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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 특강 4회] 행복하고 싶다면 장자를 읽어라 - 강신주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고전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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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는 장자를 읽는데 있어서 특히 유머감각을 무척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유머감각이 있음으로써 거리를 두고 삶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어떤 것에 몰입했을 때 가능한 것이지만, 웃는 것은 어떤 것에서 한발 거리를 뒀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강신주는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철학이 필요한 시간』『상처받지 않을 권리』의 저자 강신주가 강연을 맡아서였을까? 매 강연마다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동양고전, 2012을 말하다]이지만, 유독 장자 강연에는 젊은 여성 관객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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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장자는 위진시대의 사상가 곽상이 편집한 것이다. 곽상이 편집한 장자는 내편 7편과 외편 15편 그리고 잡편 11편 총 33편으로 묶여있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편으로 장자 사상의 정수가 담겨있다고 알려져 있다. 강신주 또한 장자를 처음 읽으려 한다면 내편을 중점으로 읽을 것을 권하였다. 

 

 

강신주는 장자를 읽기 위해서 두 가지를 명심하라고 말한다. 첫 번째는 장자에서 장자를 지칭하는 두 가지 호칭의 차이를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장자에서 장자는 두 가지 명칭으로 불린다. 하나는 말 그대로 장자(莊子). 다른 하나는 장자의 본명인 장주(莊周)이다. 장자라는 명칭은 자(子)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장 선생님이라는 경칭이다. 즉, 장자로 쓰인 우화들은 장자의 제자들이 장자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쓴 것이다. 반면에 본명인 장주로 쓰인 일화들은 장자의 제자들이 아닌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 따라 쓰여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강신주는 이 두 가지 호칭의 차이를 파악하고 장자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자를 읽기 위한 강신주의 두 번째 조언은 바로 장자를 고전으로 읽지 말라는 것이다. 장자를 고전으로 읽지 말라니 허무 맹랑한 말이다. 소위 노장사상의 한 축을 이루는 경전이자 수 많은 동양 고전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장자를 고전으로 읽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강신주는 장자를 고전 경전으로 읽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오히려 고전보다는 재미있는 우화가 담겨있는 책으로 읽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 머리가 딱딱한 사람보다는 문학적 감수성과 유머감각을 갖춘 사람만이 장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신주는 장자에서 유머감각을 무척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유머감각이 있음으로써 거리를 두고 삶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어떤 것에 몰입했을 때 가능한 것이지만, 웃는 것은 어떤 것에서 한발 거리를 뒀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강신주는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려운 일을 많이 겪어서 한국 사람들은 유머감각이 없어요. 그런데 제 친구 어머니는 유머감각이 있었어요. 자식 셋을 다 키우고 세월이 흘러 돌아가실 때가 되었어요. 위독하시다는 말을 듣고 자식들이 모이자 ‘내일 이 문을 열면 나는 죽어있을 것이다.’ 하고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어요. 그리고 다음날. 가족들이 무서워서 문을 못 열고 있었어요. 막상 어머니가 돌아가신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던 거지요. 그렇게 벌벌 떨고 있을 무렵 방문을 쾅 열고 어머니가 나오며 외치셨어요. ‘에이 씨발 죽지도 못하겠네.’ 그러고는 이틀 뒤에 임종을 맞으셨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슬프죠. 하지만 친구는 임종 전의 어머니를 이야기를 하면서 웃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떠셨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죽고 사람들이 자신을 잊지 못해 슬퍼하길 바라세요. 아니면 자기가 죽었어도 사람들이 웃으며 살아가길 바라세요.”

 

장주의 집은 가난해서, 그는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려고 갔다. 그 제후가 말했다.

좋다. 나는 곧 내 땅에서 나오는 세금을 더게 되는데, 너에게 삼백 금을 빌려주겠다. 그래도 되겠는가?”

그러자 장주가 화를 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어제 이곳으로 올 때, 길 중간에서 소리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제가 마차바퀴 자국을 돌아다보니, 거기에는 잉어가 있었습니다. 저는 잉어에게 ‘잉어 아닌가! 너는 무엇하고 있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잉어는 ‘저는 동해의 왕국에서 파도를 담당하는 신하인데, 당신은 한 국자의 물로 나를 살릴 수 없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좋다. 나는 지금 남쪽으로 오나라와 월나라의 왕에게 유세하러 가는 중이니, 서강의 물길을 네가 있는 곳으로 향하도록 하겠다. 그래도 되겠는가?’ 그러자 그 잉어는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없으면 살 수 없는 그런 것을 잃었습니다. 제게는 살 수 있는 곳이 지금 없습니다.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나를 살릴 수 있는 한 국자의 물입니다. 만일 그것이 당신이 말할 수 있는 전부라면, 당신은 전어물 진열대에서 저를 찾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장자 외물(外物)

 

강신주가 조언했던 두 가지 관점을 가지고 이 우화를 읽어보자. 우선 이 우화의 주인공은 장주(莊周)다. 제자들이 우러러보는 장자(莊子)가 아니다. 장주이기에 제후에게 돈을 빌리러 가는 등, 재물에는 초월한 모습을 보이는 장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장주는 돈을 빌리는 입장이긴 했지만 당당한 자세만큼은 잃지 않았다. 지금 당장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제후의 말에 임기응변으로 기가 막히는 우화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장주가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장자(오강남 편) ]
[ 장자(을유문화사) ]
[ 장자(기세춘 역) ]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고전을 읽어라

