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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하지만 또 시간이 흘러 베르베르의 책을 좋은 시선으로 읽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 책이 바로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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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불규칙한 생활패턴과 더불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음악만 듣고 있어서 라디오란 매체를 이용해본 지가 몇 년은 된 것 같습니다. 15년 전만 해도 방에 있던 라디오 데크의 전원을 항상 켜놓고 공부하는 척하며 부모님 몰래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길 기다렸다 공테이프에 녹음하고 나만의 콜렉션 음반이라 자랑하며 친구들과 나눠 들었는데 말이죠. 지금에 비하면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지만 그때가 음악을 듣는 데 좀 더 진지하고 솔직했으며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그렇게 라디오를 켜놓고 있으면 중간 중간 여러 가지 광고가 300피스 퍼즐이나 계주처럼 빈틈없이 이어지곤 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 광고는 존 그리샴과 로빈 쿡의 책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였죠. 하나같이 영화의 예고편처럼 드라마틱해서 성우의 긴장되고 격앙된 목소리에 제 몸을 어딘가에 숨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비명으로 시작하는 광고 때문에 너무 깜짝 놀라서는 그 광고가 나올 시간엔 다른 주파수로 돌려버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참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의 『세상의 모든 딸들』의 센티멘털하고 스산한 분위기의 광고도 기억나는군요.

이렇듯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광고에 현혹되어서는 ‘와… 이 책은 분명히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거야!’란 확신으로 차곡차곡 용돈을 모아 구입하고 열심히 읽었지만 넘어가는 페이지가 많아질수록 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광고에서 주었던 긴장감과 설렘은 거친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거침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중 가장 실망했던 책이 베르베르의 『개미』였는데요. 당시 엄청난 광고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 그리고 위풍당당하게 걸린 베스트셀러 목록에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위엄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봤지만,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센스> 이후 <언브레이커블>처럼 광고로 생긴 기대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나 Nirvana의 『Nevermind』 앨범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나 카뮈의 『이방인』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몹시 흥분되고 소름끼쳐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심장의 맥박수가 빨라지며 정신 차리기 어려울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던지라 왠지 모를 아쉬움과 실망이 클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시간이 지나 베르베르의 신작이 나와도 흥미를 느끼지 못해 구입하지 않았고,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훨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에 ‘문학의 본령도 중요하지만 출판사의 기획과 광고도 정말 중요하구나’란 생각에 베스트셀러나 광고가 지나치게 많은 책은 괜한 선입견에 일부러 피하며 직접 서점에서 표지나 문장을 눈으로 좇으며 고르거나 지인들의 추천이나 좋아하는 작가가 언급하는 소설가의 책을 찾아 읽는 버릇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시간이 흘러 베르베르의 책을 좋은 시선으로 읽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 책이 바로 『나무』입니다. 처음 『나무』를 서점에서 보았을 때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가 뫼비우스가 그린 내지 때문에 너무 놀란 나머지 ‘아아… 뫼비우스의 그림이다!’라며 흥분해서는 ‘아… 뫼비우스도 소설책 내지 그림을 그리는구나. 근데 누구의 작품이지?’ 하곤 그제야 베르베르의 작품인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손에 든 베르베르의 책은 뫼비우스의 그림과 함께여서 그런지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뫼비우스의 작품 해석 능력을 보며 많은 공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 자체도 짧은 단편의 연속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고요.

이번에도 뫼비우스와 손잡고 『파피용』이란 신작을 낸다고 들었는데 열린책들에서 예약판매 중이더군요. 저도 이번엔 예약해놓고 7월 4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베르베르보단 뫼비우스 때문이지만, 무언가 기대하고 기다리는 재미는 사춘기 시절 여자아이의 손을 붙잡는 것만큼 흥분되고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광고, 하니 떠오르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서 적어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서머셋 몸은 무명 시절 자신의 책이 팔리지 않자 신문에 “나는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하며 교양 있고 온화한 성격을 가진 젊은 백만장자입니다. 윌리엄 서머셋 몸이 최근 발표한 소설 속의 여주인공과 똑 닮은 아가씨와 결혼하고 싶습니다”란 광고를 실어 젊은 여자는 너나 할 것 없이 서머셋 몸의 소설을 구입했고, 그 덕분에 굉장한 성공을 했다고 합니다.

하하하, 광고란 정말 굉장하다니까요.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 열린책들 | 원제 L'Arbre des possibles | 2003년 06월

『개미』『뇌』등 국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온 베르베르의 신작이다. 작년에 프랑스에서 발표된 후 곧바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베르베르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본령인 '인간 세계에 대한 과학적이고 시적인 통찰'은 여전하며, 더욱더 완숙해지고 유연해진 필치를 보여 준다. 관습적인 사고방식을 탈피하고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스무 개의 기발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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