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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도록 레고를 조립하는 남자 -『콜렉터』 이우일

당신이 콜렉터라면, 무엇을 수집하든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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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은 바뀌게 마련이지만, 콜렉터는 영원하다. 누구나 뭣이든 모으니까.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내 생각에, 연애가 어른들의 장래희망이라면...

내 방에 있다 보면, 간혹 아우성이 들린다. 혹은 구시렁거림이라고 해도 좋겠다. 나 좀 봐 줘~, 숨 좀 쉬자, 그만 좀 모으면 안 돼?, 쫌! 등과 같은 소리다. 곳곳에 포진한 수집품들의 메아리다. 그럴 때면 슬며시 움직인다. 배열이나 배치를 바꿔준다. 일종의 다이어트인데, 약간 숨통이라도 트이라고. 그들 입장에선 이럴 거다. 다이어트? 그거 먹는 거임? 쌓이기만 할 뿐 뺄 줄 모르니 그런 말, 나올 법도 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내 방엔 이것저것들이 함께 산다. 글쎄, 수집이라기보다 채집 같기도 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책(과 잡지)이다. 그리고 DVD, 영화 리플릿, 각종 티켓과 카드, 약간의 피겨(피규어), (여행 다녀온) 각국의 동전과 리플릿, 수첩과 다이어리.

아주 약간 특이한 것이라면, 청첩장이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인데, 이메일 청첩장은 사양. 종이로 곱게 접은 청첩장만 받는다. 누군가는 왜 모으느냐고 묻는데, 그 이유가, 좀 짓궂다. 청첩장에 적힌 신부신랑 마음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보려고. 세월이 흐른 뒤, 대조해 보기 위해. 물론 농칠진삼(농담7진담3).

청첩장에 찍힌 세상 모든 사랑의 서약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혼식도 일일이 찍다가 지금은 포기. 결혼식 앞둔 사랑의 서약은 아마도 그들 대부분의 사랑의 절정일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랑의 절정의 순간을 모으고 싶었나보다. 다만 아쉬운 건, 그 사랑의 서약이, 그들 딴엔 진심가득이겠으나, 형식이나 내용 모두, 너무 식상하고 진부하다. 그러니, 넌 결혼할 때 청첩장이 어떤가 보자고 벼르는 사람도 있다.

어릴 땐 만화를 가장 열성적으로 모았다. 클로버문고 만화책을 비롯해 보물섬, 아이큐점프 등 만화라면 이것저것.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인과 딱지, 스티커도 모았다. 가장 기억나는 모음이라면, 공동의 것이었다. ‘빨간 책’이라고 불렸던 음란도서다. 플레이보이, 허슬러 등은 물론 리어카 아저씨가 “빨간 거 줄까?”라면서 팔던 조악한 사진(비디오)과 만화. 테스토스테론의 노예들은 아파트 비상구 한 구석에 사과궤짝을 놓고 그 안에 빨간 책을 차곡차곡 모았다. 눈은 번쩍, 귀는 쫑긋, 말초신경은 아~, 하면서 낄낄대던 우리, ‘빨간 콜렉터’였다.

컬렉션은 바뀌게 마련이지만, 콜렉터는 영원하다. 누구나 뭣이든 모으니까.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내 생각에, 연애가 어른들의 장래희망이라면, 컬렉션은 ‘어른이 여러분’의 생명연장의 꿈이다. 『콜렉터』(이우일 지음|톨 펴냄)를 보자면, 그렇다. 잉여, 무쓸모 등과 같은 구박을 받아도, 그들은 행복하다. 세상이 쓸모만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자는 꺼져라. 세상에는 불필요한 것, 무쓸모도 있어야 한다! 아무렴, 나는 무쓸모를 옹호한다!

