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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기획] 글쓰기 열풍! 너에게 글쓰기를 권한다

이외수가 트위터계의 간달프가 된 비법은? 단계별로 추천하는 글쓰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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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직업이 무엇이든 글을 쓰는 사람, 쓰지 않는 사람의 구분이 없다. 이제는 그저 글을 쓰고 싶은 사람과 쓰고 싶지 않은 사람만 존재할 따름이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써봤든

글쓰기 학원에 나갔다.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지, 뭐라고 가르치는지 궁금했다. 강사님이 어떤 비법을, 술법을 털어놓는지 들리는 족족 흡수하려고 물에 적신 스폰지 귀를 쫑긋 새우고 앉아 있었다. 으레 그러하듯 첫 시간은 자기 소개. 일반 회사원, 디자인 전공자, 뮤지션, 환경 관련 공무원, 파워 블로거. 취업 준비생 등등. 마치 각 직군의 대표가 모인 듯 각양각색이다. 대학교 때 국어 공부했다는 전과가 살짝 부끄러웠다. 바야흐로 ‘우리모두 필자시대’다. 아날로그는 멀어지고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으나 온갖 기기들은 우리에게 더 자주 글을 쓰게 만든다.

이제는 직업이 무엇이든 글을 쓰는 사람, 쓰지 않는 사람의 구분이 없다. 이제는 그저 글을 쓰고 싶은 사람과 쓰고 싶지 않은 사람만 존재할 따름이다. 그래서 일까. 글쓰기는 자기계발서 못지 않게 꾸준히 출간되고, 꾸준한 수요를 갖고 있는 분야다. 그만큼 글쓰기 지도가 필요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 또 이러한 책들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는 것. 동시에 그 어떤 책도 글쓰기를 온전히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것일 테다.

영화 <코러스>의 한 장면. 글쓰기 시간.
한 글자도 적지 못하고 있는 소년에게 “뭐든 써보라”고 격려하고 있다.


사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이미 밝혀졌다. 11세기 청나라의 정치가이자 문인이었던 구양수 선생이 일찍이 비법을 발설했다. 국어 교과서에서도 권장하고 있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쓰다 보면, 영어실력만큼 천천히 느는 게 글쓰기다. 글쓰기 책은 이 지난한 과정에 조금 더 속력을 낼 수 있는 스킬을 제시하는 책이다.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스킬을 품고 있을까? 채널예스가 글쓰기 책을 파헤쳤다. 최근에 출간된 책, 글쓰기 분야 베스트 셀러에 등극한 책들을 뒤졌다.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 실전 비법’이다.

들어가기 전에 『글쓰기 홈스쿨』의 저자이자 한겨레 문화, 스포츠 에디터인 고경태 기자의 말을 덧붙인다. “째째하게(?) 서술형 문제풀이나 대입논술 준비, 글짓기 대회 수상을 노리며 이 책을 독파하라고 권하지는 않겠다.” (『글쓰기 홈스쿨』p.6) 글쓰기는 당신의 삶이고 사랑이고 미움이고 즐거움이니까.

초급자에게 권한다


『글쓰기 홈스쿨』| 고경태/ 한겨레출판/ 2011

아이들 귀여워 재미지수 ★★★★
아이들 생각이 나보다 낫다 좌절지수 ★★★
아빠의 팍팍 와 닿는 문장교열, 빨간펜 효과 ★★★★★

추천합니다: 백지를 보면, 그저 막막막한 분.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고 싶은 분.



