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을 흩뿌려 놓은 잭슨 폴록의 작품, 뒤샹이 전시회에 가져다 놓은 변기... 봐도 봐도 잘 이해되지 않는 난해한 현대 미술 작품. 요즘 미술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러나 조금이라도 알면 현대 미술만큼 즐겁운 예술도 없다.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는 미술 전문 미디어 <와이아트> 대표 정서연 작가가 엄선한 12가지 키워드를 통해, 난해한 현대 미술의 흐름과 맥락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처음 보는 낯선 미술 작품도 스스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키워드를 길잡이 삼아, 다채로운 메시지를 품은 현대 미술의 세계를 선보인다.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라는 책 제목이 참 인상적이에요. 어렵고 낯선 미술 작품 앞에 선 누군가의 당황스러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전시회를 찾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요. 다양한 전시회가 있지만 주제는 대부분 '요즘 미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고대나 중세, 근대 시기의 미술이 아닌, 현대 미술이 전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자주 접하는 요즘 미술을 설명해주는 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어요. 현대 미술을 다룬 책이 미술 자체보다 더 난해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고요. 미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요즘 미술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한 작가나 작품에 집중하거나 미술사를 통째로 서술하는 방식이 아닌, 키워드를 통해 현대 미술을 설명하는 책의 방식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키워드를 통해 현대 미술을 바라보는 방법의 장점이 있을까요?
독자들이 전시를 보러 갔을 때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좀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이 바로 '키워드'였어요. 전시를 구성하는 작가는 매번 바뀌니까 A 작가에 대해서는 알고 있더라도 B 작가의 작품은 처음 볼 수 있잖아요. 개별 작가에 대한 설명이 아닌, 키워드로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제가 제시한 키워드 안에는 여러 작가가 등장해요. 미술사를 통째로 알면 좋겠지만, 우선은 하루에 한 키워드씩 읽으면서 조금씩 접근해가는 방식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책에는 미니멀리즘부터 인공지능까지 이어지는 12가지 키워드가 실려 있습니다. 키워드를 선정하신 기준과 각각의 키워드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듣고 싶어요.
저는 매년 100~150건 정도의 미술 전시를 관람해요. 제가 전시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보았던 키워드를 추렸습니다. 12가지의 키워드를 알고 있으면 전시장에서 당황할 일은 별로 없을 거예요. 현대 미술이 아무리 포괄적인 주제를 다룬다지만, 키워드 안에서 해석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12가지 키워드는 시간순으로 연결돼요. 1960년대 등장한 팝 아트에서 시작해, 1970년대 장소 특정적 미술, 1990년대 관계 미술, 그리고 2000년대 이후의 가상현실과 인공지능까지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에 실린 컬러 도판과 QR코드가 내용 이해와 감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떤 기준을 통해 도판을 선정하셨는지 궁금해요. 꼽기 어려우시겠지만, 이 책의 도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도판이 있으실까요?
요즘 미술에서 꼭 알아야 할 작품을 추리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모나리자>를 통해 르네상스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책에 실린 도판들은 그 자체로 현대 미술을 대표합니다. 책에서 제시한 키워드 중 '개념 미술'이 있는데요. 사실 현대 미술 그 자체가 개념 미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개념 미술'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미술을 뜻합니다. 책에는 개념 미술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 경향을 대표하는 조셉 코수스의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1965)가 실려 있으니, 개념 미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작가님은 경제부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셨다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예술학을 전공하신 이후 미술 전문 미디어 <와이아트>를 설립하셨는데요. 작가님은 언제부터 현대 미술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셨는지,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현대 미술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좋아했어요. 예전에는 직접 그리는 것을 선호했다면, 성인이 되어서는 감상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미디어 분야에서 계속 일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매개자이자 전달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제가 작품 감상을 하며 좋았던 것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져서 자연스레 <와이아트>라는 미술 전문 미디어를 창간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미술은 기존의 것들을 전복하면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대 미술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회, 미술관 등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늘어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전시회나 미술관에서 처음 보는 낯선 현대 미술 작품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작가님의 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뛰어난 예술 작품은 배경 지식 없이도 감동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작품 앞에서 아무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치셔도 좋다고 생각해요.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마주하되,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남들은 다 대단하다고 하는 유명한 작품이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면 그대로 내버려 두세요. 나와 결이 맞는 작품과 소통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거예요.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의 독자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예술은 의식주와 같은 필수재는 아니지만, 영혼의 양식이자 삶의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예술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만큼 풍요로울 수 없겠죠. 책의 부록에는 미술 시장의 구조와 미술 작품 가격 형성 과정, 아트 컬렉팅을 다룬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미술 작품 투자는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후원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 만큼,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분들이 이러한 경험에 한발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요즘 미술을 통해 삶을 한 단계 풍요롭게 만들고 세계에 대한 이해를 함께 넓혀나갔으면 합니다.
*정서연 홍익대학교 미술학과 박사 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졸업 후 경제부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 및 예술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현대 미술과 미디어 아트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한 내용을 쉬운 언어로 전달하고자 2022년 <와이아트>라는 미디어를 창간해, 현대 미술을 쉽게 설명해주는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글을 만날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미술을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쓰기를 해나간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요즘 미술에 한 발짝 가까워졌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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