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큰 기업이나 셀럽만의 전유물일까? 그럴 리가. 부푼 꿈을 안고, 또는 가족을 지킨다는 절박함을 품고 시작하는 작은 가게야말로 브랜드가 필요하다. 동네 작은 가게가 누구나 찾아오는 꿈의 매장이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이름이 알려지고, 믿고 구매하는 단골이 생기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워가는 것. 그러나 많은 사장님들이 브랜딩을 어려워한다. 그런 사장님 1000여 명과 함께 '작지만 큰 브랜드'를 만들어온 노하우가 『작지만 큰 브랜드』로 출간되었다. 우승우, 차상우 저자로부터 책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번에 쓰신 『창업가의 브랜딩』이 스타트업 대상이었다면, 이번 『작지만 큰 브랜드』는 일반적인 가게 사장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스몰 브랜드를 위한 브랜딩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있나요?
『창업가의 브랜딩』이 출간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네요. 『창업가의 브랜딩』 이후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스타트업, 소상공인, 로컬 브랜드, 사회적 기업을 만났어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스몰 브랜드를 만나다 보니, 스타트업의 브랜딩과 소상공인의 브랜딩은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한다 생각했어요. 대부분 경우 소상공인들은 스타트업과 달리 '가게'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사장님이 고객을 만나요. 물론, 스타트업도 물리적인 공간에서 고객을 만나긴 하지만, 서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소상공인일수록 장사와 브랜드의 정체성이 사장님 속에 있고, 브랜드 역시 사장님으로부터 시작해야 해요. 사장님들을 만나보면 본인의 가게를 어엿한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 하지만, 실상은 가게 운영도 벅차고 브랜딩이 너무 어렵다고 하세요. 동네 장사에 굳이 브랜드가 필요하냐고 되묻는 분들도 있고요. 그렇지만 꾸준히 장사하려면 반드시 '브랜드'가 되어야 해요. 사장님들에게 쉽게 브랜드와 브랜딩을 설명하고, 손쉽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이번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스몰 브랜드가 많죠. 요즘 들어 스몰 브랜드가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스몰 브랜드'에 대한 관심 자체가 커졌다고 생각해요. 제품이나 디자인이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그 브랜드를 누가 만드는지,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그 브랜드에 담긴 의미와 특별한 경험을 소비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물론 스몰 브랜드의 제품력이나 디자인 등이 대기업 제품 못지않거나 훨씬 더 매력적인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펜 하나를 살 때 선택지가 많지 않았죠. 그렇지만 요새는 펜 하나를 살 때도 자신만의 취향에 맞게 사려고 하잖아요? 이러한 배경에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고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기술 발달 덕이 크죠. 그뿐인가요? 광고비 없이도 SNS로 홍보도 할 수 있어요. 나아가 시장이 없어도 스스로 시장을 만드는 스몰 브랜드도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시장 수요에 맞게 사업을 시작했다면, 요새는 내가 좋아하는 걸 깊게 '디깅(digging)'해서 창업하는 스몰 브랜드도 많아요. 이런 브랜드들은 독특하고 다채로운 색으로 새로움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자극해요. 자신만의 취향을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 없는 시대 상황에 스몰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자 소개를 보니 스몰 브랜드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아보카도'라는 플랫폼을 운영하시는데요. 아보카도가 추구하는 'Brand Initiative(브랜드 민주화)'라는 비전이 눈에 띕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요?
'Brand Initiative(브랜드 민주화)'는 '브랜드란 누구나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우리 모두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더워터멜론의 비전이에요.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브랜드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 자신만의 매력적인 브랜드적인 삶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비전입니다. 아보카도는 이런 비전의 최전선에 있는 플랫폼이에요. 저희는 브랜드 규모에 상관없이 다양한 브랜드들을 만들고, 키우고, 가꾸고 있거든요.
