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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그가 논하는 '여자, 사랑 그리고 행복예찬'

“왜 하필 ‘여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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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외수가 5년간의 산고 끝에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책 한 권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여자’라는 소재를 무려 203개의 토막 에피소드로 거침없이 풀어냈다.

소설가 이외수가 5년간의 산고 끝에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책 한 권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여자’라는 소재를 무려 203개의 토막 에피소드로 거침없이 풀어냈다. 기인(奇人)으로, 최근에는 ‘격외옹(格外翁, 격식을 버리고 살아가는 노인)’으로 불리며 마음의 울림을 통해 세상사를 글로 지어내는 그의 새 작품이어서인지 과연 그가 바라보는 ‘여자’는 어떤 존재일지 자못 궁금했다.

게다가 2006년 초 마치 속세를 떠나듯 도시 춘천을 뒤로하고 강원도 화천의 ‘감성마을’로 들어가 작성한 ‘청정수질’의 글인 만큼 그 ‘광천수’ 같은 이외수의 글발은 하나하나가 보석 같음이 틀림없을 터. 때문에 이외수 선생을 만나러 가는 한 발 한 발은 날개가 달린 듯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를 펴낸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 왜 하필 ‘여자’입니까?”

“‘여자’는 그 자체가 외계인, 아니 ‘비지구인’입니다. 그만큼 이해하기가 어렵죠. 아마 은하계에서 가장 난해한 존재가 ‘여자’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제가 지금 60년을 넘게 살면서 40년 이상을 글밥 먹으며 지내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여자’만큼 어려운 존재는 없더라고요. 그러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여자들이 자신을 치장하고, 예쁜 것을 보면 사고 싶어하고, 지하철 한 구간 지나갈 때마다 변덕이 열두 번도 더 변하는 것이 왜 그럴까, 하고 말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여자가 남자보다는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것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풍부한 감성은, 결국 여자라는 존재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받고 싶어한다’라는 해석을 낳게 했고요. 생각해 보세요. 얼굴 성형을 하면서 턱을 깎아내고 몸에 칼을 대면서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그것을 참아내면서 어쨌든 예쁘게 변하려고 하는 여자들의 심리는 결국 ‘사랑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라는 ‘불안감’ 때문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남자들이 그 불안감을 이해해주자는 명제를 제시하게 됐고, 그런 명제에 대한 답을 풀어낸 것이 이번 책입니다. 아마 나의 이런 명제 제시는 세계 최초가 아닐까 생각돼요.”

“잘못 들으면 ‘페미니스트들’에게 큰 오해의 여지를 남길 수도 있겠는데요. 혹시 그런 부분에 대한 항의는 없었습니까?”

“아니 웬걸. 사실 저도 처음에는 페미니스트들에게 공격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생각이 바뀌었다고들 말합니다. 심지어 굉장히 극단적인 페미니스트 한 명이 있었는데, 처음에 제 글을 읽어보더니 ‘왜 이런 사람과 책을 냈느냐’며 욕을 하다가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본 다음에는 ‘와~ 이 책 정말 좋다. 잘했다. 앞으로는 이 사람하고만 책 내라’ 하더라는군요. 그렇습니다. 이번 책은 여자건 남자건 공감하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듣기에 책을 내기 전 꽤 많은 분에게 모니터링을 하셨다고 하는데,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무엇이었습니까?”

