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고려진의 웹툰으로 들여다본 세상
어른, 아이의 경계선에 서 있다면
『안나라수마나라』『마음이 만든 것』, 가슴이 따뜻해지는 웹툰
현실의 어른의 굴레, 또는 추억 속 고정된 아이의 모습. 어느 한쪽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양쪽을 넘나드는 마음의 유연성을 가지면 어떨까, ‘하기 싫은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말이다. 어른아이의 경계선을 거닐고 있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말,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
얼마 전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대학생들에게 “어른이 되는 것과 아이로 남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설문조사를 했다. 어른과 아이의 삶 중 ‘어른이 되겠다’고 선택한 대학생은 54%에 그쳤다. 어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로 꼽은 ‘책임감’ 또는 ‘의무감’을 갖춘 어른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유예하고 싶은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여기서는 어른과 아이라는 경계선에서, 진정한 ‘어른’과 ‘아이’의 단상을 엿볼 수 있는 두 편의 웹툰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 : 하일권
-내용 : 가난에 쫓기며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소녀 윤아이,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1등을 유지하는 소년 나일등,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로 남고 싶어하는 마술사 류민혁의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감상 TIP: 흑백톤의 몽환적인 그림과 현실을 반영한 공감을 자아내는 대사가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의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음이 만든 것』
-작가: 정필원
-내용 : 12살의 동주는 어린나이에 엄마를 잃고 역장인 아빠와 고등학생 오빠와 살아가는 씩씩한 소녀이다. 어느 날 동주의 몸에 쫓아버릴 수 없는 분홍색 물고기가 찾아오고, 그 물고기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친구 호진이와 집을 나선다.
-감상 TIP :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 위해 누구나 겪었더 성장의 아픔을 한편의 동화같은 섬세한 그림체로 아릅답게 담았다.
엄마 : 동주야.. 엄마가 비밀하나 알려줄까?
동주 : 뭔데?
엄마 : 사실 엄마는 말야..
동주 : 바다에 사는 인어공주 였다.. 구..? 그래서 엄마가 아빠랑 결혼했기 때문에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거라고.. 그래서 많이 아픈 거라고.. 유치해. 그런거 믿을리 없잖아.
- <마음이 만든 것> 4화
어떤 어른이 되길 꿈꿨어?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이지? 정해진 나이에 취직하고 정해진 나이에 결혼하는 이미 삶의 계획표가 짜여진 어른? 그게 어떤 어른인데? 그런 맞춰진 어른이 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안나라수마나라> 21화 네가 아는 어른
철이 들지 않은 순수한 어린 아이였을 때, ‘어른’은 어떤 이미지였을까? 가장 가까운 어른인 부모님이 슈퍼맨처럼 대단해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조금 지나면, 산타클로스 같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는 시기를 지나서, 정작 어린 시절엔 공감하지 못했던 「어린왕자」를 읽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쯤엔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다. 막상 시간이 흘러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었지만, 어떤 모습이 ‘좋은 어른’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어린 시절에 생각했던 어른이라면 자연스레 할 수 일들조차 버거움을 느낄 때 특히 그렇다.
어렸을 때 아빠는 장난감을 만드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셨다. 장난감이란 건 묘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아이를 위한 것이지만 어른이 만드는 것. 아이이면서 어른인 것. 아빠는 아마도 그 묘한 속성 속에 계속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 <안나라수마나라> 3화 장난감의 속성
- <마음이 만든 것> 15화
있잖아, 엄마. 나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고 온몸에서 열이 나. 뭔가가 목구멍까지 차올라서 간신히 숨을 쉬어. 있잖아, 엄마. 나 머릿속이 뿌예져서 자꾸만 엄마가 희미해져. 아무리 닦아내도.. 엄마가 흐려. 있잖아, 엄마. 나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그래서 말야..안녕, 엄마.
때로는 어른이 된 사실을 부정하고 아이로 머물고 싶어 하기도 한다. 무겁고 진지한 현실을 대신하여 재미있고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것들을 붙잡으며 말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안정감과 스트레스 해소를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 결국엔 어른으로서 맞닥뜨려야 할 단계와 문제들을 한 계단씩 넘고, 버티고, 견뎌야 한다.
윤아이 : 아저씨처럼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수는 없어요... 왜 그렇게 철이 없어요.
마술사 : 하고 싶은 것만 하라는 게 아냐.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만큼 하고 싶은 일도 하라는 거지. 그게 사는 거잖아.
- <안나라수마나라> 9화 묻는다
포기하지 말라고. 지지말라고. 정형화된 어른이 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어떻게 살아야 인생을 잘 사는걸까? 수많은 어른들의 답이 있다. 그 질문에 철이 들지 않은 아이는 어떻게 대답할까? 그 답은 과연 틀린 답일까?
- <안나라수마나라> 26화 꽃가루 눈
살다보면, 어린 시절 마음에 품었던 어른과 현재의 내 모습이 달라져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과 내가 어린 시절 그렸던 ‘꿈의 어른’의 간격을 말이다. 그럴 때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주변에서 바라는 모습도 충족시키는 만큼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모습도 간직하며 이루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 설날이 되면 떡국을 두 세 그릇씩 먹곤 했다. 떡국 한 그릇에 한 살이라는 얘기에, 나이를 한꺼번에 많이 먹어 어른이 금방 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정작 어른이 되고 나서는, 외모든 마음이든 한 살이라도 더 어려지고 싶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어른으로서의 책임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현실의 어른의 굴레, 또는 추억 속 고정된 아이의 모습. 어느 한쪽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양쪽을 넘나드는 마음의 유연성을 가지면 어떨까, ‘하기 싫은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말이다. 어른아이의 경계선을 거닐고 있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말,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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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는 소녀감성이 있고, 익숙해진 삶의 패턴 속 에서도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인... 어쩌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는 평범한 ‘그녀’입니다. 저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의미 있게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조금씩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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