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에 위치한 마노 디 셰프에서 『투자, 음모를 읽어라』의 저자 정철진과 독자와의 만남이 있었다. 강연이나 대담이 아닌 식사와 함께 자유롭게 대화가 이루어지는 간담회였다. 테이블을 가득 채운 셰프의 잘 조리된 요리처럼 저자가 설파하는 경제와 투자에 대한 통찰과 전략은 신중했다.
이 날의 대화는 독자들이 저자에게 책의 내용과 책에서 읽어낼 수 없었던 전략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저자는 책에 담았던 내용에 주석을 달듯 답하기도 했고, 미쳐 책에는 담을 수 없는 정보를 꺼내기도 했으며 출판에 얽힌 후일담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테이블 위에 음식은 감미롭고 향기로웠지만, 독자의 질문과 저자의 답변 모두 날카롭게 오고 갔다.
이야기는 역시, ‘그놈들’로 부터 시작했다.
“세계 부(富)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놈들’은 그중 대략 8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이고 석유, 금, 농산물 가격도 그들 맘대로 올리고 내릴 수 있다.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의 공급량도 조절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쟁의 발발과 승패를 좌우하고, 전염병을 퍼뜨리고 고치며, 지진과 태풍도 만들고, 심지어 필요에 따라 월드컵 우승 국가도 결정한다” 저자는 ‘그놈들’의 존재, 특정한 음모를 믿으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이러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두고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만이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대응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놈들’이라는 명칭을 정하기까지 고심했어요. 웃는 사람도 많았죠. 여러 서적을 참고하고, 음모론에 속하는 다양한 단체들을 계속해서 살펴보며 작명한 것이 결국 ‘그놈들’이었습니다.” 저자는 작명이후 그들의 행동 패턴을 살피는 데에 연구를 집중했다고 한다. 경계한 것은, 그 세력을 규명하지 말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인지 전혀 압력은 없었다고 한다.
“‘그놈들’로 부터 어떠한 제제나 압력, 협박 없이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진정성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어요(웃음).”
정말로 극악무도한 ‘그놈들’은 어떤 부류일까. 저자의 대답은 이렇다.
“금욕적이고 철두철미한 사람이 악당 중에 악당이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부시 가문 같은. 사회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겠죠. 나쁜 사람은 그리 두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착한 데 나쁜, 사악한 사람이에요. 뒤에서 큰판을 조작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자주 쓰는 패턴이 ‘갈등’이죠. 알고도 속을 수밖에 없죠. 아예 피해야 합니다.”
어차피 ‘그놈들’ 논리대로라면 새로운 꽃이 피려면 지금의 꽃은 져야한다. 새로운 꽃이 언제 필지는 알 수 없으나 ‘그놈들’은 반드시 꽃을 피워줄 것이 확실하다. 그래야 그들도 살 수 있고, 전진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끝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도 분명 승산은 있다. (『투자, 음모를 읽어라』의, p.75)
슈퍼공황이 온다고?
만약에 이른바 ‘슈퍼공황’이 온다면, 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을까, 저자는 크게는 자본주의 붕괴가 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렇게 되면, 현재 보다 훨씬 더한 계층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식시장도 다르게 변형 될 것이고요. 말하자면, 계층간의 주식이죠.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안이나 불합리도 계층 역전을 제도적으로 점차 막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거예요. 행시폐지하려는 움직임 같은 것이 그렇죠.” 저자는 한국의 의료보험을 세계 최대의 제도로 꼽았다. 계층을 막론하고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강원도 산골의 할머니가 서울대병원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소중한 제도”라고 말하는 저자는 사적보험으로 변화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거리로 나가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말한다.
“이걸 깬다고 한다면, 직접적으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샐러리맨을 먼저 건드리겠죠. 아시다시피 조짐은 있어요. 건보재정이 파탄 직전입니다. 돈 있는 사람이 사적 보험으로 옮겨가는지를 지켜봐야겠죠.” 이러한 통찰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음모론을 통한 관찰이며 사유라고 말한다.
투자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다. 이 말은 예측이나 통찰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통찰과 예측은 하더라도 실전 투자는 시장을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실전에선 예측을 정확하게 해도 돈을 잃는 경우가 있다. 초 단위로 터지는 수많은 변수 때문이다. (『투자, 음모를 읽어라』의, p.210)
이번 책에 대한 저자 본인의 평가는 어떨까 궁금했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을 구상하고, 초고를 쓰기까지 책의 내용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많이 고쳤어요. 덕분에 많은 분들이 쉽게 받아 드릴 수 있어서 잘 된 거 같습니다.” 『투자, 음모를 읽어라』를 통해 본격적으로 ‘음모’를 이야기한 저자는 앞으로 ‘그놈들’의 수법을 좀 더 패턴화해서 소개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국내에는 이런 류의 서적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마존만 가도 명저들이 많습니다. 결국 문제는 ‘통찰’이라고 봅니다.” 그럼 뭘까,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들을 사회, 경제 뉴스를 듣고 보면서 끊임없이 되풀이 해보라고 말한다.
“멸망하는 것이, ‘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세계는 하나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중국과 미국의 관계도 어쩌면 그놈들의 연계가 있을 수 있는 거죠. 피상적인 대결 구도로 볼 수 없습니다.”
향후 주식시장의 변수 그리고 음모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저자의 예측은 조심스러웠다.
“녹색 테마가 쭉 흘러갈 것으로 봅니다. 전기차로 보자면, 완성차 뿐 아니라, 부품과 전지, 충전(소)도 같이 오른다고 봐야겠죠. 아이폰 4와 같이, 생활을 혁신하는 IT부문도 그렇습니다. 재밌는 것은 싸이월드,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이런 모든 열려있는 소통들도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지는 않나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넓어질 수록 정복하기가 쉬워지니까요.” 이러한 음모로 부터 피할 길은 하나라고 말한다. ‘버그로 살아가는 것’.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버그는 ‘교육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우리가 집단 린치 외에 ‘그놈들’을 이기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버그처럼 행동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버그는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다. 되고 싶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없는 게 바로 버그다. 그래서 ‘그놈들’이 버그를 더 경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음모론 투자에선 “버그라면 이때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물음을 늘 품도록 하자. 중요한 선택의 순간 이런 변수까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의 통찰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투자, 음모를 읽어라』의, p.77)
저자는 한국의 경제를 낙관하는 편이라고 전한다. 변수는 북한이고 이를 잘 지켜봐야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통일세’를 언급한 것도 깊게 생각해볼 법합니다. 만약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비핵화를 이루어낸다면 우리나라에는 호재가 되죠. 음모론적 관점에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이면을 들추어보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 이어서 그는 주식 시장에서 ‘내가 이기겠다’ 는 마음을 가지는 순간, 지는 게임에 돌입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건, ‘생존’하려는 마음가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유로워지라는 말과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