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시인의 『바람의 사생활』
‘버티고 버텨서 슬픔이 눈물처럼 투명해질 때 쓴 시.’ 그래서 이병률의 시집에 담긴 시들은 어느 하나 슬프지 않은 시가 없습니다. 시인은 어떤 아픔을 견뎌냈기에 자신의 시에 이만큼의 고통을 담아낸 걸까요?
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 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
한 한 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 그런 날 햇살에 목숨을 내놓습니다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오늘은 이병률 시인의 시 ‘화분’으로 보이는 라디오 책읽는 사람들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책 읽어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모두 읽어요 / 날마다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 그냥 읽기만 해요
이 프로그램은 책을 가장 빠르고 싸게 사는 방법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함께합니다.
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오늘은 이병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바람의 사생활』 함께 읽어봅니다.
‘버티고 버텨서 슬픔이 눈물처럼 투명해질 때 쓴 시.’ 그래서 이병률의 시집에 담긴 시들은 어느 하나 슬프지 않은 시가 없습니다. 시인은 어떤 아픔을 견뎌냈기에 자신의 시에 이만큼의 고통을 담아낸 걸까요?
INT) 이병률
이병률의 시들은 대개 ‘작별’을 이야기합니다. 제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이 아니라 스스로 힘껏 갈라서는 작별을 노래합니다. 이별도 감당하기 힘든 세상에서 그토록 결연하게 ‘작별’을 결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INT) 이병률
낭독) 이병률
사람을 향한 사랑에 예민하고 사랑에 대한 기대가 남들보다 좀 더 컸던 소년은 시인이 되어 그 사랑의 상처를 노래합니다. 세월의 더께에 묻어두고 싶은 상처를 꺼내어 시를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합니다.
INT) 이병률
낭독) 신윤주
비가 오고 마르는 동안 내 마음에 살이 붙다
마른 등뼈에 살이 붙다
잊어도 살 수 있을까 싶은 조밀한 그 자리에 꿈처럼 살이 붙다
풍경을 벗기면 벗길수록 죄가 솟구치는 자리에
뭔지 모를 것이 끊어져 자리라고 할 수 없는 자리에
그 짐승같은 시간들을 밀지 못해서 잡지 못해서
살이 붙어 흉이 많다.
스친 자리가 그립다.
두고 온 자리가 그립다.
거대한 시간을 견디는 자가 할 일은 그리움이 전부.
저 건너가 그립다.
“거대한 시간을 견디는 자가 할 일은 그리움이 전부”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집에는 쓸쓸함과 슬픔이 전해집니다. 하지만 어떤 슬픔도 청승맞거나 진부하지 않습니다. 시인은 사랑과 이별 같은 지극히 보편적인 감정들을 그만의 개성있는 언어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두 번째 시집 『바람의 사생활』에서 이병률 시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은 저희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로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