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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 과학자와 소설가가 쓴 사어언스 픽션 & 테크노 스릴러 - 『눈먼 시계공』 정재승, 김탁환

인간의 폭력성만큼 매혹적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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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충격적이지만 현실 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그린 『눈먼 시계공』 은 뇌과학자와 소설가가 만나 과학과 문학의 통섭을 보여주는 놀라운 ‘테크노 스릴러’ ‘사이언스 픽션’이다.

“인간은 한때 모든 신비로운 존재 중 가장 위대한 존재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는 우리 자신의 존재가 더 이상 신비하지 않다는 확신이 생겼다. 왜냐하면 그 비밀이 이제 풀렸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작품에 나오는 문구를 제시하며 2049년 서울, 인류가 자연이 준 몸과 마음을 버리고 기계와 몸을 섞으며 새로운 진화를 꿈꾸는 시대를 보여주는 동명의 책이 나왔다. 바로 『눈먼 시계공』이다. ‘눈먼 시계공’이란, 시계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해서 우연히 만들어질 수 없다는 18세기의 기독교 신학자인 윌리엄 페일리의 주장에 진화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만약 복잡한 시계를 설계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눈이 먼 시계공이라고 반박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판타지나 현실 가능하지 않은 미래가 등장하는 ‘미래소설’ 판에 생물체인 인간의 몸에 기계가 삽입되는 ‘사이보그’가 존재하고 기억을 추출하여 영상을 재생하는가 하면 로봇들이 세계 격투기 대회를 벌이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현실 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그린 『눈먼 시계공』은 뇌과학자와 소설가가 만나 과학과 문학의 통섭을 보여주는 놀라운 ‘테크노 스릴러’ ‘사이언스 픽션’이다. 해서 그 놀라운 미래의 세계를 그려낸 두 작가, 김탁환과 정재승을 만나는 일은 미래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 둘은 어떻게 만나 책을, 그것도 ‘사이언스 픽션’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그 궁금증을 책을 내게 된 과정과 함께 들어보았다.


올레를 걸으며 이야기꾼의 용기를 생각하다


대학로 일석기념관에서 있었던 두 작가의 만남에는 개그맨 남희석이 사회를 봤다. 책을 읽은 독자라면 남희석의 등장에 아하! 무릎을 쳤을 것이다. 1권 초반부에 안드로이드(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인간과 닮은 행동을 하는 로봇. 또는 그런 지적知的 생명체)로 등장하며 로봇 전문 채널에서 사회를 보는 로봇 엠시 남의 캐릭터로 나오기 때문이다. ‘남희석’이라는 정확한 언급은 없으나 ‘눈가의 주름과 재치 있는 말투, 사람 좋은 하회탈 웃음’이라는 문장을 읽으면 누구나 남희석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작가의 강연회에 개그맨이 사회를 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 기대도 되었는데, 역시 그 기대는 그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개그맨이 달리 개그맨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강연 내내 남희석은 즐거운 분위기로 매우, 잘, 이끌어주었다.

먼저 강연을 해주신 분은 김탁환 작가였다. 강연의 주제는 ‘올레를 걸으며 이야기꾼의 용기를 생각하다’였다. 안식월을 맞은 김탁환 작가가 제주 올레를 걷고 있다는 것을 트위터(twitter.com/tagtag2000)를 통해 알고 있었다. 트위터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탁환 작가를 팔로잉했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올려주는 올레 소식과 이날 일석기념관에서의 강연 소식도, 남희석과 대학로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도 트위터를 통해 먼저 알았다. 또한 ‘올레를 걸으며 이야기꾼의 용기를 생각하다’라는 제목의 강연도 『눈먼 시계공』이 김탁환 작가에겐 용기를 내어 써낸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트위터로 미리 알려주어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거다.

김탁환 작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린단다. 그런 습관이 싫어 정한 규칙이 일 년에 한두 달은 무조건 쉬는 거다. 이번에도 『눈먼 시계공』을 발표하고 안식월을 맞아 제주 올레에 올랐다. 그는 쉬는 동안만이라도 어떻게 하면 글을 안 쓰고 한글 프로그램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편인데 이번 제주 올레에는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수첩만 한 권 들고 갔었단다. 그가 올레를 예로 들며 이야길 시작하는 것은 올레의 특성이 혼자 걷는다는 점으로 소설가 역시 혼자 밥을 먹으며 혼자 글을 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탁환 작가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혼자 밥 먹을 각오가 되어 있느냐?’ 묻는다고 한다. 혼자 먹지 못하고 친구를 부르면 소설을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장편 한 권에 3,000매를 써야 하는데 그걸 쓰려면 3,000일 동안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올레와 소설가의 공통점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눈먼 시계공』에서 그는 혼자 작업하지 못했다.


