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사자 길들이기
노랑 VS 파랑. 두 색의 영역이 넓어지고 좁아지는 대비를 선명히 보여 줌으로써 우리 안에 있는 내면의 갈등을 날카롭게 다룬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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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에 사자가 있다』 뒤쪽 면지

『문 밖에 사자가 있다』는 두려움을 상징하는 '사자'와 그에 맞서는 아이의 마음을 담은 책이다. 노랑 VS 파랑. 두 색의 영역이 넓어지고 좁아지는 대비를 선명히 보여 줌으로써 우리 안에  있는 내면의 갈등을 날카롭게 다룬다. 윤아해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자신을 꼼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게 어쩌면 우리 안에 깃든 불안함, 두려움은 아닌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특별히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내는 데 서투른 어른들에게 이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다고 하는데...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속마음을 좀 더 면밀히 들어보자!



오랜만에 정통 그림책 작가로 돌아오셨습니다. 감회가 어떠신가요? 출간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단행본 출간은 7년 만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몸이 좀 아팠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핑계로 표면적으로는 쉬고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집필 활동을 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새 책이 나오니까 무척 기쁘고 행복합니다. 이 원고는 처음부터 감이 좋았고, 편집 팀장님이 한눈에 알아봐 주셨고, 조원희 작가님이 강렬한 옷을 멋지게 입혀 주셔서 출간의 모든 과정이 좋았지만 출간 이후가 더 기대되는 책입니다. 

작가님의 대표작 『꽃신』을 비롯해 다른 작품을 살펴보면 잔잔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흘러갑니다. 반면에 『문 밖에 사자가 있다』는 굉장히 모던하면서 텍스트가 짧고, 문장마다 담대한 어조가 느껴지기도 한데요. 혹시 그동안 어떤 특별한 변화가 있으셨던 걸까요? 

사실 이게 제 스타일입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지 않는 글작가라서 짧고 대담한 문장의 글을 쓰면 그림이 없기 때문에 원고를 받아 든 편집자님들이 좀 어색해 하시더라고요. 글만 쓰는 서양의 글 작가들도 대부분 텍스트가 길고 이야기가 풍부한 글을 쓰는 것처럼 저 역시 그렇게 써야 출간하기가 더 수월했어요. 그래서 스토리성이 강한 글을 선택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게 나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에게 더 맞는 색깔을 고르라면 저는 간결한 쪽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기보다는 쓰고 싶은 원고를 꾸준히 써 왔고, 뜨인돌에서 저의 색깔을 이해해 주셨다는 것이지요. '드디어 나의 색깔을 찾았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문 밖에 사자가 있다』를 열어 보면 처음에는 노랑 아이와 파랑 아이가 양쪽 페이지로 반반씩 나옵니다. 주인공 아이가 문 밖을 나온 후부터 장면 전환이 크게 일어나기도 하고요. 기획 의도를 듣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살면서 어려움을 만나게 되지요. 나이가 많든 적든, 부하든 가난하든, 많이 배우든 적게 배우든 예외가 없습니다. 어떤 이는 어려움을 만나면 핑계 대고 회피하고, 어떤 이는 맞서고 도전해요. 핑계 대고 회피하는 사람도, 맞서고 도전하는 사람도 모두 내적으로는 갈등하지요. 저 역시 늘 이런 갈등을 하면서 살고 있고요. 이런 내적 갈등을 색깔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파랑 아이와 노랑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선택한 결과가 다 좋다는 무지갯빛 결론으로 맺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문 밖을 나오기로 결정하고 노력해서 나왔다면 많은 사람들은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 밖을 나오면 해피 엔딩일까요? 사실 문 안에 있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문 밖을 나오면 넓고 험한 세상을 온몸으로 마주쳐야 하거든요. 그래서 문을 열고 나왔다고 언제나 해피 엔딩은 아니라고 꼭 말해 주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새드 엔딩은 아니에요.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자기 다리로 직접 밟고, 온 마음으로 느끼는 세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열린 결말을 숨겨 두었습니다. 궁금하다면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내 안에 있는 노랑 아이와 파랑 아이  _『문 밖에 사자가 있다』 본문 중

