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은 작가의 책장
조예은 작가가 요즘 애정하는 영화 <로봇 드림>, 음반 <클럽 이카루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책 『필로우맨』와 ​『엎드리는 개』.
글 : 조예은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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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드림> | 영화


영원하길 바라는 모든 순간은 왜 그토록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걸까? 만남과 이별의 타이밍, 그리고 마음의 격차. 강아지와 로봇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너무하다. 고통스럽지만 영원이 없기에 현재가 소중해진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강아지와 로봇은 너무했다. 한밤에 감정적 자해 수준의 오열 쇼를 불러온 작품. 아직도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들으면 심장이 아프다. 

 


<클럽 이카루스> | 음반

아르테미스 


상처받은, 외로운 소녀들 앞에 초현실적인 존재가 나타난다. 데뷔곡 <Birth>의 뮤직비디오 내용이다. 이때부터 아르테미스라는 그룹의 콘셉트과 색감에 매료되었다. 신비로운 소녀들을 둘러싼 불길한 현상을 즐겁게 따라가는 중이다. 아직 연재되지 않은 소설의 뒷부분을 상상하듯, 짜맞추며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앨범. 개인적으로 푸르스름한 새벽을 닮은 노래들이라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에 삽입된 일러스트도 매력적이고, 멤버들의 음색이 너무 좋다. 

 


<브레이킹 배드> | 드라마 


이 유명한 걸 요즘에야 시작했다. 평범한 화학 교사인 주인공이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마약왕으로 거듭난다. 선택의 순간마다 화학 법칙이 맞물리는 연출이 재밌다. 더불어 자본주의 세계에서의 윤리와 인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제야 화학 공부가 하고 싶어지다니, 고등학생 때 이 드라마를 보았다면 이과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시즌 2까지만 봐서 결말은 모른다. 남은 회차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 아껴보고 있다. 

 


『필로우맨』

마틴 맥도나 저/서민아 역 | 을유문화사


이미 여러 자리에서 추천한 희곡집이다.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잔혹한 무대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정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 허구와 현실이 중첩되어 이야기 밖 당신에게 말을 건다. 그야말로 시공간을 꿰뚫는 창과 같은 책. 마틴 맥도나의 다른 영화들도 무척 좋아한다. <킬러들의 도시>와 <쓰리 빌보드>, <이니셰린의 밴시>도 추천한다. 

 


『엎드리는 개』

프랑수아즈 사강 저/김유진 역 | 안온북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어울리는 소설이다. 쨍하다기보다는 미지근한데, 식은 차가 정오의 볕에 데워지듯이 어느 순간 은은히 울컥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블랙코미디라기엔 서글프고 로맨스로 치기엔 너무 구질구질한 엉망진창 연애담. 그래서 사랑스럽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라는 감상이 드는 걸 보면, 이건 분명 아름다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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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소설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등을 썼다. 스릴러, SF, 호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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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

설득보다는 매혹을 원했던 프랑스 최고의 감성,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로 불리우는 그녀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coise Quoirez)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인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 그녀는 1935년 프랑스 카자르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소르본 대학교를 중퇴하였다. 19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어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작품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어린 소녀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자 문단과 세간에는 말이 많았다. 통속적인 연애소설 작가라는 비난의 시선도 적지 않았고, '운'이 좋아 당선이 되었다는 의혹도 받았다. 하지만 사강은 2년 뒤 두 번째 소설 『어떤 미소』를 발표해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못지않은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세간의 의혹을 일축하였으며, ‘운이 좋은 소녀’란 오명을 벗고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악은 사강을 두고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라 평했으며, “지나칠 정도로 재능을 타고난 소녀”라고 불렀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사강은 당시 ‘천재 소녀’로 불리우며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 뒤로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브람스를 좋아하세요...』,『신기한 구름』,『뜨거운 연애』 등과 희곡 『스웨덴의 성』,『바이올린은 때때로』,『발란틴의 연보랏빛 옷』등의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며 프랑수와즈 사강은 점점 황폐해져 갔다. 신경 쇠약, 노이로제, 수면제 과용, 정신병원 입원, 나날이 술로 지새우는 생활이 거듭되면서 도박장 출입이 잦아졌고 파산했다. 프랑스 도박장에는 5년간 출입 금지 선고를 받자 도버 해협을 건너 런던까지 도박 원정을 갈만큼 망가진 그녀는 결국 빚더미 속에 묻히게 된다. 하지만 50대에 두 번씩이나 마약복용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그녀 식의 당당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4년 9월 24일, 노르망디에 있는 옹플뢰르 병원에서 심장병과 폐혈전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였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사강의 작품들은 인생에 대한 사탕발림 같은 환상을 벗어버리고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리는 작가이다.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여전히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