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두 권 쓰고 말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글 쓰는 모습이 기특하고 고마워요.” 손미나의 신작을 읽은 한 독자가 인터넷서점에 남긴 댓글이다. 2006년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베스트셀러가 되며 여행작가의 길을 걷게 된 손미나.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미련 없이 버린 그녀의 결정은 방송계에서는 아쉬웠겠지만 출판계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서른이 되면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을 한 권 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손미나는 어느덧 5권의 저서, 2권의 번역서에 이름을 올렸다. 작가가 본업이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지만, ‘여행작가’에 이어 이제는 ‘소설가’라는 타이틀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다.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는 2009년부터 3년간 손미나의 파리 생활을 묶은 책이다. 대학 시절, 인상 깊었던 파리 여행을 뒤로 하고, 언젠가 파리지엔으로 살아보고 싶었던 손미나. 스페인, 도쿄, 아르헨티나 여행기를 쓰고 네 번째 도시 ‘파리’를 찾았다. 파리지엔이 되는 조건은 생각보다 아찔했다. 이웃 주민에게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은 물론, 프랑스어가 서툴렀던 초기에는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기도 했다. 손미나는 “스페인이 호탕하고 성격 좋은 친구 같다면, 파리는 참으로 근사한 외모를 지녔지만 알수록 성격이 까칠한 아가씨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도시인데, 왜 전 세계 여행자들은 언제나 ‘파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지 못해 안달일까. 생활여행자 손미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파리와 파리지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문을 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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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내가 머물러본 그 어떤 곳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또한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 받는 삶이 흐르는 곳이다. 잠깐 스쳐가는 여행자가 아닌 파리지엔으로 산다는 것은 그 기운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어떤 빛깔을 지닌 사람이든 파리에서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는 것이다. 그러니 헤밍웨이가 말했듯, 젊은 시절 파리에 살았던 것은 크나큰 행운일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내가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삶을 빚어 가든지 움직이는 축제처럼 내 영혼에 빛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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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땐 꼭 테마를 정하세요
파리가 요즘 이슈잖아요. tvN <꽃보다 할배> 첫 여행지가 파리였고 지난해는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어요. 파리는 언제나 여행자들의 로망 같은 곳이지만 유독 최근에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운이 좋나 봐요(웃음). 4년 전에 파리에 가서 3년 동안 체류했는데, 물론 파리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소설에 빠져서 소설을 먼저 썼잖아요. 올해 여름쯤에 파리 에세이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얻는 바람에 파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나영석 PD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후배거든요. 나 PD가 처음 방송사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한 프로그램이 저와 같이 한 프로그램이었어요. <꽃보다 할배> 준비하면서 조언도 해주고 그랬는데, 책이 나왔으니 한 권 선물해주려고요.
언젠가 파리에 살고 싶다는 꿈을 오랫동안 꾸셨다고요. 22세 때 스페인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파리 여행을 한 경험이 무척 좋았다고 했는데, 파리는 굉장히 불친절하기로도 유명한 도시라서 여행이 아닌 생활자로서는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요.
파리 웨이터는 서러울 정도로 불친절해요(웃음). 그래서 처음 6개월은 정말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파리에 있다가 잠깐 한국에 다녀왔을 때 백화점을 한번 갔거든요.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점원이 허리를 반쯤 숙이면서 저를 정말 친절하게 안내해주더라고요.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너무 놀라고 감동적이어서요. 3년을 파리 생활을 하고 돌아 왔을 때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파리는 모든 게 아날로그인데 한국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니까요. 인터넷 속도도 그렇고 사람들의 패턴이 굉장히 숨가쁘다는 생각을 했어요.
‘낭만의 도시’ 파리니까 곳곳에 낭만적인 추억이 가득할 것 같았는데요. 책을 보니 이웃주민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에피소드로 시작해요. 놀랐어요. 아무리 파리라도 이 정도일까, 싶더라고요.
초콜릿을 들고 이사온 집 이웃에게 인사를 갔는데, 다짜고짜 ‘원하는 게 뭐냐’는 소리를 들었으니 정말 황당했죠(웃음). 혹독한 파리 신고식, 파리에 대한 환상에 한번에 깨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그들에게는 제가 낯선 문화였던 거예요. 결국 모두와 친해졌고 친구가 됐죠. 그런데 한 독자 분이 “이 에피소드를 하나 읽은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파리의 속살을 보여줘서 그런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여행 에세이 『스페인 너는 자유다』 『태양의 여행자』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를 쓰면서 각각의 테마가 있었잖아요. 파리의 테마는 무엇이었나요.
