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폴 매카트니와 임금 순종이 가출한 사연 - <라스트 로얄 패밀리>

사춘기 왕세자의 좌충우돌 가출 일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궁 안이 답답하기만 한 사춘기 순종, 영국에서 온 내시 폴 매카트니(!)와 작전을 짜고 궁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만 작전이 꼬여버린다. 작전을 계획한 폴마저도 갑자기 사라진 순종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것. 탈출 작전은 가출 사건이 되어버린다. 발칵 뒤집힌 왕궁의 이야기와 세상 밖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순종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때는 구한말. 신식 제복을 갖춰 입은 고종과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가 비장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목숨 걸고 이 나라를 지키겠어!” 그때 무대 위의 사회자가 컷,을 외치고 고종과 순종, 명성황후를 지휘한다. “아, 이거 재미없다. 현대적으로 가보자.” 아들을 직접 ‘웰메이드’하려는 극성엄마 명성황후, 말 안 듣는 아들 순종, 그 둘 사이에 끼인 힘없는 아빠 고종. 왕실의 무대는 우리에게 친숙한 가정집 풍경으로 바뀐다.

어차피 무대 위에 뮤지컬은 ‘팩션에 팩션, 얼렁뚱땅 뒤죽박죽’인 이야기니까. 관객들 역시 기울어져가는 조선 역사 실화를 보러 온 게 아니라 <라스트 로얄 패밀리>라는 듣도 보도 못한 신작 코미디를 보러 온 거니까 말이다. 뮤지컬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팩션이라는 허구성,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한껏 살려 (작정하고!) 관객들을 웃긴다.


궁 안이 답답하기만 한 사춘기 순종, 영국에서 온 내시 폴 매카트니(!)와 작전을 짜고 궁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만 작전이 꼬여버린다. 작전을 계획한 폴마저도 갑자기 사라진 순종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것. 탈출 작전은 가출 사건이 되어버린다. 발칵 뒤집힌 왕궁의 이야기와 세상 밖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순종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애드립인지 실제 대사인지 모를 만큼, 한 장면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익살스러운 배우들의 대사, 몸을 사리지 않는 왕과 황후의 몸 개그, ‘썸남 썸녀’라든지 SNS를 패러디 한 ‘애수앵애수’ 등 요즘 유행하는 개그 코드가 극 속에 빼곡이 녹아있다. 그러다보니 극이 산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두루 뭉술 이야기 사이를 건너 띄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나름 코미디극에 선택과 집중을 한 모양인데 군데군데 너무 했다 싶었는지 끊임없이 ‘이건 얼렁뚱땅 이야기, 믿거나 말거나’라며 팩션임을 재차 강조한다. 오히려 이런 점이 극의 흐름을 깨뜨리긴 하지만,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산만함을 충분히 메워낸다.


주조연 할 것 없이 6명의 배우가 1인 다역으로 활약하는데, 색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려, 무리 없이 해낸다. 오히려 무대 위에서 여러 역할을 맡은 ‘무리함’조차 개그 코드로 활용해낸다. 뮤지컬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그야말로 퇴근 후나 주말에 친구들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팩션 사극이다.

이 작품은 신인 창작자 육성을 위한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낭독극, 초연 때부터 관객들에게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났던 화제작. 박선우, 김태한, 임진아, 구원영, 지혜근, 이충주, 안진우 등 배우들의 이름이 낯설 수도 있지만, 어떤 캐스팅이라도 안심하고 볼 수 있을만큼 실력이 출중하다. 이 이상하고도 친숙한 패밀리는 2월 23일까지 충무 아트홀 소극장블루에서 만날 수 있다.


[관련 기사]

-<햄릿>이 다시 묻는다 “거기 너는 누구인가”
-전설을 꿈꿨던 청춘의 뜨거운 실패담 -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자신의 삶을 선택한 자만이 부르는 노래 ‘나는 나만의 것’ - 뮤지컬 <엘리자벳>
-새해, 당신에게 필요한 용기를 충전하세요 - 뮤지컬 <위키드>
-설국열차? 욕망의 전차? 인생은 죽음으로 향하는 급행열차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격변의 시대, SNAKE SENSE

대한민국 대표 트렌드서 『트렌드 코리아』가 다가올 푸른뱀의 해, 2025년을 전망한다. 2024년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트렌드와 상품을 분석하여 올해를 돌아보고, '옴니보어', '#아보하', '토핑경제' 등 2025년의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갈 10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창경궁 대온실의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

김금희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창경궁 대온실을 배경으로, 그 안에 숨어 있는 비밀과 개인의 역사를 재구성해냈다. 실제 역사와 픽션을 오가며, 이야기의 층위를 더욱 세밀하게 쌓아 올린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영원히 낫지 않을 것 같은 상처들이 사랑으로 결국 아물게 되는, 따스한 작품.

느린 내 아이의 미래

영화 <그녀에게> 원작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다음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중증장애인의 자립은 가능할까? 중증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면서 우리사회가 오히려 자립을 방해한 건 아닐까? 장애 가족 당사자로서 경험, 고민과 사색을 가감 없이 담았다.

어떤 모습이건 상관없어. 우린 친구니까

주희는 하굣길에 우연히 환상적인 요괴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파란 알의 반려 요괴를 맞이하게 되는데... 요괴와 인간이 서로의 반려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반려의 의미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한편, 내면의 힘을 키우는 과정이 따뜻하게 펼쳐지는 판타지 동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