“기존의 글쓰기 습관을 버려라”

본색은 일가족 칼럼 사기단, 정색하고 말하면, (국내 최초로!) 아빠와 두 자녀, 세 사람이 함께 써 낸 글쓰기 책이다.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쉽고 재미있는’ 글 쓰기 책을 쓰기로 한다. 1년 간 아빠가 주제를 던져주면 준석, 은서 남매는 (힘겹게) 글를 쓰고, 여러 번 ‘빠꾸’과 ‘지적질’을 당해가며 글쓰기 훈련을 했다. 이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야말로 글쓰기 리얼 다큐.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채널예스에도 연재한 바 있다. (☞고경태 글쓰기 홈쓰쿨 바로가기)

글씨에 링크 삽입 초딩, 중딩 두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아빠의 말은 그래서 쉽다. 문법 오류, 표현 오류, 심지어 생각 오류까지 저질러 가며 ‘빠꾸’당하는 아이들의 글은 그야말로 참신하고 재미있다. 비문, 식상하거나 반복적인 표현, 베껴 쓰기 등 글쓰기 문제는 애나 어른이나 다를 바 없다. 준석과 은서를 동지 삼아 아빠의 지적질 당하다 보면, 어느 새 기본기가 적립된다.

고틀러 아빠(혹독한 연습을 시킨다고 하여 준석이
아빠에게 히틀러라고 별명을 붙였다.)에게 특별 수련을 받은 두 아이들


아빠는 매일 지적한다. “교장 선생 훈시처럼 쓰지 마. 모럴 엔딩이 지겨워” 당신은 어떻게 글을 시작하고 어떻게 맺는가? ‘모월 모일 어디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시작하는 사건 진술형? ‘사랑이란 무엇인가?’ 일단 정의부터 내리는 정의형?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평이한 시작의 유혹을 물리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노력하겠다” “부반장이 되어서 기쁜 하루였다.” 등등의 훈화적인 마무리의 유혹은 더 하다.

자기 글쓰기 습관을 점검해보자. 말 줄임표를 습관적으로 쓰지는 않는지? ‘정말. 너무, 진짜, 별로’ 부사 중독증은 아닌지? 과거완료나 수동태를 즐겨 쓰지는 않는지? 이런 습관은 “일상의 말버릇이나 즐겨 읽던 책, 또는 근엄한 도덕정신(!)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에겐 몸과 마음에 자연스레 깃든 규칙적 습관이 있는 법이고, 고리타분하고 지겨운 것만 조금씩 넘어서면 된다.(p.124)” 참신한 글은 고리타분한 글을 피하는 데서도 나온다. 아빠는 아이들 속에, 그리고 당신 속에 잠재된 참신한 표현의 광맥을 찾아내기 위해 차근차근 접근한다.

중급자에게 권한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해냄/2006

베이직 실전 트레이닝: ★★★★
생각 유발하는 이외수 쌤의 잠언들 ★★★★

추천합니다: 뭔가 다른 나만의 문장을 써내고 싶은 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나만의 감각을 뽐내고 싶은 분


“좋은 문장은 생생한 단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외수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보고 어느 꼬마가 이렇게 말했단다. “그 할아버지 이제 떴어요.” 떴어요, 그 어감에서 이외수는 ‘공중부양’을 떠올렸다. 그는 이 책의 서두에서 재능이 없다고 낙심하지 말고,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해 노력한다면 당신도 ‘뜰 수 있다’고 격려한다.

이외수가 트위터계의 간달프가 된 비법은 무엇일까? 140자 단문에 자신의 생각과 표현을 녹여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그 비결을 파헤치는데 도움을 준다. 한 단어, 하나의 표현부터 잘 골라야 자기 글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적절한 단어를 어떻게 고를 것인가? 일단 알아야 선택의 범위가 생긴다. 그래서 그가 권하는 방법이 ‘단어 채집’이다.

이외수의 트위터 (twitter.com/oisoo)


이외수의 『글쓰기 공중부양』을 요리법에 비교하자면, 일단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셈이다. 단어를 수집했다면, 그 단어의 속성을 아는 일이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사물의 속성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혹은 남들이 보지 못한 사물의 속성을 꿰고 있다면 참신한 문장이 나올 수 있다.