김탁환 작가는 대부분 소설의 주인공들은 문제적 대인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사회나 삶의 경계에서 고민을 하다가 경계를 넘어가기도 하는데 그러다 사고를 치고 불륜에 빠지고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김탁환 작가의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경계에 도달하니 작가도 똑같이 경계까지 가게 된다. 작가는 혼자서 열심히 작업실에 앉아 글을 쓰지만 의식 상태는 사회에서 금기시하거나 시도하지 않은 경계까지 가는 일을 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혼자가 아닌 공동 작업을 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했다. 그 경계를 넘어서는 일을 이번에 김탁환 작가가 한 것이다. 그것도 과학자인 정재승 교수와의 공동 작업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소설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의 문체가 다르기에 언제 어느 시점에서 불화가 생겨 그만두는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전략을 잘 쓰는 사람들과 공동 작업으로 승전을 이끌어냈듯이 그도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단다. 또 ‘백탑파’(김탁환 작가의 작품 시리즈)의 각별한 우정,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서로를 시기 질투하지 않고 힘을 합쳐 나이와 신분의 차이를 너무나도 가볍게 뛰어넘어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며 그들처럼 해보고 싶었다고도 했다. 『눈먼 시계공』은 혼자 하라고 했다면 결코 해내지 못한 작업이었다. 올레에서 혼자 밤길을 걷는 일처럼 무서웠을 것이다.

김탁환 작가는 이 공동 작업에 대해 거창하게 말하면 정신과 정신의 충돌이라고 말했는데 이과와 문과, 각자의 상황에서 배워온 것과 살아온 것들에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 만나 충돌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두 사람이 만나 ‘충돌’을 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궁금했었단다.

정재승 교수와는 소설을 구상하고 연재를 하는 동안 자주 만나고 수시로 메일을 주고받았다. 연재 당시에는 일일연재였기에 예의를 차릴 틈도 없었으며 신랄한 비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연재는 의외로 재미있었다. 9개월의 연재를 끝내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그만큼 검증과 교정을 완벽하게 한 셈이다. 또한 『눈먼 시계공』을 쓰면서 과학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편한 게 편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지금 하는 일에서 벗어나는 일, 즉 경계 밖으로 나가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경계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하는 새로운 공부는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 과정은 변화하는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눈먼 시계공』이 그랬다. 책을 펴내게 된 것 자체가 그에겐 기쁜 일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경계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로선 더 즐거운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그들의 공동 작업에 대해 무모하다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는, 작가라면 이런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엔 과학이라는 경계에 섰었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또 다른 경계는 무엇이 될지 모르겠다며 그런 일이 다시 온다고 해도 ‘충돌’을 겁내지 않게 될 것이라 했다.


현실과 싸우고, 상상력과 싸우고, 나와 싸우며 쓴 소설

김탁환 작가에 이어 정재승 교수가 『눈먼 시계공』과 관련한 강연을 했다. 그동안 꽤 많은 책을 펴낸 저자이기도 한 정재승 교수는 “여러분은 저의 첫 소설 독자이십니다”라는 재치 있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슬라이드를 준비해 강연을 하려 했으나 김탁환 작가가 말로 강연을 하자 슬라이드를 포기하고 말로 때우겠다며, 하지만 ‘나는 과학자답게’ 아이폰의 메모장에 적어둔 키워드를 보며 하겠다고 말해 독자들의 감탄사(!)를 들었다.


