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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모노드라마,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로 6년만에 연극무대 컴백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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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15일, 김혜자의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개막한다. 개막 2주를 앞둔 지난 10월 30일, 서초동의 한 연습실에서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공개 시연회가 열렸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자꾸만 물을 찾던 김혜자. 초조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10세 소년의 모습을 연기할 때는 마냥 귀엽고, 80세 장미할머니를 연기할 때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지난 10월 30일, 서초동의 한 연습실에서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공개 시연회가 열렸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자꾸만 물을 찾던 김혜자, 초조하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10세 소년의 모습을 연기할 때는 마냥 귀엽고, 80세 장미할머니를 연기할 때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취재진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김혜자의 연기에 몰입했다. 20분여 시간이 흘렀을까, 원작이 궁금해지고 대본을 훔쳐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이윽고 김혜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의 출연 소감을 밝혔다.




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 많았어요

2007년에 공연된 연극 <다우트> 이후 6년만의 외출. 김혜자는 “2001년 <셜리 발렌타인> 이후 모노드라마는 절대 하지 않으려고 했다. 모노드라마를 하는 사람은 정말 욕심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서 결국 하게 됐다”며 출연 동기를 밝혔다.

“백혈병에 걸린 주인공 오스카는 12일 후면 죽는 아이에요.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이랑 비슷해요. 장미할머니는 오스카에게 하루를 10년처럼, 그래서 120살까지 살아보라고 말해요. 10대 소년이지만 20대, 30대 때 겪는 이야기들이 그려져요.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오스카는 장미할머니의 제안에 따라 신에게 편지를 써요. 우리도 평소에 신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잖아요. 저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왜 신은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 질문하고 싶었어요. ‘왜 우리 삶은 이렇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묻고 싶었어요. 이 연극이 모든 걸 이야기해줄 순 없을 거예요. 신의 영역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누엘 슈미트의 소설 『신에게 보내는 편지』 를 원작으로 한 작품. 백혈병에 걸린 10세 소년 오스카와 소아병동의 외래 간호사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장미할머니의 나이를 넘어서는 우정을 그린다.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김동수컴퍼니에 의해 한 차례 공연된 바 있다. 하지만 모노드라마로 선 보이는 것은 올해가 처음. 김혜자는 공연시간 100분 동안 1인 11역(오스카, 장미할머니, 페기, 친구들 등)을 소화한다. 함영준 연출가는 “10년 전쯤 이 작품을 알게 됐다. 에릭 엠마누엘 슈미트가 80세가 넘은 노배우를 위해 쓴 작품인데, 그리고 얼마 후 한국에서 공연됐다. 재밌는 작품이었지만 아이(오스카) 위주로 여러 사람이 나오다 보니, 본질을 조금 놓친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작가의 의도와 내용, 형식에 있어서 모노드라마 형식이 가장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혜자를 캐스팅한 것은 “우리나라에 70세가 넘은 여배우 중에 아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김혜자 선생님밖에 없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힘이 생긴다
“하느님께, 오늘 전 사춘기를 맞았어요. 이 사춘기란 게 그냥 조용히 지나가질 않네요. 난리 법석이었어요. 친구들과 싸우고, 엄마, 아빠랑 다투고 이 모든 게 다 여자들 때문이었어요. 저녁에 스무 살이 된 게 다행이에요. 휴, 이제 최악의 시기는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다 든다니까요. 사춘기! 한 번 겪지 두 번은 절대로 못 겪어요.”

“제 방으로 들어오자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어요. 그래서 좀 잤죠. 사실 엄마 아빠랑 얘기하기도 싫었고요. 일어나 보니까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있더라고요. 제가 병원이 입원한 이후로 엄마 아빤 저랑 말하기가 힘든가 봐요. 그래서 늘 선물을 가져와요. 그리고 게임 규칙이나 사용설명서 같은 걸 읽으면서 지겨운 시간을 보내죠. 아빤 설명서 읽기 대마왕이에요. 터키어나 베트남어로 쓰여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죠. 우리 아빤 일요일 망치기 세계 챔피언이에요.”

김혜자는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의 오스카를 연기했다. 같은 병원에서 지내는 청색증을 앓고 있는 페기 블루를 위해 사랑의 세레나레를 부르고, 경쾌한 왈츠로 오스카의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또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부모에게 투정을 부리는 짓궂은 모습까지. 무대 위에 서는 순간, 노배우의 얼굴은 사라졌다.

“아이의 얼굴을 흉내 내려고 애쓰지 않아요. 내가 아이같이 목소리를 낸다고 그게 아이처럼만 보이진 않을 테니까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오스카, 장미할머니로 대변되는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에요. 나이가 들어서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이런 고민을 했어요. 내가 이 연극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 생각들을 알려주고 싶어요. 전 연기자니까요. 연기를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으니까요. 어렵긴 어려워요. 이 책 한 권을 도대체 어떻게 다 외울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데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마치, 제가 연극영화과 학생이 된 것 같아요. 배우면서 하고 있어요. 함영준 연출가라는 못된 시어머니를 만났거든요(웃음).”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다른 공연에 비해 연습 시간을 오래 가졌다. 한 배우만 출연하는 모노드라마지만, 무대 위 긴장감은 덜하지 않다. 오히려 배가 된다. 함영준 연출가는 “김혜자 선생님이 처음에 연습을 시작할 때는 15분만 대사를 외워도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두 시간은 평균, 길 때는 여섯 시간까지 연습을 하신다. 신에게 편지를 보냈더니, 김혜자 선생님에게 건강을 허락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혜자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위해 요즘은 운동도 열심히 한다. 집에서 런닝머신도 하고 맨손 체조도 열심히 한다. 사람의 힘은 유한한 것 같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함영준 연출가는 “연극을 할 때마다 늘 고민한다. 이 시대에 연극을 꼭 해야 하는지. 다른 장르에 비해서 연극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학교가 살아야 교육이 사는 것처럼, 연극이 살아야 예술이 산다”고 말했다. “좋은 작품은 매일 조간신문 읽듯이 읽어라”라는 말이 있듯, 『신에게 보내는 편지』 는 한 번 읽고 덮어둘 책이 아니다.

오스카는 자신의 죽음을 유일하게 두려워하지 않는 장미할머니를 의지하게 되고, 할머니의 조언에 따라 신에게 편지를 쓰며, 자신의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오스카는 편지를 쓰면서 신에게 “나를 데려가지 않으면 안 되나요?”라고 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스카의 편지 속 끝 인사는 언제나 “근데, 하느님 도대체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다. 관객들은 피식, 웃음이 난다. 아이러니일까? 오스카는 장미할머니가 제안한 12일을 120년처럼 살며, 누구의 인생과도 비할 수 없는 많은 경험을 한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지만 슬프지 않은, 퍽 단단해진 오스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스레 인생이 살만하게 느껴졌다.

 

예스24 공연에서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를 엔젤 티켓으로 판매, 최대 50%까지 할인을 적용한다. 엔젤티켓은 대한민국의 연극, 소극장 뮤지컬의 활성화를 위해 최저가로 공연을 예매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예스24 문화지원 프로젝트다. 한편, 11월 15일부터 22일 공연분에 한해 [배우 김혜자 연극무대 복귀 기념 프리뷰 할인]으로 전석 3만 원으로 공연을 예매할 수 있다.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는 11월 15일부터 12월 29일까지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열린다. (평일 8시, 토요일 2시 6시, 일요일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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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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