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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춤추게 만드는 네 남자, 로큰롤라디오

음악이 잘 생긴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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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없이도 페스티벌을 누비고, 새우젓 축제에서 70대 할어버지를 부채춤 추게 한 사연, 정말 묻고 싶다, 누구냐? 당신들!

아티스트

음악이 잘 생긴 밴드

기자는 정말 물었다. 당신들 누구냐고. 네 남자의 답을 하나로 요약하자면,

“홍대에서 가장 핫하고 상도 제일 많이 받은 밴드죠. 경연의 요정이라고 대표님이 별명도 붙이셨어요. 저희는 아무래도 음악이 잘 생긴 밴드입니다. 남성 4인조예요. 어딘가 혼성이라고 실렸던데 아니거든요.”

혼성이라고 오해할만한 사람은 기타리스트 김진규? 어딜 봐도 오해할 만한 구석은 없지만 인터뷰 당일 해골 무늬 레깅스에 단발 차림이었던 그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그래서 1인 1답, 블로거들의 목소리를 빌어 질문했다.

<보컬 김내현에겐 반전 매력이 있다?>

“아, 반전보다 제가 좀 ‘간지 나는’ 목소리인데 말은 어눌하고 멍청하게 하니까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가끔 욕도 하고.”

멤버들의 첨언,

최민규 :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재미없는 농담을 던지는데 잘 웃어주시더라고요.
김진규 : 음악은 트렌디한데 그 사이사이에 루즈하면서 걸쭉한 블랙 코미디를 구사하거든요.

<리드기타 김진규는 팀 내 귀요미를 자처한다?>

“제가 요정이라는 별명이 있어요. 머리띠를 해서 머리띠 요정이라고 하다가 요즘엔 그냥 요정이라고들 해요.”

반전은 내현보다 진규 쪽에 있었던 듯 싶다.

최민규: 그리고 진규는 몸매에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웨이브가 어찌나 유연한지, 그것 때문에 음악이 묻히고 있어요.

<베이스 이민우는 다정한 성격으로 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저는 공연 끝나면 그냥 없어지고 인사하고 사라지는 편이에요. 그런데 가끔 답글도 남기고 인사도 제대로 해서 그런 말이 나오나 봐요. 다른 질문 더 없어요? 전 왜 이렇게 짧아요?” 그건 블로거들에게 물으시라.

<드럼 최민규, 최강동안, 잘 생긴 드러머는 로큰롤라디오에 있었다?>

“요새 많이 늙었어요. 음주로. 쉽게 안 빠지더라고요, 이제. 그나마 드럼이라도 안 쳤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그가 시도하려던 상의 탈의는 뱃살 좀 빼고 복근 만든 뒤에 하는 걸로.

유전자에 각인된 개성이 남다른 멤버 전원, 기타리스트 김진규는 그들의 매력을 한 마디로 이렇게 정의한다.

진규 : 밴드에서 얼굴을 맡고 있는 건 민규, 비율과 보호본능을 맡고 있는 건 내현, 몸매를 맡고 있는 건 민우, 이 모든 걸 가지고 있는 건 접니다.

결성한지는 2년, 공연은 160여 회, 수상은 3연속

로큰롤라디오로 뜻을 뭉친 건 2년여. 하지만 그들 사이의 역사는 꽤 길었다. 김진규와 이민우, 최민규는 고등학교 때 실용음악학과에서 만나 2002년 월드컵 때 YB의 테크니션으로 들어갔다가 군대 문제로 후임 김내현이 들어오면서 네 사람의 숙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서로를 알게 됐지만 초창기 부침을 겪는 밴드의 일상다반사대로 사이가 썩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고. 같이 혹은 따로 밴드활동을 하던 그들이 다시 뭉친 건 2011년. 지금은 주고받는 농담의 수위가 높아도 그 흐름이 유연할 정도로 막역해진 사이...라고 믿어도 되나?

민규 : 이런 저런 모습을 10년 봐왔기 때문에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더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죠.
진규: 껄끄러움이 10년이나 됐는데, 앞으로도 20년, 30년 이렇게 가지 않을까 싶어요.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농담은 김진규의 컨셉인 걸로. 드디어 뜻을 뭉치고 세상에 나와 그들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 바로 그 무대는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페스티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콘테스트, 여기에서 로큰롤라디오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는다.

민규: 공부로 못 받은 상을 그 때 받았습니다.

이후 CJ '튠업 뮤지션' 선정과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 숨은 고수로, 또 인디밴드의 등용문인 EBS의 헬로루키 100번째로 선정되며 올해의 루키 자리를 두고 마지막 경연을 앞두고 있다. 로큰롤라디오 상복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내현: 탄탄한 연주력?
진규: 저음과 하이톤의 보컬, 코러스 라인의 재미진 요소들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민우: 저희가 밴드를 결성하고 나서 탑밴드에 지원했어요. 그 때 655팀 정도가 지원했는데 음원 심사로 99팀에 저희가 뽑힌 거예요. 거기에선 떨어졌죠. 그 때 느낀 게 함께 경연을 했던 고고보이스가 필드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저희가 따라잡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부터 연습이다, 닥치는 대로 공연을 하자 했죠. 홍대 모든 클럽에 지원을 하고 계속 연습을 하고 그러다 많이 하면 한 달에 23번 공연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른 밴드들보다 합이 좀 잘 맞았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민규: 밴드들을 보면 누구 같다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저희는 단정 지어 구분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거든요. 저희가 누구를 따라서 만들었다고 하기 보다는 각자 멤버의 개성을 곡마다 녹여냈기 때문에 그게 강점이 된 것 같아요.
진규: 저는 리뷰를 들을 때 어떠한 밴드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표현에 희열을 느껴요. 로큰롤라디오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그런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들은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한다. “말했잖아요. 음악이 잘 생겨서 그렇다고.”
그리고 그렇게 ‘음악이 잘 생긴 데’에는 그만한 연습의 힘이 있었다.

