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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선우, “이제 좀 쉬려고요”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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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일단 쉬고 다시 잘 살아볼게요. 알았어요, 좀 쉬고 다시 잘 사랑해볼게요.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일단 쉬고 다시 잘 살아볼게요. 알았어요, 좀 쉬고 다시 잘 사랑해볼게요.” 삶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다행이다. 조금씩, 병아리 눈물 만큼일지라도, 조금 조금씩,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은 거다. 산다는 게 영 녹록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갸륵한 수고, 아 좋은 날이다. - 프롤로그에서

생명의 시인 김선우가 새벽에 도시 오로빌에서 당신에게 보낸 행복 편지


인도 남부의 코르만젤 해안, 그곳에 ‘유토피아’로 불리는 도시가 있다. 꿈이 꿈을 낳고, 다시 현실이 되는 곳. 한 사람 한 사람이 본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면서, 또한 그대로가 하나가 되는 신기한 도시. 누구나 같은 나이에 학교에 가고, 졸업을 하고, 비슷한 나이에 ‘누구나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온 힘을 쏟고, 그렇게 똑같은 삶을 살면서 어느새 나를 잃어버려가는 우리의 삶과는 반 발짝쯤 비껴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도시.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곳. 지난 40여 년간 그렇게 황무지에 어린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숲이 되고, 세대를 거듭하며 순간의 꿈이 아닌 일상을 만들어온 곳, 오로빌.

새벽의 도시라는 뜻의 오로빌은 모든 사람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이상을 꿈꾸던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신념을 따라 1968년 첫 삽을 뜬 이래 오늘날까지 전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 공동체이자 영적 공동체이다. 그곳에선 출신, 나이, 학벌, 직업이 중요치 않다. 가장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살면서 ‘나는 나의 삶을, 너는 너의 삶을,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나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행복한 곳, 그 오로빌에서 작가 김선우가 한 장의 편지를 띄웠다. 오로빌 여행기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통해서다.

나에게 마음을 열어 행복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여행


문득 사는 게 답답하고, 내 삶이 의미 없다 느껴질 때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통해 일상의 쳇바퀴에서 잠시 빠져나와 가장 편안한 상태로, 때론 가장 치열하게 나를 돌아볼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 번째 장편소설의 초고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쌌다. 작가에겐 퍽 이색적인 머뭇거림을 요구하던 곳, 가슴속에 ‘언젠가’, ‘한번쯤’은 찾게 될 곳이란 믿음으로 남아 있던 곳, 오로빌. 그녀의 행선지가 오로빌인 까닭은 딱 한 가지였다. 행복한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차갑고 딱딱한 절망, 무기력의 상태에서 스스로를 깨우기 위해 그렇게 무작정 길을 나섰다. 그녀는 말한다. 행복의 감각이 깨어 있을 때라야만 우리는 꿈꾸기를 지속할 수 있다고, 무엇이 정말 행복한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더 이상 묻지 않게 될 때 꿈도 끝나버린다고, 꿈 없이 행복 없이, 인생이 무엇이냐고.

우리,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자


작가는 오로빌에 온전히 자신을 담그고 그곳의 생활을 누렸다. 뒤뜰 아기 파파야와 아침 인사를 나누고, 공작새 블링블링과 함께 밥을 나누어 먹고, 길 잃기 좋은 오로빌 구석구석을 다니며 자신의 온 감각을 열어 그곳을 만끽한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공동체 실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기대어 함께 공동체를 일구어 가는 모습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없는 상점 푸투스, 해님식당(솔라키친)에서의 기억들, 부러워할 수밖에 없던 교육제도와 앨리스의 비밀의 정원 같던 숲속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 축제의 시간들, 꿈꾸는 젊은이들과 다시 만난 존 레논의 이매진 등. 그렇게 예술이 일상이 되고, 삶이 다시 예술이 되는 순간들은 잔잔한 향기로 우리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 그의 고백처럼 ‘건강한 의도를 가진 관음증’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가 만난 사람들의 숨결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떨어진 꽃을 주워 거름을 만드는 은발의 오로컬쳐, 타운홀에서 사람들에게 안마를 해주는 일을 자신의 업으로 삼은 조, 아이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밴드 마스터 조니, 비온 뒤 흙탕물을 뒤집어쓴 나뭇잎을 닦아주던 여인, 만다라 화가 사라시자,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사다나 포레스트의 젊은이들, 그리고 작가를 늘 무장해제 시키던 만인의 친구 꼬마 은수까지. 그 어떤 평가도, 그 어떤 편견도 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때론 사랑 가득한 눈길로 그네들의 삶을 엿보며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작가의 바람처럼 그가 만난 오로빌의 일상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소소하지만 충만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더불어 조금쯤 남다른 삶도, 지금 숨차고 헐떡이는 게 힘겨워 다른 길을 바라본다고 해도 ‘괜찮다, 모두 괜찮다’라며 마음을 쓰다듬어준다.

때론 정 많은 큰 언니처럼, 때론 아이처럼 김선우가 품어내는 삶의 경이로움

‘생명력과 관능’, ‘긍정의 여성성’,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감각기관을 가진 시인’ 등 문학의 전방위를 넘나드는 김선우를 수식하는 말은 많다. 그녀의 글은 담대하면서도 따뜻하다. 언제나 조곤조곤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힘을 가졌다.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에서도 그녀의 이런 호흡은 생생하게 살아난다.

때론 품이 넓은 큰 언니처럼 사람들을 품어 안고, 때론 다섯 살짜리 꼬마와 오로빌을 나누면서 그 누구보다 맑고 청량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덕분에 그와 오로빌의 구석구석을 산책하다 보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를 여유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조금 부족해도, 때론 외로움에 발목을 잡힌다고 해도, 지금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현실에 서 있으되 발뒤꿈치만 살짝 들어도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진다는 긍정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출구가 없을 것 같은 일상에 한줄기 단비 같은 휴식을 제공하며, 행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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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경진

지구에 춤을 추러 온 화성인입니다. 여행과 영화 감상을 좋아하며, 책을 사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잘 읽지는 못하고 쌓아만 둡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김선우> 저11,7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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