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그의 음악에 열광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투자전문가, 가수 김광진. 이소라의 ‘기억해 줘’, ‘처음 느낌 그대로’,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을 작곡했으며 1995년 ‘더 클래식’의 1집 앨범에 수록된 ‘마법의 성’은 90년대 가장 히트한 노래 중 하나다. 국문과나 작곡과를 전공했을 법하지만 김광진의 전공은 경영학. 미국에서 MBA를 마친 김광진은 ‘마법의 성’으로 활동할 당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였다. 5집 가수로 매년 콘서트를 여는 싱어송라이터지만 평소에는 여의도 사무실에서 개인투자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 버스커버스커가 그의 곡 ‘동경소녀’를, 신지훈이 ‘편지’를 리메이크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은 김광진을 개그맨 최효종이 인터뷰했다.
트렌드에 맞서는 편이 오히려 성공 확률이 높다
최효종 : 이건 진짜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인데요, 저도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고요. 음악, 투자, 개그, 출판도 마찬가지고, 제일 중요한 게 트렌드잖아요.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지금은 무엇이 잘 될 것인가’ 이 트렌드를 잡는 게 사실 가장 중요한데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투자하시는 게 있나요?
김광진 : 좋은 질문인데요. 주식 투자에서도 트렌드를 읽는 게 되게 중요해요. 투자를 하다 보면, 우리나라 경우 트렌드가 한 쪽 방향으로 쏠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어요. 뭔가 유망하다는 쪽으로 전체적인 자금이 쏠려서 융성하다가 꺾이고는 하는데요. 트렌드를 파악하는 건 되게 중요하고요, 어느 순간에는 트렌드에 맞서야 돼요. 그 트렌드에 맞서서, 사람들이 열광할 때 빠져 나와야 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고요. 저는 음악의 경우에는 트렌드에 맞서는 편이 오히려 더 성공할 확률은 높다고 생각해요. 지금 어떤 게 트렌드라고 했을 때, 그것만 따라가서는 큰 반응이 오기는 어렵고. 사람들이 빠른 노래들만 할 때는 차라리 느린 노래를 하던가, 하는 식으로 음악의 경우에는 차별화 된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최효종 : 이번에 조용필 선배님 음악이 나오면서 아주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보면서 ‘연세가 있으신데 어떻게 젊은 친구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작곡가로서 ‘내 음악이 지금 어린 친구들한테 반응이 있을까?’ 이런 걱정도 하시나요?
김광진 : 저는 한 장르의 음악을 깊이 파고드는 것 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편이고요. 그리고 음악에 대한 선호가 개인적으로 조금씩 바뀌어요. 지금 듣는 음악을 통해서 바뀌기도 하고요. 그런데 대중의 취향을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반드시 맞출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자기가 지금 하고 싶은 걸 끌어내는 게 음악의 경우에는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효종 :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군요. 작곡하신 노래나 부르신 노래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애착이 가는 노래가 있다면 어떤 노래일까요?
김광진 : 아무래도 ‘편지’가 가장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최효종 : 그 노래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후배 가수가 불렀었잖아요. 그걸 보셨을 때 느낌이 새로우셨겠어요.
김광진 : ‘편지’가 저는 조금 느리고 슬픈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젊은 친구들이 그 느낌을 보고 좋다고 생각할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데 노래는 작곡하고 나면 저를 떠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노래를 들었을 때 별로 느낌이 없어요. 항상 노래를 할 때 ‘최선을 다해서 정확한 음정으로 잘 불러야 되겠다’라는 것에만 집중하고, 사람들이 이 노래에서 어떤 느낌을 가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노래가 저를 떠나는 것 같아요.
최효종 : 본인이 작곡하고 부르신 노래도 많지만, 반대로 작곡하시고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도 참 많잖아요. 다른 가수에게 주신 노래 중에 ‘이 노래를 내가 불렀으면 어땠을까’하는 노래도 있을 것 같아요.
김광진 :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제가 다른 가수들에게 드렸던 곡을 직접 불러서 음반을 낸 적이 있었는데요, 반응이 전혀 없었어요. 이소라 씨의 ‘처음 느낌 그대로’, 한동진 씨가 불렀던 ‘사랑의 서약’ 이승환 씨가 불렀던 ‘내게’ 이런 곡들을 제가 다시 불렀는데, 아주 반응이 없었죠(웃음).