소설이에요. 파리에서 체류하면서 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를 썼으니까요. 이번 책에 소설을 쓰게 된 과정이 다 나와있잖아요.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는 소설을 쓰고 난 후 기록한 에세이라서 제게 좀 남달라요. 예전 에세이랑 호흡도 좀 달랐던 것 같고요. 저는 여행이든 만남이든 인생이든 모두 테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파리라는 도시는 1년에 몇 천만 명이 여행한다고 하잖아요. 그 많은 사람들에게 파리가 다 같은 모습으로 다가올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테마를 갖고 여행을 하라고 말해주곤 해요.
표지 사진이 무척 예뻐요. 일부러 콘셉트를 잡고 찍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제목과 참 잘 어울리고요. 특별한 사람이 찍어준 사진인가요?
의도해서 찍은 것도 아니고 표지로 쓰려고 했던 사진도 아니에요. 파리 생활을 하다가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놀러 오라고 했더니, 다들 파리가 싫다는 거예요. 예술 하는 사람들은 파리를 다 좋아하는데 왜 싫으냐고 물어보니, 인위적인 아름다움은 싫다고 하더라고요. 파리의 깊은 모습을 보지 않으면, 파리는 너무 아름답고 완벽하게만 보이니까 그랬던 거죠. 이재용 영화감독님이 그랬던 것 같아요. 파리가 풀 메이크업이면, 런던은 내츄럴 메이크업이고, 베를린은 쌩얼이다. 제 친구는 내츄럴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파리가 싫었던 거죠. 그래서 억지로 꼬셔서 파리에 왔는데, 비웃는 느낌으로 사진을 한 번 찍어보자고 해서 찍게 된 사진이 표지 사진이에요. 일부러 에펠탑 앞에 서서 프랑스를 상징하는 바게트를 들고 파리지엔처럼 찍었어요. 책에 실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고, 편집자들 고생하는데 한 번 웃으라고 보내준 사진인데 덜컥 표지 시안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제목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제목은 직접 지었나요? 전작 소설에 나오는 ‘미모자’ 꽃과도 연관이 되면서 손미나 작가와도 잘 어울려요.
처음엔 다른 제목이었어요. ‘파리가 부른다. 낭만이여’였나.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는데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100% 와 닿진 않더라고요. 사실 프랑스에서 살면서 스페인하고는 또 다른, 이런 거야 말로 영혼을 향기롭게 하는 참 자유를 주는 곳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프랑스, 너야 말로 자유다’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 라고 우스갯소리도 했어요. 소설을 쓰면서 ‘아 그 분이 오셨다’는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담당한 편집자가 제목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에 문득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가 떠올랐대요. 이 제목을 듣는 순간, 저도 강아지에게 주인을 찾아준 듯한 느낌이 들었고요.
여행은 하면 할수록 배려심이 늘어요
소설을 쓴 후의 에세이라서 일까요. 전작 에세이들보다 긴 호흡의 문장들이 많아요. 장면 묘사도 탁월하고요. 빨간색 노트북 에피소드도 재밌었어요.
훈남 소방관 이야기요? (웃음) 그러게요. 저한테 반한 줄 알았는데 제 노트북을 훔쳐보고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웃음이 나와요. 글 쓰는 건, 달리기랑 비슷한 것 같아요. 100m만 하다가 5,000m를 뛰고 났더니, 다시 100m를 뛰었을 때 아무래도 몸이 좀 적응하지 않았을까요. 소설을 쓰면서 버린 글만 해도 얼마나 많겠어요. 엄청난 분량을 소화하다 100m를 뛰니 조금은 편하긴 했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방송도 하고 강연도 했지만, 프랑스에서는 온전히 글만 쓴 거잖아요. 어떤 결과물이 바로 바로 안 나와서 그렇지 뭔가 내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글 쓰는 건 정말 인내가 필요하잖아요. 소설은 더욱이 그렇고요. 좋아하지 않으면 정말 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글 쓰는 일이에요.
고등학교 절친이 있는데, 제가 첫 책을 썼을 때 “드디어, 미나가 자기 길을 가고 있구나” 싶었대요. 고등학교 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나 봐요. 호기심이 많고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기회들을 많이 접하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전면적으로 이 꿈이 펼쳐지진 않았지만 인생 노선을 쭉 따라가다 보면 글 쓰는 걸 정말 좋아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중학교 때 『갈매기 조나단』 같은 책을 읽고 번역도 했어요. 아나운서 시절에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여의도 강변 카페에 노트북을 가져 가서 일기처럼 글을 쓰기도 했고요. 물론 이게 업이 될 줄은 몰랐지만요. 사람 인생이 정말 알 수 없는 게 이렇게 여러 권의 책을 슬 거라고는 저조차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나운서들이 여행이나 유학을 다녀와서 책을 참 많이 써요. 그런데 손미나 작가만큼 화제가 된 책은 현재까진 없는 것 같아요.
