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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멸종은 피할 수 없다

인류의 현재는 멸종의 끝과 시작, 그 어디쯤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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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진화의 처음과 끝을 만들어온 대멸종의 역사 앞에서 지금이라도 인류는 만류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인류가 어찌 보면 지구에서 잠깐, 길게 봐서 200만 년 정도 살았다가 떠난다고 해도 별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제6의 멸종이 인류와 현재의 많은 생물종을 사라지게 하더라도 지구 생태계는 보란 듯이 다시 재생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대멸종과 그 결과는 인류가 만들어 놓은 문명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고 인류만 사라지면 몇 만 년 혹은 몇십만 년 가지 않아 원상회복될 것이라는 메시지처럼도 보인다.

 

오히려 인류가 지배하던 시절보다 더 평화로워질 수도 있으리라. 당연한 것이 이때까지의 다섯 번의 멸종을 보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멸종이 모든 생명의 끝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극심한 멸종이었던 페름기 대멸종의 경우 모든 생물종의 95% 이상이 사라졌지만 결국 살아남은 몇 되지 않는 생물들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제6의 멸종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구가 끝장나는 것도, 생태계가 완전히 망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멸종을 불러온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물종이 지구에서 사라질 뿐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생물들이 차분히 채워나갈 것이다.


새로운 종은 어떠한 생물일까? 호사가들이 상상하듯 리자드맨(파충류인간)이 될지 아니면 <혹성탈출>에서 보듯이 다른 유인원이 될지, 그도 아니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나오는 돌고래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새롭게 지구를 지배할 생물이 인류처럼 지성을 가진 존재일지 아닐지도 알 수 없다. 혹시 인류도 운 좋게 일부 개체가 살아남으면 멸종의 운명을 피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가 자신이 만든 대멸종에서 수많은 다른 생물종을 멸종시키고 스스로는 살아남는다면 그 또한 면구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리고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언젠가 또 다시 대멸종을 일으키지 않을까?


만약 이 위기를 벗어난다면 지구의 인류는 안녕할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대륙과 바다는 지금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고, 수퍼 화산의 폭발, 시베리아 트랩 같은 대규모 분화, 대륙과 대륙의 새로운 충돌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며, 이러한 위협들은 지구에 사는 생명으로서는 지구에 월세를 지급하는 것처럼 겪어야 할 것이다. 지구의 내부에 뜨거운 핵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에 의해 맨틀의 대류가 계속되는 한 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인류가 이번 위기를 잘 넘기고 스스로 종 수준의 자살을 피할 수 있다고 멸종의 운명을 완전히 벗어날 순 없는 것이다.

 

인류의 과학이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알 수 없지만 대륙이 갈라지고 수십만 년 동안 몇천 개의 화산의 폭발하는 가운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혹은 산소 농도가 지금의 1/3 수준으로 감소하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과 관계 맺고 있는 숱한 생물들이 같이 살아남아 생태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인류가 과연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물론 이번의 위기를 벗어나면 지구로부터 오는 다음의 위기까지는 몇천 년, 혹은 몇만 년이나 몇 십만 년의 시간이 있을 것이고 그때까지 어떠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멸종


몇 번의 그런 위기를 잘 극복하면 그 때부터는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지구는 천천히 식어가고 있다. 대륙의 이동은 점점 느려지고 화산의 분화도 지진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더 이상 지구 내부의 들끓음이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의 외핵이 식어서 움직임을 멈추면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면서 주로 태양으로부터 오는 방사능은 지구를 직격할 것이고, 지구의 모든 생명은 이제와는 격이 다른 위협을 받을 것이다. 핵폭탄이 매시간 몇백 개씩 터지는 환경에 지구 전체가 노출되는 것이다.


운 좋게 그 위기를 벗어나도 지구는 태초에 예정된 파멸에 다가간다. 이번에는 태양 그 자체가 위기의 근원이다. 수소가 다 타고, 헬륨도 타고 나면 태양은 부풀어 올라 거대한 적색 거성이 될 것이고, 수성과 금성을 삼키고 마침내 지구까지 삼켜버리고 말 것이다. 지구의 생태계는 만약 그때까지 유지되고 있다면 그때 마지막 종언을 맞게 될 것이다. 그 마지막을 어떠한 생물들이 함께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만약 정말 만약, 만의 만의 하나 그때까지 운 좋게 인류가 살아남아 있다면 그리고 인류가 그럴 준비와 대책이 있다면 마침내 인류는 지구를 떠나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으로, 그리고 새로운 젊은 항성의 둘레를 도는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만 떠나서야 안 될 것이고 지구의 생태계를 이루던 수많은 생물들과 함께 이주해야 할 텐데 그것이 가능할지는 모를 일이다. 만약 정말 운 좋게 그리고 엄청난 과학기술을 가지고 떠날 수 있게 된다면 지구에서의 역사는 그들에게 어머니 행성의 길었던 과거로 기억될 것이다. 아마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 시작되는 것은 그때 쯤이리라.


하지만 지금의 대멸종 위기와 앞으로 닥칠 수많은 멸종의 위기를 벗어나 그러한 우주 인류가 된다는 것은 성경의 말처럼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힘들 것이다. 아니 그보다 만 배 이상 더 어렵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스스로의 행위로 스스로를 지우는 일, 인류 멸종omnicide만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인류가 보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우리 지구의 미래는 멀지 않은 장래에 인류와는 상관없는 길을 갈 것이다. 생명 진화의 처음과 끝을 만들어온 대멸종의 역사 앞에서 지금이라도 인류는 만류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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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김시준,김현우,박재용 등저 | MID 엠아이디
멸종이란 단 하나의 개체도 남김없이 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 전체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대멸종은 생명의 역사에서도 5번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대멸종은 진화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며 지구에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생명의 역사를 돌아보면, 지구 역사상 6번째 멸종의 방아쇠는 인류가 당기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과연 여섯 번째 멸종은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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