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출간과 동시에 서점가를 뜨겁게 달궜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후속작인
『치즈는 어디에?』가 출간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이, 책의 내용도 시대에 맞춰 달라지고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치즈에 초점을 맞췄다면,
『치즈는 어디에?』는 시야를 넓혀 미로에 주목한다. 눈에 보이는 치즈만을 쫓지 말고 매일 생활하고 부딪히는 미로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로의 충실한 안내자 역할을 한 이가 개그맨 김영철이다. 번역자 김영철이 언어의 미로를 통과해 우리 앞에
『치즈는 어디에?』를 내놓았다.
“처음 해보는 번역작업이라 망설임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작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원서를 읽어본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수준의 번역을 요하는지가 가늠되었고 세 권의 영어책도 써본 터라 자신감도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은 통역과는 달리 연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잖아요. 그래서 사전을 찾아가며 한 문장 문장에 정성을 기울일 수 있었어요.”
코미디보다는 영어가 먼저!
개그맨 김영철의 모습에 익숙한 독자들은 번역가 김영철의 말에 어리둥절할 수 있다. 하지만 김영철은 방송가에서는 이미 유명한 영어의 고수다. 서른 살부터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김영철은 이미 세 권의 영어책을 냈고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다. 그리고 라디오 <김영철의 펀펀 투데이>를 진행하며 즐거운 영어를 알리고 있다. 실제로 김영철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의 차분하고 지적인 면모에 놀라게 된다. 김영철은 어떤 계기로 영어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2003년 7월에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열린 ‘코미디 페스티벌’에 다녀와서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어요. 아무리 재밌는 개그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국제적인 개그맨이 되려면 코미디보다 영어가 먼저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두 달 후인 9월 1일에 영어학원에 등록했어요.”김영철은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없음에도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를 구사한다. 김영철은 개인의 의지만 있다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 영어를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는 것이다.
“저는 EBS교육방송이나 아리랑TV을 즐겨보고 ‘TBS eFM’의 영어 라디오 방송을 꾸준히 들었어요. 그리고 스마트폰에 영어 학습 팟캐스트가 정말 많잖아요. CNN, ABC, BBC같은 뉴스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소액만 투자하면 다양한 어학교재를 다운받을 수도 있죠. 그리고 미국뉴스를 듣기가 부담되면, 10분짜리 ‘CNN 스튜던트 뉴스’를 듣는 것도 좋아요. 말하는 속도가 1.7배 늦고 짧은 문장에 발음이 정확해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어요. 그리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전화 회화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번역은 느낌을 살려서 읽기 쉽게!
영어 전도사 김영철은
『치즈는 어디에?』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고갈’이라는 단어 대신 ‘바닥나다’를. ‘아연실색’ 대신에 ‘깜짝 놀라다’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한 문장도 여러 형태로 번역을 해서 주변의 반응을 살폈다. 그렇게 탄생한
『치즈는 어디에?』에는 김영철의 빛나는 윤색이 들어간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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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하라! 마치 담장이 거기에 없는 것처럼……. 무시하라! 마치 담장이 공기로 만들어진 것처럼……. 지나쳐라! 마치 담장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그는 사라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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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단락의 원문은 평이한 서술형 문장이었어요. ‘담장이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지나쳐서 통과했습니다’ 정도의 문장이었지요. 그런데 이 표현만으로는 숨겨진 울림을 전달하기에 부족해 보였어요. 그래서 고심을 하던 중에 ‘알프레드 디 수자’님의 시를 떠올렸어요.”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는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으로 시작한다. 평소 폭넓은 독서와 문화 콘텐츠를 접하며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아온 김영철의 해석은 원문 이상의 감동을 끌어낸다. 그러면서도 원문에 충실해서 의역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번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김영철은 언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기 개발서를 써보고 싶다고 한다.
“제가 책을 번역했다고 하니까 놀라는 분들도 계세요. ‘김영철이 하춘화 말고도 잘하는 게 있어?’, ‘게 영어 못하게 생겼잖아’라며 제 공부비법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제 영어정복기와 노력하는 삶을 알려 드리면 어떨까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나 행복해요. 몇 시간씩 하는 강연도 전혀 힘들지가 않아요. 한번 이야기를 꺼내면 멈추고 싶지가 않아요. 그러니 책을 써보고 싶은 욕심도 많죠. 책을 쓰는 것도 일종의 대화잖아요.”김영철과 김연아의 차이점!『치즈는 어디에?』의 주인공은 ‘맥스’, ‘제드’, ‘빅’이라는 세 마리의 쥐다. 물론 이 쥐들 말고도 현실에 안주하는 늙은 쥐나 호기심이 가득한 어린 생쥐도 나온다. 이 쥐들은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가정과 사회조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시켜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김영철은 자신의 모습이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맥스’와 닮아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출판사가 김영철에게
『치즈는 어디에?』의 번역을 의뢰한 첫 번째 이유이기도 했다.
