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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일본의 젊음, < 린다 린다 린다 >의 그 노래 - 블루 하츠

“생쥐처럼 멋져지고 싶어. 사진에는 비춰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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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한지도 벌써 17년, 그럼에도 이들은 끊임없이 추앙받고, 계속 불리어지며,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언급이 된다. 이를 통해 위대한 음악과 뮤지션의 존재 의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동시에, 결국 그러한 결과물의 원천은 남들과는 다른 시도와 계산 없는 열정임을 재확인시킨다.

“우린 배신자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인디계를 떠나 세상과 마주한 네 남자. 그 괘씸한 변절은 훗날 제이 록(J-Rock) 신에서 빠뜨려서는 안 될 위대한 유산을 낳았습니다. 그렇게 태동한 블루 하츠(The Blue Hearts)는, 청춘이란 그럴듯해 보이도록 꾸며놓은 말들이 아닌 아무런 수식이 필요 없는 열정 그 자체임을 첫 작품을 통해 증명했지요. 블루 하츠의 명반, < The Blue Hearts >를 소개합니다.


블루 하츠(The Blue Hearts) < The Blue Hearts > (1987)

“생쥐처럼 멋져지고 싶어. 사진에는 비춰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배두나가 출연한다는 사실에 솔깃해 덜컥 영화 < 린다 린다 린다 >를 보았다면, 위의 가사로 시작하는 「リンダリンダ(Linda Linda)」를 엠피쓰리에 옮겨 담았을 공산이 크다. 감독은 주인공들이 좌충우돌하며 자신들의 꿈을 찾아나가는 내용이야말로 ‘블루하츠정신’의 뼈대임을 강조하고자 곳곳에 이들의 노래들을 삽입했다고 한다. 일종의 ‘헌정영화’인 셈이다. 또한 유명작가 요시모토 바나나(吉本 ばなな)가 이들을 절찬하는 책을 내는 등, 사회전반에 걸쳐 이들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도 큰 파급효과를 낳고 있는 이 ‘1980년대 일본의 젊음’은 디스코그라피 사상 가장 뜨거운 열기가 감지되는 이 한 장의 시디에서부터 시작된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언어, 4개의 코드를 넘지 않는 심플함, 그럼에도 강하게 느껴지는 오리지널리티는 젊은 층에게 호응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시대의 아티스트’가 되는데 일조했다.

여기엔 단순한 노랫말이 아닌 문학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그들의 가사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집중견제를 받을 정도로 과격했던 서구 펑크의 시초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문법과는 달리, 동양의 선구자들은 철저히 공감대를 소구했다. 가사에 다소 소홀했던 라우드니스(Loudness)와 바우와우(Vow Wow)와 같은 1970년대의 쟈파메탈(재패니스 메탈의 약칭) 시대에 지쳐있었던 멤버 코모토 히로토(甲本 ヒロト)와 마시마 마사토시의 의향이 그대로 반영된 덕이었다.

‘꿈을 믿는다’라던가, ‘내일로 나아가자’라는 진부한 표현을 배제하고 자신들이 느낀 그대로를 적어 내려간 이야기들에 기반을 둔 ‘일본어 록’의 재정립을 단 한걸음에 이뤄냈다는 사실이야말로 그들이 시간이 갈수록 제이록의 명부에 이름이 진하게 새겨지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국민밴드의 한 축을 이루는 스피츠(Spitz)의 쿠사노 마사무네(草野 マサムネ)가 데뷔전의 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잠시 음악에의 의욕을 잃었다던 일화처럼, 같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도 그 영향은 지대했다.



[ Train-Train ]
[ Young And Pretty ]
[ Bust Waste Hip ]
이러한 우상의 탄생은 일본에 펑크라는 장르를 정착시킴과 동시에 제2의 밴드붐을 예견했고, 지금과 같은 저변이 넓은 마켓을 형성하는 데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2000년대 초 175R, 로드 오브 메이저(Road of Major) 등의 팝 펑크록 신의 번창도 번창이지만, 결정적으로 스피츠(Spitz),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 등 4인조 라인업을 갖춘 차세대 주자들의 등장을 견인했다는 데에 그 거대한 존재감을 엿볼 수 있다.

나중에 선보이게 된 베스트반에서 첫 앨범의 반 이상의 곡이 수록되어 있는 것이 말해주듯, 어느 한곡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블루 하츠, 그리고 일본 펑크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リンダリンダ(Linda Linda)」 외에도 어린 날의 패기를 가감 없이 들려주는 트랙들이 산재한다. 펑크 록에 대한 애정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는 「パンク?ロック(Punk Rock)」, 어른에게 칭찬받는 바보만큼은 되고 싶지 않다는 「少年の詩(소년의 시)」, “정말 좋아해, 미안해. 신보다도, 좋아해”라는 내레이션이 인상적인 「君のため(그대를 위해)」, 중기부터 후기까지의 라이브에서 시작을 알렸던 상징성 깊은 「未( )は僕等の手の中(미래는 우리들 손 안에)」 등 그 통렬함은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있다.

해체한지도 벌써 17년, 그럼에도 이들은 끊임없이 추앙받고, 계속 불리어지며,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언급이 된다. 이를 통해 위대한 음악과 뮤지션의 존재 의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동시에, 결국 그러한 결과물의 원천은 남들과는 다른 시도와 계산 없는 열정임을 재확인시킨다. 그야말로 청춘이란 솔직한 마음 그 자체이며, 그 색깔은 이름만큼이나 투명한 파란색임을 상기시켜주는 일본대중음악사가 남긴 걸작이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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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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