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행 파트너 ‘엄마’를 소개합니다
“세계여행, 별거 아니네!”
때로는 드라마처럼, 때로는 시트콤처럼 당신의 눈물 콧물을 쏙 빼놓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 글은 슬픈 이야기가 아닙니다. ‘놀 줄 아는’ 반전 있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부추기는 아들이 등장하는 유쾌한 여행기입니다. 저희 여행에 동참하실 분들은 세계지도를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웃다가 흐른 눈물을 훔칠 손수건을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짧은 시간을 사이에 두고 아주 소중한 사람 둘을 잃었습니다. 제게는 아버지, 외할머니였지만 엄마에게는 남편, 어머니였지요. 저 역시 슬픔에 휘청 다리가 풀릴 판이었는데 엄마는 오죽했을까요. 강단 있던 엄마가 가끔씩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 눈물이 너무 뜨거워 제 가슴이 다 타버렸습니다.
그런 서로를 위한 ‘힐링캠프’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 30년 동안 가족만을 살피며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엄마의 인생 2막을 위한 ‘환갑 선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엄마와 함께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세계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 여정에서 엄마가 매일 세 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세 번 아무 걱정 없이 신나게 웃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여행 파트너로 엄마를 초청했다고 하니 혹자는 무모하다 했고, 혹자는 대단하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당연한 선택이라 느꼈습니다. 해가 갈수록 엄마가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 테니까요.
어느 정도 여행이 구체화된 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엄마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정리하면서 30여 년간 자식을 위해 일했던 엄마의 은퇴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더없는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날 밤, 누나와 함께 조촐하게나마 은퇴 파티를 준비한 뒤, 어설프게 만든 ‘세계여행 상품권’을 엄마에게 내밀었죠. 그때 환하게 웃던 엄마의 얼굴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엄마와 저는 거침없이 세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칭다오에서 시작해 런던으로 끝나는 장장 10개월간의 여정. 그동안 왜 소소한 말싸움이나 생각지도 않은 위험이 없었겠어요. 언제라도 엄마가 돌아가자, 하면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해냈습니다. 서른 살 저도 힘들었던 세계여행을 예순 살 아줌마가 소화해낸 것이지요. 엄마의 귀국 소감은 더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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