선배들도 그렇고 동료, 후배들도 책을 많이 썼어요. 저도 많이 읽었고요. 제가 처음 여행 에세이를 썼을 때만 해도 막 블루오션이 시작될 무렵이었죠. 여행서 시장이 있었지만 얕고 넓은 여행이 아니라, 깊고 좁은 여행, 생활인으로서의 여행서는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유럽이라는 곳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건 어렵잖아요. 유럽 여행이란 박물관이나 유적 등을 보고 오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고 그들과 뒤섞여 산다는 게 익숙하지 않고요. 저는 유학을 간 김에 자연스럽게 합류된 것 같아요. 마침 우리나라 독자들이 그런 여행에 대해 흡수할 준비가 됐을 때, 때마침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나온 거죠. 운이 좋았어요. 책도 처음 써본 거고 오로지 솔직하게, 진정성 있게 쓰자고 한 건데 패턴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여행자로 살아가려면 다양성을 잘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유학 생활을 한 경험도 있으니까 작가님은 조금 수월했을 것 같기도 해요.
학생 때 호주와 스페인에서 유학 생활을 했는데 처음 1년은 인종 차별이 너무 심해서 매일매일 상처 받았어요. 같이 살던 친구가 1년이 지나서야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할머니가 물려준 테이블을 보여주면서 ‘made by white’라는 메모를 설명해줬어요. 할머니라고 해도 길어 봐야 40년, 두 세대 차이인데, 흑인이 만든 제품이면 절대 구입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던 거죠. 제 동생이 생물학자인데 피부색, 인종을 달리 하는 건 정말 작은 염색체 하나가 달라서라고 하더라고요.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차이 때문에 금발머리 프랑스인으로 태어날 수도 있고 동양인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물론 문화적인 영향을 받아서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지만, 내면 깊은 곳으로 가면 정말 작은 사소한 차이만 존재하는 거라는 거죠.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친해지기도 쉬운 것 같아요.
여행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여행은 하면 할수록 배려심이 늘어요. 내 세상에서만 살면 이것만이 나의 세상으로 보이는데, 여행을 하면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정말 작다는 걸 깨닫잖아요. 나랑 부딪히는 사건이 생길 때도 ‘그럴 수 있겠구나’ 이해하게 되고요. 파리에서 이웃집에 살던 마르틴에게 제가 처음에 상처를 받았잖아요.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다시 다가갔을 때 친구가 됐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이렇게 마음을 닫았으면 친구가 되기 어려웠을 거예요. 차이를 인정하는 게 사람을 사귀는 첫 번째 지혜에요. 언어를 하는 것도 장점이고요. 아주 유창할 필요는 없지만 소통이 가능한 정도의 언어를 다양하게 하는 건, 정말 축복이에요.
팟 캐스트 <손미나의 여행사전>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청취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시즌2가 시작된 걸로 들었어요.
제 목소리를 활용한 방송 매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영하 작가님도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작가님이 “미나 씨도 마이크 하나만 있으면 할 이야기 많을 텐데, 왜 안 하냐”고 하셨고, 제안을 듣고 보니 나에겐 ‘여행’이라는 테마가 맞겠구나 싶었어요. 한국 사회가 너무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잖아요. 일상의 휴식을 라디오로 듣는 느낌으로 방송을 만들고 있어요. 우연히 스토리텔링 회사 ‘봄바람’과 인연이 됐는데, 이 분들이 제작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재주꾼들이세요. 첫 게스트로 윤종신 씨가 출연했고 희극 여배우들, 유희열 씨 등이 출연했는데, 친분 하나 붙잡고 수락해주셨어요(웃음). 아주 즐겁게 만들고 있고, 가을에는 오상진 씨와 함께 호주에 가서 찍고 올 계획이에요.
소설 쓰고 났더니, 제 인생 끝났대요
파리에 체류할 때 국내 작가들을 만난 에피소드가 책에 있더라고요. 독자와의 만남이었던 것 같은데, 무작정 찾아갔다는 용기가 대단해요. 다들 손미나 작가가 책을 쓴 사실은 알고 있었을 텐데요.
