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똑똑한 사람으로 키우지 않는다
협력을 통해 ‘동료 효과’를 가르친다
스웨덴에서는 서열을 매기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우리나라처럼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에게 비교당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자랐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을 비교하려 들지 않는다.
스웨덴에서는 유아 때부터 협력을 통해 ‘동료 효과(peer effect)’를 끌어내도록 가르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것과 친구들이 아는 것을 합치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가르친다. 경쟁이 아닌 협력, 이것이 스웨덴 교육의 핵심 동력이다.
스웨덴의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많이 활용하는 학습 방법은 학생들을 두세 명씩 묶어 같이 공부하게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수업’, ‘모둠 수업’, ‘협력 수업’ 등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데, 한 그룹의 학생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함께 논문을 작성하고 발표해야 한다. 난이도의 차이는 있지만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원까지 이런 식의 수업을 해나간다.
이런 수업 방식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던 나는 스웨덴에 유학 온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내 뼛속까지 박혀 있던 경쟁의식은 한국 교육과 사회에서 배운 것이었다. ‘내가 남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한’에서만 협력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남들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기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품위 있는 행동이라고 배웠다.
혼자서만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나타났다. 스웨덴의 학교에서는 중학교 2학년이 되어야 성적표란 걸 처음으로 받아보게 된다. 성적표란 것을 이렇게 늦게, 중학생이 되어서야 줄 뿐만 아니라 성적에 따라 서열을 매기지도 않는다. 학생 자신의 성적은 알지만 학급에서, 학교에서 몇 등을 하는지 서열을 매기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서른 가까운 나이에 국비장학생으로 스웨덴 유학길에 올라, 스톡홀름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강의교수와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정치 이론을 강의했고, 스웨덴 감사원 및 국가 재무행정원, 스웨덴 국립교육청 간부를 역임하며 교육 행정의 일선에서 뛴 스웨덴 교육통이다. 유학 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해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아 키우며 26년을 꼬박 스웨덴에서 살았다. 가부장적이고 고집 센 경상도 남자가 합리적인 페미니스트 스웨덴 여성을 만나,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교육하는 일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었고 배움의 연속이었다. 2011년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원장으로 임명되어 한국으로 돌아왔고, 현재 경기교육청 초빙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그간의 경험들을 한국의 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황선준>,<황레나> 공저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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