처음 ‘콜렉터’라는 제목을 접하곤, 엉뚱하게 <미란다>를 떠올렸다. 오래 전, 외설시비로 화젯거리가 됐던 성인 연극. <미란다>의 원작이 영국 작가 존 파울즈의 『콜렉터』다. 미란다는 여자주인공 이름. 일본에선 <완전한 사육>이라는 시리즈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존 파울즈의 『콜렉터』,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남자가 여자를 납치해 사랑을 갈구한다. 결국 여자는 죽고, 이 남자, 다음엔 실수하지 않겠다며 다짐하고 다른 여자를 목표로 삼는다. 인간 수집가, 즉, 콜렉터의 면모다.

어쨌든 이우일의 『콜렉터』는 존 파울즈의 것과는 상관없다. 물론 컬렉션 입장에선 뭐라고 구시렁거릴 수도 있으나. 콜렉터와 컬렉션의 행복한 만남이랄까. 책에는 그것이 물씬 묻어난다. 지난달 12일, 홍대 ‘인더스트리얼 캬바레’, 그런 만남이 재현됐다. 이우일 작가와 독자들 각각의 소중한 컬렉션을 소개하는 무쓸모들의 향연. 깨알 같은 즐거움이 넘친 자리였다. 이날의 콘셉트는 ‘레알 콜렉터 토너먼트’!

“우리는 모두 수집가다. 시인은 단어의 수집가다. 소설가는 문장의 수집가다. 화가는 이미지의 수집가다. 모든 예술가는 수집을 한다. 그것은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고 아이디어를 찾는 경로다. 그것은 유형일 때도 있고 당연히 무형일 때도 있다. 중요한 건 그것들을 모으는 주체이고 조합을 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달픈 경험이 어떤 이에겐 위대한 이야기의 시작일 수 있다.”(p.253)



이우일, 콜렉터를 말하다

이우일은 어떻게 콜렉터가 됐는가, 에 대한 DNA적(?) 고찰. 콜렉터 기질의 기원이다. 이날 모셔 온 미니카들을 꺼내며 말을 꺼낸다.


“미니카를 좋아하는데, 2살도 안 됐을 때 죽을 뻔했다. 충격을 크게 받아서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더라. 삼촌이 와서 미니카를 굴리니 처음으로 웃어서, 미니카만 주야장천 사주셨단다. (웃음) 그래서 몇 백 개가 됐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어릴 때, 미니카 달라는 애들 있으면 다 줘서 지금 남은 건 없다.”

그러니까, 미니카가 시작이었다. 지금도 미니카를 모은다. 이베이(eBay)를 통해서도 산다. 60~70년대 미니카에 꽂혔다. 지금은 중국제가 많으나 당시엔 영국제도 많았고, 홍콩, 일본 등에서 만든 것들이 많았다. 콜렉터들의 탄성. 와~ 와~~

가장 아끼는 것을 물었더니, 따로 없단다. 다만 비싼 것과 싼 것을 구분하는 정도. 최고가의 것은 30만 원 정도. 물론, 중요한 것은 값어치가 아니다. 이우일에겐 이 모든 것이 소중한, 깨알 같은 즐거움. 그러니 모을 뿐이다. 콜렉터에겐 모은다는 행위 자체가 모든 것!

2개를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조금 좋을 걸 사게 되거나 하나가 고장났을 때, 2개 살 걸 하고 후회했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좋을 거 같아서 2개를 샀는데, 하나는 안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병적인 콜렉터의 문제점 중 하나는 좋은 물건은 반드시 두 개 이상을 모은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책을 발견하면 같은 책을 두 권을 산다. 마음에 드는 장난감? 역시 두 개. 음반? 두 개. 도대체 왜 두 개를 구하는 것일까?”(p.197)




그는 두서없이 피규어도 모은다. 피규어 콜렉션에서도 그의 취향은 악당에 끌린다. 배트맨의 조커를 보여준다. 그리고 엑스맨의 매그니토도. 책의 앞뒷면을 장식하는 배트맨과 로빈 피규어도 등장한다. 그의 방에는 얼마나 많은 피규어들이 판을 치고 다닐까. 피규어 천국. 책에 드러난 그의 방을 직접 보고 싶었다.

