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예술적 순간
홍콩 피처 Artist s memory for Hong Kong
박선기, 윤종석, 이환권, 찰스장 그리고 구혜선. 한국 아티스트 5명이 기억하는 홍콩은 어떤 곳일까? 세계 미술계의 강자로 부상하는 홍콩이 스스로 미술 작품 속에 들어갔다. 그들이 전하는 아티스틱 홍콩 여행을 들어보자.
(위)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 센터에서 포즈를 취한 박선기 작가.
(아래) 박선기의 作 〈An aggregation〉, 2014
홍콩은 복잡하면서 한가롭다
박선기 Bahk Seon-ghi
2박 3일이면 충분히 이곳을 돌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착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열 번쯤 홍콩에 다녀왔는데, 이번 여행에서야 제대로 경험한 것 같네요. 저는 홍콩을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과 차로 복잡한 거리, 화려한 야경으로 기억하곤 했죠. 하지만 한적하면서도 정갈하게 정리된 공간뿐 아니라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수많은 섬과 해변도 공존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어요. 오래된 문화와 역사가 깃든 도시 곳곳의 아기자기한 상점,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대형 쇼핑몰, 아름다운 자연까지. 홍콩이 지닌 현대와 과거의 가치를 발견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을 마무리할 즈음, 밤이 되어 빛을 발하는 홍콩의 야경과 잔잔한 강의 모습은 이전에 느낄 수 없던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아, 그리고 단연 홍콩이 가진 최고의 재산은 아마도 친절한 홍콩 사람일 것입니다.
나의 작품 속 홍콩
홍콩 도심의 빌딩이 자아내는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반사되는 소재를 사용해 조명이나 보는 위치에 따라 홍콩처럼 화려함과 어두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추천 여행지
치린 비구니 사찰(Chi Lin Nunnery)과 사이쿵(Sai Kung).
박선기는 중앙대학교 조소과와 밀라노 국립미술원을 졸업했다.
2006년 김종영조각상을 수상했으며, 중국,미국,스위스 등에서2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위) 블루하우스 1층의 홍콩 고사관에서 책을 읽는 윤종석 작가.
(아래) 윤종석 作 왼쪽부터〈현실의 깊이-옷, 독수리, 별〉, 2014. 〈Bruce Lee〉, 2014.
홍콩은 짬뽕 같다
윤종석 Yoon Jong-seok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고 잊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그중 몇몇은 제 머릿속 한 부분을 자리 잡고 있을 것이기에 기억의 언저리를 더듬어봅니다. 대나무 구조물, 도심 속에 자리 잡은 거대한 나무들, 좁은 도로, 2층버스, 빨간 택시, 무수한 광고판, 통통배와 선장님, 도심과 가까운 해변, 내가 좋아하는 벤틀리, 빼곡한 아파트, 몸집이 좋은 해산물, 사람으로 가득한 야시장, 여러 인종의 사람, 다양한 음식, 허공을 맴돌던 독수리, 중국 왕관 모양의 금괴, 미술관에 놓인 촬영용 레일, 해양 전쟁 박물관의 동굴 같은 전시장, 담벼락을 타고 내려오던 굵은 나무의 뿌리, 엘리베이터, 공장 속 갤러리, 진 토닉, 빅토리아 공원의 국숫집, 화려한 듯 슬퍼 보이던 야경, 비영리 아트 센터, 가이드, 개 3마리를 산책시키던 아주머니, 공원 벤치에서 피곤한 몸을 뉘던 부부, 골목 안 찻집, 길거리의 맥주, 너무 깔끔해서 차갑게 느껴지던 사찰, 동대문과 남대문을 연상시키던 시장, 반갑던 한글 간판, 정갈해 보이던 채소 가게, 세상에서 가장 커 보이던 피자, 가스 배관, 옛날 인사동을 떠올리게 하던 골동품 가게 그리고 지도. 지금은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듯하네요.
나의 작품 속 홍콩
여행이란 각자의 일상에서 여행자가 숨은 그림을 찾는 듯, 혹은 무언가를 얻어 오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질 기억의 잔재, 그중 몇 가지를 골라 작업으로 옮겼습니다.
추천 여행지
기억에 남은 모든 곳.
