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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이내에 중국이 대한민국의 생사여탈권 쥐게 될 것” - 김영수 『완역 사기 본기 2』

사마천의 사기는 궁극의 절대역사서 오늘날 동북공정에 이용되고 있는 현실 또한 직시해야 20년에 걸친 사마천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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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작가는 「사기」본기의 시ㆍ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날수로는 총 51일, 1,224시간을 들여 25,000km 이상의 공간을 이동했다. 하루 평균 500km에 가까운 힘겨운 여정이었다. 중국 방문만 해도 100여 차례를 뛰어넘는다. 본기 완역 작업에 소요된 시간이 이 정도다. 더구나 본기 2권의 작업을 하는 도중에는 불의의 사고까지 당하게 된다.

사마천의 「사기」는 장대한 역사서로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 아시아의 정세와 앞날을 전망할 수 있는 예언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20년,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 된 김영수 작가의 중국연구는 사기의 완역이라는 엄청난 목표설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사기 본기 2권의 완역을 끝낸 작가는 ‘이제 시작’이라 말하고 있다.

“사마천 당대에 한 무제가 실시한 대외정책은 지금 중국의 ‘공정’과 똑같습니다. 한 무제 시절 고조선을 비롯해 많은 주변국가가 멸망하거나 정복당했어요. 2100년이 지난 지금 온전한 독립국가로 남아있는 것은 고조선의 후예인 우리입니다. 그게 동북공정의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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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는 오늘날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역사서이자 뛰어난 작품성과 스토리텔링을 포함한 문학서이기도 하다. 덕분에 한번쯤은 꼭 일어봐야 할 독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번역서와 관련 도서의 출간이 이어져왔다. 그러한 상황에서 김영수 작가는 왜 굳이 「사기」의 완역이라는 험하고 고단한 작업을 시작했던 것일까. 작가는 지난 2010년 펴낸 『완역 사기 본기 1』에 이어 최근 출간된 『완역 사기 본기 2』를 통해 그 물음에 정면으로 답하고 있다.

이제까지 세상에 나온 「사기」의 번역본이 대부분 중문학자나 한문학자의 손을 통했기에 문헌 중심으로 작업 된 것이 대부분인데 반해 그의 작품은 철저한 현장중심의 고증이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원문 텍스트를 한글로 기술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비롯한 비전문의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사기」를 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도한 노력이다. 이제까지의 번역서가 학자 중심이었다면 그의 작업은 철저히 일반 사람들을 위해 진행된 것이다. 기득권의 입장이 아닌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담으려 노력했던 「사기」와 그 지향점이 같다는 점만으로도 그의 작업은 남다른 의의를 가지고 있다.


20년 넘은 가시밭길 연구

김영수 작가는 「사기」본기의 시ㆍ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날수로는 총 51일, 1,224시간을 들여 25,000km 이상의 공간을 이동했다. 하루 평균 500km에 가까운 힘겨운 여정이었다. 중국 방문만 해도 100여 차례를 뛰어넘는다. 본기 완역 작업에 소요된 시간이 이 정도다. 더구나 본기 2권의 작업을 하는 도중에는 불의의 사고까지 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사마천의 제사를 앞두고 중국으로 출국하기 이틀 전 만난 작가와의 인터뷰는 특별했다. 사람 좋은 표정은 유독 「사기」와 관련된 심정을 털어놓을 때마다 굵은 주름을 드려냈다. 우선은 그런 그가 처음 사마천과 대화를 시작한 즈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질문

본기 마무리를 앞두고 신변에 큰 일이 있으셨다고 들었는데요. 여러 가지로 감회가 남다르실 듯 합니다.

답변

사마천의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넘어지면서 어깨뼈가 산산조각 났죠. 다행히 다음날 비행기 편이 있어 한국으로 돌아와 10시간이 넘게 수술을 했는데,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경험은 처음이에요(웃음). 그래서 감회가 더욱 남다르죠. 당시에 들었던 생각은 ‘과연 끝낼 수 있을까’였고,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일종의 ‘조심하라는 계시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마천의 제사를 지내러 가는 길에 다쳤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부여를 하게 되더군요(웃음). 그래서 더욱 서두르지 않고 치밀하게 작업을 했죠.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시간과 공간의 숙제를 하나 풀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질문

처음 「사기」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고대사를 연구하면서라고 들었는데요.