“배트맨과 로빈. 이 두 ‘벤더블 bendable’ 액션 피겨는 단어 그대로 구부릴 수 있는 장난감이다. 고무 안에 철사가 들어 있어 동작을 만들어두면 어느 정도 그 동작을 하고 서 있다.”(p.98)



“이동할 때는 층층이 쌓는다. 오늘 가져온 것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다. 어릴 때, 영화 같은 추억이 많은 게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이베이에는 없는 게 없으니까.” 이건 반어법이다. 추억이 많아서 좋다는. 이베이는 그러고 보면, 추억을 파는구나.

“기억이란 소중하다. 생명이 없는 어떤 물건을 대상으로 애틋한 감정을 느끼며 과거의 향수를 즐긴다는 건 신기한 체험이다.”(p.64)



이우일에게 콜렉터는 무엇일까. 제대로 모으는 사람은, 양보다 자신이 모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레알 콜렉터. 콜렉터들은 그러니 일단 모으고 본다. 왜냐. “일단 모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자, 그들 각자의 컬렉션을 보자.


개봉박두, 레알 콜렉터 토너먼트

“나는 종종 누군가가 모은 물건들을 보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는 한다. 어떤 땐 모아놓은 물건들이 그 사람의 생김새나 말투 같은 것보다 그의 내면을 더 잘 보여준다.”(p.10)



스타트를 끊은 문학동네 직원은, 고1때부터 14년 동안 모은 공테이프를 꺼낸다. TV에서 방영한 영화를 녹화하거나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를 녹음했다. 거실 서랍장 가득이었다.

“지금은 2/3가량을 버렸지만, 공테이프 하나에 영화 3편씩 300편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초4 때부터는 카세트테이프를 샀다. 처음 산 것이 노이즈였다. 윤종신 전집은 다 사고. 슬픈 건, 비디오테이프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없어서 구석에 쌓여만 있다. 전축이랑 비디오를 다 버려서. 고2 첫 남자친구가 해 준 테이프도 지금 나오는지 모르겠다. (웃음)”

그러고 보니, 나도 한때 그랬다. 테이프를 고속으로 돌려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담았다. 내겐 아직 <여명의 눈동자>가 있다. 도 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여자에게 받았던 노래 테이프도 간수하고 있다. 퀸의 ‘Love of My Life’로 시작했던 그 테이프.


남편의 것을 들고 온 여성도 있다. 그녀, 음지에서 ‘이우일 빠순이’로 10년을 살았다고 커밍아웃했다. 이우일의 저작 없는 것이 없는데, 이번 『콜렉터』가 정점인 것 같단다. 자신은 만화책밖에 모은 것이 없고, 남편이 어릴 때부터 모은 것을 ‘몰래’ 갖고 왔다. 각종 티켓이나 브로셔가 모인 책자. 우뢰매 티켓도 나오고, 회수권도 나온다. 뭐든 안 버리는 남편을 옆에 둔 부인의 컬렉션이다. 나도 티켓이라면 만만치 않은데, 우뢰매는 없다. 졌다.

옆의 친구도 영화 티켓을 꺼낸다. 오래 된 것을 통해 누구와 영화를 봤고, 극장표의 변천사도 볼 수 있다. 포스터도 모았으나, 부피가 많이 나가고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도 꺼낸다.


채식주의자 부부도 이 자리 함께 했다. 채식만 한지 18년이 됐다는 채식주의자 남편은 고양이 사진집을 가져왔다. 스위스에 갔을 때, 고양이 책만 파는 서점이 있었다. 영화 속에 나온 각종 고양이들도 있는 책. 고양이 사진 컬렉션. 채식주의자 부인은 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에서만 파는 것을 수집한다. 일본에 그런 것이 많은 것 같단다. 채식주의자 그릇도 있을 정도. 이우일도 한동안 고기를 안 먹었던 기억이 있다.