 

본격적으로 장자 강연에 들어가기에 앞서 강신주는 고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갔다. 강신주는 고전 읽기를 여행에 비유했다. 강신주는 소싯적에 여행을 정말 많이 했다고 했지만, 이제는 여행에 질렸다고 한다. 처음 하는 여행은 언제나 신선하다. 시간이 흐르고 여행에 적응을 하다 보면 사람 사는 세상이 모두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면 왜 여행을 할까?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이 다 똑같다면 지금 여기에서 계속 머물러 있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강신주는 여행을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성적인가 감성적인가? 이런 개념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건과 부딪치면서 차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게 된다. 강신주는 고전 읽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신주는 고전을 어려운 책, 옛날 책, 독특한 책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특정 고전이 가지고 있는 디테일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리랑 같은 사람이 쓴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으라고 조언한다.

 

대붕의 자유는 조건적 자유

 

북쪽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물고기의 이름은 곤이다. 곤의 둘레의 치수는 몇 천리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그것은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은 붕이다. 붕의 등은 몇 천리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붕이 가슴에 바람을 가득 넣고 날 때, 그의 양 날개는 하늘에 걸린 구름 같았다. 그 새는 바다가 움직일 때 남쪽바다로 여행하려고 마음먹었다.

물의 부피가 충분히 크지 않으면, 그 물은 큰 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힘이 부족하게 된다. 당신이 한 사발의 물을 바닥의 움푹한 곳에 부으면, 갈대는 그곳에서 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곳에 큰 사발을 띄우려 한다면, 그것은 바닥에 붙어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배는 그런 얕은 물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바람의 부피가 충분히 크지 않으면, 그것은 커다란 양 날개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힘이 부족할 수박에 없다. 그래서 그 새가 구만리를 날아올라 자신의 밑에 바람을 두었을 때에만, 그 새는 자신의 무게를 바람에 얹을 수 잇는 법이다. 그 새가, 남쪽으로 향하는 자신의 여정을 시작하려면, 자신의 등에 푸른 하늘을 지고 앞에 명료한 시야를 얻어야만 한다.

메추라기가 대붕이 나는 것을 비웃으며 말했다. “저 놈은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나는 뛰어서 위로 날며, 수십 길에 이르기 전에 숲 풀 사이에서 (자유롭게) 날개를 퍼덕거린다. 그것이 우리가 날 수 있는 가장 높은 것인데, 그는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 장자 소요유(逍遙遊)

 

장자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아마 대붕에 대한 이야기는 다들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유명한 일화를 가지고 강신주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나갔다. 대붕은 거대한 새다. 중국인 특유의 과정이 섞여있긴 하지만 어쨌든 거대한 새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너무나 거대한 몸 때문에 거대한 바람이 불기 전에는 혼자서 날 수도 없는 새이다. 반면에 메추라기는 아주 작은 새이다.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작고 앙증맞은 새이다. 메추라기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날개를 저으면서 날아가 나뭇가지에 앉을 수도 있다.

 

얼핏 보면 대붕보다는 메추라기가 더 자유로워 보인다. 메추라기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 날 수 있고 이쪽 나뭇가지에 앉을까, 저쪽 나뭇가지에 앉을까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붕은 바다가 움직일 정도로 거대한 바람, 즉 태풍이 오지 않으면 날 수 없다. 엄청나게 부자유스러운 몸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추라기는 대붕을 비웃는다.

 

우리는 자유라고 하면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상태를 생각한다. 하지만 강신주는 인간에게 이런 절대적인 자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받는 구속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구속은 어려운 고난이다. 대붕의 일화에서 나오는 태풍과 같다. 너무나 거대해서 하늘을 날기는커녕 잘못하면 바다로 처박힐 수도 있다. 하지만 태풍이라는 거대한 바람에 몸을 맞기며 하늘을 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강신주가 말하는 조건적 자유이다. 강신주는 조건적 자유를 행글라이더에 비유한다. 바람이 없으면 행글라이더는 날 수 없다. 바람을 탈 때 비로소 행글라이더를 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잠깐 딴 생각을 하면 추락할 수 있다. 바람을 끝까지 잘 읽어야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법이다. 아마 태풍을 타는 대붕의 비행도 행글라이더와 같을 것이다.

 

“아마 조선시대 여성들은 자신들이 퍽이나 자유롭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오늘 밤에는 모란 자수를 놓을까, 내일 밤에는 동물 자수를 놓을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틀 안에서 산 것입니다. 틀 안에서 살 것인가, 틀을 깰 것인가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틀을 깨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머도 필요합니다. 물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물은 잘못하면 빠져 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이 있어야만 헤엄도 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악조건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성숙해서 넘어가는지 넘어가면서 성숙해지는지 구분하지 말고 넘어가야 합니다.

 

여러분 행복하시나요? 날개는 가지고 있으신가요? 만약 지금 행복하다면 날개가 없는 겁니다. 우울하다면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힘들지 않으면 길들여집니다. 우리 비겁해지지 맙시다.”

 

강신주는 자신이 장자를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장자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신주는 자신의 강연을 듣고 ‘저런 방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모두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장자를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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