“책을 내기 전 약 20여 명에게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다들 여자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남자들도 그렇고 여자들도 그렇고 뜨끔했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아마도 뜨끔했다는 분들은 책 속에서 강하게 비판의 대상이 된 ‘된장녀’ 또는 ‘된장남’이라 일컬어지는 젊은이들이 아닐까 하는데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젊은 세대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은 역전시킬 수 없지 않느냐’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젊은이가 인생역전에 대한 희망을 한순간 쾌락을 추구하는 ‘로또’에 걸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하다못해 ‘병뚜껑이라도 10년만 모으라는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 일에 10년을 바칠 수 있는 정신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병뚜껑만 10년을 모아도 운명이 바뀌고, 많은 사람이 그 사람을 주시하게 되고, 그리고 철학이 생깁니다. 무엇인가 관심을 두고서 결과를 기대하려면 최소한 10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고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말해주고 싶어요. 요즘 특히 무통분만의 시대인데, 예술가들도 쉽게 이름을 날려보려 하고, 젊은이들도 쉽게 출세하려 하는데, 무통분만을 꿈꾸지 말고, 최소한 10년을 어디에든 바칠 수 있는 그러한 열정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무통분만’이란 말이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젊은 세대들은 100일, 200일은 잘 챙기는 것 같은데, 자신의 미래가 걸린 더 멀고 긴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벤트’를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그 부분에서 우리 세대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시쳇말로 여자를 만나면 평생을 걸었거든요. 요즘 친구들처럼 100일을 기념하고, 또 그러다 바로 헤어지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었어요. 100일이라는 상징성은 쉽게 만나고 헤어지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봅니다. 물론 모든 젊은이들에게 화살을 던지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이벤트’라고 명명하고서 행해지는 것의 순수함이 유지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여자들은 꽃 한 송이를 받을 때의 기쁨과 자동차 한 대를 받을 때의 기쁨이 맞먹는 때가 있다고 합니다. 반드시 크고 값비싼 것을 해줘야지만 애인이나 아내가 사랑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주 작은 일에 감동할 수 있습니다. 큰 정성이 아닌 작은 노력에서 출발하길 바랍니다. 바로 그것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바라는 바예요.”

“서서히 ‘사랑’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란 것을 감히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가 무슨 잔머리가 만물보다 뛰어나서도 아니고 가공할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도 아닙니다. 인간은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장이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정작 인간이 과연 자기 한 몸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노래를 많이 하지만 ‘진짜 사랑이 뭐냐’라고 물으면 명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는 성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석가, 공자, 맹자, 장자, 노자도 전부 다 자비니 덕이니 하는 것을 말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사랑에서 나온 것이고, 같은 뿌리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사랑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안 했습니다. 그들이 주장한 것은 실천하는 것으로 찾아내라는 것뿐이죠. 그래서 제가 이번 책에서 이야기한 것은 예수가 가르친 ‘실천적 사랑’입니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나 아닌 다른 영혼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기쁨이라고 그랬어요. 나 아닌 다른 영혼을 위해서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을 기뻐해야 하고, 못 박히는 것도 기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그렇지 않고 그것이 고통이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란 이야기죠. 결국 희생의 크기는 사랑의 크기에 정비례하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대화를 순식간에 나눈 탓일까? 잠시 환기를 하려는 듯 이외수 선생은 하루 여덟 갑은 너끈히 피운다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 채 ‘감잎차’를 들기를 권했다. ‘환절기’에 좋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러면서 잠시 우스갯소리도 곁들였다.

“제가 요새 술을 끊었어요. 차 마시려고…. 이제 현역으로 뛸 때가 아니잖아요.(웃음) 이외수도 그렇고 글 쓰는 사람에게 술은 뗄 수 없는 것이지요. 저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이 술이란 것을 좋아서 마신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인생 살면서 반가운 사람 만나면 술 생각이 나지만 기분 나빠서 술 마시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직업상 TV를 항상 켜놓고 사는데요. 연속극 빼고 세상 물정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 연속극은 내 소설만 못하니까…(웃음) 농담이고… 저도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인데, 연속극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되니까 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어쨌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해서 TV를 항상 켜놓고 사는데, 특히 뉴스 시간에는 술 마시고 싶은 충동이 울컥울컥합디다. 그래서 그럴 때 술을 마시면 독약이 돼요. 술은 기분 좋을 때 마시면 보약이고, 기분 나쁠 때 마시면 독약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동안 독약 같은 술을 더 많이 마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책에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 말고, 우리 문학계에 대해 쓴소리도 하셨습니다.”

