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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자격: 고씨 부자의 유럽 42일 생존기 고형욱,고창빈 공저 | 사월의책 |
아빠와 아들, 절친이 되다! 대책불가 사춘기 아들을 변하게 한 아빠의 고군분투기 요즘 아빠는 돈 버느라, 아들은 학원 다니느라 바쁘다. 일주일에 한두 번 얼굴 보는 게 전부이고, 가족 간의 대화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대로 괜찮을까? 아빠는 결심한다. 사춘기 아들을 위해 선물을 해주기로! 바로 아빠와 함께하는 유럽 여행이었다. 그것도 42일간의 긴 서유럽 일주. 1,000시간 동안 아들과 단둘이 지내다 보면 아들도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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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밀라의 전경 | |
오늘은 스페인을 떠나야 한다. 아침 일찍부터 산츠 역에 갔다. 서울역도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데 유럽에서 모든 기차역을 다 다니는 것 같다. 오랑주로 가는 표가 없어서 근처인 몽펠리에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어제 카사 밀라에 갔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밖에서 보기만 했다. 오늘은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얼른 줄을 서서 기다렸다. 조금만 지체하면 언제 사람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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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너무 지쳐서 노숙 모드로 접어든 창빈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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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가한 도마뱀 조각 앞에서 한 컷! | |
카사 밀라의 옥상으로 올라가보니 정말로 특이했다. 환기탑과 굴뚝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매번 이렇게 특이한 건축물을 짓는 가우디는 천재 건축가인지 미친 건축가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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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를 닮은 조각. | |
점심을 먹고 나서도 기차 시간이 꽤 남았다. 아빠가
“바다에 갈래? 구엘 공원에 갈래?” 하고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구엘 공원에 다시 가기로 했다. 바다는 다른 도시에서도 갈 수 있고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라니까. 그리고 희한한 카사 밀라를 본 김에 희한하게 지은 구엘 공원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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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엘 공원의 아침 풍경 | |
구엘 공원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항상 구엘 공원에 사람이 없을 때 와서 한가한 공원인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관광객들이 어찌나 바글바글 하던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거기에 날씨는 더웠고 조금만 걸어가려 해도 사람들과 자꾸 몸이 부딪쳤다. 짜증이 솟구쳤다.
너무 덥고 복잡해서 정신없이 길을 가고 있는데 멀리 앞서 가던 아빠가 갑자기 큰소리로 고함을 질러댔다. 도대체 왜 저러실까 하며 계속 보고 있는데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나를 막 찾았다. 얼른 뛰어갔다.
“넌 괜찮냐? 얘네들이 무슨 짓 하는지 봤어?”라고 하셨다. 이제 보니 여자 소매치기단이 아빠 지갑을 털어가려는 걸 아빠가 잡은 것이었다. 아빠는 그 여자들을 향해서 다른 사람들도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야! 이 도둑들아! 경찰! 경찰!”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여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자기네들끼리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 재빠르게 흩어지면서 내빼버렸다. 우사인 볼트보다도 빠른 속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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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서 아빠가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다 | |
소매치기에 대해서 말로만 들었지만 이렇게 교묘하게 접근할 줄이야. 바르셀로나에 가는 사람들은 정말로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한눈을 팔다가는 꼼짝 없이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다. 그런데 소매치기들의 눈에는 아빠가 어수룩해 보였나보다. 헛짚어도 단단히 헛짚었다. 둘러보면 정말 어수룩한 관광객들이 많아 보이는데 하필이면 아빠 주머니를 털려다가 걸려서 개망신을 당했을까. 차라리 어려 보이는 나에게 오지. 아직 경험이 모자란 소매치기들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