조규찬 결혼식에서는 사회, 이승환에게는 축가 선물을
최효종 : ‘사랑의 서약’ 같은 경우에는 작곡가로서 저작권을 갖고 계시잖아요. 축가로도 많이 불리는 노래인데요. 일일이 결혼식장마다 다니면서 조사를 해서 저작권료를 받으시면, 진짜 구단주가 되실 수도 있을 텐데(웃음).
김광진 : 결혼식장은 저작권료가 없고요.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최효종 : 동료 중에 축가를 불러주신 분도 계신가요?
김광진 : 이승환 씨가 있었고요. 조규찬 씨 결혼식 때는 저한테 사회를 봐 달라고 해서 처음으로 사회를 봤었습니다. 아주 색달랐었습니다. 왜 저한테 사회를 봐 달라고 했는지(웃음).
최효종 : 주위 연예인 분들 중에 말씀 재밌게 하시는 분들도 많았을 텐데(웃음)
김광진 : 그러니까요(웃음). 그런데 조규찬 씨랑 저랑 좀 특별합니다.
최효종 : 아, 정말 절친이시군요.
김광진 : 제가 조규찬 씨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고요. 그런 표현을 평소에 많이 해왔죠. 저보다 조금 연배는 어리지만 제가 팬이고, 항상 공연 때도 가고 음반이 나오면 제일 먼저 사고, 항상 그렇게 조규찬 씨한테 얘기를 했었어요. 조규찬 씨도 상당히 저를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사회를 봤는데요. 이제는 사회보다는 주례 쪽으로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효종 : 방송에서 뵈면 조규찬 씨도 조용하시면서도 할 말은 다 하시는 스타일이시잖아요. 작곡하는 사람들끼리 혹은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음악적 색깔이 비슷하면 더 쉽게 친해지나요?
김광진 : 아무래도 그렇죠.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은 일단 제가 존경하게 되잖아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들을 가지고 있고, 그 재능에 대해서 제가 존경을 표하죠. 제가 좋아하는 김현철 씨나 정석원 씨, 이런 분들을 보면 제가 좋아하는 형태의 음악을 하는 분들은 항상 선망의 표시를 하게 되죠.
주식 하지 마라는 소리, 들어야 하나요?
최효종 : 김광진 씨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희 아버지도 주식을 많이 하셨고 주위 지인들도 많이 했는데요. ‘하여튼 주식은 하지 마라’ 그렇게 교육을 받았어요. 제가 또 IMF 세대였기 때문에 더 그랬는데, 주위에도 젊은 세대에 그렇게 교육받은 친구들이 되게 많거든요.
김광진 : 그런 생각을 좀 바꿔야 된다는 게 『김광진의 지키는 투자』의 앞부분 내용인데요. 사실은 저도 IMF를 겪고, 그 와중에 엄청나게 큰 손실을 보고 한동안 굉장히 괴로워한 날들도 많았어요. 그러면서 다시 그 업종에 종사하면서 한 10년 간 펀드매니저 일을 해보니까, 이것이 위험만 있는 게 아니고 몇 가지 원칙만 잘 세워서 잘 지키면 좋은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제가 금융업계에 20년 정도 종사를 했는데 한 15년 동안은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고요. 조금 괜찮은 생각을 갖게 된 게 5~6년 정도 된 것 같아요. 몇 달 사이에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게 아니고 ‘내가 좋은 투자 원칙을 세워서 10~20년 앞으로 꾸준히 투자를 하겠다’고 생각하면 좋은 성과를 낼 확률이 높아져요. ‘어떤 철학을 갖고 개그를 하는 게 중요한가’처럼 투자도 어떤 철학을 가지고 그걸 장기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최효종 : 주식 투자 책 중에 어떤 책들은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많이 실려 있는 것들도 있는데, 『김광진의 지키는 투자』은 주식 초급생들이 읽어도 되는 책일까요?
김광진 : 주식 투자의 경험이 없고 지식이 없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책을 읽으신 분들이 평을 해주더라고요.
