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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그까이꺼 뭐

불륜과 죽음이 남미에서 담담한 탱고를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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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불안한 4각 관계가 결국 살인으로 마무리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한 코너를 장식했습니다. 어느 시골 마을에서 두 부부가 서로 바람을 피웠고, 원만하게 합의하기 위해 두 부부가 함께 떠난 여행에서 그만 가해자는 다시금 자기 아내가 옆집 남자와 몸을 섞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바로 칼부림이 이어졌고, 위태로웠던 시골의 사각관계는 죽음으로 마무리지어졌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조르주 바따이유는 저서 『에로티즘』에서 사랑과 죽음, 불륜과 금기의 관계를 독특하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영원히 살지 못하는 인간은 ‘죽음’이라는 연속성에 대한 넘어설 수 없는 금기를 갖습니다. 금기는 넘어설 수 없다는 전제를 통해 넘어서는 상황에 대한 쾌감을 부여하는 효과를 갖는 것이구요. 그런데 인간은 사랑과 섹스를 통해 생식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삶이 연속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 이는 죽음이라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금기를 일탈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인간에게 최고의 쾌감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륜은 죽음과 연계된 인간에게 놀라운 쾌락의 장이 된다는 것이지요. 바따이유의 이 의견에 얼마나 동의하실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죽음과 불륜이 갖는 파멸과 일탈의 뉘앙스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듯 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소설 『불륜과 남미』가 다루는 주제 또한 동일하게 불륜과 죽음입니다. 넘어서선 안될 그 무언가를 넘어선 이들, 그리고 그 넘어선 이와 엮인 누군가, 그들 곁에 떠도는 죽음… 이러한 금기와 일탈의 코드들이 ‘환락, 관능, 열정’으로 상징되는 남미라는 장소에서 삼중주를 벌이는 7편의 단편들이 저자의 남미 여행일지와 현지 사진들과 함께 수록된 단편 소설집입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거리감있고 소품스러운 묘사와 덩어리 덩어리 뚝뚝 떼어져 그려지는 상념들이 단편 특유의 긴 여운으로 치명적인(그러나 소설에서는 조금도 치명적이지 않게 그려집니다) 일탈들을 부드럽게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모두 남미에 ‘여행’을 옵니다. (수록된 모든 소설에서 남미는 철저히 타자일 뿐입니다. 남미가 갖는 관능의 뉘앙스는 여행자에게만 비치는 것이지, 그 공간이 삶의 공간이 되는 현지인에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불륜에 연계되어 있습니다. 직접 불륜의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부모 중 한사람이 불륜이거나 하는 식으로 불륜이 각각의 인간에게 다가오는 여러 가지 입장을 다각도에서 보여줍니다. 또한 이들 곁에는 죽음이 도사립니다. 남미로 출장온 주인공의 내연남이 죽었다는 소식을 본처가 전화로 알려주거나,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가 주인공의 죽음을 예언한 그날에 남미에 도착하거나 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그런 모든 죽음과 불륜이 항상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전화는 거짓말이고, 어떤 불륜의 관계는 물증이 없는 의심일 뿐입니다. ‘불륜과 남미’라는 제목으로 묶여있음을 생각할 때 일반적 의미에서의 불륜은 아닌,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일상적이지 않은’ 그 무언가 또한 작가는 불륜이라고 칭하고 있는 듯 합니다. 「플라타너스」에서는 불륜은 아니지만 나이차가 심한 부부(그래서 주변에서 크게 반대합니다)의 이야기도 나오니까요. 어떤 의미에서라면 남미라는 관능적인 나라에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객 내지는 타인으로 다녀온 일주일 자체가 불륜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미에 살러 간 것이 아니라, 그 관능적 매력에 일주일간 스쳐 갔다 오는 여행 말이지요. 어쨌든 그 위험스러운 개념은 소설 안에서는 정말 삶의 일부인 양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어집니다. 불륜을 다루었다는 소설 치고는 너무 ‘요시모토 바나나’스럽습니다. 굳이 이 작가가 묘사해서만이 아니라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은 어쩌면 그리 치명적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남미에서 벌어지는 불륜과 죽음의 로맨스를, 아니 저자가 직접 저지른 일주일간의 불륜 행각을 저자는 글로만 남기기보다는 사진과 그림을 통해 저자 스스로가 생각했던 이미지 그대로를 전달해 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합니다. 저자는 직접 일주일간의 남미 여행을 한 뒤 자신의 여행 코스와 시각을 그대로 책 말미에 적어 둡니다. 각 소설은 소설의 배경이 되거나 소설의 영감을 얻었던 장소의 사진들을 첨부해 주고, 남미 특유의 격정과 애수가 살아있는 그림을 덧붙여 책을 완성했습니다. 저자가 글쓰기 여행을 하며 받았던 느낌을 언어의 한계를 넘어 최대한 전달하고자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책 뒷부분 ‘저자의 말’에서는 직접 자신의 소설이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떠올랐는지, 어느 장소가 어떻게 소설에 등장하는지를 상세히 이야기해줍니다. 딱히 어떤 문학적 의미를 두기 보다는 ‘소설가가 여행을 하면 어떻게 기록을 남기는가’를 스스로 물어 가면서 책을 읽는다면 더욱 재미있을 듯 합니다. 서두에서 4각 관계의 파국적 결말을 잠시 이야기했었습니다. 불륜과 죽음, 물론 뉴스거리이고 수많은 덧글이 달리는 이슈성 사건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 조금은 느긋하게 기대어 있는 것이 이 두 개념은 아닐까요(살다보니 생각보다 그리 남의 개념만은 아니더군요). 불륜과 죽음, 일탈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보다는 여유롭게 작가와 함께 미지의 남미 여행을 즐기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가는 것이 더욱 향기로운 독서법이 될 듯한 책입니다. 불륜이든, 일탈이든, 그들이 남미에서 부루스를 추던 탱고를 추던 그저 당연한 것쯤으로 여기며 담담하게 쳐다보는 자세로요. 요즘말로, ‘그까이꺼 뭐’ 별거 있겠어요? ---------------------------- 『불륜과 남미』는 어떤 책?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소설집. 열정과 관능의 거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랑 이야기가 펼져진다. 로스엔젤레스를 경유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 멘도사를 거쳐 이과수 폭포를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여행을 하면서 바나나는 7편의 단편을 빚어냈다. 바나나의 소설과 함께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색채감과 분위기를 잘 살린 컬러 사진과 그림들이 포함되어 작품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요시모토 바나나’는 누구? 1987년 데뷔한 이래 '카이엔 신인 문학상', '이즈미 쿄카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등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고 있다. 특히 1988년에 출간된 『키친』은 지금까지 수백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되어 준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문학' 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는 동질감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키친』 『도마뱀』 『하치의 마지막 연인』 『티티새』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하얀 강 밤배』등이 출간,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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