“조나선이라는 미국 소설가가 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을 2달 전에 읽고, 한동안 고기를 안 먹었다. 친구를 만나도 고기를 안 먹었다. 먹는 시늉만 하고 그랬는데, 한 달 지나니 너무 고기가 당기더라. 지금 많이 줄긴 했는데, 고기는 조금씩만 먹으려고. (웃음)”


서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2년 전에 샀던 영어 책을 꺼냈다. 2페이지를 읽고 안 읽었다. “수집은 실용적 목적보다 아무 가치가 없지만 단지 좋아서 모으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모은다. 이 책이 예뻐서 샀는데 영어로 돼 있어서 많이 읽지는 못하고. (웃음)”

“책에 대한 과한 애정. 확실히 골치 아픈 것이지만 왠지 다른 물건들에 대한 집착보다는 조금 낫게 느껴진다. 책은 단지 종이를 잘라 인쇄를 하고 순서대로 여러 장을 겹쳐 묶어놓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p.195)




그리고 레고에 빠진 두 남자. 레고 커뮤니티(브릭나라, //cafe.naver.com/bricknara)에서 만났다는 형과 동생. 예전부터 이우일을 잘 알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책을 보다가 비주얼도 좋고 괜찮아서 신청까지 하고 왔다. 여성들에게 반가울 팁 하나. 레고 커뮤니티엔 남자가 월등히 많아서, 여자 회원이 오면 여신 대접. 여신이 되고 싶다면 커뮤니티 가입을.

우선 형은 레고 지갑부터 꺼낸다. 레고 공식대리점에서 파는 1만원짜리 지갑. 처음 보는 키치적인 지갑에 탄성을 지른다. 그는 특히 레고로 만든 집 11채를 모았단다. 시가 800만원에 이른다. 그는 레고를 3개씩 산다. 단종이 된다는 이유 등으로.


동생도 레고 브로셔부터 나눠준다. 레고에 입사지원까지 할 정도로 레고 홀릭이다. 역시 레고 집을 소유하고 있다. 집 한 채 20~30만원인데, 프리미엄이 붙어서 가격이 올라간단다. 현실의 집과 다를 바가 없다. 레고를 저리 좋아할 정도면, 레고가 되고 싶은 욕망도 가질 것 같다. 레고 집에도 살고 싶겠다. 좋아하는 건 그런 거다.

“하지만 레고는 레고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레고에 대한 로망. 그 시절엔 갖고 싶은 레고가 얼마나 많았던지! 이제는 레고를 내 돈 주고 맘껏 사 모을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에 감사할 정도다.”(p.84)



팝업북을 모으는 여성도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작가인 루이스 캐럴을 좋아해서 그의 작품을 팝업으로 만든 게 꽤 많다. 이날 알파벳 북도 선보였다. 팝업북을 만들고 싶어서 그때부터 수집을 했단다. 각종 신기한 팝업북에 다들 탄성을 지른다.


탄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말차가 들어간 제품을 좋아해서 이를 일일이 사진으로 찍은 여성의 것이다. 먹고 마시면 없어지는 것이 아쉬워 사진을 찍었는데, 이젠 먹는 것보다 사진이 위주가 됐단다. 일본에 말차가 들어간 제품이 많을 뿐더러, 계절 한정 상품이 많이 나와서 일본까지 찾아간다. 2천점이 넘는다. 5년 동안 모은 것이다.

비닐봉지를 꺼냈다. 뭔가 싶었더니 비닐봉지 그 자체다. 예전에 의미가 없던 그것이 어느 순간 의미 있게 된 순간을 경험한 여성. 비닐봉지 가방이 있었고, 여행 등을 통해 2005년부터 모으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경기 응원을 갈 때마다 나는 주홍색 비닐봉지를 받고 쓰는데, 그걸 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잡지를 모으는 여성. 2001년부터 보그를 모으기 시작했다. 1년만 모아도 한 번 옮기려면 무거워서 감당이 안 된다는 잡지 컬렉션. 버리기는 아까워 모으고 있는데, 그녀가 이날 들고 온 것은 보그 한국판 창간호. 1996년8월호다. 시인 김수영은, 보그를 읊었다.