“지금 문학계 시장이 안 좋습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독자를 많이 속여왔다는 것이에요. 이와 관련해 문학계 스스로 반성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문인이 너무 많습니다. 그 문인이 다 문학을 위해 온 생애를 바치는가 하면 또 그렇지 않아요. 게다가 문예지도 너무 많아요. 특히 제가 볼 때는 사이비라고밖에 할 수 없는 문예지도 있습디다. 1년에 100명이 넘게 문인이 나오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마치 바퀴벌레 알 까듯이 까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배출’이라는 말밖에 안 떠오릅니다. 문학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에요. 어차피 나는 글밥으로만 40년을 살았는데, 이런 제가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꼭 짚고 넘어가야 했어요.”

“그런 문학계 분위기가 우리 사회의 모습과 연결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렇죠. 이 사회가 양심이 부재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진품보다 가짜가 판을 치게 되고, 또 이제 한국이 중국 다음가는 짝퉁 공화국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물건은 더러 짝퉁이 나오더라도 사람은 짝퉁이 되면 안 될 텐데, 이제 사람이 짝퉁이 되어가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예술이나 종교, 교육 등 명예로운 직함을 가진 분야까지 짝퉁이 되다 보니 고결한 부분을 오염하고 타락하게 하면서 인간 최고의 기대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 ‘종교, 정치, 교육, 예술’ 등 네 분야를 최후의 보루로 인간이 지켜줘야 하는 것으로 봤어요.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양심이 실종되면 안 된다는 뜻으로요.”

잠시 심각해진 분위기. 이외수 선생은 연방 담배를 펴댔다. 그러다 그와 그의 글을 오랫동안 사모해왔다는 한 지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수 김장훈. 의외의 인사 출현이다. 도대체 어떤 인연이 그들을 엮었을까?

(김장훈) “이외수 선생님과의 인연은 꽤 됐어요. 이외수 선생님 골수 독자 중 한 분이 제 팬이었는데요, 시각장애인인데 이외수 선생님 홈페이지에 제 콘서트 일정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 글을 보고 선생님께서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나도 좋아하는 가수인데, 홈페이지 식구들도 콘서트 한 번 가봐라. 노래도 좋고, 뛰어난 해학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 김장훈이 아직 나를 안 찾아왔다.’ 제가 어떻게 했겠습니까. 이외수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것 수소문해보니 담배랑 술이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사들고 춘천으로 내려갔죠.”

(이외수) “그 이후 장훈이가 우리 아들 결혼식 때 축가도 불러줬어요. 결혼식 당일 아침까지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답니다. 1시간 자고 가서 축가를 불러줬는데, 직도 그날 기억이 생생해요.”

이외수와 오랜 인연인 가수 김장훈

두 사람의 궁합이 착착 맞아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그 느낌은 적중했다. 아직 책을 읽지 못했다는 김장훈은 이번 책 속의 한 구절을 그대로 자기 생각으로 말할 정도였던 것이다.

“혹시 김장훈 씨가 생각하는 ‘여자’, 그리고 ‘사랑’은 어떻습니까?”

(김장훈) “‘여자’에 대해 아예 알려고 안 합니다. 여자는 정말 모를 존재기 때문이죠.”

(이외수) “거 보세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니까요. 제가 책에서 그러지 않았습니까. 여자는 도통 모를 존재라고.”(웃음)

(김장훈) “‘여자’를 알려고 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제 스스로 저의 미래를 ‘탄탄대로’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있어 아직 ‘여자’를 못 만나고 있어요. 하지만 ‘사랑’에 대해 굳이 정의를 내리라고 한다면 전 ‘배려’라고 하고 싶네요. 전 제가 싫어하는 것을 누군가가 하라고 주장한다면 그것 자체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저 자신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 것이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진실함이 묻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어야 하죠. 예컨대 ‘내 노래가 별로다’라고 하면 ‘별로다’라고, ‘내 노래가 가슴으로 다가왔다’면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그저 연애할 때는 김장훈으로 봐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직 자신의 여자를 못 만나고 있다는 김장훈의 말에 이외수 선생은 ‘결혼’에 대한 철학을 잠시 늘어놨다.