정재승 교수는 『눈먼 시계공』을 쓰면서 도움이 된 몇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 첫 번째가 싸움은 기술이 아니라 힘의 논리라는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겪은 싸움으로 약한 아이에 속했던 친구가 실수로 학교 ‘짱’과 싸우게 된 이야기였다. 힘이 센 아이와의 싸움에서 맞는 아이는 당연 힘이 없고 연약한 아이다. 그때 싸움에 걸려들었던 친구 역시 그랬다. 친구는 옆에서 보기에도 무서울 정도로 힘이 센 아이에게 맞았는데 말릴 수조차 없었던 상황이었다. ‘저러다가 저 친구는 죽고 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맞고 있었다고 한다. 한데 눈을 뜨지 못하는 상황까지 맞던 친구가 어느 순간에 죽기 살기로 힘이 센 친구에게 달려들어 힘센 친구의 급소를 때리며 결국은 맞고 있던 친구가 이기고 말았는데 그때 느낀 것이 싸움은 기술이 아니며, ‘내’가 정말 상대를 죽이지 않고는 ‘내’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못 이길 사람은 없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경험은 고스란히 『눈먼 시계공』에 들어 있다. 이 책에 격투 로봇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폭력성만큼 매혹적인 것은 없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가장 정교한 몸동작을 보인다. 상대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 본능적 죽음 공포가 아로새겨진 근육의 긴장. 쉴 새 없이 건들거리듯 움직이는 다리와 순식간에 이동하는 무게중심. 모든 체중을 주먹에 싣는 충격량. 동물처럼 원초적인 어깨 밀치기의 긴장감. (…) 가장 폭력적인 사람은 가장 끔찍한 공포를 경험한 사람이라고. 폭력은 ‘감정의 발로’가 아니라 ‘죽음을 피하려는 안간힘’이기 때문에.

두 번째 이야기는 작가 후기에도 나오는, 사자와 싸우다가 죽은 남자의 이야기로, 인간의 생존본능에 관한 거였다. 사자에게 죽음을 당하면서도 사자의 갈퀴를 뜯어낼 만큼 살아야겠다는 생존본능은 어떤 생명체에게나 다 내포되어 있다고 했다. 과학자로서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도 살아야겠다는 생존본능을 설명하려 들면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런 생존본능을 로봇에게 구현해줄 수 있다면 로봇과 인간의 경계는 무너질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들었단다. 인간이 로봇을 사용하다가 ‘어, 얘는 고장 난 것 같아. 분해해야겠어’라고 했을 때, 로봇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자신을 분해하려는 인간과 맞서 싸우는 시대가 온다면 인간이 로봇을 지배하는 세상은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는 미국에 있었던 뇌 실험을 통한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을 다룬 내용이었다. “일상에서 어떤 일을 잠시 기억했다가 곧바로 잊더라도, 같은 일이 여러 번 반복되면 그 단기 기억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다”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그 실험은 정재승 교수에게 너무나 큰 충격을 준 실험이었다고 한다. 기억이라는 게 세포의 깜박거림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다. 기억이 그에겐 중요한 것이었는데 뇌세포의 활동으로 다 환원될 수 있다는 걸 경험한 것이다. 그동안 신의 영역이 많이 개입한 영혼의 존재를 믿었으나 영혼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지 않고도 생물학적으로 굉장히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단편적인 경험들이 『눈먼 시계공』과 같은 풍성한 소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정재승 교수는 김탁환 작가와의 공동 작업에 관해 “과학자는 협업엔 익숙하다. 논문을 혼자 쓰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같이 연구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그렇지 못하다. 각자의 문체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소설가와 작업을 같이 해도 내 문체가 아닌 것 같으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또한 내 표현과 글이 다르고 낯설면 진도를 나갈 수 없다. 그렇기에 협업을 시작할 때 용기가 필요했다. 또한 온전히 다 담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그런 점에서 김탁환 작가는 좋은 파트너였다”고 했다.

또한 다들 김탁환 작가가 역사소설가라고 하는데 역사소설가야말로 훌륭한 미래소설가라고 할 수 있다며 얼마 전 과학적으로 증명된 예를 하나 들었다. 기억상실증 환자에 대한 연구 논문이었다.

정상인 피실험자와 기억상실증 환자를 모은 후 ‘상황을 주고 상상하는 과제’를 냈다. “당신은 지금 해변의 모래사장 위에 서 있습니다. 앞에 무엇이 펼쳐져 있을지 상상해보세요.” 이 실험에서 정상인들은 다양한 상상을 한단다. 서서히 지는 태양, 개와 함께 달리는 아저씨, 서로 키스하는 연인들 등등(이날도 독자 한 명이 똑같은 실험을 했다. 그는 정상인으로 밝혀졌다. ^^) 한데 놀라운 것은 기억상실증 환자였단다. 그들은 미래를 상상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들은 3분 내내 오로지 ‘파랗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자들에게 충격을 준 일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결론인 것이다. 기억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해석하게 만든 실험이었다.

