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그림책으로 마음 선물하기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어른에겐 추억을, 아이에겐 눈천사를
에즈라 잭 키츠 『눈 오는 날』
에즈라 잭 키츠의 그림책 『눈 오는 날』 은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책이다. 아이들에겐 눈오는 날 어떻게 즐겁게 놀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이며, 어른들에겐 내리는 눈에 그저 기뻐하고, 손을 호호 불면서도 눈을 뭉치며 즐거워하던 어린 시절로 데려다 주는 타임머신이다.
눈이 진짜 깃털처럼 내리고 있었다. 가속도의 법칙을 깨고 공중에서 떨어지던 눈송이는 바람에 실려 위로 살짝 솟아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깃털 같은 눈이라는 표현을 쉽게 쓰고, 쉽게 듣곤 했지만 ‘깃털 같은 눈’이 진짜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믿을 수 없게) 나이 마흔 넘어 처음으로 확인했다. 주로 머리 위로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그것도 우산을 쓰고 발밑을 걱정하며 거리를 걷거나, 집이나 사무실에서 창밖으로 눈이 쏟아지는 광경을 보는 식의, 풀샷에만 익숙했진 탓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 하나를, 한 동안 바라볼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절묘한 각도로 인해 정확하게 나를 향해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깃털 같은 눈을 보면서, 바쁜 연말, 점심시간 그리고 예정된 시위로 막힌 도로 위, 꼼짝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 안에 있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시간과 생각들도 모두 순간 순간의 일들로 교통정체를 뚫고 사무실로 돌아와 예정된 일과 예상치 못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고스란히 잊어버렸지만 퇴근 후 책꽂이 저 아래 꽂혀 있던 에즈라 잭 키츠의 그림책 『눈 오는 날』(1962) 이 눈에 들어온 것을 보면 깃털 같은 눈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예순 일곱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 안의 아이를 불러내 따뜻하게 안아줬던 미국의 그림책 작가 에즈라 잭 키츠의 『눈 오는 날』 은 겨울이 되면 언제나 한 번씩 꺼내보는 책이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딸은 어렸을 때 눈오는 날이면 이 책을 펼쳐보고 주인공 꼬마 피터를 따라 눈 위에 난 자기 발자국을 확인하고,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털고, 눈 위에 누워 눈 천사를 만들곤 했다. 이 그림책은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한 뒤, 10여년정도 다른 사람의 책에 일러스트를 그리던 작가가 처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키츠의 첫 그림책으로, 어린이책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칼데곳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한 줄 Tip 피터가 주인공인 에즈라 잭 키츠의 또 다른 그림책, 『피터의 의자』 『피터의 편지』 를 찾아 함께 읽으며 좋을 것이다. | ||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