Shut up and dance, 슬프지만 신나는

21일 드디어 로큰롤라디오의 1집이 나왔다. 앨범 는 그들의 전유물인 복고풍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낸 댄서블 록으로 채워졌다.

내현: 타이틀곡이 ‘Shut up and dance’인데 틀어놓고 부담 없이 춤추기 좋은 곡들로 꽉 차 있고요.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냥 정신 없이 즐겁게 춤만 추는 노래들은 아니에요. 나름대로 여운을 남기는 정서들이 담겨 있어요.
진규: 희비가 다 담겨 있는 음악이죠.

그래서 신나지만 슬픈 기운이 감도는 음악이 로큰롤라디오의 전형이 되었다. 지금까지 무대에서 선보였던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들 14곡이 담긴 정규 앨범, 사실 첫 앨범으로 정규 앨범을 내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하지만 로큰롤라디오에겐 무모한 도전만은 아니었다.

내현: 사실 EP나 싱글이 아닌 정규 앨범을 첫 앨범으로 내자니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회사에서 믿고 맡겨줘서 저희가 하고 싶은 걸 다 보여줄 수 있었어요. 마스터링도 외국에서 하고요.

녹음할 여건도 안 됐고, 월세 내기 바쁜 상황에서 ‘우리가 잘 하면 좋아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종횡 무진했던 그들은 결국 앨범 하나 없이 소속사도 생겼고, 페스티벌에도 불려갔고 방송에도 출연했다. 페스티벌에 앨범 하나 없이 나가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앨범은 없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그들의 음악으로 음악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무대에 서버렸다. 첫 앨범도 냈고, 곧 첫 단독 콘서트도 앞둔 로큰롤라디오, 이제 아무 무대에나 안 서는 거 아니냐는 억측을 해보았지만,

민우: 저희는 부르면 어디든 갑니다. 얼마 전에 7, 80대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에 가서 할아버지를 부채춤 추게 만들었거든요. ‘Shut up and dance’로.
진규: 처음엔 멘탈이 좀 흔들렸죠. 큰 벽을 마주한 느낌이었어요.

마포 새우젓축제. 젓갈 내음 속에 소도 막 돌아다니고 호응 없는 전국 노래자랑 같은 분위기였다지만, 흥에는 나이가 없다는 걸 깨달은 공연이었다. 신나는 록에 맞춰 부채까지 꺼내들고 춤사위를 보여준 어르신들, 뭐 술 한 잔 걸쳤는지야 확인할 바 없지만, 그들의 젊음과 패기를 산 건 분명하다. 로큰롤라디오는 어느 무대든 자신들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신념까지 막 장착했다.

YB와 함께 하는 첫 단독 콘서트

YB의 테크니션으로 일하던 10대 청소년들에게 YB는 롤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그 롤모델은 이제 10대 청소년들이었던 로큰롤라디오와 한 무대에 선다.

내현: 저희가 어릴 때 YB 밑에서 일하면서 ‘프로는 저런 거구나’를 보고 배웠거든요. 그래서 첫 단독 콘서트를 하면 무조건 YB를 모시고 싶었는데 이번에 게스트로 나오세요. 저희한테는 너무 뜻 깊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로큰롤라디오의 첫 단독 콘서트가 특별한 데에는 선뜻 그들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나선 YB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진규: 저희가 지금까지 발표한 14곡을 한 번에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거든요. 저는 마지막에 울 거예요.
일동: 눈물의 왕자거든요.
진규: 설정은 아닙니다. 인생의 첫 콘서트니까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민규: 눈동자라는 곡에서 박수소리가 깔려 있는데 라이브 때 관객들의 박수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따라 하기 쉬워요.
민우: 부비부비까지 할 순 없지만 음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거든요. 깨끗한 음향으로 편하게 춤을 출 수 있는 자리가 될 거 같아요. 저희가 주인공이 아니고 관객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오시면 더 좋겠죠.
진규: 저희 아버지가 동요 작곡가셨거든요. ‘멋쟁이 토마토’라는 노래가 있어요. 매진이 되면 그 곡에 맞춰 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표 팔리는 거 봐서...

그들이 화려한 춤을 추지 않아도 관객을 춤추게 만드는 네 남자, 근본 없는 음악을 하는 게 목표라며 모호한 듯 그러나 뚜렷한 개성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네 남자, 그들이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재탕 안 하는 밴드, 가장 마지막에 했던 공연이 가장 좋은 공연이 되는 그런 밴드가 되고 싶다고 마지막 말 만큼은 진지하게 말하는 로큰롤라디오, 아직 낯설어도 어디에선가 당신은 그들을 맞닥뜨릴지 모른다. 그게 강경 새우젓 축제 같은 지역 페스티벌 현장이라 할지라도. 그러니 일단 기억하시라, 로큰롤라디오의 Shut up and dance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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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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