누구나 두려움과 용기를 경험하는데요. 작가님이 가장 큰 두려움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을까요? 반대로 가장 큰 용기를 낸 순간은요?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저에게 작가가 되는 과정이 가장 큰 용기였습니다. 저는 여자들이 사회에 막 진출하기 시작하였으나 인식은 바뀌지 않아 '여자가'라는 굴레가 비교적 많은 시대에 꿈을 꾸던 위험한 여자였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비난받는 환경이었기에, 제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혼자 박수치며 기뻐하며 저를 스스로 응원하며 걸어온 때가 있었습니다. 가장 두려웠던 때는 용기를 내어 겨우 밖으로 나갔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다가 아파서 쓰러졌을 때였어요.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좌절감이었지요.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던 그 어두운 시간에 이상하게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꿈을 꾸게 되었어요. 가장 용기를 냈을 때는 큰 병에 걸려 진단을 받고 다시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였어요. 그때 쓴 책이 『밤밤이와 안녕할 시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암에 걸린 강아지를 보낼 준비를 하며 쓴 책이지만, 저는 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남겨진 가족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기를 원했어요.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작가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저는 지금 아주 건강하게 잘 살고 있고, 이렇게 다시 열심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문구가 있을까요?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소개해 주세요.   

너무 많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문 밖에 사자가 있어. 그래도 나는 나가고 싶어.'입니다. 이 문구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옆 페이지에 '문 밖에 사자가 있어. 그래서 나는 나갈 수 없어.'라는 노랑 아이의 말과 대조를 이루어 함께 읽으면 파랑 아이의 마음이 더 강렬하게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파랑 아이의 그 말이 용기를 내는데 가장 필요한 마음의 소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의 마음에 그런 소리가 있는지 귀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그 마음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파랑 아이가 호숫가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는 컷입니다. 이 장면은 열심히 노력한 자가 누리는 당연한 보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삶에서 이 정도 선물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성공의 여부와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주는 선물 같은 장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쪽 면지에는 사자만, 뒤쪽 면지에는 여러 동물들이 나옵니다. 면지에도 어떤 의미를 둔 것일까요? 

원고를 수정하고 나서 면지에 대한 의견을 편집팀과 나누었습니다. 저의 의도는 인생에서 사자가 가장 큰 문제 같고, 그 문제만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인생에는 사자를 해결하고 나면, 곰도 있고, 뱀도 있고, 악어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조원희 작가님이 해석하신 앞, 뒤 면지를 받아 보고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두려움이라는 주제가 더 멋지게 표현되어 놀라웠습니다. 제가 제시한 문제 이외에 사람들 각자가 만나는 문제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더라고요. 앞 면지와 일관성도 유지하면서 독자의 시선에 따라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그려 주신 조원희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 소개 부분을 읽어 보면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어린이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특별히 어린이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제가 어린이들에게 용기에 대한 메시지를 썼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처음부터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파랑 아이가 처음부터 문 밖을 나온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준비를 했고 용기를 쌓아 갔다고 생각합니다. 잘 준비되었을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이지요. 용기의 근육을 키우는 일은 운동과 비슷해서 꾸준히 운동하다가 보면 튼튼한 다리와 건강한 심장을 가질 수 있듯이 용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용기들이 모여 큰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에, 작은 도전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 주고 칭찬해 줄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런 과정들을 거쳐 작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책이 나왔을 때의 결과만 볼 수 있지만 책이 나오기까지 저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 일어나고, 또다시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저는 타고난 글쟁이도, 천재 작가도 아니었고, 그저 글쓰기가 좋아서 작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나 모든 작가가 그렇듯이 저 역시 작가로서 내야 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하나가 인생에 문제가 닥쳤을 때 숨거나 회피하지 말고, 작은 용기라도 내라고 아이들에게, 또 용기를 내는 데 아직 서툰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윤아해

성균관대학교에서 아동 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대학에서 아동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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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