김광진 “’좋은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주식이 오르지 않은 회사’ 그런 기준으로 가장 싼 회사들을 10개 내지 20개 정도를 사면 그 중에서 많이 오르는 주식이 나오더라고요”
예측보다 좋은 실적이 나온 회사의 주식을 사라
최효종 : 제가 어떤 분과 같이 경제 프로그램, 주식에 관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들이 너무 당연한 얘기만 하고 있다는 거예요. 쉽게 말해서 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죠. 그 이야기에는 동의하시나요?
김광진 : 조금 틀릴 수 있더라도 본인의 독특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죠. 그런데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좀 돋보이는 것 같아요. 저도 경제 방송을 많이 보다 보면, 독특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돋보이죠.
최효종 : 그런 분들이 몇 분 안 되시죠?
김광진 : 많지는 않죠.
최효종 : 사실 부동산도 그렇고 주식도 그렇고, 책에 쓰여진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김광진의 지키는 투자』는 제목부터가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광진 : 일단은 주식 시장의 변동성 자체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될 것 같아요. 길게 보면 주식 시장이 상승할 거라는 건 맞는데, 그 중간에 변동성이 굉장히 크잖아요. 그 변동성이 크다는 걸 우리가 알고 있어야, 주식을 샀는데 많이 빠졌을 때, ‘지금 더 살 건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가 있는 거죠. 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 30년 동안 주식 시장이 변동성이 있으면서 굴곡을 가져왔는데요. 30년 동안 평균적으로 보면 시장 자체가 오를 때는 26개월 정도 오르고요, 오른 폭이 200% 정도 돼요. 빠질 때는 17개월 동안 빠지고, 빠지는 폭이 50% 정도고요. 시장 자체가 200% 올랐다 50% 빠졌다, 이렇게 빠져요. 그러니까 제일 안 좋은 경우는 이런 거죠. 주식 시장의 꼭지에 진입을 해서, 빠질 때 17개월 정도 빠진다고 했는데 그 1년 반 동안 우왕좌왕하다가 손실을 많이 보고, ‘이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구나’ 생각하고 나가는 거예요.
최효종 : ‘주식이라는 게 정말 투자하면 안 되는 거구나, 손해만 보는 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군요.
김광진 : 네. 왜냐하면 시장 자체가 그렇게 변동성이 있거든요. 오를 때 200% 오르고 빠질 때 1년 반 동안 50% 빠져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주식을 샀는데 1년 반 동안 돈이 50% 빠졌더라,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조금 더 사는 것도 방법이겠죠? 그리고 시장에는 1000개가 넘는 종목이 있는데 다 가격이 다를 거잖아요. 그러면 그 중에서 정말 제일 싼 거는 어떤 걸까를 생각해 보는 거죠. 1000개 중에서 어떤 거는 비싸고 어떤 거는 쌀 텐데, 1000개 중에서 제일 싼 종목을 한 10개 정도나 20개 정도를 사면 시장을 이길 확률이 높아져요. 또 말씀 드리고 싶은 게 뭐냐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사요. 호재가 터진다거나 앞으로 실적이 크게 호전될 거라고 예상을 하고 사는데요. 세상 일이 미래가 잘 안 맞는 경우가 있잖아요. 잘될 줄 알았는데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잘 안 될 것 같았는데 갑자기 잘되는 경우도 있고. 세상일이 예측을 못 하기 때문에요. 한 가지 방법은 예측보다 좋은 실적이 나온 회사의 주식을 사는 거예요. 왜냐하면 어떤 실적이 나올지 아무도 잘 모르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그 실적에 비해서 주가가 오르지 않은 회사의 주식을 사는 거예요.
최효종 : 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대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오르지 않은 주식을 사는 거군요.
김광진 : 네. 일단 좋은 실적을 발표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주가가 오르지 않은 회사가 있는 거죠. 어떤 회사는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오르지 않은 회사를 사는 거죠. 그러니까 답을 보고 푸는 거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는 앞으로 큰 호재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를 이유로 주식을 사는데, 그 호재가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요. 생각보다 좋은 실적을 냈는데 옆에 보니까 더 좋은 실적을 내고도 안 오른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를 사야 되는 거죠. 투자의 비법, 정보 네트워크 이런 걸 많이 생각하시지만 실제적으로는 ‘좋은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오르지 않은 회사’ 그런 기준으로 가장 싼 회사들을 10개 내지 20개 정도를 사면 그 중에서 많이 오르는 주식이 나오더라고요.