2006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을 했을 때,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여했거든요. 그 때 진행을 맡으면서 몇몇 작가님들과는 안면이 있었어요. 파리에 있을 때 황석영, 신경숙, 김영하, 이승우 작가님이 파리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어쨌든 작은 안면이라도 있으니 용기 내서 한 번 가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유명한 작가를 만난다는 게 곧 내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아마 작가님들도 제가 설마 소설을 쓰려고 한다는 건 모르셨을 거예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는데, 정말 사람이 뭔가를 절실히 원하면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별자리를 아주 믿지는 않지만, 사수자리거든요.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무조건 달려서가 활을 쏜대요. 그래서 체면 불구하고 갔던 거예요. 무작정 옆에 앉아 있으면서 기회를 노리다가 말씀을 드렸죠. 진짜 감사했어요. 제가 볼 때, 그 분들은 제가 아니었더라도 누가 와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조언을 부탁한다면, 진심으로 말을 들어주실 작가님들이셨어요. 같이 있으면 상대방의 성향이 느껴지잖아요.
아나운서로도 활약이 대단했는데 여행작가로 변신하고 또 소설까지 썼어요. 아나운서 지망생일 때도 이런 도전 정신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도 선배들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제가 아나운서가 됐을 때만해도 고려대학교 출신 여자 아나운서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계진 선배님을 찾아갔어요. 그 때 아마 선배님께서 아나운서 되는 법을 소개한 책을 한 권 내셨던 것 같아요. 무작정 학과 사무실에 찾아가서 조르고 졸라서 선배님 연락처를 받고 전화를 드렸더니, “책을 썼으니 읽어 봐라.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책도 읽었는데 꼭 만나 뵀으면 좋겠다”고 했죠(웃음). 그렇게 한참을 통화다가 결국 선배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학생이 나를 만나고 싶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내가 학생을 만나보고 싶다”고. 도대체 얼마나 당돌하고 끈질기게 물어봤으면 그러셨을까요(웃음). 선배님은 저를 만나시고는 “학생 눈빛 보니까 아나운서 될 수 있겠다”고 하셨어요. 그 때 70% 이상의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소설 집필에 들어가셨을 때는 김탁환 작가님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죠? 김탁환 작가님이 서평에 “이 여잔, 소설가가 될 수밖에 없는 영혼”이라고 쓰셨는데 굉장한 극찬 아닌가요.
트위터로 인연이 됐는데 소설 집필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폭풍우가 막 치는데 거둬주신 느낌이었어요. 의견도 많이 주셨지만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작품을 완성하고 작가님께 보여 드렸더니, “너 인생 끝났어” 이러시더라고요.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물으니까 “딱 보니, 소설가의 피가 끓고 있어 그건 한 번 시작하면 멈추지 못해. 너 이제 소설 써야 해”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제겐 너무 기뻤어요. 이제 시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고시 공부를 하듯이 10년 정도 쓰면 소설이 시작될 거다. 그 때가 시작이라고.”
보통 작가들이 소설을 한 권 완성하고 나면, 아이를 낳은 느낌이라고 하잖아요.
네, 딱 그런 기분이 들어요. 아이를 낳아본 적은 없지만, 이런 건가 싶어요.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 해”라고 하다가도 조금 있으면 기뻤던 순간들만 남으니까요. 소설가 분들의 표현에 의하면 마약 하는 것 같다고도 해요.
앞으로도 소설은 계속 쓰실 계획이시죠?
뭔가 떠오를 때마다 플롯을 정리한 파일이 몇 개 있어요. 올 겨울부터 써볼까 생각 중이에요. 틀은 한 두 달이면 되지만, 지난 번 소설은 호흡 조절을 잘 못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이번에는 그걸 잘해보려고요. 싹을 틔우는 건 빨리 하고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키워서 내놓고 싶어요.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가 여행 에세이로는 세 번째 작품이잖아요. 10권을 쓴다는 계획은 여전하신가요?
평생의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열 권을 채울 생각이에요. 그 때 그때 성향에 맞는 추구하는 것들이 달라질 때마다, 가는 곳과 말하는 것들이 달라질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나’라는 크기의 사람이 꼭 봐야 하는 곳들이 있지 않을 까요. 제 상황도 있을 거고 선택도 하겠죠. 30대에는 책을 쓰고 싶었고, 40대가 되면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항상 어렴풋한 생각들이 구체적인 생각으로 좁혀지고, 활을 쏘고, 또 만들어졌으니까 아마 이뤄질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단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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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손미나 저 | 웅진지식하우스
파리에서 3년 넘게 살면서 파리지앵의 삶과 철학과 스타일에 서서히 빠져드는 손미나 작가의 일상이 담긴 책이다. 감동적이면서도 눈물이 질끔 날 정도로 웃긴 다양한 에피소드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언어와 습관, 교육, 사랑법 등 우리보다 한층 앞서나간 정신적 선진국으로부터 하나하나 삶의 방법을 배워가는 학습자로서의 손미나의 모습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프로방스, 코트다쥐르 같은 프랑스의 아름다운 관광지와 봄레미모자, 이갈리에르, 아를 등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곳들, 세잔과 고흐의 삶과 고민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수준 높은 여행서의 느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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