“어떤 의사가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가장 안 좋았던 음식은 무엇이냐 했을 때, 어떤 할머니가 ‘웨딩케이크’라고 한 말이 있어요. 이것은 결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결혼이라는 것이 부정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저는 부부애로 살아가지 않아요. 전우애로 살지.(웃음) 우리는 금슬 좋은 부부로 정평이 나 있지만, 40대 초반까지는 아주 극렬하게 싸웠습니다. 결혼 후 10년 정도는 엄청나게 싸운 것 같아요. 이웃집 분들은 우리가 싸우는 것을 보고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부부애가 아니라 전우애로 산다고 합니다.

결혼 생활을 잘해나가려면 쉽게 말해서 소유욕이라든가 집착을 버리면 괜찮습니다. 다 같은 인격체로 생각하면 돼요. 여자는 원체 난해하니까 남자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여자는 감성이 시시각각 변하거든요. 전 반드시 열 번 양보합니다. 이후 열한 번째에 요구를 하죠. 사실 여자는 그것조차 안 들어줍니다. 그럼 조목조목 양보한 것을 열 개 보여주고, ‘열한 번째 요구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끊임없이 양보한 것을 보여주면 나중에 여자는 감동하게 되어 있어요. 나중에는 요구를 안 해도 알아서 해줍니다.

제일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은 아내를 감동케 하는 남편입니다. 남편이 아내를 감동시키지 못해서 불행해지는 것이에요. 더불어 대화를 많이 해야 합니다. 여자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려 하거든요. 한국 남자들은 과묵해서 말을 잘 안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해야 합니다. 오늘 대한민국 남자들은 굉장히 불쌍한 존재가 아닙니까. 가부장적인 것도 약화되었고, 허구한 날 나가서 직장상사에게 굽실거리고 말입니다. 전 그래서 서류 처리하는 것을 말없이 묵묵히 10~20년 해내는 것은 ‘사랑한다’라는 말보다 더 뭉클한 몇 배의 사랑 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정에 들어와서의 ‘대화’는 반드시 필요해요. 그것이 남편의 가장 큰 ‘양보’입니다.”


이외수 선생의 말을 듣다 보니 이번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더욱 필요한 ‘필독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진면목, 속마음, 그리고 그 속마음을 아우르고 사랑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자리를 뜨기 전 이외수 선생이 생각하는 ‘남자’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남자? 남자는 단순하죠. 그게 다예요. (이때, 옆에서 김장훈이 거들었다.)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책에서 다루시죠.(웃음) 아, 다음 책. 다음에 낼 책은 현대판 법문집입니다. 말 나온 김에 다음 책에 대해 이야기 약간 하자면… 한 5분 정도 주제가 뭔지 모르고 머쓱하게 앉아있는 외로움을 참아내는 것, 그런 것이 애정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장거리 운전할 때, 차 안에 동승했던 모든 친구들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불현듯 외롭지만, 그것을 참아내며 운전해 주는 것 역시 애정이라고 봅니다. 바로 이런 내용을 다루는 일종의 ‘외로움 시리즈’가 될 것 같아요. 거창한 것 말고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서 휴머니즘을 발견하고, 따뜻하고 애정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책, 몇 줄짜리만으로도 의미가 던져지는 것들… 세기를 초월한 대화,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하면 친절한 금자씨가 ‘너나 잘하세요’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번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에서는 책 속에 꽃, 야생화를 다뤘는데, 다음번에는 물고기를 가지고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물론 물고기 그림도 정태련 씨가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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