박하자 겁이 나십니까? 아니요, 이럴 때 겁을 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일단 그런 걸음을 내디뎠다면 힘을 내셔야지요. 이건 이미 정의의 문제입니다. 자, 이제 정의가 요구하는 것을 실행하십시오. 선생이 믿지 않으신다는 것쯤은 압니다만, 그래도 틀림없이 삶이 끝까지 이끌고 갈 겁니다. 나중에는 스스로 좋아하시게 될 테고요. 지금 선생에게는 오직 공기가 필요할 따름입니다, 공기, 공기가!   ( - 『죄와 벌』 中)

 

 

해로운 존재, 이(蝨)


트롤리 딜레마가 있습니다. 트롤리가 달리는 선로에는 5명이 있고 다른 선로에는 1명의 인부가 있습니다. 이럴 때 바른 마음은 무엇일까요? 비상 레버를 당겨서 선로를 바꿔 5명을 살려야 할까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로쟈는 나폴레옹으로 응답합니다. 그는 인간을 자연의 법칙에 따라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눕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며 항상 현재의 주인으로 살고자 합니다. 반면에 비범한 사람들은 전부 법률을 넘어서는 자들이며 그 능력에 따라 파괴자이거나 그런 경향이 있는 미래의 주인으로 세계를 움직이고 목표를 향해 이끌고 갑니다.


그는 비상 레버를 당겨서 기차의 선로를 변경하여 1명이 죽는 선택을 합니다. 그는 전당포 노파에 대한 무한한 혐오감을 감당할 수 없어 그녀를 죽였습니다. 그와 노파의 거리는  730 걸음입니다. 730 걸음을 걷고 나면 노파가 가진 돈으로 수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인 노파는 정작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노파는 그저 허상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는 병든 노파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갉아먹는 해로운 존재, 이(蝨)만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죽음으로 백 개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정의감으로 도끼보다 더 날카로운 양심을 휘둘렀습니다.

 

비범한 사람들의 법칙


사람들은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냥 가난한 정도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극빈한 상태라면 범죄가 되지 않을까요? 꼭 그가 아니더라도 극빈(죄)해서 살인(범죄)하는 비율이 높지 않을까요? 범죄에 있어서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를 정상적으로 만든다면 모든 범죄가 한꺼번에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더 이상 저항할 목적이 없어지면 모두가 올바른 인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는 온갖 난동과 범죄를 저지를 있는 단지 그럴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럴 만한 온전한 권리를 가진 어떤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비범한 사람이며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는 한 오로지 자신의 사상을 실행합니다. 자신의 이념을 위해 시체라도, 피라도 뛰어넘어야 한다면 양심에 따라 스스로 피를 넘었습니다. 이것이 비범한 사람들의 법칙 즉, 어느 누구도 생각도 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감행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옳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죄책감은 있다고 하더라도 수치심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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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 산맥을 건너는 나폴레옹`(1805). [사진=위키디피아]

 

태양이 되어야지요


그런데 그가 사랑했던 소냐가 특수한 청결(매춘)으로 돈을 벌면서도, 그녀가 시궁창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런 짓으로는 아무도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그녀의 내면에는 치욕과 저급함과 반대되는 성스러운 감정들이 섞여 있는 것인지 그는 의아했습니다. 그녀는 미치거나 혹은 자신의 삶을 끝내지도 않았습니다.

 

 이토록 무서운 일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더 정당하고 이성적인 일인데 그녀는 이 모두가 하느님이 그런 무서운 일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은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온갖 위협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온전했습니다.


그는 양심에 따라 피를 허용했습니다. 어쩌면 그의 죄는 합법적으로 유혈을 허용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여 광신적인지 모릅니다. 적어도 양심이 있는 자라고 한다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괴로워해야 합니다. 이것이 곧 벌(罰)입니다. 그가 스스로를 미학적인 이(蝨)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생각은 왜 자살하지 않았을까? 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섭리를 알 수 없으나 자신의 결정으로 심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그녀의 신념이 이제 그의 신념이 되었습니다. 혹은 삶을 하찮게 여기지 말라는 다음과 같은 뭔가 새로운 이야기 때문입니다. 즉,

 

태양은 무엇보다도 태양이 되어야지요.

 


진정한 자존심


그는 시베리아 유형살이를 하면서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속죄했습니다. 새로운 삶이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그러려면 위대한 업적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7년을 7일처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니체는『선악을 넘어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신에게 시련을 주어라. 아무도 모르는, 오직 증인이라고는 자신뿐인 시련을. 이를테면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곳에서 정직하게 산다, 혼자 있는 경우라도 예의바르게 행동한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티끌만큼의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 그 수많은 시련을 이겨냈을 때 스스로를 다시 평가하고, 자신이 고상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사람은 진정한 자존심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은 강력한 자신감을 선사한다. 그것이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우리는 누구나 비범한 인물이 되고 싶을 것입니다.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항상 부족하여 주어진 운명보다는 모든 것이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형식입니다. 만약에 수백 가지 위대한 업적을 한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실패한다면 얼마든지 죄를 짓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자기흐름을 살펴보세요. 진정한 자존심은 올가미가 아니라 월계관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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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도스토예프스키 저/김연경 역 | 민음사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선고에 이은 8년간의 유형 생활 후 두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전작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 싹튼 새로운 ‘인물 유형’과 소설 기법이 바로 이 소설에서 만개하여,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심리가 낱낱이 파헤쳐진다. 작가 스스로 『죄와 벌』은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라고 밝혔듯, 죄와 속죄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이 팽팽하게 갈등하고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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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재청(서평가)

책만 보는 바보. 그래서 내가 나의 벗이 되어 오우아(吾友我)을 마주하게 되지만 읽은 책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때만큼은 진짜 외롭지 않아!

  •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저/<채수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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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죄와 벌 (상)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홍대화>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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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죄와 벌 (하)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홍대화>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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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죄와 벌 1 <도스토예프스키> 저/<김연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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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죄와 벌 2 <도스토예프스키> 저/<김연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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