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시인의 『바람의 사생활』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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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 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
한 한 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 그런 날 햇살에 목숨을 내놓습니다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오늘은 이병률 시인의 시 ‘화분’으로 보이는 라디오 책읽는 사람들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책 읽어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모두 읽어요 / 날마다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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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오늘은 이병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바람의 사생활』 함께 읽어봅니다.

‘버티고 버텨서 슬픔이 눈물처럼 투명해질 때 쓴 시.’ 그래서 이병률의 시집에 담긴 시들은 어느 하나 슬프지 않은 시가 없습니다. 시인은 어떤 아픔을 견뎌냈기에 자신의 시에 이만큼의 고통을 담아낸 걸까요?

INT) 이병률

이병률의 시들은 대개 ‘작별’을 이야기합니다. 제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이 아니라 스스로 힘껏 갈라서는 작별을 노래합니다. 이별도 감당하기 힘든 세상에서 그토록 결연하게 ‘작별’을 결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INT) 이병률

낭독) 이병률

사람을 향한 사랑에 예민하고 사랑에 대한 기대가 남들보다 좀 더 컸던 소년은 시인이 되어 그 사랑의 상처를 노래합니다. 세월의 더께에 묻어두고 싶은 상처를 꺼내어 시를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합니다.

INT) 이병률

낭독) 신윤주

비가 오고 마르는 동안 내 마음에 살이 붙다
마른 등뼈에 살이 붙다
잊어도 살 수 있을까 싶은 조밀한 그 자리에 꿈처럼 살이 붙다
풍경을 벗기면 벗길수록 죄가 솟구치는 자리에
뭔지 모를 것이 끊어져 자리라고 할 수 없는 자리에
그 짐승같은 시간들을 밀지 못해서 잡지 못해서
살이 붙어 흉이 많다.

스친 자리가 그립다.
두고 온 자리가 그립다.
거대한 시간을 견디는 자가 할 일은 그리움이 전부.
저 건너가 그립다.

“거대한 시간을 견디는 자가 할 일은 그리움이 전부”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집에는 쓸쓸함과 슬픔이 전해집니다. 하지만 어떤 슬픔도 청승맞거나 진부하지 않습니다. 시인은 사랑과 이별 같은 지극히 보편적인 감정들을 그만의 개성있는 언어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두 번째 시집 『바람의 사생활』에서 이병률 시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은 저희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로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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