참신하게 생각하라고 말하고, 새로운 문장을 쓰라고 한다. 말이 쉽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막막한 상상력에 사다리를 놓아준다. 발상의 전환을 이루는 법, 다양한 표현을 구축해나가는 법, 효과적인 수사를 쓰는 법 등등 머릿속에 엔진을 돌리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이외수 특유의 잠언들은 재미도 있거니와 글을 쓰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자극을 준다.

“만약 그대가 ‘비’라는 한 음절의 단어로 글을 쓰고 싶어한다고 가정하자. 앞에서 내가 언급했던 사물의 속성과 본성을 잘 파악하고 비의 특성에 대해 깊이 사유한 다음 글을 써보라. 사유할 때는 육신만 적시지 말고 영혼까지 적셔라. 그것이 진정한 사유다.(p.86)”

고수에게 권한다


『거장처럼 써라』| 윌리엄 케인/ 이론과 실천/ 2011

쓰기와 읽기를 동시에 ★★★★
한국소설에도 응용해볼까? ★★★★

추천합니다: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전달하는 법을 고민하는 분
글쓰기로 원대한 야망을 품고 계신 분, 세계고전소설을 좋아하는 분



“가장 오래된 글쓰기 훈련법, 모방”

기본은 뗐고, 나만의 언어도 갖추었다고 치자. 그래도 성에 미치지 못한 독자들은 이제 두 팔을 걷어붙이고 세계명작시리즈에 꽂혀 있는 거장들을 놀래 킬 차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일단 선례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독서가 먼저다. 하지만 글쓰기를 위한 독서라면, 그냥 읽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과 함께 작가들의 작법을 읽어내 보자. 저자는 당신이 거장처럼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위대한 작가들은 당신이나 나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작가 수업을 받았다” 과연 어떤 수업일까? 18세기에 유일한 글쓰기 훈련 법은 ‘모방’이었다. “이 책에는 모방이라는 고전적 수사학의 테크닉으로 가득하다”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을 모방 작가로 거듭나게 하는 게 아니다. 모방이라는 훈련을 통해 거장들이 갖고 있는 창작의 도구를 장착하자는 것이다. 도구만으로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색깔, 다양한 재료를 확보하고 있는 화가가 더 다채로운 그림을 그리기 마련이다.

당신은 어느 소설가의 어떤 작법에 매료된 적이 있었나? 시대를 거슬러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캐릭터를 만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법, 매력적인 대화를 구술했던 D.H. 로렌스의 작법, 시작과 끝이 인상적인 윌리엄 포크너의 작법, 짧은 문장으로 소설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허밍웨이의 작법 등이 분석되어 있다. 작가들의 개성, 장단점이 분석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작가들이 영감을 얻은 방법이나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까지 정리되어 있어 단순히 글쓰기 스킬을 엿보는 것뿐 아니라 고전을 새롭게 이해하고 읽어낼 수 있는 힌트를 주기도 한다.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완성한 이후에도 카프카를 모방하고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카프카가 얼마나 위대한 작가였는지 깨닫고 그의 천재성 앞에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샐린저의 예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작가들은 결코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p.424)

꼭 이들처럼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좋은 것을 그저 좋은 것이 아니라, 왜 좋은지 알아내는 훈련만으로도 글을 쓰거나 독서하는 힘을 길러준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이 질문으로 고민하고 있거나, 자기만의 답을 찾아냈다면 당신은 글쓰기 고수로 입문한 셈이다. 물론 끝은 아니다. 이제는 또 다른 차원의 다독, 다상량, 다작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당신의 글쓰기 의욕을 북돋을 작가들의 글쓰기 라이프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첫 문단의 제목은 메리 올리버의 시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따온 것이다. 글쓰기를 생각하며 시를 다시 읽어보니, 이 시 속에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담겨 있다. 다시 한번 음미해보자.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잖아.” 당신이 글을 쓴다면 말이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슴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배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잖아.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 메리 올리버,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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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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