영광에 있는 모시 송편 가게, 전주에 있는 사회적 기업, 투자받은 스타트업까지 모두 저희가 만난 스몰 브랜드예요. 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브랜딩 영역도 다양해요. 브랜드 시작에 꼭 필요한 브랜드 로고, 네임, 굿즈 개발에서부터 브랜드 강연 및 멘토링, 브랜드 워크숍, 브랜드 솔루션 등 온오프라인 브랜딩 경계를 넘나들어요.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온라인 플랫폼이기 때문이에요. 플랫폼이라는 툴 때문에 시공간 제약이 없고, 비용도 전통적인 브랜드 컨설팅에 비해 합리적이죠. 그렇다고 퀄리티가 낮은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 개발 과정은 브랜드 전문가가 진행해 고객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스몰 브랜드를 위한 브랜딩 지침서를 쓰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자기다움'이에요. 스몰 브랜드는 사장님에게서 시작한다 말씀드렸는데, 이것이 곧 '자기다움'이에요. 책에서 다루는 10가지 브랜딩 법칙 역시 사장님에게서 시작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언어(버벌 브랜딩)'와 '시각(비주얼 브랜딩)'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 내부를 바라보며 팬을 만드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만큼 자기다움이 중요하고, 자기다움이 없으면 고객이 우리를 브랜드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자기다움을 잊지 않고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항상 던지고 답을 찾으셨으면 해요.
『작지만 큰 브랜드』에 인터뷰이로 소개된 스몰 브랜드 5곳의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자기다움이 뚜렷하고, 스몰 브랜드를 만들고 싶거나 만들어가는 분들이 궁금해할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 브랜드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저희 아보카도 팀 구성원들이 좋아해 만나고 싶었던 브랜드들이기도 해요. 인터뷰하는 사람이 만나고 싶고 궁금해하는 브랜드여야 독자들에게 더 도움 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으니까요. 또한, 스몰 브랜드라고 하면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F&B 브랜드를 주로 생각하시는데, F&B 브랜드에 너무 치우치지 않게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를 만나고자 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소개하지 못했거나, 요즘 관심 있는 스몰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책 중간중간 언급된 런던베이글뮤지엄, MERGE, 고기리막국수, 그랑핸드, 댄싱사이더 등이 우선 생각나네요. 모두 자기다움이 뚜렷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곳이에요. 이 외에도 자기다움이 뚜렷한 스몰 브랜드에는 항상 관심이 있습니다.
스몰 브랜드를 만들어가거나 준비하는 독자분들께 한말씀 드린다면요?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작게 시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 책에서 소개한 5개 브랜드도 지금은 큰 브랜드이지만 처음에는 작았죠. 실제로 작게 시작하기도 했고요. 크게 되려면 일단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은 매장의 브랜드일 때부터, 하루에 단 한 명의 고객이 오더라도 그 한 명의 마음을 파고들어야 해요. 고객 한 명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데, 매장이 커지고 매장 수가 많아진다고 고객들이 우리를 좋아할까요? 이 점을 잊지 마시고 브랜드를 만들어가셨으면 합니다. 과정이 지루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가 쌓여 여러분만의 매력적인 브랜드가 만들어질 겁니다. 그런 날을 기대하며 꾸준하게, 매일매일 시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우승우 더워터멜론 공동 대표.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브랜드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좋아하고 기업과 조직, 개인의 브랜딩에 관심이 많다. 주류 속의 비주류를 꿈꾸며 오리지널과 아날로그, 콘텐츠와 미디어, 브랜드와 디자인, 책과 서점, 사람과 여행, 맥주와 야구 등의 키워드를 좋아한다. *차상우 더워터멜론 공동 대표. 몸으로 먼저 익히고 그다음 머리로 배운 현업의 경험이 창업한 지금까지도 브랜드와 사업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다. 끊임없이 갈망하는 삶을 지향하며 사업과 브랜드, 브랜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사람과의 연결에 관심이 많다. 아울러 꾸준함, 지속성, 쌓임의 힘을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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