최효종 : 이런 것도 하나의 방법일까요? 요즘 모바일 게임이 인기가 많잖아요. 제가 게임을 하다가 게임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게다가 주위에서 반응이 좋아요. 그래서 그 회사의 주식을 사는 거죠.
김광진 : 그게 ‘피터 린치’의 방법이죠. 자신의 생활 속에서 발견하고 주식을 사는 방법인데, 그것도 상당히 좋은 방법이에요. 제가 최근에 샀던 종목은 영화관 멀티플렉스 종목이에요. 산 이유 중에 하나가 제가 예전보다 극장에 많이 가더라고요. 극장에 더 많이 가고, 예전보다 더 좋은 프리미엄 관에 가고, 가서 팝콘 같은 것도 많이 먹고요. 예전에 한 달에 한 번 갔다면 지금은 한 달에 두 세 번 가니까 당연히 실적이 좋아지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서 산 적이 있죠.
최효종 : 이게 정말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와 닿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야구광인 김광진과 최효종,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에 대한 승률 분석에 여념이 없었다.
돈을 많이 벌면, 구단주 해보고 싶어
최효종 :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주식투자 말고도 워낙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분이신 것 같아요.
김광진 : 그렇지도 않고요. 관심이 주로 있는 건 스포츠고요. 그리고 주식은 직업으로 일을 했고. 그리고 음악. 그 정도예요.
최효종 : 음악이 1번이신가요?
김광진 :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 그냥 그렇다고 할게요(웃음).
최효종 :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사실은 ‘마법의 성’이라는 명곡 때문에 작곡가와 가수 이미지가 더 강하시잖아요. 만약에 음악인이 아니고 투자 전문가로 활동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음악을 안 하고 회사 일만, 투자 일만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 본 적 없으신가요?
김광진 : 그것만 했으면 조금 덜 좋았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부터라도, 음악과 투자 일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어떤 새로운 일에 관심이 있고 열심히 한다면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게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우리가 모르는 길을 처음에 떠날 때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느낌을 받고, 돌아올 때는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지잖아요. 익숙한 일을 반복하면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가고 일상적인 일을 하면 일주일이 금방 가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 더 길게 느껴지는 게, 우리가 여행가면 하루가 길게 느껴지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누구든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런 것에 전혀 두려워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최효종 : 그러면 요즘 음악이나 투자 말고, 또 다른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거나 투자하시는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김광진 : 제가 돈을 많이 벌면 구단주를 해보고 싶어요(웃음). 제가 고향이 인천이라서 전자랜드 농구팀을 좋아하는데요. 그 모기업이 어려움이 있는데 팀을 인수할 기업이 별로 나타나지 않더라고요. 야구에 비해서 농구는 유지 비용이 조금 적게 들어가는 편일 텐데 인수할 구단이 없어요. 제가 지금은 형편이 안 되지만, 혹시 투자를 너무 잘하게 된다면 한 20년 후에는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최효종 : 저도 스포츠에 관심이 워낙 많아서, 축구 야구 농구 배구까지도 전부 보거든요. 그런데 구단주가 되는 건 스포츠 팬으로서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이겠죠.
김광진 : 최효종 씨가 저보다 훨씬 빠를 것 같아요.
최효종 : 아휴, 아닙니다. 저는 방송으로 열심히 번 돈을 김광진 씨에게 맡겨서, 같이 그 돈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김광진 : 그럴까요? 같이 하면 혹시 야구단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10년 후에?
김광진 : 거기에서 좋은 선수들을 1군으로 배출하고 하는 거죠. 아마 지금 다른 팀들도 김성근 감독님을 많이 원하고 있지 않을까요? 최근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가장 중요한 태도
최효종 : 예전 김광진 씨의 인터뷰를 보니까 어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편집증이 있다고 말씀하신 내용이 있던데요. 요즘도 그러신가요?
