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며, 문득 떠나고 싶었던 시인
『당신이 사는 달』 이은경 김영사on 편집자 어느 손글씨, 손그림보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
권대웅 시인의 신작 『당신이 사는 달』은 1년간 시인이 달을 보며 쓴 시와 산문, 그리고 사진의 기록이다. 페이스북에서 먼저 연재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달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모든 책에는 첫 번째 독자가 있습니다. ‘책의 또 다른 작가’로 불리는 편집자가 바로 그 행운의 주인공입니다. 저자의 좋은 글을 발견하고 엮어 독자에게 소개하는 편집자들을 <채널예스>가 만나봅니다. 저자와의 특별한 인연, 책이 엮이기까지의 후일담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
시인 권대웅은 달을 ‘거울’로 생각한다. 그는 ‘달’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바라보는 법과 고단하게 펼쳐지는 인생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를 살펴본다. 달의 위로를 나누고 싶어 직접 쓰고 그린 달詩는 권대웅 시인의 페이스북에서 큰 공감을 얻었고, 에세이집 『당신이 사는 달』로 탄생했다. 책에는 달에서 길어 올린 시와 산문, 사진이 실렸다.
『당신이 사는 달』을 읽다 보면, 문득 내가 달을 본 날이 언제인지 떠올리게 된다. 묵묵히 자신의 밝기를 조절하며 사람들을 바라보는 달. 언제나 둥근 달은 뾰족한 사람들의 마음에 부드러운 빛을 선물한다. 달을 보며 울컥울컥, 와락, 문득, 화들짝 떠나고 싶었다는 권대웅 시인. 달을 보고 사는 삶은 어떻게 다를지, 독자들은 궁금해진다.
달은 참 좋은 에너지다. 언제나 따뜻하고 밝고 환하고 둥글다. 그런 달의 기운을 받고 또 나누고 싶었다. 선물하고 싶었다. 조금 외롭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당신의 달을. 일 년 동안 쓰고 그린 달詩와 손으로 꾹꾹 눌러쓴 달 글씨들을 당신에게 바친다. 이 책에 담긴 달의 이야기를 읽은 당신에게 행운이 오리라. 그동안 당신이 품고 그리고 꿈꾸었던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 작가의 말 中
사람들은 왜 달시에 환호했을까
지난해 10월, 이은경 편집자는 권대웅 시인이 1년 남짓 쓴 달시의 원고뭉치를 받았다.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연재하듯 원고가 쌓여져 있었기 때문에 편집은 수월했다. 다만, 한 가지 부담이 있었다. 권대웅 시인은 ‘마음의 숲’ 출판사 대표이면서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하루』의 저자, 수많은 페친 인맥을 자랑하는 인기 작가였기 때문이다.
“권대웅 작가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부담이 많이 됐어요. 하지만 달보다는 태양을 닮은 듯한 목소리와 발걸음에서 에너지가 넘쳤고, 상대방을 위한 우스갯소리로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었어요(웃음). 그런 이유 때문인지, 수많은 지인을 두고 있어 말 그대로 미친 인맥을 자랑하고 있는 저자였죠. 왜 이렇게 주변에 사람들이 모일까? 하는 궁금증은 책을 펴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한 분이시거든요.”
이은경 편집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책에 대한 권대웅 시인의 마음이었다. 권 시인은 『당신이 사는 달』을 출간하고 시화전을 열어, 그림을 판매한 수익금을 달동네에 기부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달시에서 느껴졌던 어려움과 괴로움을 살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권대웅 저자에게 오래 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당신이 사는 달』을 책으로 만들며, 이은경 편집자는 ‘달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이렇게 많았나?’ 자문해보았다. 시 「당신과 살던 집」을 처음 읽었을 때는 한창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인기를 누릴 무렵. 드라마보다 1,2년은 먼저 써놓은 시인데, 내용이 마치 천송이(전지현)와 도민준(김수현)이 헤어졌을 때의 이야기와 똑 닮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신과 살던 집
길모퉁이를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햇빛에 꽃잎이 열리려고 하는 순간
기억날 때가 있다
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
하늘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어떡하지 그만 깜빡 잊고
여기서 이렇게 올망졸망
나팔꽃 씨앗 같은 아이들 낳아버렸는데
갈 수 없는 당신 집 와락 생각날 때가 있다.
햇빛에 눈부셔 자꾸만 눈물이 날 때
갑자기 뒤돌아보고 싶어질 때
노을이 붕붕 울어댈 때
순간, 불현듯, 화들짝,
지금 이 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억과 공간의 갈피가 접혔다 펴지는 순간
그 속에 살던 썰물 같은 당신의 숨소리가
나를 끌어당기는 순간
『당신이 사는 달』 저자 권대웅 시인
어떤 손 글씨보다 풍부한 아날로그 감성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한 저자 덕분에 편집은 수월했지만, 책의 디자인을 잡는 일은 적잖이 애를 먹었다. 달시의 느낌을 최대한 잘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모두들 욕심을 내다 보니 디자인 수정이 여러 차례 진행됐다. “시의 앙증맞고 소박한 느낌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 종이용지 하나하나에 고민에 고민을, 의논에 의논을 거듭했어요. 하지만 편집을 진행한 모든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이 넘쳐 지치지 않았어요. 그럴 법도 했는데, 마냥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이은경 편집자가 『당신이 사는 달』에 애착이 큰 까닭은 소소하고 소박한 시인의 감성에 있다. 1년 넘게 책을 준비한 작가의 일상과 상념이 고스란히 담겨진 시와 산문, 그림들. 화려하지 않게, 달의 느낌을 전해주는 시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권대웅 시인은 구석에 밀어두었던 색연필, 크레파스 등을 꺼내서 보름달, 초승달을 그리고 볼펜으로 꾹꾹 눌러 시를 썼어요. 어떤 손 글씨, 손 그림보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풍부하게 느껴져요. 더불어 작가는 시에서 이어지는 감성을 담아 산문을 썼어요. 책 속의 사진도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님이 훌쩍 떠나 담아온 수많은 사진 중에 추리고 추려 넣었어요. 『당신이 사는 달』은 한 마디로 달의 정서로 통하는 시와 산문과 사진을 한꺼번에 만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에요.”
이은경 편집자는 『당신이 사는 달』을 “외로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 삶의 어려움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사람, 애틋한 그리움을 간직한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이라고 말한다. 수천 수만 년 동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달의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달에게서 느껴지는 보편적인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독자들이 지금 원하는 그것이 용기든, 사랑이든, 추억이든, 위로든 분명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은경 편집자가 추천한 또 다른 책 1분에 1억의 매출을 올려 홈쇼핑계의 마이더스 손으로 불리는 ‘쇼핑호스트 정윤정’의 설득법을 담은 책이에요. 무조건 정보를 주입하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쇼핑호스트들과 차별을 뒀죠. 구매 고객들이 경험했을 법한 사소하고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아내, 책을 읽다 보면 옆집 이모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설득이란 결국 진심이고, 자신의 최선을 다했을 때 나오는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어요. 보드라운 감성, 벚꽃 흩날리는 저녁에 읽으면 잠시 연애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드는 책입니다. 일찍 피어난 벚꽃에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어요. 감성이 건조해질 때면 마음을 촉촉하게 하는 용도(?)로 읽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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