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드림> | 영화
영원하길 바라는 모든 순간은 왜 그토록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걸까? 만남과 이별의 타이밍, 그리고 마음의 격차. 강아지와 로봇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너무하다. 고통스럽지만 영원이 없기에 현재가 소중해진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강아지와 로봇은 너무했다. 한밤에 감정적 자해 수준의 오열 쇼를 불러온 작품. 아직도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들으면 심장이 아프다.
<클럽 이카루스> | 음반
아르테미스
상처받은, 외로운 소녀들 앞에 초현실적인 존재가 나타난다. 데뷔곡 <Birth>의 뮤직비디오 내용이다. 이때부터 아르테미스라는 그룹의 콘셉트과 색감에 매료되었다. 신비로운 소녀들을 둘러싼 불길한 현상을 즐겁게 따라가는 중이다. 아직 연재되지 않은 소설의 뒷부분을 상상하듯, 짜맞추며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앨범. 개인적으로 푸르스름한 새벽을 닮은 노래들이라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에 삽입된 일러스트도 매력적이고, 멤버들의 음색이 너무 좋다.
<브레이킹 배드> | 드라마
이 유명한 걸 요즘에야 시작했다. 평범한 화학 교사인 주인공이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마약왕으로 거듭난다. 선택의 순간마다 화학 법칙이 맞물리는 연출이 재밌다. 더불어 자본주의 세계에서의 윤리와 인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제야 화학 공부가 하고 싶어지다니, 고등학생 때 이 드라마를 보았다면 이과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시즌 2까지만 봐서 결말은 모른다. 남은 회차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 아껴보고 있다.
마틴 맥도나 저/서민아 역 | 을유문화사
이미 여러 자리에서 추천한 희곡집이다.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잔혹한 무대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정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 허구와 현실이 중첩되어 이야기 밖 당신에게 말을 건다. 그야말로 시공간을 꿰뚫는 창과 같은 책. 마틴 맥도나의 다른 영화들도 무척 좋아한다. <킬러들의 도시>와 <쓰리 빌보드>, <이니셰린의 밴시>도 추천한다.
프랑수아즈 사강 저/김유진 역 | 안온북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어울리는 소설이다. 쨍하다기보다는 미지근한데, 식은 차가 정오의 볕에 데워지듯이 어느 순간 은은히 울컥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블랙코미디라기엔 서글프고 로맨스로 치기엔 너무 구질구질한 엉망진창 연애담. 그래서 사랑스럽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라는 감상이 드는 걸 보면, 이건 분명 아름다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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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소설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등을 썼다. 스릴러, SF, 호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