김광진 : 편집증보다는 조금 과거에 많이 집착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자기가 잘못했던 일, 부모님한테 잘못했던 일, 이런 것들이 오랫동안 머리에 남았던 것 같고요. 가령 고등학교 때 시험 봐서 틀렸던 게 1년 정도 기억이 났던 것 같아요. 그리고 투자가 잘 안 되고 그럴 때 힘들었던 것 같고요. 그러니까 과거에 잘못했던 일, 이런 것들이 저를 많이 괴롭혔던 것 같은데요. 이제 나이를 많이 먹고 나서는 ‘그런 부질없는 걱정 같은 것을 덜 하는 게 남은 인생을 위해서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제는 조금 더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보려고 하고 있어요.
최효종 : 마지막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김광진 : 음악도 투자도 상당히 예상 못했던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살다 보면 생각 못했던 불행한 일도 많이 벌어지고 하는데, 그때마다 제일 중요한 건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같아요. 투자에서 가장 수익이 날 수 있는 것이, 정말 분위기가 안 좋고 경제가 거의 망가지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투자를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실제적으로 그렇게 경제 위기가 오면, 비관론자와 시장이 폭락할 거라고 예견한 사람이 명성을 얻어요. 과거에 ‘닥터 둠’ 같은 사람들이 시장 폭락할 거라고 말하고, 그 뒤에 실제로 폭락하면 ‘오, 닥터 둠이 또 맞췄어!’ 이렇게 되거든요.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자기의 명성이 올라갔을 때 투자를 하면 큰돈을 벌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자기가 맞췄다는 것에 감탄하면서 투자를 안 해요. 그러니까 비관론자들이 명성을 얻을 때 투자를 시작하세요. 그럼 비관론자는 명성을 얻고요, 투자를 한 사람은 노후를 편하게 지내게 됩니다.
최효종 :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거군요. 그러면 그동안 하신 선택 중에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시는 선택을 한 가지 꼽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김광진 : 제가 대학교 때 학교 가요제에서 1등도 하고, 저는 음악을 하면 금방 성공할 줄 알았는데요. ‘마법의 성’이 나왔을 때 제가 서른 살이었어요. 제가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했는데 거의 20년이 지나서 음악이 조금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저는 항상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내 음악이 인정을 받을 거다’. 반응이 없으면 사실 실망하기도 쉬운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더 좋은 곡을 쓸 거다’.
최효종 : 오늘 제가 제일 많이 배우고 가네요. 다음에 꼭 한 번 농구 한 게임 해요.
김광진 : 좋죠(웃음).
최효종의 Talk Talk Talk
‘최효종의 추파’의 첫 인터뷰이가 가수 김광진 선배라는 소식을 듣고 다소 안심이 됐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일까, 어색한 분위기 없이 진행된 인터뷰. 김광진 선배는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단단한 열정이 느껴지는 꽉 찬 수레 같은 느낌이었다. 스포츠와 음악, 그리고 본업인 투자자의 소임까지. 요란하진 않지만 매사 열정적인 모습에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됐다.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단 내 스스로의 트렌드를 만들어라’. 개그맨인 내가 가슴에 꼭 새겨야 할 명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처음 공개하는 김광진의 음악 이야기와 투자 이야기!
감성적인 멜로디와 애틋한 가사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싱어송라이터 김광진. 히트곡 「마법의 성」을 발표할 당시 그는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였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20년 동안 여의도에서 투자 전문가로 활약했던 그의 투자 이야기를 처음 책으로 펴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 간의 광주, 그리고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철저한 노력으로 담아낸 역작. 열다섯 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그 당시 고통받았지만, 역사에서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꺼내 보이면서 그 시대를 증언한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23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이자 가장 최근작. 말해지지 않는 지난 시간들이 수십 년을 건너 한 외딴집에서 되살아난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지극한 사랑”이 불꽃처럼 뜨겁게 피어오른다. 작가의 바람처럼 이 작품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이자 한강 소설가의 대표작. 보이지 않는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 상상력으로 표현해낸 섬세한 문장과 파격적인 내용이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무가 되고자 한 여성의 이야기.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소설가의 아름답고 고요한 문체가 돋보이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작품.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를 넘나드는 소설이다. ‘흰’이라는 한 글자에서 시작한 소설은 모든 애도의 시간을 문장들로 표현해냈다. 한강만이 표현할 수 있는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