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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TV보다 재미있는 매체

2000년대 초반 프로게이머의 등장과 다르지 않다 요즘 왜 인기인가? 웹툰의 탄생 배경 전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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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웹툰은 TV보다 재밌는 매체다. 웹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 위해 예전부터 만화를 사랑했느니, 웹 기반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느니 하는 수많은 이유를 밝히는 건 그래서 사실 불필요하다. 그냥 지금 이곳에서, 가장 재밌는 게 이거다. 대체 이보다 중요한 게 있나.



격세지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발족 소식을 듣고 반가움보단 ‘흥!’ 하는 심정이었던 건. 어떤 즐거움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은 그 심정, 다들 한 번씩은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현재 <10 아시아>의 전신인 <매거진 t>에서 근무하며 각 분야 셀러브리티들에게 좋아하는 드라마를 추천받는 ‘내 인생의 드라마’ 코너에서 당시 <3단합체 김창남>을 연재 중이던 하일권을 섭외하겠노라 했을 때 회사 동료들이 ‘그게 누구냐’는 표정을 지은 게 2008년이다. 인기 웹툰은 조회수 100만을 돌파할 정도였음에도 강풀 작가 정도 외엔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노라 말하는 이들을 대중문화 매체에서도 만나기란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4년 사이에 하일권 작가는 메가 히트작 『목욕의 신』과 함께 문화계의 진짜 셀러브리티가 되었고,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와 윤태호 작가의 『미생』 같은 작품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만화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위상이 달라졌다, 매체 자체로 인정받고 있는 ‘웹툰’

물론 전에도 웹툰을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다. 조석, 이말년, 귀귀 작가 등을 묶어 ‘병맛 개그’라는 카테고리로 소개하는 기획기사들은 웹툰의 마이너한 감수성에만 집중했고, 강풀 작가를 비롯한 고영훈, 윤태호 작가 등의 작품이 영화 판권 계약을 맺은 것으로서 웹툰의 위상을 평가하는 이들에게 결국 웹툰은 상위문화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하위문화로서 대우받을 뿐이었다. 하지만 현재 웹툰은 웹툰이라는 매체 자체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상은 전혀 달라졌다. ‘흥!’이라고는 했지만 정치권까지 만화 사랑을 외치는 이 격세지감 앞에서 더는 웹툰을 보는 즐거움을 독차지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심술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웹툰에 대해 말하고, 웹투니스트가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언이 되는 열광적 분위기가 사실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뿐이다. 통시적인 흐름으로 정리하기에 이 현상은 너무나 돌발적이고 또한 단절적이다. 과연 그토록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이 벌어진 것일까.

웹툰이라는 매체, 그리고 웹투니스트라는 창작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분명 아니다. 1990년대 말 출판 만화의 몰락이라는 서글픈 전제 위에서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웹 기반의 문화 상품이 만들어지고, 네이버와 다음을 비롯한 대형 포털이 경쟁적으로 내부 콘텐츠를 쌓아가는 과정 안에서 웹툰은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누적된 수많은 인과 관계 안에서 웹툰은 정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아니 웹툰이라는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웹툰이 일종의 문화적 메인스트림이 되면서 90년대 한국 만화의 빛나는 역사가 웹 환경으로 이식되어 이어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것은 완전히 헛짚은 것이다. 지금의 웹투니스트는 차라리 2000년대 초반 등장한 프로게이머와 더 흡사하다. 그만큼 이질적인 존재다. 『천일야화』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1001』를 파란에서 연재하며 초기 웹툰의 큰 획을 그었던 양영순 작가 같은 경우도 있지만, 조석, 하일권, 이말년 같은 젊은 작가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웹툰이라는 매체 덕분이었다.

