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고려진의 웹툰으로 들여다본 세상
<마녀> <닥터 프로스트>, 슬픔에 잠긴 이들에게 추천하는 웹툰
지금 슬픔에 잠긴 그대, 곁에 사람이 있다
슬픔이란 감정자체도 복합적이지만, 그 원인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사람’으로 인한 슬픔일 것이다. 여기 두 편 의 웹툰을 통해 내가 받거나 주었던 슬픔이 무엇이었는지, 그 슬픔들을 어떻게 매만져야 할지 생각해보자.
인간의 감정은 복잡 미묘하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를 8가지로 나누고, 이 기본정서들이 섞여서 보다 복합적인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한다.(심리학자, Robert Plutchik) 그 중 ‘슬픔’은 ‘후회’와 ‘실망’의 조합이다. 슬픔이란 감정자체도 복합적이지만, 그 원인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사람’으로 인한 슬픔일 것이다. 여기 두 편 의 웹툰을 통해 내가 받거나 주었던 슬픔이 무엇이었는지, 그 슬픔들을 어떻게 매만져야 할지 생각해보자.
『닥터 프로스트』
-작가 : 이종범
-내용 : 우리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용강대 심리학과 교수 ‘프로스트’의 눈으로 바라보고 풀어간다. 심리학의 재미와 현대인의 정신적 아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감상 TIP :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가 심리학 자문단의 감수까지 거쳐 완성도를 더했다. 제공하는 정보가 깊이 있는 웹툰이다.
『마녀』
-작가 : 강풀(강도영)
-내용 : 한 여자(박미정)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로 그녀는 마녀라는 소문에 휩싸이고 세상과 고립되어 살아간다. 그녀를 사랑한 한 남자는 그녀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감상 TIP : 믿고 보는 작가라는 강풀의 명성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잘 어울려져 두 가지 매력이 살아있는 웹툰이다.
슬픔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이다. 물을 머금은 스펀지처럼, 슬픔은 자기 내부에 담아두기 쉽다. 특히 사람으로 인한 슬픔은 더욱 그렇다. 내 선택에 대한 ‘후회’와 그 사람 혹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범벅이 된 슬픔은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둔다. 상황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려 공격해버리는 분노가 ‘표출’되는 감정이라면, 슬픔은 ‘은폐’된다. 무거워진 마음은 무기력감을 자아내고, 그 상처는 다시 자신을 때려 더욱 슬프게 한다.
* 고통스러운 마음의 외침을 억지로 감추는 것은 때로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가장 큰 폭력이 되기도 한다. (22회 검은 파도)
* 학업, 양육, 인간관게.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상황은 끝없이 많다. 괴로움 속 인간은 긴 터널 속에 있는 것과 같다. 그 끝에 있는 출구만이 유일한 탈출구로 보이듯 오직 자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될 때 인간은 잃어버린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자해,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달리 그들이 가는 길은, 우리가 가는 길은 터널이 아니다. (121회 :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는가)
슬픔의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마음의 상처이지만, 그 슬픔을 함께 공감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 참고 견디면 극복할 수 있다며 영혼 없는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오히려 하나의 흔한 가십거리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당사자에게는 슬픔의 크기는 배가 되어 더 아프게 다가오고, 슬픔의 감정은 더 꽁꽁 숨기며 억누르게 된다.
소문은 죽지 않는다. 소문은 살아있다. “쟤를 좋아한 애 다쳤대.” 같은 단어에 조사가 바뀌어도 살아있다. “쟤를 좋아하면 다친대.” 소문이란 단어가 바뀌어도 살아있다. “쟤를 좋아하면 다 끔찍하게 죽는대.” 모든 단어가 처음과 달라도 소문은 살아 움직인다. “말만 걸어도 죽는대.” 모든 것이 달라도 소문은 살아있다. “주변사람들은 다 죽는대.” 소문은 그렇게 자란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 슬픔을 치유해 주는 것 역시 사람이다. 슬픔에 잠긴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해도 그 해결책은 의의로 간단할 수 있다. 슬퍼하는 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만으로도, 닫힌 마음이 열리고 숨겨뒀던 슬픔이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직접적인 슬픔의 원인을 직접 제거하지 못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슬픈이에게 따뜻하게 내민 손길이, 진심어린 포옹 한번은 강력한 위안의 힘을 가지고 있다.
내가 별 생각없이,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던 말에 미정이는 무녀졌다. 나는 몰랐다. 미정이의 외로움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나는 그 외로움을 짐작만 했다. 짐작보다 훨씬 더 큰 외로움이 눈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그 외로움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을 때 미정이는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 내가 아무리 미루어 짐작해도 미정이의 괴로움을 온전히 느끼진 못할 것이다. 나는 짐작만 할 뿐,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가만히 미정이를 안아주었다.
한 시인은 연탄재를 보며 이렇게 물었다.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안도현 시인, 「너에게 묻는다」) 하얗게 타버린 연탄재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슬픔에 힘겨워 하는 이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알아챈 게 몇 번이나 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슬픔에는 주관적으로 민감하면서도, 타인의 슬픔에는 객관적으로 냉정하지는 않았는지. 슬픔과 기쁨은 동전의 양면처럼 반대감정이지만, 동전을 뒤집는 것처럼 바뀌는 것 역시 한 순간이다. 포기하지 않고 시간이 선물하는 망각의 힘을 믿고, 따뜻한 사람들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말이다. 지금 슬픔에 잠긴 그대, 곁에 사람이 있다.
* 인간은 누구나 똑같다. 인간의 심리, 무의식은 언제나 어떻게든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 같아서 쉽게 알아채지 못할 뿐.
* 사람들은 ‘거울에 비추듯’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의 속마음과 무의식을 표현하죠.
[관련 기사]
-“처음 데뷔할 때 만화가로서 결격 사유 많았죠” - 만화가 강풀
-이종범 “평일엔 웹툰, 주말에는 결혼축가로 생계 이어갑니다”
-‘웹툰’은 TV보다 재미있는 매체
-석우 “웹툰 작가 안 됐으면, 애니메이션 감독 준비생”
-동시에 여러 사람을 좋아한다고 죄가 되나요? - 송형석 『까칠하게 힐링』
관련태그: 마녀,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강풀, 웹툰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는 소녀감성이 있고, 익숙해진 삶의 패턴 속 에서도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인... 어쩌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는 평범한 ‘그녀’입니다. 저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의미 있게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조금씩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11,700원(10% + 5%)
11,700원(10% + 5%)
11,700원(10% + 5%)
11,700원(10% + 5%)
46,800원(10% + 5%)
10,350원(10% + 5%)
8,550원(10% + 5%)
9,450원(10% + 5%)
9,900원(10%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