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만화가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 색?
『낭만 고양이, 인간 세상을 탐닉하다』의 저자 최동인 정혜진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카툰 에세이 지금 만화가로 산다는 것
고양이는 ‘슬그머니’라는 말이 어울리는 동물이다. 큰 소리로 짖거나 요란하게 꼬리를 흔드는 개에 비해 고양이의 행동은 고요하다. 물론 일부 고양이는 ‘개냥이’라고 불릴 만큼 외향적이기도 하다. 어쨌든 다소 싱겁다고도 느낄 만한 고양이의 반응에는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 때문에 ‘개가 좋으냐, 고양이가 좋으냐’는 답 없는 화제로 끝장토론까지 가기도 한다.
『낭만 고양이, 인간 세상을 탐닉하다』도 슬그머니 우리 곁에 다가온 책이다. 책을 쓴 최동인 작가와 정혜진 작가는 수년째 고양이와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책으로 탄생했다. 특별히 강력한 제목도, 다루는 소재가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은 글과 그림, 사진이 함께 어우러진 픽션이다. 크게 보면 단편 8편이 모인 연작 소설 형태다. 글과 구성은 최동인 작가가, 그림은 정혜진 작가가 담당했고 사진은 두 저자가 함께 찍었다. 글, 그림, 사진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두 저자가 표현하려 한 것은 인간 세상과 고양이 세상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독, 소소한 기쁨, 잔잔한 감동이 함께 녹아 있다.
술 취한 정근 씨가 골목에서 잠들자
인간의 몸을 따뜻하게 덮여주는 길고양이(114-115쪽)
고양이, 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
『낭만 고양이, 인간 세상을 탐닉하다』가 책으로 나온 사연이 특이하다고 들었습니다.
최동인 : 특이할 것까진 없고요. 블로그(//blog.naver.com/7net8net)에 '안녕 고양이'라는 만화를 업로드 했는데요. 출판사에서 만화를 보고 책을 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책은 블로그에 올렸던 ‘안녕 고양이’가 아닌 다른 내용의 ‘낭만 고양이, 인간 세상을 탐닉하다’였습니다. ‘안녕 고양이’ 출판이 미뤄지면서 연재했던 내용 중에서 『낭만 고양이, 인간 세상을 탐닉하다』로 넘어간 이야기도 있습니다.
책에 사진과 글 그림이 모두 들어가 있는데요. 어떤 게 가장 힘들었나요?
최동인 (이하 최) : 음…. 일단은 정혜진 작가가 더 힘들었을 거라고 이야기 해두겠습니다. (웃음)
정혜진 (이하 정) : 저는 그럼 최동인 작가가 더 힘들었을 거라고 이야기를…. (웃음)
최: 어떤 게 더 힘들었다기보다는 각자가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걸 했습니다. 저는 글 쓰는 게 즐거웠고, 정혜진 작가는 그림을 즐겁게 그렸습니다. 즐겁게 작업했고 힘든 것도 각자의 상황에서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글과 그림은 창작자가 오롯이 통제할 수 있다고 쳐도, 고양이를 담는 사진은 찍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정 : 현재 고양이와 살고 있는데, 예전부터 사진을 쭉 찍어 와서 그런지 고양이 사진은 많았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사진 때문에 힘든 건 없었어요. 고양이를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열심히 찍어 두고 있어요.
최 : 정혜진 작가 말처럼 이번 작업은 준비된 사진이 많았습니다. 만화 작업을 하고 이야기에 필요해서 사진을 찍은 경우도 있지만, 원래 있던 사진으로부터 이야기가 나온 것도 있었죠. 예를 들어 이야기 여덟 ‘반짝반짝’은 골목에서 만난 개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저 개는 누굴 기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의 구상을 시작했거든요. 정작 사진은 책에서 빠졌습니다.
ⓒ최동인 정혜진
고양이에 언제부터 관심이 생겼나요?
정 : 가족과 함께 살 때는,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없었어요. 독립하고 나서 동물이랑 함께 살아볼까 생각을 했어요. 강아지가 좋을까, 패럿이 좋을까 고민도 하고, 그때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애완동물이란 생각을 했고, 함께 살아가기보다는 키운다는 생각을 할 때였죠. 그렇게 어떤 동물을 키울까 생각하던 어느 날, 어느 순간 고양이가 마음에 다가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해서 십수 년 정도를 함께 살았는데 지금은 4마리 고양이 함께 살고 있어요.
최 : 저는 2006년부터 고양이랑 함께 살기 시작했죠. 고양이 이름이 “용이” 인데 용이랑 지금도 같이 잘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현실과 섞인 허구인가요?
최 : 일곱 번째 이야기 “진우는 사진이다”에서 진우가 제 얘기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계세요. 진우 이야기에서 제 마음이 들어 있기도 하고 제가 만난 사진가의 이야기가 들어 있기도 하고요. 직업병처럼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는 버릇이 있는데, 어쩌면 제가 만난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우는 사진이다”는 질문처럼 현실과 섞인 허구가 맞겠네요. 몇 편은 완전히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입니다.
정 : 제 동생의 어릴 때 꿈 이야기가 세 번째 이야기 “오늘도 정근 씨는 달린다”에 정근 씨 꿈 중 하나로 들어갔어요.
전작이 『용산 개 방실이』였잖아요. 동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가 있을까요?
정 : 처음 제가 시작했던 만화의 주인공이 고양이였고, 지금은 제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잘 그릴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게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예요.
