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모노드라마,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로 6년만에 연극무대 컴백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작품
오는 11월 15일, 김혜자의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개막한다. 개막 2주를 앞둔 지난 10월 30일, 서초동의 한 연습실에서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공개 시연회가 열렸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자꾸만 물을 찾던 김혜자. 초조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10세 소년의 모습을 연기할 때는 마냥 귀엽고, 80세 장미할머니를 연기할 때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하느님께, 오늘 전 사춘기를 맞았어요. 이 사춘기란 게 그냥 조용히 지나가질 않네요. 난리 법석이었어요. 친구들과 싸우고, 엄마, 아빠랑 다투고 이 모든 게 다 여자들 때문이었어요. 저녁에 스무 살이 된 게 다행이에요. 휴, 이제 최악의 시기는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다 든다니까요. 사춘기! 한 번 겪지 두 번은 절대로 못 겪어요.” “제 방으로 들어오자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어요. 그래서 좀 잤죠. 사실 엄마 아빠랑 얘기하기도 싫었고요. 일어나 보니까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있더라고요. 제가 병원이 입원한 이후로 엄마 아빤 저랑 말하기가 힘든가 봐요. 그래서 늘 선물을 가져와요. 그리고 게임 규칙이나 사용설명서 같은 걸 읽으면서 지겨운 시간을 보내죠. 아빤 설명서 읽기 대마왕이에요. 터키어나 베트남어로 쓰여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죠. 우리 아빤 일요일 망치기 세계 챔피언이에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세 번째 편지 中
| ||
김혜자는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의 오스카를 연기했다. 같은 병원에서 지내는 청색증을 앓고 있는 페기 블루를 위해 사랑의 세레나레를 부르고, 경쾌한 왈츠로 오스카의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또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부모에게 투정을 부리는 짓궂은 모습까지. 무대 위에 서는 순간, 노배우의 얼굴은 사라졌다.
“아이의 얼굴을 흉내 내려고 애쓰지 않아요. 내가 아이같이 목소리를 낸다고 그게 아이처럼만 보이진 않을 테니까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오스카, 장미할머니로 대변되는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에요. 나이가 들어서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이런 고민을 했어요. 내가 이 연극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 생각들을 알려주고 싶어요. 전 연기자니까요. 연기를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으니까요. 어렵긴 어려워요. 이 책 한 권을 도대체 어떻게 다 외울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데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마치, 제가 연극영화과 학생이 된 것 같아요. 배우면서 하고 있어요. 함영준 연출가라는 못된 시어머니를 만났거든요(웃음).”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다른 공연에 비해 연습 시간을 오래 가졌다. 한 배우만 출연하는 모노드라마지만, 무대 위 긴장감은 덜하지 않다. 오히려 배가 된다. 함영준 연출가는 “김혜자 선생님이 처음에 연습을 시작할 때는 15분만 대사를 외워도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두 시간은 평균, 길 때는 여섯 시간까지 연습을 하신다. 신에게 편지를 보냈더니, 김혜자 선생님에게 건강을 허락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혜자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위해 요즘은 운동도 열심히 한다. 집에서 런닝머신도 하고 맨손 체조도 열심히 한다. 사람의 힘은 유한한 것 같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함영준 연출가는 “연극을 할 때마다 늘 고민한다. 이 시대에 연극을 꼭 해야 하는지. 다른 장르에 비해서 연극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학교가 살아야 교육이 사는 것처럼, 연극이 살아야 예술이 산다”고 말했다. “좋은 작품은 매일 조간신문 읽듯이 읽어라”라는 말이 있듯, 『신에게 보내는 편지』 는 한 번 읽고 덮어둘 책이 아니다.
오스카는 자신의 죽음을 유일하게 두려워하지 않는 장미할머니를 의지하게 되고, 할머니의 조언에 따라 신에게 편지를 쓰며, 자신의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오스카는 편지를 쓰면서 신에게 “나를 데려가지 않으면 안 되나요?”라고 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스카의 편지 속 끝 인사는 언제나 “근데, 하느님 도대체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다. 관객들은 피식, 웃음이 난다. 아이러니일까? 오스카는 장미할머니가 제안한 12일을 120년처럼 살며, 누구의 인생과도 비할 수 없는 많은 경험을 한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지만 슬프지 않은, 퍽 단단해진 오스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스레 인생이 살만하게 느껴졌다.
예스24 공연에서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를 엔젤 티켓으로 판매, 최대 50%까지 할인을 적용한다. 엔젤티켓은 대한민국의 연극, 소극장 뮤지컬의 활성화를 위해 최저가로 공연을 예매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예스24 문화지원 프로젝트다. 한편, 11월 15일부터 22일 공연분에 한해 [배우 김혜자 연극무대 복귀 기념 프리뷰 할인]으로 전석 3만 원으로 공연을 예매할 수 있다.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는 11월 15일부터 12월 29일까지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열린다. (평일 8시, 토요일 2시 6시, 일요일 3시)
관련태그: 김혜자, 함영준,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