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사이코패스는 태어난다. 그러나 괴물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질문을 다시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이코패스는 태어난다. 그러나 괴물이 되지 않도록 만들 수는 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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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저 / 김미선 역 | 더퀘스트



한자(황정은) : 오늘 저희가 같이 읽고 온 책은 그냥 님이 고른 책입니다. 어떤 책인지 일단 소개 좀 해주시죠.

그냥 :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제임스 팰런이 쓴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입니다. 저는 이 책을 <알쓸인잡>에서 법의학자 이호 선생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됐어요. 그 방송을 보기 전에 막연한 그런 질문을 갖고 있었거든요. '사이코패스가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뇌를 가지고 있다면, 선천적인 것인가? 그럼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가? 사이코패스가 다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 건가?'라는 막연한 의문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호 법의학자님이 이 책을 소개해 주시는 걸 보고 '저 책을 읽으면 궁금했던 걸 알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책을 사놓고... 읽지 않았고요.(웃음) <삼자대책>이 아니면 못 읽을 것 같아서 함께 읽자고 제안을 했습니다.(웃음)

책 소개를 본격적으로 해보면, 이 책은 제임스 펠런이 자기의 이야기를 쓴 건데요. 저자는 '나는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반사회적인 성향이 없고 누구를 폭행한 이력이나 전과가 전혀 없는 사람이지만 사이코패스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 사연을 들여다보면, 때는 2005년이었어요. 저자가 논문을 마무리를 짓고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사이코패스 살인자들의 뇌 스캔 사진을 분석한 내용을 가지고 쓴 논문이었어요. 사이코패스 살인자들의 뇌에서 전두엽하고 측두엽의 특정 부분의 기능이 떨어지는 게 관찰됐다고 해요. 이곳은 자제력이나 공감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인데, 여기가 기능이 떨어진다는 건 정상적인 도덕적 추론이랑 충동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을 마무리를 짓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에 제임스 팰런이 또 다른 과제도 연구하고 있었거든요. 알츠하이머병 연관 유전자를 찾는 거였어요. 그 연구의 과정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와 정상군을 대조하기 위해서 대조군의 한 샘플로 자신의 가족을 골랐습니다. 그래서 자기 가족들의 유전자 검사와 뇌 스캔을 했어요. 자료들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도록 놓고 연구를 했는데요. 자기 가족의 뇌 스캔 사진을 분석하다가, 그중 하나가 굉장히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뇌의 사진은 사이코패스의 뇌와 많은 특성이 비슷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이코패스 살인자들의 뇌 연구 자료가 섞여 들어왔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제대로 된 자료였던 거죠.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위해서 자기 가족의 뇌를 스캔한 자료였던 겁니다. 그리고 그 사진, 사이코패스의 뇌와 공통점이 많이 보였던 뇌 사진은 바로 자신의 것이었어요. 이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 저자는 과학자로서 '인간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거의 80% 정도다'라고 생각했대요. 후천적인 환경이나 교육 같은 것에 영향을 받는 건 20% 정도이고, 80%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믿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2005년에 '내가 기존에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 나는 너무 다른데, 내 뇌가 그들과 비슷하다고?' 하는 충격적인 발견을 하게 되면서 기존의 생각이 흔들린 거죠. 정말 유전적인 것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가, 라는 의문을 품게 된 겁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뇌 영상이나 정신 의학 같은 과학 데이터를 많이 파고들면서, 자신의 과거와 특성 그리고 자신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이코패스'라는 주제에 대해서 알고 관심을 가지고 서로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자(황정은) : 이 책의 부제가 있습니다. 원작에는 붙지 않는 제목이에요. 원작의 제목이 'The Psychopath Inside'인데, 부제가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예요. '사이코패스' 하면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거죠. 그냥 작가님도 사실은 그게 궁금하셨던 거잖아요?

그냥 : 제가 궁금증을 가졌던 건, 일단 '모든 사이코패스가 범죄자가 아닌데 왜 우린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지? 왜 이야기를 하지 않지?'라는 거였어요. 한때 조현병에 대한 오해가 사회적으로 엄청 많아져서 '조현병은 굉장히 위험하고, 치료할 수 없고, 격리해야 하고,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인 범죄자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했잖아요. 그래서 관계 의료인이나 환자와 관련된 사람들이 굉장히 발언을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의무를 가지고 '조현병은 관리 가능한 병이고, 그런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위험한 것이다'라고 알렸죠. 저는 그 사례가 떠올랐던 거예요. '사이코패스도 선천적으로 뇌의 기능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거라면, 이 사람이 어찌 할 수 없는 것인데, 그러면 이 사람들을 다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면 안 되는 건데, 그거에 대해서 왜 이야기를 안 할까?', '이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 우리가 너무 이야기를 안 한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하다' 그게 일차적인 궁금증이었어요.

한자(황정은) : 당사자가 얘기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이 책 이후로는 서사가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긴 합니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왜냐하면 이 책이 2015년에 나왔으니까.

단호박 : 그런데 저는 '사이코패스'라는 정의 자체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다뤄지면 더 위험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ADHD라든가 조현병이라든가 그런 건 DSM 자체로 결정이 돼 있는 영역인데 사이코패스는, 책에도 잠깐 언급이 됐지만, 정의되지 않은 단어란 말이에요.

한자(황정은) :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라는 언어의 개념이 그렇고요. 학계에서는 인정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의학계, 정신 의학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을 할 때 그 말을 사용하기는 해요. 쉽게 말하면 그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긴 하거든요. 책에도 나와 있지만 가장 가까운 예로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입니다. 장애예요. 어떤 치료제가 있다거나 그런 질병은 아닌 거죠.

단호박 :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MBTI 검사를 하듯이 사이코패스 검사를 하고, 일정 점수 이상이면 '이 사람은 사이코패스다', '이 사람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라고 결정내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이분법이 더 강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거죠. 이런 사이코패스라는 이야기를 계속 하게 되면.

한자(황정은) : 그건 광역으로 사회 전반이 성숙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요. 저는 이 책에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이 부제로 붙어 있어서 '아, 사람들의 관심이 여기에 많이 쏠리겠다' 싶으면서,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질문을 다시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이코패스는 태어난다. 그러나 괴물이 되지 않도록 만들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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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저 | 김미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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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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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팰런

일리노이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35년 넘게 의대생, 학부생, 신경정신과 임상의들에게 신경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2000년에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 뇌졸중 등 여러 신경퇴행성질환을 치료할 가능성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발견하여 미국 국립보건원을 통해 미 의회에서 보고하기도 했다. 또한 팰런의 연구실에서 생명공학회사 세 곳이 출범했으며 그가 직접 창업한 회사 뉴로리페어NeuroRepair는 전국 생명공학협회에서 최고의 회사로 선정되었다. 팰런은 스스로를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범죄 이력이 없는 친화적인 성격의 성공한 과학자지만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2008년에 TED를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됐으며, 이를 계기로 수많은 라디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소개됐다. 팰런은 자신의 이야기 및 사이코패스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했으며, 자신의 TED 강의를 모티프로 제작된 드라마시리즈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의 한 에피소드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같은 해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실린 기사 ‘짐 팰런의 마음에 무슨 일이? 살인자를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닥친 일’ 또한 반향을 일으키며 ‘사이코패스, 더 나아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현재 결혼한 지 50년이 지난 제임스 팰런은 슬하에 세 자녀를 비롯해 여러 명의 손자를 두고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