답변

제 원래 전공이 한국사, 그중에서도 고대 한?중 대외 관계사에요. 고조선 사나 고구려사를 연구하다보니 「사기」에 ‘조선열전’은 꼭 봐야 할 기록이었죠. 특히나 사마천 당대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랬어요. 사마천이 삼십대 당시인 기원전 109년 한 무제가 고조선 정벌을 시작하고 결국 108년 고조선이 멸망하게 되거든요. 어떤 중국학자는 사마천이 직접 고조선 정벌에 따라나섰을 것이라고 주장할 만큼 생생한 기록이죠. 그런데 정작 이 기록에 대해서 국내 학계에서는 평가가 극과 극이에요. 저 역시도 같은 역사기록을 놓고 왜 그리 평가가 다를까 고민스러운 차에 어차피 공부해야 할 부분이란 생각이 들어 석사 과정을 하면서 조선열전을 검토하기 시작한 거고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제가 평가한다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더군요. 결국 이런 식으로 해서는 수박 겉핥기 밖에 안되겠다 싶어 박사 과정 때는 거의 「사기」연구에 골몰했죠. 결국 1992년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전공을 완전히 중국 쪽으로 선회하게 됐고요.

당시는 시대적으로도 한ㆍ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폭증할 때였다. 그는 그러한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까지 천착해 온 전공과 학위를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사마천과의 대화를 시작한 그의 머릿속에는 ‘이 길이야 말로 내가 행복하고 보람을 가지며 살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확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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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박사과정 이후 「사기」와 현장을 비교하는 작업을 시작하신 건데, 당시에는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하시진 못했을 것 같은데요.

답변

(웃음), 처음부터 「사기」를 공부하고 연구한 이유는 ‘사마천을 멘토로 삼아서 인생을 인간답게, 착하게 살아봐야지’하는 생각이었어요. 이왕 태어난 것, 삶을 가치 있게 살고 싶었죠.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학위를 포기한 것은 전공을 바꾸면서 학위에 매진할 만한 시간조차 아까웠기 때문이죠. 그 모든 게 「사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죠. 이것만 붙들고 가면 나는 남들보다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인간적이고 정신적인 면에서는(웃음)……. 물론 처음부터 번역을 할 생각까지는 안했죠. 불완전하긴 해도 완역본이 존재했고, 최근까지도 출간되고 있는 상황이니 ‘굳이 내가 손을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었죠. 그러나 「사기」와 관련한 책을 쓰거나 응용역사학적 측면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지금까지 나온 번역서가 성에 안차더군요. 번역본의 대부분이 한문을 하신 분들 아니면 중문학을 하신 분들이라 현장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역사는 시간과 공간의 학문인데 시간을 초월할 수 없다 해도 현장, 즉 공간이 남아있다면 가보는 것이 역사학자의 기본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1996년 이후 집중적으로 사마천 「사기」의 현장을 다니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2007년 방송을 하고 나서(그는 당시 EBS에서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라는 제목으로 32회의 특강을 진행했다) 기존 번역서와는 전혀 다른 콘셉트로 번역서를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러나 그의 연구는 IMF 사태라는 복병에 직면했다. 어려움이 있는 상황인데다 늦은 결혼을 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행은 이어졌고 결국 그의 발걸음은 1998년 사마천의 고향인 섬서성 한성시의 서촌마을까지 도달했다. 빠듯한 경비를 마련해 간 터라 사당과 무덤만을 살펴본 후 돌아와야 했지만 벅찬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특히 그 다음해 방문에서 사마천의 후손까지 만났다는 그. 그런데 당시 들었던 느낌은 의외로 ‘부끄러움’이라고 회고한다.

질문

사마촌 고향인 서촌마을의 명예촌민이시기도 한데요. 수많은 여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없으셨는지요.

답변

서촌마을을 두 번째로 방문했을 당시 기억이 가장 특별했어요. 섬서성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인데 그날만큼은 폭우가 쏟아져 사당으로 들어가는 길이 끊어질 정도였죠. 결국 걸어서 들어가는데 첫 방문 때는 경황이 없어 지나쳤던 사마천의 향기가 마을 곳곳에 서려있더군요. 전설과 유적지들이 쏟아놓는 그 많은 은유와 비유, 수수께끼들……. 사마천의 후손과 대면하는 것도 특별했죠. 문서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것과는 비교가 안되더군요. 그렇게 사마천 마을에 대해 알고 돌아와 보니 그에 앞서 냈던 책들이 얼마나 부끄럽게 느껴졌는지 몰라요. 모든 것을 다시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죠. 결국 공부를 병행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대학교수직도 그만뒀고요.