“뭔가를 수집하는 이들은 우월감을 즐긴다. 남들이 잘 모르는 무엇을 혼자만 안다고 믿으며 열심히 그것을 수집한다.”(p.213)



세상에는 무쓸모도 있어야 한다!

“수집가란 죽음에 이르지 않는 한 만족을 모른다. 수집가에겐 삶이 곧 수집이고 수집이 곧 삶이다. 도박에 빠지는 것 못지않게 수집에 빠져 패가망신한 이가 적지 않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pp.18~19)




이우일이 정리한다. “콜렉터 중에 정리를 안 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이 들어서 할 일도 필요하니까, 있는 것 정리하면서 보내면 된다. 소일거리가 되는 거지. 처음 레알 콜렉터 토너먼트를 기획했을 때는 등수를 매기려고 했는데, 그건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다들 대단하다. 여러분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하겠다.”

“이것도 일종의 보험이라는 것. 나이 들어 호호백발이 되었을 때의 소일거리로 남겨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 정말이지 변명이 아니다. 그때까지 눈이 잘 보이길 바랄 뿐이다.”(p.46)



과반수이상의 찬성으로 말차로 된 제품을 모은 여성이 1위. 레알 콜렉터들에게 그 순위는 의미 없는 것이겠다. 수집 그 자체가 중요할 뿐. 이우일은 책을 통해 쓸데없는 수집을 쓸데 있게끔 만들었다. 세상에 무쓸모는 없다. 잉여라는 이름의 자조 혹은 놀림이야말로 진짜 무쓸모. 이우일이 궁금했던 독자들이라면, 그가 어떤 남자인지 그 진면목을 확인했다.

“좋아한다면 그 물건의 용도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자. 쓸데없는 물건을 덥석덥석 살 수 있는 과감한 남자. 가족을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황당한 서바이벌 용품을 준비해두는 디테일한 남자. 마흔이 넘도록 레고를 조립하고 그 레고를 말 그대로 아이처럼 가지고 놀 줄 아는 그런 남자 말이다.”(p.258)

그는 또한 이런 남자다. “주식이나 부동산 그런 것은 거들떠도 안 보는 남자. 아이처럼 손에 쥘 수 있는 장난감과 책을 좋아하는 남자. 사람이랑 노는 것보다 물건이랑 노는 걸 더 좋아하는 히키코모리 풍의 남자 말이다.”(p.259)



멋지지 않은가. 좋아한다면 한없이 그것에 빠져선 사랑하는 남자라니. 주식이나 부동산 따위에 마음을 뺏기고 삶을 맡기느니보다 자신만의 서사를 가질 수 있는 남자라니. 사십 줄에 선 세상의 수많은 남자들, 잘 봐라. 그들 대부분에겐 ‘나의 서사’가 없다. 그것이 슬픈데, 이우일은 그렇지 않다. 그는 수집하는 사람이니까. 자신의 서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날 행사로 확인하건대, 세상에 쓸모없는 컬렉션은 없다. 다만 단 하나 있다면, 돈. 아름다움이나 희소성 때문에 지폐나 동전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면. 하긴 그건 컬렉션이 아닌 축적일 텐데, 돈 축적에 혈안이 된 인간들에게 하고픈 말. 고작, 하겠다는 게, 이거니? 돈 거니? 새해엔 부자 되라는 말 대신, 잘 수집하세요. 당신의 행복을 위해. 재미있게 살기 위해.


“아마도 저토록 사고 싶은 게 많은 것은 그만큼 더 재미있게 살고 싶은 욕망 때문일 것이다. 그것들을 고르면서 즐겁고, 가지고 싶던 것을 마침내 손에 넣게 되면 행복해지는 거다.”(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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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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