이름 없는 무명의 아마추어들이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고, 거기서 편견 없이 오로지 재미만으로 연재작을 선택하는 기회의 평등 때문만은 아니다. 『1001』의 양영순, 『위대한 캣츠비』의 강도하는 탁월한 색채 감각과 모니터 스크롤을 십분 활용한 연출을 보여주었지만, 어쨌든 웹툰은 여전히 개간할 곳이 많은 미개척지였다. 그리고 이것은 다양한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동의어다. 『삼봉이발소』의 하일권 작가는 세로로 컷을 듬성듬성하게 구성하거나 스크롤을 따라 점차 색깔이 변하는 연출로 출판 만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시도했고, 조석과 귀귀 등 개그 만화가들은 인터넷 세대 특유의 가볍고 조금은 마니악한 상상력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조석 작가가 “과거 같은 출판 시장이었으면 데뷔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하거나, 하일권 작가가 “강풀, 강도하 같은 웹툰 1세대 작가 분들 외의 작가들은 웹툰이라는 환경에 정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같은 맥락이다.


만화의 새 지평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새 지평

붐이라고 해도 무방할 수많은 작품의 등장과 인기는 이러한 웹툰 만의 특성 위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시도할 수 있고, 또한 재미만 있으면 그것이 정식 데뷔로 이뤄질 수 있으며, 또한 앞서 언급한 초기 작가들처럼 크게 성공할 수도 있다는 새 시대의 언약. 하여 웹툰이 연 것은 만화의 새 지평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새 지평이다. 기존 엔터테인먼트의 주역이었던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은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다는 비교우위가 있지만 또한 그것 때문에 모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방송 3사에서 단막극이 정식 편성되지 않은지 벌써 몇 년째다. 삼각관계를 비롯한 수많은 클리셰로 점철된 드라마들, 인기 아이돌들로 어떻게든 때워보려는 명절 특집 예능 등, 돈은 들였으되 보기 민망한 콘텐츠들이 언젠가부터 줄곧 양산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다양한 프로필의 살인마가 등장하는 흥미로운 스릴러 『인간의 숲』이나 『일리아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카산드라』, 일본 소년 만화의 걸작 『헌터?헌터』를 연상시킬 정도로 탄탄한 설정을 가진 판타지 『신의 탑』등 다양한 장르에서 높은 퀄리티의 작품이 정말 쏟아져 나오는 웹툰과 비교할 때 현재 한국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매체는 심하게 답보 상태다.

하여 조금은 심술이 나더라도, 더는 남과 차별화된 취미 활동이 될 수 없다고 해도, 모두들 정기적으로 보는 웹툰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고, 수많은 매체들이 앞 다퉈 웹툰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는 지금의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과거 모 신문이 창간할 때 ‘TV보다 재밌는 신문’이란 카피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단언컨대 현재 웹툰은 TV보다 재밌는 매체다. 웹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 위해 예전부터 만화를 사랑했느니, 웹 기반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느니 하는 수많은 이유를 밝히는 건 그래서 사실 불필요하다. 그냥 지금 이곳에서, 가장 재밌는 게 이거다. 대체 이보다 중요한 게 있나.




내 맘대로 추천 웹툰3

윤태호 『미생』 (다음)

『인간의 숲』을 그린 황준호 작가는 말했다. 윤태호 작가의 전작인 『이끼』는 정말 평생의 운이 다 따르고 죽어라 노력하면 한 번쯤은 그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생』에선 그냥 하늘나라로 오르셨다고. 스토리와 대사, 구성, 모든 것이 완벽해서 가끔 짜증나는 작품.

조석 『조의 영역』 (네이버)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가 스토리, 그것도 공포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엄청나게 커져버린 물고기들 앞에서 더는 강의 주인이 아닌 인간군상의 모습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물고기보다 조석이란 작가가 더 무섭다.

이하진 『카산드라』 (다음)

영화 <트로이>의 볼프강 페터젠 감독은 트로이 신화를 현실적 역사로 대체하려 했다. 그랬다면 이 작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싼 판권을 주고 샀어야 마땅하다. 인간의 욕망과 당대 국가들의 파워 게임 안에서 트로이 신화를 완벽하게 재해석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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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위근우

前 엔터테인먼트 웹진 <10 아시아> 기자. 현재는 비정규직 마감 노동자, 혹은 동네 글 좀 쓰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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