최 : 정혜진 작가처럼 저도 동물을 좋아하고 지금은 고양이랑 살고 있어서 그런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동물 이야기네요. 그리고 반려동물들은 사람과 같이 살아가니까 자연스럽게 사람의 이야기를 쓰게 되고요.
즐겁게 읽으면 더는 바랄 게 없어
단편 8편이 모인 연작 소설 느낌의 책입니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들었나요?
최 : 여운이 있는 에세이나 시를 생각하고 작업을 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에서 갈등이 촘촘하게 들어가지는 않고 생략했는데도, 보이는, 그래서 보는 사람이 나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데 이야기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정 : 그래서 그림에 색을 입힐 때도 잔잔한 이야기 톤에 맞춰서 작업했어요. 사진도 마음에 들어서 넣었다가 전체 톤에 안 맞아서 빼기도 했고요.
『낭만 고양이, 인간 세상을 탐닉하다』가 삭막한 도시 속 인간과 고양이의 삶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전작도 ‘용산’이라는 시사적인 주제를 다뤘는데요. 주제 선정을 할 때 사회적인 메시지도 고려하는 편인가요?
최 : 하고 싶은 이야기, 잘 아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요즘 준비하는 이야기들이 길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와 자기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기이거든요. 시사적인 주제나 사회적인 메시지는 이야기의 방향에 따라 나올 때 되면 자연스럽게 나오리라 생각해요. 이야기보다 메시지를 먼저 앞에 세우고 싶지는 않아요.
독자가 어떻게 읽었으면 하나요?
정 : 책을 보고 아는 선배는 블루라고 하더라고요. 들어가면 끝을 알 수 없는 깊을 것 같은 짙은 바다처럼 차분해지고 때로는 우울해진다면서요. 이야기가 유쾌하면서 즐거울 거로 생각했다가 놀랐나 봐요. 그래도 그 속에서 따뜻함을 느꼈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행복할 때가 많았어요. 독자들도 보시면서 그 행복을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 :재미있게 읽어 주시면 더는 바랄게 없습니다.
어떤 계기로 두 분이 함께 작업하게 됐나요?
최 : 책 앞날개에 있는 프로필에 있듯, 정혜진 작가가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죠. (웃음)
정 : 회사를 관두고 뭘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최동인 작가가 제가 고양이랑 살고 있으니까 잘 아는 고양이 만화를 그려 보라고 제안했어요. 만화를? 처음엔 뜬금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영상 쪽 일을 직업으로 10년 넘게 꽤 오래 했고 만화 쪽은 전혀 몰랐거든요. 어릴 때 꿈이긴 했지만 아는 게 전혀 없었죠. 최동인 작가의 계속되는 권유와 도움으로 ‘안녕 고양이’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안녕 고양이 이후에 계속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만화가로 산다는 의미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평하세요 ?
최 : 정혜진 작가는 작업을 즐겁게 하는 게 제일 큰 장점이고요. 점점 만화가의 빛이 나고 있습니다.
정 : 제가 스쳐 지나치는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주는 사람? 그리고 만화 선생님?
동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두 사람은 모두 동물을 좋아하잖아요.
정 : 제 주변엔 없어요.
최 : 저도요~
정혜진 작가는 ‘칠렐레 팔렐레’. 최동인 작가는 ‘달커피’를 닉네임으로 사용합니다. 닉네임에 담긴 의미는?
정 : 칠렐레 팔렐레, 즐겁게 살자는 의미로 쓰고 있어요.
최 : 저는 달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해서, 달커피로 했습니다.
전업 작가로 산다는 건 어떤가요.
정 : 그리는 일은 즐거운데. 금전적으로 힘들 때도 자주 있어요. 앞으로 책을 쓰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은 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네요.
최 : 힘들어요. (웃음) 책만 써서 생활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안녕 고양이’ 외에도 앞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공개해 주세요.
최: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안녕~고양이’를 다시 연재할 예정이고요. 웹툰으로 준비 중인 이야기가 두 편 있습니다. 이번엔 바로 책으로 내지 않고 연재를 하고 책을 내보려고요. 주인공은 역시 고양이와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한편은 고양이와 사람들 그리고 사진 이야기이고, 한편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에 뿌리를 둔 판타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는 이야기를 촘촘히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이야기 셋 ‘오늘도 정근 씨는 달린다’에서 여러 사람의 꿈이 등장하는데요. 혹시 꿈이 있다면?
정: 이번에 두 번째 책을 내면서 만화가로 산다는 것도 재미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동물, 사람들과 함께 살고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그리고 싶고, 세 번째 네 번째 책을 쭉 내서 독자 분들을 계속 만나고 싶어요.
최 : 책 내는 걸로만 생활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요. 책만 써서 생활할 수 있는 게 꿈입니다. 당장은 올해는 작업이랑 상관없는 일을 차츰 줄이는 게 목표고요. 정혜진 작가랑 함께 계속 사진 찍고, 이야기 쓰고, 그림 그리고 해야죠. 그리고 이사 그만 다니고 조그맣게라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마당에 고양이 밥집 차려 놓고 고양이들이 오며 가며 편하게 밥 먹을 수 있는 고양이 식당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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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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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고 느껴진 순간,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산책하는 고양이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카툰 에세이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외롭고 상처받은 사람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고양이가 만들어내는 감동의 드라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네, 이곳의 고양이는 매일 이곳저곳을 산책하며 사람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