기억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기록해 두는 대뇌활동이 아니라 매순간 변하는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경험의 질료’라는 것이다. 기억은 과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봤을 때, 역사소설가야말로 미래 소설을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재승 교수는 과학적인 글쓰기는 재미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데 문학적 글쓰기는 그렇지 않았단다. 눈을 감고 상상하다가 글을 쓰면 20매 정도는 앉은 자리에서 후다닥 쓰기도 했단다. 그래서 ‘그동안 소설가들은 날로 먹었구나!’ 생각했었다며 웃었다. 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의 소설인데 어디선가 읽은 듯해지기 시작했단다. 할리우드 영화 같기도 하고, 미국소설 같기도 하고……. 그때서야 문학과 상상력의 결합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그래서 『눈먼 시계공』을 쓰는 일은 원고지 매수를 채우는 일보다는 상상력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2049년 서울의 모습, 실현 가능한 세계

책에는 2049년 서울의 모습이 나온다. 책에 그린 미래의 서울 모습은, 지금의 과학기술로 봤을 때 가장 정교하게 예측하자면, 현실화되는 데 빠르면 10년, 늦어도 30년 후면 현실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김탁환 작가와 정재승 교수는 『눈먼 시계공』을 완성하고서 그랬단다. “앞으로 둘이 건강하게 잘 살아서 만약 2049년까지 살게 된다면 우리가 써놓은 이 소설 속의 내용과 얼마나 많은 점이 같은지 알아보자.”

아름다운 한강의 조망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자 2015년에 시작된 ‘디자인 서울 2030’ 프로젝트는 서울특별시에게 ‘물의 도시’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한강 주변에 설립된 하늘 호수 공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주거 단지들이 한강변에 늘어섰고, 폭포가 벽이 되고 시냇물이 담이 되는 건축물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배나 요트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통근 쾌적선이 큰 인기를 끌면서 서울시민들의 일상은 훨씬 다이내믹해졌다. 물 만난 고기처럼.
아래층에는 자동차와 버스, 위층에는 모노레일이 통과하는 이층 다리가 동호대교와 한남대교 자리를 대체한 것도 2040년대 서울의 큰 변화일 것이다. 서울 외곽 순환선과 서울 관통선으로 구성된 자기 부상 모노레일은 일산과 분당, 구리와 하남, 과천과 용인 등 서울 주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직장인들을 30분 만에 도심으로 실어 날랐다. 학자들은 이 편리한 모노레일이 서울 근교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스프롤 아웃’(sprawl out, 도시 외곽이 무절제하게 성장하는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눈먼 시계공』은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을 만큼 과학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현실 가능한 세계를 그려낸 것이다.


처음엔 책을 읽으면서 어렵다고만 생각했다. 미래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탓일 거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만 푹 빠져버리고 말았는데, 미래 서울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놀라웠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개개인이 모두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고 요즘 같은 스마트폰의 세상이 열릴 것이라 상상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세월이 겨우 20년 남짓이다. 그 짧은 기간에 오늘과 같은 시대를 맞이한 것이니 『눈먼 시계공』에서 그려내는 서울의 모습은 충분히 가능한 일인 셈이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건강을 챙겨볼 일이다. 그리고 39년이 흐른 후에 『눈먼 시계공』을 펼쳐 39년 전, 김탁환 작가와 정재승 교수가 미래에 대해 강연을 하던 그 기억을 떠올리며 회상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니 부디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며!!

p.s.
『눈먼 시계공』엔 정재승 교수와 김탁환 작가 외에 또 한 사람의 공동 작업자가 있다. 바로 그림을 그린 김한민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래픽노블 작가이기도 한 그의 그림은 묘하게도 소설의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려 대부분 소설에 그림을 넣었을 때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룰’을 깨트리고 조화를 이룬다. 또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캐릭터의 그림을 보여줌으로써 상상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는 김탁환 작가와 함께 <1/n>이라는 문화잡지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또 김탁환 작가와 정재승 교수는 앞으로도 공동 작업을 할 일이 나온다면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 정신’의 충돌이 소설로 한 번 있었기 때문에 다음번엔 좀 더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으며, 둘 다 성격이 창의적이고 재미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므로 건축이나 영화, 공간과 같은 색다른, 이번에 했던 작업하고는 굉장히 다른 작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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