“맥스라는 쥐는 미로에 대해서 꾸준히 연구하고 그 결과를 실천해가는 ‘자기 개발형’ 쥐에요. 번역하면서 맥스를 통해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아무리 스케줄이 늦게 끝나도, 새벽 5시 30분이면 일어나서 영어 학원으로 향하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운 적도 있어요. ‘내가 도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매사에 연구하고 노력하며 자신을 만들어가는 김영철이지만, 그가 부러워하는 타입의 사람도 있다. 『치즈는 어디에?』에 나오는 ‘제드’와 같은 인물이다. ‘제드’는 뛰어난 내적 공력을 바탕으로 모든 문제를 돌파해나간다. ‘제드’는 ‘미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 말한다. 김영철은 그런 ‘제드’의 모습을 김연아에게서 찾는다.
“제드의 이야기를 번역하며 김연아 선수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김연아 선수는 경기 직전까지 한 두 차례씩 넘어진다고 해요. 하지만 막상 본 경기에 들어가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죠. 설사 넘어졌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서 다시 해나가요. 그 상황에서 어느 누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어요? 김연아 선수는 진정으로 피겨를 즐기며 마음 속의 벽을 넘어선 거죠.”‘맥스’의 성실함을 닮은 김영철과 ‘제드’의 내면적 강인함을 가진 김연아. 하지만 사실 이 둘은 서로의 장점도 모두 가지고 있다.
『치즈는 어디에?』는 그러한 측면도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복합적인 장점을 가질 수 있으며, ‘맥스’, ‘제드’, ‘빅’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세 마리의 쥐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는 것은 변화와 발전을 위한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마음속의 미로를 벗어나는 법!책을 번역한 후에 힘이 들 때마다 마음속의 ‘제드’를 떠올린다는 김영철. 그는 잠시 동안 마음속의 미로에 빠져 허우적댔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2년 전 ‘김영철 손가락 욕설 파문’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 당시 김영철은 강심장 녹화 중에 다른 게스트가 단독으로 토크를 진행하는 사이 절친인 브라이언과 장난을 주고받았다. 그 과정에서 화면 상단에 절묘하게 욕설을 뜻하는 김영철의 손가락이 잡힌 것. 네티즌에 의해서 캡처된 방송화면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김영철의 손가락은 검색어 순위를 석권했다.
“인터넷에 관련 기사만 43개가 떴어요. 그러고 나서 다시 강심장을 촬영하러 갔는데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너무나 창피했어요. 그런데 강호동 씨가 그러더군요. ‘너는 관련 기사 43개를 다 읽었겠지만, 나는 딱 하나를 봤다. 사람들은 생각만큼 너한테 관심이 없다. 시청자들도 기사를 하나 봤거나 안 본 사람이 태반일 거다. 네가 쭈뼛대면 안 좋았던 기억을 시청자들에게 상기시켜줄 뿐이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녹화해라’ 라고요.”비록 강호동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일로 잠정은퇴 중이지만, 당시 강호동의 그런 조언은 김영철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강호동의 그런 말은 사실이기도 했다. 김영철이 다시 바르고 당당하게 행동하자 손가락 이슈는 빠르게 잊혀갔고 방송활동도 제 궤도를 찾았다. 사실 이는 아주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 수 있다. 더 큰 사건을 겪고도 이를 이겨낸 방송인들이 많다. 결국, 미로는 세상에 있다기보다는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치즈는 어디에?』를 번역하면서 미로는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어요. 우리는 스스로에게 조금은 뻔뻔해질 필요도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치즈는 어디에?』를 번역하면서 ‘제드’라는 좋은 친구가 생겼어요. 제 마음속에는 항상 제드가 있어요. 여러분도
『치즈는 어디에?』를 통해 좋은 친구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제드’ 외에도 ‘맥스’와 ‘빅’이라는 멋진 친구가 더 있거든요. 그 친구들이 여러분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거예요.”
당신은 어떠한 미로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는가? 이제는 치즈를 쫓는 것을 잠시 멈추고 미로에 대해 고민할 때다. 미로를 벗어나는 지도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치즈는 어디에?』를 추천한다. 미로 밖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넓은 세상이 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이제 막 새로운 여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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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즈는 어디에? 디팩 맬호트라 저/김영철 역 | 이콘
이 책에 나오는 맥스, 제드, 빅이라는 세 마리의 쥐들을 통해 우리들 각자의 미로 즉, 우리가 머물고 있는 환경이나 사회, 조직을 어떻게 인지하고 그곳에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 변화하고 행동해야하는지 알려주려 한다. 이 책이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은 책 속에 나오는 세 마리의 쥐들 중 정답을 가진 쥐는 없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이들의 변화를 지켜보고 누구의 변화가 옳은지, 자신의 미로와 그 미로를 대하는 자신의 생각을 고민하고 정리해 보아야 한다는 과제를 남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