윤종석은 한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아시아 지역 아트 페어에 참가했다.
(위)홍콩 섬 솅완 지역의 고층 빌딩 사이를 걷는 이환권 작가.
(아래)이환권 作 〈Hanging up the Laundry〉, 2013.
홍콩은 압축과 긴장
이 환권 Yi Hwan-kwon
홍콩은 여태껏 제가 가장 많이 여행한 나라예요. 그 때문에 홍콩에 올 때마다 추억이 하나둘씩 늘어나서, 이제는 가끔 한국의 어느 도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홍콩은 전 세계에서도 분명 도시 중의 도시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여행은 홍콩의 화려함과 미래 도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보다, 좀 더 차분하게 홍콩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기에 의미가 더 깊네요.
나의 작품 속 홍콩
저는 제 작품이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감성의 힘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홍콩의 화려한 마천루 이면의 일상은 상대적으로 더 조용하고 소박합니다. 일상의 모습은 여느 도시인의 삶과도 닮아 있고 한편으론 극적인 면을 느낄 수 있죠. 그중 피할 수 없는 ‘Rush Hour(Traffic Jam)’, ‘도시인의 고민(Where should I go)’, ‘협소한 일상(Hanging Up The Laundry)’이 작품이 되었습니다. 홍콩 사람들과 이번 작품을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추천 여행지
차 한잔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고즈넉한 소호의 찻집 티카(Teakha).
이환권은 경원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각과를 졸업했다.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독일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아트 페어에 참여했다.
(위) 그라피티 앞의 찰스장.
(아래) 찰스 장 作.왼쪽부터 〈Bh-Series(Conehead)〉, 2014.
〈Bh-Series(Police Officer)〉, 2014. 〈Bh-Series($)〉, 2014.
홍콩은 믹스(Mix)
찰 스장 Charles Jang
홍콩은 저의 청소년기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어요. 중, 고등학교 시절 홍콩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웠고, 배우들을 사모했고, 주제가를 따라부르곤 했죠.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문화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혼재되어 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한국과는 달랐죠. 과거를 사랑할 줄 알고, 미래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홍콩의 모습에 매료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홍콩의 다양한 모습 중 소호의 거리가 편하더라고요. 조용하면서도 다양한 문화가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건축 등에 스며 있고, 많은 앤티크 숍에서 홍콩의 과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콩을 여행하면서 한 번도 화를 내거나짜증을 부리는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나의 작품 속 홍콩
여행 후 돌아와서 제가 고민한 이미지를 사진으로 표현했습니다. 직접 구입한 불두(佛頭) 위에 키치스러운 액세서리를 사용해 과거와 미래, 현재가 공존하는 홍콩의 느낌을 나타냈죠.
추천 여행지
란타우 섬(Lantau Island)의 포린사(Po Lin Monastery)에 있는 거대 불상인 빅 부다(Big Buddha).
찰스장은 용인대학교 회화학과를 졸업했으며,
삼성전자, 유니클로 등 다수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그라피티 작가로도 활동한다.
(위) 구혜선은 지난해 홍콩 하버시티의 갤러리에서 자신의 개인전을 열었다.
(아래) 구혜선 作 <After image〉, 2014.
홍콩은 아트의 도시
구혜선 Ku Hye-sun
작년 여름, 전시를 위해 처음 홍콩을 방문했어요. 그때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지역에 따라 운행하는 택시의 색깔이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고 무심코 아무 택시에 탑승한 거에요. 당연히 원치 않은 곳에서 내렸죠. 그래도 낯선 곳에서 오히려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편, 제가 홍콩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곳 사람들이 미술과 굉장히 가깝게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술 작품이 언제 어디서나 아이디어 상품이나 생활용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활성화되었다는 데에 무척 놀랐죠.
나의 작품 속 홍콩
제가 홍콩에서 느낀 화려함과는 대조되는 쓸쓸함을 작품에 담고 싶었습니다. 홍콩에 고독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름다움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죠.
추천 여행지
무작정 대중교통을 타고 간 후, 기대하지 않게 마주치는 곳곳.
구혜선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영상학을 전공했다.
배우와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면서도 서울, 홍콩, 상하이 등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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