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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당신에게 전하는 꽃 한송이

『리디아의 정원』 사라 스튜어트 글/데이비드 스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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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실직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외삼촌 집에 가게 된 꼬마 숙녀 리디아는 꽃을 심고 피우며 주변을 아름답게 만든다.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기 안의 에너지를 꺼내 스스로를 밝히고, 주변까지 따뜻하게 하는 리디아는 이런 저런 일들에 지쳐 에너지가 바닥일 때 만나보고 싶은 꼬마 친구이다. 『리디아의 정원』 을 권한다.

“그 뒤로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이런 변함없고 영원한 행복은 동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아니 동화마저도 자신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알콩달콩 행복했는지 자세하게 전하지 않고 서둘러 한 줄로 휙 쓰고는 얼른 ‘끝’이라며 책을 덮어버리니 말이다. 판타지라는 것이 원래 현실에 없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동화가 진짜 들려주는 사실은 사람 살이가 최소한 “그 뒤로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쁜 일만큼 힘든 일이 있고 달콤한 행복만큼 쓰디쓴 아픔도 이어지는 것이 너나 할 것 없는 우리네 삶이다. 그래서 삶이 바닥을 칠때, 지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을 때 우리에겐 우리를 일으켜 주는 것들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가족이기도 하고,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이기도하고, 때로는 누군가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이기도 할 것이고, 좋아하는 음악일 수도 있겠고, 소설 속 한 구절이기도 하다.

이럴 땐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 의 주인공 리디아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사라 스튜어트가 쓰고, 데이비드 스몰이 그림을 그린 『리디아의 정원』 속 리디아는 자신 뿐 아니라 주변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긍정 에너지 덩어리이다.

대공황 이후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온 1935년, 그림책의 주인공 리디아는 멀리 외삼촌 집에 가야할 처지가 된다. 아빠가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이제는 아무도 엄마에게 옷을 지어달라고 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저는 작아도 힘은 세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거들어 드릴게요. 1935년 8월 27일 조카 리디아 그레이스 핀치.”

리디아가 보내는 편지글로 이뤄진 된 그림책에서 리디아는 외삼촌에게 자기의 처지를 이렇게 전한다.

‘작아도 힘이 세다니’. 아빠, 엄마, 할머니와 부둥켜안고 울면서 외삼촌 집에 가게 된 작은 꼬마 숙녀의 말치고는 꽤 단단해 보이지 않은가. 할머니와 함께 집근처에서 꽃을 가꾸고, 과일을 거두곤 했던 리디아는 외삼촌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그곳에 꽃씨를 심을만한 데가 있을까요?”라며 꽃을 가꾸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다.

아마 자신이 사는 곳 이외에 먼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을 리디아는 혼자 기차를 타고, 그저 엄마 얼굴에다 커다란 코와 콧수염이 있는 사람일 거라는 짐작만 하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외삼촌을 찾아간다. 마중 나온 삼촌은 삶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듯 인상을 팍 쓰고 절대 웃지 않는다. 그래도 리디아는 동네 집집마다 창 밖에 화분이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한다.



“보고 싶은 엄마, 아빠, 할머니.
 가슴이 너무 떨립니다. 이 동네는 집집마다 창 밖에 화분이 있어요! 마치 화분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이제 봄이 오기만 기다릴 거예요. 할머니 앞으로 제가 지내며 일할 이 골목에 빛이 내리 비치고 있습니다.”
아빠의 실직, 생면부지 외삼촌과 낯선 동네,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알지 못하는 답답함 속에서도 리디아는 화분들에 꽃을 심을 생각에 봄을 기다린다.

리디아는 하루하루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엄마 아빠에게 틈틈이 편지를 쓰고, 여전히 얼굴을 굳힌 외삼촌에게 긴 시를 선물한다. 베이커리 주변에 꽃을 심고, 이웃들에게도 꽃을 피워 선물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그를 ‘원예 아가씨’라고 부른다. 썰렁한 무채색 건물은 이제 알록달록 꽃으로 장식된 따뜻한 장소가 됐고, 베이커리엔 손님들이 줄이어 찾아온다. 하지만 그래도 웃지 않는 외삼촌을 위해 이 원예아가씨는 거대한 비밀 계획은 세운다. 가게 건물 옥상, 버려진 공간에 꽃을 심어, 삼촌을 위한 멋진 정원을 만들어주겠다는, 그래서 짐 외삼촌이 함빡 웃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D 데이는 독립기념일로 가게가 문을 닫는 날. 리디아는 보고 싶은 엄마, 아빠, 할머니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이 도시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비밀 장소는 언제든지 짐 외삼촌께 보여드릴 수 있게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늘이 독립기념일이어서 정오에는 가게를 닫을 거예요. 그런 다음에 외삼촌을 옥상으로 모시고 올 거예요. 저는 엄마, 아빠, 할머니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아름다움을 다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꽃과 작은 식물들로 가득 찬 옥상 정원, 한 쪽에 마련된 작지만 따뜻한 식사 테이블, 영문도 모른 채 옥상으로 불려온 외삼촌은 이 아름다운 풍경에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평생 웃을 일 없어 웃음 근육이 마비된 탓에,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삼촌은 마음 속으로 이 작은 조카의 선물에 놀라고, 눈물 흘렸을 것 같다.

아빠가 취직을 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 리디아,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 역 플랫폼에서 외삼촌은 여전히 웃지 않지만 리디아를 꼭 끌어안고 있다.

이 작은 꼬마 숙년처럼 스스로 자기안의 에너지를 찾아내, 자신을 밝히고 주변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우리 삶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저/우미경 역 | 시공주니어

어린 시절 꿈대로 바닷가 집에 정착해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을 곳곳에 꽃씨를 뿌린다. 다른 사람과 함께 행복해지는 삶, 이를 위해 꽃씨를 뿌리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관련 기사]

-사랑한 사람과 이별한 뒤, 치유와 위로를 위한 그림책 『아모스와 보리스』
-오랫동안 함께 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하여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어른에겐 추억을, 아이에겐 눈천사를
-하얀 눈밭을 그리워하는, 비좁은 사무실 안 직장인에게
-엄마, 언제 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에게 『루와 린덴 언제나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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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현미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 리디아의 정원 <사라 스튜어트> 글/<데이비드 스몰> 그림/<이복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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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글그림/<우미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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