중국을 알아야 동북공정에 대응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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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정치 무대에 중국의 위상은 최근 10년 사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중국은 그러한 달라진 위상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 문화적인 전파에도 힘을 쓰고 있다. 더구나 조만간에는 권력의 세대교체도 앞두고 있다. 주목할 점은 차기 지도자로 지목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고향이 섬서성이라는 사실이다. 김영수 작가는 중국의 최근 움직임을 ‘소프트파워전략’으로 정의하고 그 첫 타깃이 대한민국임을 강조했다. 이는 그가 「사기」번역에 매달린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질문

작가님은 종종 중국의 소프트파워전략을 이야기하시면서 경각심을 일깨우시기도 하는데요. 자세한 내막을 설명해 주신다면?

답변

소프트파워전략은 중국의 국가 전략 중 하나에요. 드러내 놓고 전 세계 국가에 중화주의를 전파하겠다고 할 수 없으니 우회적인 방법을 쓰는 거죠. 그중 하나가 공자를 앞세운 ‘공자 아카데미’를 세계 각국에 만들어 주는 것이에요. 그 다음이 이른바 ‘공정’이라고 하는 건데 종류별로 나눠보면 ‘서북공정’과 ‘서남공정’, ‘동북공정’이 있죠. 내부적으로는 하상주단대공정이라는 것도 있고요. 이는 중국의 뿌리를 기존 역사보다 더 기원전인 전설시대로 확대하는 전략이죠. 중화문명의 첫 선두주자로 신화 속 인물을 내세우며 역사의 유구함을 강화시키는 거예요. 이게 한 무제 때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한 무제는 장건을 보내 서북의 실크로드를 개척했어요. 그리고 서남으로는 티베트와 사천성, 운남성 일대를 개척했고요. 그 다음 동북쪽으로는 흉노를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고조선을 멸망시켰고요.

지금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 서남, 서북 공정의 형태와 다를 게 없습니다. 특히 지금 중국의 소프트파워전략에 더해서 본다면 동북공정은 대단히 위험한 거죠. 이러한 공정에서 한 무제 당시와 비교해 공식적으로 독립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고조선의 후예인 우리뿐입니다. 그것도 남과 북으로 두 개나 되죠. 만약 남북이 통일 됐을 경우 200만명 인구의 길림성 조선족 자치주와 국경을 접하게 되는데, 남한의 경제적인 저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합쳐진 상황에서 중국이 이 지역에 대한 확실한 우위는 장담할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위협이라 생각하는 거고요. 특히나 길림성 조선족 자치주와 남북한의 특징은 중국이 역사 대대로 직접 통치를 해 본적이 없는 지역이라는 거예요. 항상 위험지역이었던 셈이죠. 공교롭게도 중국은 소수민족에게 땅덩어리 전체가 정복당한 경험을 두 번이나 했으니까요.

질문

말씀을 들어보니 중국의 동북공정은 단순히 현재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답변

당연하죠. 당장은 우리민족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로 역사나 문화, 민족기원의 문제로 파고들고 있어요. 그러나 시?공간적으로 다른 나라, 예컨대 아프리카나 남미로 갔을 때는 의식주나 문화, 중국어와 같은 문화에 경제가 더해집니다. 이게 소프트파워전략이에요. 미국은 20세기 내내 정치와 군사가 들어가는 하드파워전략으로 일관했죠.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고요. 중국은 그런 미국의 전례를 보며 더욱 지능적인 전략을 취한 거죠. 과거에도 그런 전략이 성공한 사례도 있었고요. 바로 우리나라죠. 조선이 중화주의에 매몰 돼 기득권층과 지식인이 소중화를 자처하다가 청나라의 공격에 무너지고,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것을 보았으니까요. 소프트파워전략이 골수에 사무치면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무서운 거예요. 더구나 우리는 같은 한자문화권이라는 점에서 더 경계해야죠.

그는 중국의 가공할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대중국 인식은 고사하고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인 즉, 우리 스스로의 역사조차 홀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역사를 선택과목으로 만들어 놓은 나라가 어떻게 반만년 역사를 이야기 할 수 있나’는 그의 한탄 속에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사마천이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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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공정 전략은 다름 아닌 사마천의 「사기」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사기」로부터 중국의 중화주의가 시작됐기 때문. 중국 주변의 소수민족을 모두 중국 영역 내로 끌어들이는 화이관은 중화와 오랑캐의 관념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소프트파워전략이 「사기」를 바이블처럼 떠받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김영수 작가는 “정작 사마천은 실제 「사기」에서 민족주의 색채를 입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한 무제의 고조선 정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을 정도로 평화주의자였다는 것. 김영수 작가는 사마천이 「사기」를 통해 후대에 전하려고 했던 진정한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질문

「사기」는 중국의 역사이기에 앞서 인류의 역사이기도 한데요. 「사기」가 탄생하기까지 사마천은 극심한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답변

사마천 개인으로는 어릴 때부터 역사학자로서 교육을 받았고 아버지의 유언도 있었으니 꼭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었죠. 또 흉노에게 투항한 이릉을 변호한 죄로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죽을 상황에서 궁형(성기를 자르는 형벌)을 자청할 정도로「사기」의 완성을 위해 치욕을 감내했어요. 또한 사마천은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끝에 결국 내용을 수정했어요. 지배계층이나 황제를 찬양하는 게 아니라 부당한 권력을 비판했고, 정의롭지 못한 인물에게 칼날을 들이 댄 셈이죠. 대신 역사를 움직였던 수많은 보통 사람을 주인공으로 끌어들였고요. 개인적인 원한과 울분을 보편적인 가치로, 역사서로 승화시키는 것이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죠.

질문

이번 완역「사기」본기는 여러 제왕의 일대기를 기술하고 있는데, 사마천의 주관도 개입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은데요.

답변

개인적인 견해를 많이 집어넣었다는 것은 2천년이 넘게 사기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해 온 이야기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사기를 폄하하는 사람들의 드는 이유죠. 이른바 실증주의 사학자들이죠. 그러나 이 세상에 역사를 기술하는데 100% 객관적인 것은 없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역시 선택적 기억이거든요. 지배계층의 입장에 서면 그 계층을 대변할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 「사기」는 적어도 사관만큼은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보통사람의 편에서 기록을 남겼으니까요. 「사기」에는 사마천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이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덕자(德者)에요. 덕을 가진 리더만이 존경받을 수 있다는 거죠. 이는 정확하게 21세기 지금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리더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질문

오늘날 우리나라는 소통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데요.

답변

지난 몇 년 동안 소통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죠. 소통은 쌍방 간의 문제지 일방적인 문제가 아니에요. 지도자가 소통을 하고 싶어도 백성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안되고, 또 백성이 아무리 소통을 하고 싶다고 해도 지도자가 길을 열어놓지 않고 마음을 열지 않으면 소통이 안됩니다. 소통은 형식적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예컨대 저는 기업의 CEO가 직원들을 불러놓고 마음껏 이야기해봐라 했을 때 메모를 하지 말라고 해요. 결과가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결국 그 메모가 말한 이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상앙이라고 하는 중국의 유명한 개혁가가 개혁을 위한 법령을 마련한 다음 포고에 앞두고 고민을 했어요.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백성들이 안 믿은 거죠. 그때 상앙은 수도 남문에 나무기둥을 세워놓고 방을 붙입니다. 이 나무 기둥을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는 금 10냥을 준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아 상금을 50냥으로 올리니 어떤 사람이 재미삼아 옮겼어요. 그 자리에서 상앙은 50냥을 줬죠. 그게 입목득신(立木得信)이라는 고사에요. ‘나무를 세워서 신뢰를 얻었다’는 거죠. 모든 정책이나 법이나 리더의 행위자체가 진정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소통은 없습니다. 항상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소통의 전제조건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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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사마천과 작가님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대화는 앞으로 계속 될 텐데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답변

중국의 존재를 현실적으로 확실히 인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중국은 경제교류부터 시작해 정치, 경제, 군사?외교적인 측면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반세기 이내에 중국이 우리나라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될 것으로 봤어요. 그런데 요즘은 제 예상보다 10년은 더 당겨지고 있는 것 같아요. 독자들이 제 말에 귀 기울였으면 합니다. 「사기」를 일고 안 읽고를 떠나, 중국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이 있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자신을 아는 사람은 두려워하고 경외심을 가집니다. 중국 현지에서도 제가 느낀 바에요. 시급히 중국을 제대로 인식하고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도 계획이 수립 돼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그런 필요성을 좀 더 절실히 느끼려면 역시 사기를 읽어보는 게 더 좋지 않겠나 싶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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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사기 본기 2 사마천 저/김영수 역 | 알마

사마천의 「사기」는 꼭 읽어야 하는 동양고전의 목록 중에서 빠지지 않는 타이틀 가운데 하나이다.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누구나 완독할 수 없는 「사기」를 20년 넘게 연구하고, 「사기」의 완역본을 위해 고민을 거듭한 학자 '김영수'의 『완역사기본기』가 출간되었다. 역자는 고전이라는 부담감에 선뜻 읽을 결심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사기」를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누구나 쉽게 본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장치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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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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